‘동전 왕국’ 풍산그룹의 민낯

조상님 얼굴에 먹칠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동전의 왕국’으로 불리는 풍산그룹이 최근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국유지 특혜 의혹부터 2세 병역회피 논란까지 바람 잘 날 없다. 일각에선 류성룡 선생 일가 기업인 풍산그룹이 ‘징비록 정신’을 잊어버린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풍산그룹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풍산 탄약 ⓒ풍산 홈페이지

풍산그룹은 서애 류성룡 선생의 자손이 창업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기업이다. 류찬우 풍산그룹 창업주는 물론이고, 그의 아들이자 오너 2세인 류진 풍산그룹 회장도 이를 대단히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기미다.

논란의 중심
국유지 특혜?

풍산그룹은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방위산업에 발을 들이고 직접 소구경 총탄서 포탄에 이르기까지 한국군이 쓰는 탄약 국산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첨단 탄약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굴지의 방위산업체로 성장했다.

류찬우 창업주는 1976년 징비록에 기록된 유비무환과 자주국방의 뜻을 계승하고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서애선생기념사업회’를 설립했다. 류진 회장은 2001년 7월, 서애전서 국역본을 발행했고 2003년에는 징비록 영역본을 출간했다.

2015년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징비록>을 후원하기도 했다. 풍산그룹이 징비록 정신을 이어 가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풍산그룹이 최근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부산시 센텀2지구 개발사업 관련 특혜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국방부로부터 헐값에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는 공식문서가 공개됐고, 개발이 진행될 경우 토지보상금이 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1981년 당시 27만평 규모의 조병창(현 풍산 부지) 부지였던 이 땅은 3년 거치 후 7년 균등 분할상환 조건으로 모두 259억원에 풍산에 매각됐다.

국유지 헐값에 매입…보상금 5000억원이나?
방산기업·국방부 밀착한 관계? 특혜 의혹

이 과정서 국유지를 비롯한 부동산, 각종 장비 및 운영자재 등의 동산, 사업권이 수의계약을 통해 풍산에 매도된 것이다. 해당 부지는 국방부가 헐값에 국유지를 매각했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돼왔다. 

방위산업 목적의 국유지인 이 땅은 풍산의 공장부지 및 건물 30여개를 제외하면 절반 이상이 개발제한에 묶여 있다. 하지만 이 부지는 2015년 부산시와 풍산이 맺은 센텀2지구 첨단산업단지 MOU에 따라 현재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어 파장을 낳고 있다.

공개된 매매계약서 8조7항에는 매매 계약 이후 지정된 군수 산업 목적을 폐기했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특약사항도 있었지만 1999년 4월9일 이유 없이 삭제됐다.
 

▲ ▲풍산그룹 사옥

일각서 “방산기업인 풍산그룹이 기업 특성상 국방부와 밀착한 관계를 맺고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단 풍산그룹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류 회장의 아내 노혜경씨가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호화 콘도를 1125만5500달러에 매입해 뉴욕시 등기소에 등기를 마쳤으며, 노씨는 지난 2002년에 로스앤젤레스 소재 1000만달러에 달하는 호화주택을 구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호화주택 구입
아들 군대는?

이 같은 주택 구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대외적으로 정확한 주소를 공개하지 않고, 회계사 명의 등을 통해 이름만 바꿔 계약서를 작성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풍산그룹 일가는 해당 주택에 대해 매매계약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으나 “동일한 소유자지만 명의만 변경했다”며 양도세마저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는 해당 콘도를 매입할 당시 총 812만달러를 밸리내셔널뱅크를 통해 대출받았다. 당시 대출을 받으며 모기지계약서를 작성했고 계약서 상 자신의 주소를 권리증서에 기재한 주소와는 다른 ‘비벌리힐스’로 기재했다.

일각서 노씨가 정확한 주소지를 숨기기 위해 주소를 바꿔 기재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벌리힐스에 위치한 저택은 노씨가 2002년부터 은닉해온 1200만달러 상당의 차명재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 회장의 장남이자 풍산그룹의 후계자로 예상되는 류성곤씨는 지난 2014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당시 류 회장은 류씨에게 보유 주식 2만5400주를 증여했는데 그 과정서 아들 류씨의 이름이 영문(Royce Ryu)으로 기재돼있었고 국적마저도 미국으로 표기돼있었다.

