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왕국’ 풍산그룹의 민낯

조상님 얼굴에 먹칠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동전의 왕국’으로 불리는 풍산그룹이 최근 여러 논란에 휩싸였다. 국유지 특혜 의혹부터 2세 병역회피 논란까지 바람 잘 날 없다. 일각에선 류성룡 선생 일가 기업인 풍산그룹이 ‘징비록 정신’을 잊어버린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풍산그룹이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풍산 탄약 ⓒ풍산 홈페이지

풍산그룹은 서애 류성룡 선생의 자손이 창업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기업이다. 류찬우 풍산그룹 창업주는 물론이고, 그의 아들이자 오너 2세인 류진 풍산그룹 회장도 이를 대단히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는 기미다.

논란의 중심
국유지 특혜?

풍산그룹은 국내 민간기업으로는 최초로 방위산업에 발을 들이고 직접 소구경 총탄서 포탄에 이르기까지 한국군이 쓰는 탄약 국산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첨단 탄약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굴지의 방위산업체로 성장했다.

류찬우 창업주는 1976년 징비록에 기록된 유비무환과 자주국방의 뜻을 계승하고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서애선생기념사업회’를 설립했다. 류진 회장은 2001년 7월, 서애전서 국역본을 발행했고 2003년에는 징비록 영역본을 출간했다.

2015년 방영된 KBS 대하드라마 <징비록>을 후원하기도 했다. 풍산그룹이 징비록 정신을 이어 가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풍산그룹이 최근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서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부산시 센텀2지구 개발사업 관련 특혜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국방부로부터 헐값에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는 공식문서가 공개됐고, 개발이 진행될 경우 토지보상금이 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1981년 당시 27만평 규모의 조병창(현 풍산 부지) 부지였던 이 땅은 3년 거치 후 7년 균등 분할상환 조건으로 모두 259억원에 풍산에 매각됐다.

국유지 헐값에 매입…보상금 5000억원이나?
방산기업·국방부 밀착한 관계? 특혜 의혹

이 과정서 국유지를 비롯한 부동산, 각종 장비 및 운영자재 등의 동산, 사업권이 수의계약을 통해 풍산에 매도된 것이다. 해당 부지는 국방부가 헐값에 국유지를 매각했다는 특혜 의혹이 제기돼왔다. 

방위산업 목적의 국유지인 이 땅은 풍산의 공장부지 및 건물 30여개를 제외하면 절반 이상이 개발제한에 묶여 있다. 하지만 이 부지는 2015년 부산시와 풍산이 맺은 센텀2지구 첨단산업단지 MOU에 따라 현재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어 파장을 낳고 있다.

공개된 매매계약서 8조7항에는 매매 계약 이후 지정된 군수 산업 목적을 폐기했을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특약사항도 있었지만 1999년 4월9일 이유 없이 삭제됐다.
 

▲ ▲풍산그룹 사옥

일각서 “방산기업인 풍산그룹이 기업 특성상 국방부와 밀착한 관계를 맺고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단 풍산그룹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류 회장의 아내 노혜경씨가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호화 콘도를 1125만5500달러에 매입해 뉴욕시 등기소에 등기를 마쳤으며, 노씨는 지난 2002년에 로스앤젤레스 소재 1000만달러에 달하는 호화주택을 구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호화주택 구입
아들 군대는?

이 같은 주택 구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대외적으로 정확한 주소를 공개하지 않고, 회계사 명의 등을 통해 이름만 바꿔 계약서를 작성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풍산그룹 일가는 해당 주택에 대해 매매계약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왔으나 “동일한 소유자지만 명의만 변경했다”며 양도세마저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는 해당 콘도를 매입할 당시 총 812만달러를 밸리내셔널뱅크를 통해 대출받았다. 당시 대출을 받으며 모기지계약서를 작성했고 계약서 상 자신의 주소를 권리증서에 기재한 주소와는 다른 ‘비벌리힐스’로 기재했다.

일각서 노씨가 정확한 주소지를 숨기기 위해 주소를 바꿔 기재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벌리힐스에 위치한 저택은 노씨가 2002년부터 은닉해온 1200만달러 상당의 차명재산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 회장의 장남이자 풍산그룹의 후계자로 예상되는 류성곤씨는 지난 2014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당시 류 회장은 류씨에게 보유 주식 2만5400주를 증여했는데 그 과정서 아들 류씨의 이름이 영문(Royce Ryu)으로 기재돼있었고 국적마저도 미국으로 표기돼있었다.

