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왕국’ 풍산그룹의 민낯

조상님 얼굴에 먹칠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동전의 왕국’으로 불리는 풍산그룹이 최근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국유지 특혜 의혹부터 2세 병역회피 논란까지 바람 잘 날 없다. 일각에선 류성룡 선생 일가 기업인 풍산그룹이 ‘징비록 정신’을 잊어버린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풍산그룹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풍산 탄약 ⓒ풍산 홈페이지

풍산그룹은 서애 류성룡 선생의 자손이 창업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기업이다. 류찬우 풍산그룹 창업주는 물론이고, 그의 아들이자 오너 2세인 류진 풍산그룹 회장도 이를 대단히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기미다.

논란의 중심
국유지 특혜?

풍산그룹은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방위산업에 발을 들이고 직접 소구경 총탄서 포탄에 이르기까지 한국군이 쓰는 탄약 국산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첨단 탄약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굴지의 방위산업체로 성장했다.

류찬우 창업주는 1976년 징비록에 기록된 유비무환과 자주국방의 뜻을 계승하고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서애선생기념사업회’를 설립했다. 류진 회장은 2001년 7월, 서애전서 국역본을 발행했고 2003년에는 징비록 영역본을 출간했다.

2015년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징비록>을 후원하기도 했다. 풍산그룹이 징비록 정신을 이어 가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풍산그룹이 최근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부산시 센텀2지구 개발사업 관련 특혜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국방부로부터 헐값에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는 공식문서가 공개됐고, 개발이 진행될 경우 토지보상금이 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1981년 당시 27만평 규모의 조병창(현 풍산 부지) 부지였던 이 땅은 3년 거치 후 7년 균등 분할상환 조건으로 모두 259억원에 풍산에 매각됐다.

국유지 헐값에 매입…보상금 5000억원이나?
방산기업·국방부 밀착한 관계? 특혜 의혹

이 과정서 국유지를 비롯한 부동산, 각종 장비 및 운영자재 등의 동산, 사업권이 수의계약을 통해 풍산에 매도된 것이다. 해당 부지는 국방부가 헐값에 국유지를 매각했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돼왔다. 

방위산업 목적의 국유지인 이 땅은 풍산의 공장부지 및 건물 30여개를 제외하면 절반 이상이 개발제한에 묶여 있다. 하지만 이 부지는 2015년 부산시와 풍산이 맺은 센텀2지구 첨단산업단지 MOU에 따라 현재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어 파장을 낳고 있다.

공개된 매매계약서 8조7항에는 매매 계약 이후 지정된 군수 산업 목적을 폐기했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특약사항도 있었지만 1999년 4월9일 이유 없이 삭제됐다.
 

▲ ▲풍산그룹 사옥

일각서 “방산기업인 풍산그룹이 기업 특성상 국방부와 밀착한 관계를 맺고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단 풍산그룹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류 회장의 아내 노혜경씨가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호화 콘도를 1125만5500달러에 매입해 뉴욕시 등기소에 등기를 마쳤으며, 노씨는 지난 2002년에 로스앤젤레스 소재 1000만달러에 달하는 호화주택을 구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호화주택 구입
아들 군대는?

이 같은 주택 구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대외적으로 정확한 주소를 공개하지 않고, 회계사 명의 등을 통해 이름만 바꿔 계약서를 작성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풍산그룹 일가는 해당 주택에 대해 매매계약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으나 “동일한 소유자지만 명의만 변경했다”며 양도세마저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는 해당 콘도를 매입할 당시 총 812만달러를 밸리내셔널뱅크를 통해 대출받았다. 당시 대출을 받으며 모기지계약서를 작성했고 계약서 상 자신의 주소를 권리증서에 기재한 주소와는 다른 ‘비벌리힐스’로 기재했다.