당시 류씨는 국방의 의무를 해야 할 나이대인 22세였음에도 세간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국적을 변경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류씨가 국방의 의무를 피하기 위해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국방의 의무를 중요시하는 한국 국민들의 문화적 특성상 풍산그룹의 병역회피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류씨가 풍산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점쳐지고 있는 만큼 추후 그룹의 경영을 맡게 된다면 해당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수익성 악화
계열사 청산

또 풍산그룹은 탄약 등을 제조하는 방위업체며 ‘사업보국’이라는 창업 이념을 가진 기업임에도 그룹 회장 장남이 군 면제를 위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모순으로 더욱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풍산그룹 측 관계자는 “회장의 사모와 관련된 의혹은 회사 차원의 이슈가 아닌 개인적인 일이라 아는 바가 자세히 없다”며 “류성곤씨의 미국 국적 취득은 사실이긴 하나 마찬가지로 회사와는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사항”이라고 밝혔다. 

최근 풍산그룹은 핵심 계열사의 수익성 악화에 고심하고 있다. 영업환경 급변과 전방산업 침체로 그룹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계열사를 청산하기로 하고 대규모 부동산을 처분하는 등 경영 효율성 향상에 분주한 모습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풍산그룹은 지난달 2일 티타늄 및 스테인리스관 제조·판매 계열사 풍산네오티스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관련 업계 불황으로 풍산네오티스의 재무 및 경영 상태가 악화돼 청산이 그룹 경영 효율성 제고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풍산네오티스는 2016년을 제외하면 2014년부터 당기순손실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20억원, 2018년 18억원의 적자를 냈다.

미국에 호화주택 구입…숨긴 이유는?
아들의 병역 회피…제2의 스티븐 유

또 다른 계열사 풍산특수금속은 내년 3월 1595억원 규모의 인천 효성동 공장 부지를 제일건설에 매각할 계획이다. 소음·분진으로 인한 주민 민원을 해소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풍산특수금속은 2018년부터 순이익이 급감하고 금융비용은 늘어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2018년 잉여현금흐름은 248억원 마이너스였다.

더 큰 문제는 핵심 계열사 풍산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풍산은 동판, 동봉, 소전 등 신동(伸銅·구리 가공) 제품 분야서 국내 1∼2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국방부에 독점적으로 탄약을 공급하는 등 방산 사업도 한다.

신동 부문은 기계, 건축 내외장재, 동전 등 전방산업 업황 둔화에 따른 제품 판매량 감소로 수익성이 크게 꺾였다. 채산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방산 부문도 지난해 실적이 주저앉았다. 지난해 초 한화 대전공장 폭발 사고로 탄약 제조에 필요한 원료 조달에 6개월 정도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풍산의 순이익은 2017년 1507억원서 2018년엔 621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작년 1∼3분기엔 98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현금 창출력을 보여주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2017년 3295억원, 2018년 1995억원, 작년 1∼3분기 984억원으로 급격하게 줄고 있다.

다만 재무안정성 지표는 아직까지 양호한 편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풍산의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의존도는 연결 기준으로 각각 93%, 31.2%에 머물고 있다.

공정위 제재
사각지대 끝

풍산그룹 관계자는 “신동과 방산 부문이 부진해 작년 실적이 저조했다”며 “올해는 수출과 판매량 확대에 주력하고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업장 자동화도 전사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올해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풍산그룹을 향한 최근 공정위의 칼날도 걱정거리다. 자산총액 5조원 이하 기업이라는 점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강하게 고삐를 당기면서 규제 사각지대로 지적돼오던 풍산그룹의 내부거래도 역시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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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비 마친 민주당 속도전