당시 류씨는 국방의 의무를 해야 할 나이대인 22세였음에도 세간의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국적을 변경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류씨가 국방의 의무를 피하기 위해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국방의 의무를 중요시하는 한국 국민들의 문화적 특성상 풍산그룹의 병역회피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았다. 현재까지 류씨가 풍산그룹의 유력한 후계자로 점쳐지고 있는 만큼 추후 그룹의 경영을 맡게 된다면 해당 논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수익성 악화
계열사 청산

또 풍산그룹은 탄약 등을 제조하는 방위업체며 ‘사업보국’이라는 창업 이념을 가진 기업임에도 그룹 회장 장남이 군 면제를 위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다는 모순으로 더욱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풍산그룹 측 관계자는 “회장의 사모와 관련된 의혹은 회사 차원의 이슈가 아닌 개인적인 일이라 아는 바가 자세히 없다”며 “류성곤씨의 미국 국적 취득은 사실이긴 하나 마찬가지로 회사와는 관련이 없는 개인적인 사항”이라고 밝혔다. 

최근 풍산그룹은 핵심 계열사의 수익성 악화에 고심하고 있다. 영업환경 급변과 전방산업 침체로 그룹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계열사를 청산하기로 하고 대규모 부동산을 처분하는 등 경영 효율성 향상에 분주한 모습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풍산그룹은 지난달 2일 티타늄 및 스테인리스관 제조·판매 계열사 풍산네오티스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 관련 업계 불황으로 풍산네오티스의 재무 및 경영 상태가 악화돼 청산이 그룹 경영 효율성 제고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풍산네오티스는 2016년을 제외하면 2014년부터 당기순손실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20억원, 2018년 18억원의 적자를 냈다.

미국에 호화주택 구입…숨긴 이유는?
아들의 병역 회피…제2의 스티븐 유

또 다른 계열사 풍산특수금속은 내년 3월 1595억원 규모의 인천 효성동 공장 부지를 제일건설에 매각할 계획이다. 소음·분진으로 인한 주민 민원을 해소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풍산특수금속은 2018년부터 순이익이 급감하고 금융비용은 늘어 잉여현금흐름(FCF)이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다. 2018년 잉여현금흐름은 248억원 마이너스였다.

더 큰 문제는 핵심 계열사 풍산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풍산은 동판, 동봉, 소전 등 신동(伸銅·구리 가공) 제품 분야서 국내 1∼2위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국방부에 독점적으로 탄약을 공급하는 등 방산 사업도 한다.

신동 부문은 기계, 건축 내외장재, 동전 등 전방산업 업황 둔화에 따른 제품 판매량 감소로 수익성이 크게 꺾였다. 채산성이 상대적으로 좋은 방산 부문도 지난해 실적이 주저앉았다. 지난해 초 한화 대전공장 폭발 사고로 탄약 제조에 필요한 원료 조달에 6개월 정도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풍산의 순이익은 2017년 1507억원서 2018년엔 621억원으로 감소한 데 이어 작년 1∼3분기엔 98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현금 창출력을 보여주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2017년 3295억원, 2018년 1995억원, 작년 1∼3분기 984억원으로 급격하게 줄고 있다.

다만 재무안정성 지표는 아직까지 양호한 편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풍산의 부채비율과 순차입금의존도는 연결 기준으로 각각 93%, 31.2%에 머물고 있다.

공정위 제재
사각지대 끝

풍산그룹 관계자는 “신동과 방산 부문이 부진해 작년 실적이 저조했다”며 “올해는 수출과 판매량 확대에 주력하고 원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업장 자동화도 전사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올해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풍산그룹을 향한 최근 공정위의 칼날도 걱정거리다. 자산총액 5조원 이하 기업이라는 점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서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강하게 고삐를 당기면서 규제 사각지대로 지적돼오던 풍산그룹의 내부거래도 역시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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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나는 ‘런종섭’ 막후 세력

