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34번째 개인전’ 이재삼

목탄으로 그린 달빛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의 ‘갤러리그림손’서 2020년 신년기획으로 작가 이재삼의 개인전 ‘달빛녹취록’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재삼의 34번째 개인전이다. 목탄으로 표현한 이재삼의 작품을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 달빛 Moonscape  194×518cm  Charcoal on Canvas  2019

이재삼은 목탄에 대해 “나무를 태워 숲의 영혼을 표현하는 사리”라고 말했다. 그는 목탄으로 검은 공간을 표현하는 작가다. 이번 ‘달빛녹취록’ 전에서 홍매화 대작을 비롯해 나무시리즈, 물안개, 대나무, 폭포 작업을 선보인다.

검게 칠하고

이재삼은 젊은 시절 인물과 추상, 설치작업을 주로 해왔다. 그랬던 그가 자연의 공간을 표현하겠다는 의지로 표방한 검은 풍경은 곧 달빛의 이미지가 됐다. 이미지는 검은 빛이 아닌 검은 풍경으로 드러났다.

빛과 함께 나타난 자연의 형태는 숯을 통해 표현됐다.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대상 그 너머에 있는 적막함, 어둠 속에 보이지 않게 침식된 풍경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는 숯, 이른바 목탄을 드로잉의 재료가 아닌 회화의 일부분으로 여기고 있다.

이재삼은 “나는 목탄으로 달빛이 채색된 정경을 그리는 것이 화두다. 목탄은 나무를 태운 숯인데 나에겐 다소 신성함으로 다가오는 재료”라며 “나무가 산소 하나 없는 밀폐된 숯가마서 온종일 불사르고 난 후 재가 되기 전의 검디검은 자태고, 숲의 육신이 마지막으로 남긴 숲에 대한 영혼의 사리”라고 전했다.


캔버스를 검은 풍경으로
빛과 자연의 형태 담아

이어 “촛불은 제 몸을 태워 빛을 발하지만 목탄은 나무였던 스스로를 연소시켜 자신의 온몸을 숲의 이미지로 환생시키는 영혼의 표현체”라고 설명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숲으로 이뤄진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물과 사물 사이의 고유한 형상에 대한 그 너머다. 무수히 많은 숲과 나무 사이의 깊고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 속 비경이다.
 

▲ 7. 달빛 MOONSCAPE, 162×90(cm), Charcoal on Canvas, 2011

이재삼에게 숲과 나무는 어둠의 공간 속에서 기지개를 펴는 표정이다. 달빛에 비친 음혈의 신령한 존재로 드러난다. 달빛 소리, 달빛 기운, 달빛 냄새가 목탄으로 채색되고자 하는 의지다. 그는 “단 하나의 목탄이 화면에 부딪쳐 으스러지는 가루에 나의 정신과 혼이 묻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언급했다.

초기에는 먹과 목탄을 같이 사용하다가 점차적으로 목탄을 사용하는 비중이 커졌다. 어둠 속에서 어떤 형상 너머의 빈 공간, 보이지 않지만 일종의 초월 공간일 것 같은 비경의 소리와 기운, 냄새를 목탄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다.

단순 재료 아닌 회화의 일부
대상 그 너머의 적막함 포착

꾸준히 목탄 작업을 해온 그는 2018년 ‘박수근미술상’을 수상하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대작 위주의 작품을 주로 작업하는 그는 자연의 힘과 기운을 표현하기에는 작은 캔버스보다 거대한 캔버스가 필요하다고 여겼다. 커다란 캔버스에 자연의 영혼을 펼친 것이다.

이재삼의 작품은 자연탐사를 시작으로 지역을 돌면서 필요한 풍경을 스케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여기에 생각과 구상을 더해 그만의 새로운 자연풍경으로 탈바꿈시킨다. 그가 그려낸 풍경은 실재이면서 실재가 아니다.
 

▲ 이재삼 포스터

검은 공간을 통해 추상적이고 구상적인 이미지가 함께 공존하는 풍경이 표현된다. 그는 검은 풍경을 나타내기 위해 오랜 시간 캔버스에 목탄을 문지르고 문질러서 화면 깊숙이 검은 공간을 품었다.

풍경을 담다

갤러리그림손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선 이재삼의 대표작을 비롯해 그가 지금까지 보여주고자 했던 목탄과 달빛, 검은 공간의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이재삼은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우리의 삶과 영혼,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외에 또 다른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전시는 다음달 3일까지.


<jsjang@ilyosisa.co.kr>

 

[이재삼은?]

▲1960년생

▲학력

강릉대학교 미술학과 졸업(1984)
홍익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1989)

▲개인전

박수근미술관(2019)
동대문DDP 갤러리문(2019)
아트센터쿠(2018)
갤러리다함(2018)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2017)
해움미술관(2016)
MAD뮤지움 아트앤디자인(2016) 외 다수

▲수상

제3회 박수근미술상(2018)
한국을 이끄는 혁신리더 문화예술부문(2017)
청남대대통령기록관 윤보선대통령 초상화제작 지명공모부문 작가(2015)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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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