재정비 마친 민주당 속도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신임 원내대표와 세 명의 최고위원을 선출하면서 제모습을 되찾았다. 신임 원내대표는 당의 발목을 잡은 ‘김병기 논란’과 ‘공천 헌금 의혹’을 털어내야 한다. ‘정청래 체제’에 힘이 실렸다는 평가 속 세 명의 최고위원은 ‘당정 엇박자’ 논란을 최소화하면 남은 개혁을 해치워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됐다. 한병도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강득구·문정복·이성윤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맡으면서 새 진용을 꾸렸다. 쏠리는 권력구도 한병도 신임 원내대표는 수락연설을 통해 “지금, 이 순간부터 일련의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하고 내란 종식, 검찰개혁, 사법개혁 민생 개선에 시급히 나서겠다”며 “우리의 목표는 하나,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정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민생을 빠르게 개선해서 이재명정부 성공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도록 하겠다”며 “지방선거라는 큰 시험대가 우리 눈앞에 있다. 더 낮고 겸손한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유능한 집권여당의 모습을 국민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당당하게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야당과의 관계에서도 원칙을 분명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한 원내대표는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열린 자세로 대화와 타협에 나서겠다”면서도 “내란 옹호, 민생을 발목 잡는 정쟁은 단호히 끊어내겠다. 선배·동료 의원님들께선 집권여당 국회의원으로서의 책임감을 저와 함께 나눠 들어달라”고 제안했다. 이번 원내대표 보궐선거는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인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사퇴함에 따라 치러진 것으로, 한 원내대표의 임기는 오는 5월 중순까지다. 다만 한 원내대표는 합동 토론회 당시 “다음에 출마하지 않을 테니 지지해 달라는 건 맞지 않다”며 연임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 당시 조직본부 공동부본부장과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내는 등 친문(친 문재인) 인사로 분류됐으나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당시 전략기획위원장을 맡는 등 핵심 인사들과 두루 원만한 관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김 전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가 여러 번 충돌한 만큼 신임 원대는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온건파’를 택했다는 기류가 읽히는 이유다. 한 원내대표는 연이어 발생한 당의 위기를 수습하는 동시에 올해 지방선거를 준비하며 추가 사고를 대비하는 등 ‘안정·관리형’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의 마찰을 최소화하는 한편 정 대표와 청와대 간 가교 역할도 해야 한다. 한 원내대표 선출 배경에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친명(친 이재명) 천준호 의원이 한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의원들 또한 한 원내대표를 차기 권력으로 봤다는 것. 온건한 한병도…‘친청’ 굳힌 지도부 계파 싸움 뒤로하고 닥친 일부터 처리 당시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천 의원은 이 대통령의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았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원내대표 후보 기자회견에 자리한 것은 친명의 마음을 대변했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당에서는 명청 갈등에 선을 긋지만 내부에서 자초한 일이다. 그 짧은 시간 안에 김병기-정청래 간 갈등이 여러 번 발생했다. 권력다툼이 없겠느냐마는, 시기가 너무 일렀고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올만한 군불을 땠다”고 말했다. 같은 날 최고위원 3명을 뽑는 보궐선거에서 강득구·이성윤·문정복 의원이 선출됐다. 이 중 강 최고위원은 친명, 나머지 두 사람은 친청(친 정청래)으로 분류돼 계파 대리전이라는 시각도 존재했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를 진행한 결과 ▲강득구 30.74% ▲이성윤 24.72% ▲문정복 23.95% 순으로 득표했다고 밝혔다. 친청계와 각을 세웠던 이건태 의원은 20.59%로 탈락했다. 지도부 내 친청계 비율이 높아지면서 이번 선거를 통해 정청래 체제가 굳어졌다는 평이 나온다. 그동안 민주당은 ‘명청 대리전’에 선을 긋고 불필요한 잡음이 생기는 것을 경계했다. 정 대표 또한 최고위원 보궐선거가 끝나고 이어진 마무리 발언으로 “우리는 선거 때는 치열하게 경쟁을 하지만 그건 다 민주당 안에서의 경쟁”이라며 “지도부로서 최선을 다해서 반드시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이재명정부 승리를 위해서 원팀으로, 원보이스로 팀플레이 하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 원내대표는 그동안 김 전 원내대표와 정 대표의 갈등을 지켜봐 온 만큼 충돌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원내대표단은 추가 리스크를 막기 위해 ‘안정형’으로 가는 반면, 지도부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강경파’ 기조를 유지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양측 간의 이견을 잘 조율하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첫 번째 과제다. 