드러나는 ‘런종섭’ 막후 세력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 대통령실이 복수의 사건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확인되고 있다. 채 해병 사건뿐만이 아니라 특정 인물에 대한 인사에도 관여했다. 키맨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지목됐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이 전 비서관을 조사하면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호주 대사에 임명되는 과정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채 해병 특검팀이 수사했던 사건과 관련해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 전 비서관은 ‘윤석열 사단’으로 불렸을 만큼 윤석열씨의 최측근이었다. 채 해병 사건 외에도 다수의 사건에 개입하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의 입을 통해 대통령실 개입 의혹의 전모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핵심 키맨 정체는? 이 전 비서관은 지난해 9월26일 채 해병 특검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 도피성 임명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및 범인도피 혐의였다. 이 전 비서관은 이날 오전 9시24분께 서울 서초구 특검팀 사무실에 들어선 뒤 “이종섭 장관 주호주대사 임명 과정에 대통령 지침 있었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인사 검증은 자체적으로 해봤나” “피의자를 대사에 임명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생각 안 들었나” 등 기자들의 질문에 “특검에서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답하고 조사실로 향했다. 정민영 채 해병 특검팀 특검보는 앞서 “이시원 전 비서관은 채 상병 사망 사건 발생 당시부터 일련의 수사 외압 의혹이 발생한 시기, 그리고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한 주호주대사 임명부터 사임까지 이르는 전체 기간 동안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재직했다”고 말했다. 공직기강비서관은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을 담당한다. 특검팀은 이 전 비서관이 관여한 이 전 장관에 대한 인사 검증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들여다봤었다. 이 전 비서관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수차례 연락하기도 했다. 이들이 통화했던 날은 해병대 수사단이 채 해병 사망과 관련해 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수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날이다. 해병대 수사단은 경북청에 수사자료를 이첩했고, 당시 이 전 장관은 자신이 이를 보고받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수사와 인사조치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유 전 관리관이 경북청에 전화해 수사자료 회수 가능성을 타진했고,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이 회의를 열고 회수를 지시했다. 이후 국방부 검찰단 수사관이 경북청에 연락해 수사자료를 가져가겠다고 알렸다. 수사단이 경찰에 방문해 정식으로 이첩한 수사자료를 검찰단이 돌려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대통령실 등 윗선의 부당한 개입이 있었는지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채 해병 사건 키맨 이시원 다수 사건 개입 윤, 사건 처리 마음에 안 들면 직접 관여 앞서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과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2차장도 수사자료 회수 당일 두 차례 통화하는 등 해병대, 국방부 측과 대통령실 측이 수차례 연락을 주고받았다. 김 전 사령관과 임 전 차장 통화 직후에는 김화동 전 해병대 비서실장과 안보실에 파견됐던 김형래 대령이 통화했다. 이 전 장관의 도피성 호주 대사 임명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개입 의혹을 밝히려면 결국 심우정 전 검찰총장도 수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심 전 총장은 이미 채 해병 특검팀의 조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뚜렷한 진술은 하지 않았다. 그는 이 전 장관이 호주 대사로 임명됐을 때 법무부 차관이었다. 당시 이 전 장관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선상에 올라 출국이 금지된 상태였지만, 돌연 호주대사로 임명되며 출금 조치도 해제됐다. 윤씨가 주요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키려는 목적으로 해외 공관장에 임명하고 출국금지를 해제하도록 한 게 아니냐는 ‘런종섭 논란’이 불거졌다. 여론이 악화하자 이 전 장관은 출국 11일 만에 ‘방산 협력 공관장회의’ 참석을 명분으로 귀국했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채 해병 특검팀 조사에서 이 전 장관의 귀국 명분이 된 방산 협력 주요 공관장회의 급조 배경을 두고 “윤 전 대통령이 별도의 공관장 회의를 개최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조 전 장관의 전임자인 박진 전 장관도 “이 전 장관 대사 임명 과정이 정상적이지 않았지만 대통령 뜻이라 어쩔 수 없었다”는 진술을 내놓았다.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이 이례적이었다는 외교부 인사 담당자의 법정 증언도 있다. 전례가 드문 임명인 데다 통상적인 교체 사유도 아니었다는 취지다. 심우정도 소환 대상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날 범인도피 등의 혐의를 받는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심 전 총장의 재판이 있었다. 황소진 전 외교부 인사기획관은 내란 특검이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 직전 조구래 전 외교부 기획조정실장의 “문제가 되지 않도록 적절히 교체하라”는 발언의 의미를 묻자 “장관급 케이스가 호주에 나가는 경우는 없다. 