일각서 노씨가 정확한 주소지를 숨기기 위해 주소를 바꿔 기재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벌리힐스에 위치한 저택은 노씨가 2002년부터 은닉해온 1200만달러 상당의 차명재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 회장의 장남이자 풍산그룹의 후계자로 예상되는 류성곤씨는 지난 2014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당시 류 회장은 류씨에게 보유 주식 2만5400주를 증여했는데 그 과정서 아들 류씨의 이름이 영문(Royce Ryu)으로 기재돼있었고 국적마저도 미국으로 표기돼있었다.

당시 류씨는 국방의 의무를 해야 할 나이대인 22세였음에도 세간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국적을 변경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류씨가 국방의 의무를 피하기 위해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국방의 의무를 중요시하는 한국 국민들의 문화적 특성상 풍산그룹의 병역회피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류씨가 풍산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점쳐지고 있는 만큼 추후 그룹의 경영을 맡게 된다면 해당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수익성 악화
계열사 청산

또 풍산그룹은 탄약 등을 제조하는 방위업체며 ‘사업보국’이라는 창업 이념을 가진 기업임에도 그룹 회장 장남이 군 면제를 위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모순으로 더욱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풍산그룹 측 관계자는 “회장의 사모와 관련된 의혹은 회사 차원의 이슈가 아닌 개인적인 일이라 아는 바가 자세히 없다”며 “류성곤씨의 미국 국적 취득은 사실이긴 하나 마찬가지로 회사와는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사항”이라고 밝혔다. 

최근 풍산그룹은 핵심 계열사의 수익성 악화에 고심하고 있다. 영업환경 급변과 전방산업 침체로 그룹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계열사를 청산하기로 하고 대규모 부동산을 처분하는 등 경영 효율성 향상에 분주한 모습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풍산그룹은 지난달 2일 티타늄 및 스테인리스관 제조·판매 계열사 풍산네오티스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관련 업계 불황으로 풍산네오티스의 재무 및 경영 상태가 악화돼 청산이 그룹 경영 효율성 제고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풍산네오티스는 2016년을 제외하면 2014년부터 당기순손실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20억원, 2018년 18억원의 적자를 냈다.

미국에 호화주택 구입…숨긴 이유는?
아들의 병역 회피…제2의 스티븐 유

또 다른 계열사 풍산특수금속은 내년 3월 1595억원 규모의 인천 효성동 공장 부지를 제일건설에 매각할 계획이다. 소음·분진으로 인한 주민 민원을 해소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풍산특수금속은 2018년부터 순이익이 급감하고 금융비용은 늘어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2018년 잉여현금흐름은 248억원 마이너스였다.

더 큰 문제는 핵심 계열사 풍산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풍산은 동판, 동봉, 소전 등 신동(伸銅·구리 가공) 제품 분야서 국내 1∼2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국방부에 독점적으로 탄약을 공급하는 등 방산 사업도 한다.

신동 부문은 기계, 건축 내외장재, 동전 등 전방산업 업황 둔화에 따른 제품 판매량 감소로 수익성이 크게 꺾였다. 채산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방산 부문도 지난해 실적이 주저앉았다. 지난해 초 한화 대전공장 폭발 사고로 탄약 제조에 필요한 원료 조달에 6개월 정도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풍산의 순이익은 2017년 1507억원서 2018년엔 621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작년 1∼3분기엔 98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현금 창출력을 보여주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2017년 3295억원, 2018년 1995억원, 작년 1∼3분기 984억원으로 급격하게 줄고 있다.

다만 재무안정성 지표는 아직까지 양호한 편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풍산의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의존도는 연결 기준으로 각각 93%, 31.2%에 머물고 있다.

공정위 제재
사각지대 끝

풍산그룹 관계자는 “신동과 방산 부문이 부진해 작년 실적이 저조했다”며 “올해는 수출과 판매량 확대에 주력하고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업장 자동화도 전사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올해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풍산그룹을 향한 최근 공정위의 칼날도 걱정거리다. 자산총액 5조원 이하 기업이라는 점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강하게 고삐를 당기면서 규제 사각지대로 지적돼오던 풍산그룹의 내부거래도 역시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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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