정청래 체제가 견고해지면서 강경 노선 또한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눈길이 쏠리는 것은 이미 한차례 부결된 1인1표제의 부활 여부다. 이성윤·문정복 최고위원은 1인1표제에 강하게 힘을 실었던 만큼 이를 명분 삼아 재추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인1표제는 당 대표 선거 등에서 대의원에 부여된 가중치를 없애고 대신 권리당원 표와 가치를 동등하게 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8월 전당대회서 권리당원의 힘을 입어 당 대표직을 거머쥔 만큼 그들의 가중치를 높여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팀플레이 첫 난관 그러나 지난달 5일 중앙위원회로 부의된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내용을 담은 당헌·당규 개정안이 부결됐다. 70% 넘는 찬성률에도 숙의 과정이 충분치 않았고 영남 등 취약 지역이 존재하는 등 형평성 논란에 부딪혀 재적 과반을 넘지 못한 탓이다. 이는 정 대표의 핵심 공약이었던 만큼 지도부로서 갖춰야 하는 리더십도 타격을 받게 됐다. 정 대표는 보궐선거를 앞둔 당시 이미 1인1표제 도입을 위한 당헌 개정을 즉각 재추진하겠다고 예고해 둔 상태다. 지난 12일 정 대표는 최고위회원회의에서 “민주당을 완전한 ‘당원 주권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며 “국민주권 시대에 걸맞게 당원 주권 시대를 신속하게 열겠다. 이미 천명한 바와 같이 1인1표제는 즉시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1인1표제 외에도 2차 종합특검, 통일교·신천지 특검, 대전·충남 및 광주·전남 통합법, 사법개혁법안 현안 등 입법이 산적했다. 정 대표는 설 연휴 이전 처리를 약속하며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200여개의 민생 법안도 국민의힘의 발목 잡기를 뚫고 처리해 민생을 보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한 원내대표도 힘을 실었다. 그는 “2차 종합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 수사 공백을 메우고 내란 기획, 지시, 은폐 전모를 남김없이 밝혔다”며 “사면법 개정으로 내란 사범이 사면권 뒤에 숨는 일은 원천 봉쇄하겠다. 내란 청산은 민주주의의 기초이고 타협할 수 없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다양한 과제를 거침 없이 해치우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들의 첫 시험대는 당을 둘러싼 ‘공천 헌금 의혹’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의혹에 당이 흔들리면서 6월 지방선거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제명 처분을 받은 민주당 김 전 원내대표는 버티기 모드였다가 19일, 돌연 탈당 기자회견 후 당을 떠났다. 현재 김 전 원내대표는 대한항공 호텔·숙박 초대권 의혹, 쿠팡 대표와 고가의 식사 의혹, 공천 헌금 수수 묵인 의혹 등을 받고 있다. 이에 윤리심판원은 그에게 제명 처분을 내렸고, 김 전 원내대표는 재심을 청구를 예고했던 바 있다.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처분은 늦어도 이달 말쯤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됐으나 스스로 탈당을 선언하면서 민주당 입장에선 또 다른 짐을 덜게 됐다. 민주당은 김 전 원내대표의 시간 끌기가 부담스러울뿐더러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로 거듭 자진 탈당을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지방선거 올인 모드 앞서 한 여권 관계자는 “윤리심판원은 60일 이내에 재심 결정을 해야 하지만 당 지도부는 이보다 빠르게 사안을 매듭짓고 싶어 한다. 여의도는 하루가 다르게 지방선거 모드로 접어들고 있는데 (공천 헌금 의혹에) 메어 있을수록 당에 손해”라면서도 “(정 대표가 김 전 원내대표에 대한) 비상 징계를 할 가능성은 작다”고 귀띔했다. 민주당은 무너진 당의 기강을 바로 세우고 신뢰를 회복한 뒤 지방선거 기반을 탄탄히 쌓겠다는 방침이다. 공천 헌금 문제를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에서 두고두고 발목 잡히는 만큼 의혹을 제대로 털어내기 위함이다. 공천 헌금 문제를 매듭짓는 동시에 민주당은 6월 지방선거 의제 선점을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눈여겨볼 점은 행정통합으로, 지역 표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이목이 쏠린다. 