수시(인사)기 때문에 인사가 따로 나는데, 장관급이 호주를 가면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된다”며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은 2~3개 공관장 인사와 함께 진행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격 심사 과정에서는 외국어 능력 점수 제출 등 통상적인 절차가 생략된 채 진행됐다. 이 전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은 2024년 3월4일 주나이지리아 대사 인사와 함께 발표됐다 이 전 대사의 주호주대사 임명으로 김완중 당시 호주대사가 1년 만에 교체됐다. 이에 황 전 기획관은 “교체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밖의 상황으로 봐야 한다”며 “왜 장관급이 왜 굳이 지금 (호주를) 가는 건지 개인적인 의심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의 석연찮은 호주대사 임명 과정에서는 공수처 지휘부의 수상한 행보도 논란이었다. 채 해병 특검팀은 공수처 관계자로부터 “지난해 3월6일 송 전 부장검사가 차정현 부장검사에게 이 전 장관 출국금지 해제를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었는데, 이 시기 송창진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김선규 전 부장검사가 사직하며 공수처장 ‘직무대행의 대행’을 맡고 있었다. 공수처 겨눌 수도 당시 차 부장검사는 채 해병 사건의 주임검사였다. 채 해병 특검팀은 송 전 부장검사의 지시가 지휘부의 수사 방해 의혹을 뒷받침하는 핵심 정황이라고 의심했다. 채 해병 특검팀은 송 전 부장검사가 “수사 외압 의혹은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윤씨 등에 대한 통신영장 청구를 막은 정황도 파악했었다. 송 전 부장검사가 수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지속적으로 수사에 개입해 왔다는 게 채 해병 특검팀의 시각이었다. 다만 송 전 부장검사의 지시가 최종적으로 실행되지는 않았다. 차 부장검사 등 수사팀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다. 수사팀은 지시와 달리 법무부에 출국금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수사팀 의견과는 관계없이 출국금지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전 장관 출국금지를 해제했고, 이 전 장관은 이틀 뒤 호주로 출국했다. 지난 2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오세용)는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된 오동운 공수처장과 이재승 차장, 박석일 전 부장검사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직권남용 등 혐의를 받는 김·송 전 부장검사에 대한 재판도 이날 함께 진행됐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박 전 부장검사는 송 전 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고발 사건을 1년 가까이 대검찰청에 통보하지 않고 수사를 고의로 지연하는 등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송 전 부장검사는 2024년 7월 국회 법사위 청문회에서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관련 허위 진술을 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한 박 전 부장검사는 무죄 취지의 신속 검토 보고서를 작성해 처장·차장에 보고했고, 해당 보고서 내용대로 송 전 부장검사의 사건이 방치됐다는 게 채 해병 특검팀 판단이다. 공수처에도 압력 행사? 일부 간부 재판행 국방부·대통령실 수차례 통화로 직권남용 이날 오 처장 변호인은 “(박 전 부장검사 퇴임 이후) 사건을 처리해야 할 부장검사가 존재하지 않아 공수처장·차장 입장에서는 결재를 하려야 할 수 없었다”며 사건 처리를 고의로 지연시킨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실 재가를 끝까지 기다리다가 2025년 새 부장이 왔고 검토를 거쳐 (대검에 사건을) 이첩했다”며 “직무유기 혐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같은 혐의를 받는 이 차장과 박 전 부장검사도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은 이날 증인 신문이 예정된 김규현 변호사 등에 대한 반대 신문 사항이 없다며 변론 분리를 요청한 뒤 퇴정했다. 2024년 공수처장·차장 직무를 대행하며 사건 관련자들의 소환 조사를 막고 압수·통신영장의 결재를 거부하는 등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 김·송 전 부장검사도 공소 사실을 전부 부인했다. 김 전 부장검사 변호인은 “수사팀에게 총선 전 소환 조사하지 말라고 지시한 사실이 없다”며 “김 전 부장검사의 처장 대행 시기에 가장 수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송 전 부장검사도 “압수수색영장은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추후 청구하기로 합의된 내용”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조형우) 심리로 열린 이 전 장관 범인도피 혐의 사건 공판에서 차 부장검사는 “당시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관련자 소환을 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이어 김 전 부장검사의 방침이 이 부장검사를 통해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이 전 장관에 대해서는 “VIP 격노 통화의 당사자로 반드시 수사가 필요한 핵심 인물이었다”며 “출국할 경우 수사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차 부장검사는 “수사팀 내부에서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증거인멸 우려와 강제수사 필요성 등을 이유로 출국금지를 여러 차례 연장했다고 주장했다. 재판 결과 길어지나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수사 자체가 부실했다고 반박했다. 이 전 장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이 두 차례 기각됐고, 장기간 소환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실질적인 수사 진척이 없는 상태에서 출국금지만 반복 연장한 것은 수사 편의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변호인 측은 공수처가 이 전 장관 측과 접촉해 출석 일정과 자료 제출을 논의한 점을 언급하며 “출국 가능성을 전제로 대응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