앞서 민주당 대전시당은 대전·충남 행정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지역 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통합 시장을 지방선거에서 선출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민주당 충남·대전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 상임위원장을 맡은 황명선 의원은 국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어 “충남도민과 대전시민의 의견을 철저히 담아낸 특별법을 내년 1월 중에, 늦어도 2월 초까지 발의하고, 2월에 국회 처리, 6·3 지방선거에서 통합시장 선출, 7월1일 통합특별시 출범을 목표로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발표했다 지역 특별위원회 역시 “대한민국의 성장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구조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재명정부의 국가 균형성장 전략인 ‘5극 3특’을 현실로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전의 첨단과학 디엔에이(DNA)와 충남의 제조 기반을 결합해 경제 영토를 넓히고, 광역철도와 도로망을 확충해 대전과 충남을 1시간 생활권으로 연결하는 한편 통합에 걸맞은 자치 권한과 특례 등 재정 주권을 확보해 스스로 설계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광주·전남 통합도 급물살을 탔다. 정치권에서는 보수 색채를 띠는 대전·충남 대신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광주·전남이 먼저 통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통합 급물살 척척 맞을까?…6월 지선 표밭 다지기 전력 지난 14일 광주·전남 통합 추진 특별위원회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간담회를 하고 행정통합 시 권역별 발전 계획 수립이 필요함을 전달했다. 공동 위원장을 맡은 김원이 의원은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광주·전남, 전남·광주 통합은 이미 사실상 결정됐다”며 “오는 6월 지방선거는 통합자치단체 선거로 치러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전남은 구의원과 단체장 등이 대부분 민주당 소속으로 사실상 통합에 큰 걸림돌은 없을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우선 전남도와 광주시가 양 시·도 교육청과 뜻을 모았다. 김 총리와 간담회가 마련된 날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 김대중 전남도교육감, 이정선 광주시교육감 등 네명은 민주당 정책위의장실에서 회담을 열고 본격적으로 통합 논의를 이어갔다. 이들은 회담 후 ‘광주·전남 대통합 공동 합의문’을 발표하고 ▲특별법 제정 추진 ▲27개 시·군·구 정체성 존중 ▲교육자치 보장 등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민주당 광주광역시당도 같은 날 상무위원회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 적극 추진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고,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을 광주광역시당 공식 당론으로 결정했다. 양부남 광주시당위원장은 결의문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 과제”라며 “상무위원회에서 조속한 추진을 공식 당론으로 결정한 만큼, 광주시당이 앞장서 통합 논의를 실행 단계로 책임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보이스’ ‘원팀’을 강조하던 중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복병이 나타났다. 순항하는 줄만 알았던 검찰개혁이 민주당을 두 쪽으로 가르면서다. 한 원내대표는 “검찰개혁 법안과 관련해 정부·의원들 간 이견이 있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얼마 뒤 SNS를 통해 “당정 이견은 없다”고 뒤집었다. 정 대표도 “개별적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 혼란을 일으키는 일은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벌써부터 불안 불안 이 같은 일련의 사태에는 완전한 수사·기소 분리 등 당이 강성 지지층의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민주당은 숙의 과정이라며 논란에 선을 그었지만 새 진용이 꾸려짐과 동시에 손발이 엇나가면서 불안한 기류를 보였다. 청와대와 여당, 강성 지지층과 중도층이라는 급류에 올라탄 민주당이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 ‘장기적 과제’이자 ‘여당의 숙명’으로 자리를 잡았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전·충남 통합 여야 샅바싸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정부여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 관련 새 특별법안 발의를 예고한 데 대해 “특례 없이 행정구역만 합치는 것은 정치공학적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지난해 국민의힘이 먼저 띄운 만큼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견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이장우 대전시장을 만나 “대통령이든 민주당이든 진정성을 가지고 추진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257개 특례뿐 아니라 260개, 270개 더 많은 특례를 담아야 할 것”이며 “특례가 포함되지 않으면 그냥 행정구역만 합치는 것, 시장과 도지사를 합쳐서 한 명의 시장을 내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대전·충남 통합은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이 찬성하고 지금까지 끌고 온 이슈다. 여야를 넘어 대전·충남의 발전이 중요하기 때문에 수용하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대표는 ‘우리도 대전·충남 통합을 적극 환영한다. 공동으로 추진하자’는 발언을 하시길 바란다”며 정부여당에 협조할 것을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