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뛰는 사람들> 더불어민주당 이정근 서초갑 예비후보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2.17 10:11:59
  • 호수 12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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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처럼 고립된 서초 재건한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총선이 다가올수록 예비후보자들의 호흡도 가빠지고 있다. 지난 4년의 노력이 그 결실을 맺을지 아니면 공염불에 그칠지, 모든 것이 총선을 통해 판가름 난다. <일요시사>는 해당 지역서 누구보다 열심히 뛰고 있는 예비후보들을 직접 찾아가는 코너를 기획했다. 그 다섯 번째로 서초갑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정근 예비후보의 얘기를 들어봤다.
 

▲ 이정근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가 일요시사와 인터뷰 직후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문병희 기자

벌써 삼수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정근 예비후보는 이번에도 서초갑을 선택했다. 험지다. 지난 30여년간 서초는 진보 정당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이 예비후보는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서초갑을 선택하는 데 망설이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의 ‘진심’이 서초 주민들에게 닿고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20대 총선서 낙선한 아쉬움을 뒤로한 채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길거리서 서초 주민들을 만나왔다. 다음은 이 예비후보와의 일문일답. 

- 서초갑에 출마한 배경은 무엇인가.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서초에 도전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민주주의 지평을 넓히기 위함이다. 여기가 보수의 심장인데, 보수의 심장에 왜 민주주의 깃발이 안 꽂히는가. 나는 그것에 도전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전에는 안됐나. 이전 후보들은 딱 한 번씩만 도전하고 포기했다. 그런데 나는 계속 도전하고 있다. 포기하지 않겠다. 

- 험지라고 느끼나.

▲서초갑이 이렇게 힘든 지역인 줄 알았다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웃음). 보수의 벽이 두껍고, 또 지역의 편파주의가 견고하다. 우리 민주 진영도 움츠러들어 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적어도 서초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일 정도는 내가 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서초만큼 수도권, 특히 서울서 이렇게 보수의 벽이 두껍고, 진보에 폐쇄적인 지역이 없다.


- 폐쇄적이라고 말씀하셨다. 어떤 뜻인가.

▲지난2012년 문재인 캠프 활동 당시 담쟁이 모자를 쓰고, 노란 머플러를 두르고 서초 지역에 나가면 주민들이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어떤 주민들은 몰래 내 주머니에다가 음료수와 핫팩 같은 것을 넣어주면서 “나도 그쪽이에요”라고 속삭였다. 문재인이나 민주당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그쪽’이라고 했다. 정말 충격적이었다.

-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나중에 알게 됐다. 단골 미장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서로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손님이 들어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대화가 멈췄다. 폐쇄적이라는 말은 이 지역 사회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본인이 지지하는 정당을 밝히지 못한다는 뜻이다. 잘못하면 오히려 집단서 왕따를 당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활동을 주민에게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저쪽(자유한국당)과는 반대다.

- 전략은 무엇인가.

▲일명 ‘두더지 전략’이다.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만 4년여 동안 길거리를 누비고 다녔다. 내가 SNS를 통해, 또 중앙당 매체를 통해 공중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땅바닥에 딱 붙어 주민들을 만나는, 한마디로 대민접촉을 넓히는 전략이다. 여기에 두 가지 효과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폐쇄적인 우리 민주당의 활동 공간을 넓히는 효과고, 나머지 하나는 민주당도 서초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주민들에게 직접 보여주는 효과다. 그래서 했던 일이 ‘파라솔 당사’와 ‘현장민원실’이다. 지난 4년 동안 꾸준히 했다.

재건축 ‘파이프라인’ 다짐
길거리 누빈 ‘두더지 전략’


- 이번 설 때도 두더지 전략으로 주민들을 만나보셨을 텐데, 민심은 어땠나. 

▲두 가지 패턴이 있었는데 하나는 보수는 보수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더 강해졌다는 느낌이다. 보수 쪽은 나에게 더 심하게 반발하고, 진보는 나를 더욱 응원하더라. 다른 하나는 흔들리는 유동층에게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정말 희망을 품어도 되겠다는 반응을 나에게 주셨다. 이 지역에 벌써 선거를 세 번이나 치렀다. 내 선거 두 번에 대선 한 번. 그런데 바닥 민심이 지금처럼 좋았던 적이 없었다. 가장 좋다. 희망적이다. 

- 서초갑의 최대 현안은 무엇인가. 

▲하나는 ‘재건축’이고, 또 하나는 ‘세금’이다. 결국 정부의 정책이다. 정책이 서초 주민들에게 끼치는 영향과 그에 따른 서초 주민들의 반발이 굉장히 크게 부딪히고 있다.
 

▲ 21대 총선서 서초갑 예비후보로 나선 이정근 ⓒ문병희 기자

-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가. 

▲특히 재건축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 당보다는 완화된 입장을 갖고, 서초 주민들과 이해의 면을 넓히려 노력 중이다.

- 당 지도부와도 교감을 하고 있나.

▲저는 이미 이해찬 대표에게 건의를 했었다. “서초는 서초만의 특성이 있으니 포인트 정책을 고려해달라. 만약 당 차원서 불가능하다면, 우리 지역서 요청하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매우 좋은 생각이라고 하시더라. 그러면서 “민주연구원서 지역별로 공약을 정리할 때 서초와 같은 지역에 대해서는 조금 더 목소리를 듣겠다”고 답하셨다.

- 캐치프레이즈는 무엇인가. 

▲‘지금! 서초에 꼭 필요한’이다. 캠프명은 ‘지금! 서초에 꼭 필요한 캠프’, 이정근은 ‘지금! 서초에 꼭 필요한 사람’, 이렇게 가고 있다. 

- 이유는?

▲서초는 지난 30년 동안 눈부신 발전을 이뤘는데 현재은 정체기다. 수많은 재건축이 도래한 이유는 30년을 넘기면서 이제는 재건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건축뿐만 아니라 재개발, 리모델링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집권여당, 서울시, 서초만 섬처럼 고립돼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파이프라인을 뚫는 역할은 집권여당 소속 국회의원만 가능하다. 그래서 서초에 지금 필요한 사람, 그 사람이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이정근이다.


- 서초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나는 서초 주민들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고 있다. 그동안 우리 당이 험지라는 이유로 서초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았다. 세상에 정해진 험지라는 게 어디 있겠나. 시간이 쌓이고 쌓여 험지가 된 것이다. 그렇게 되도록 마치 포기한 듯 서초를 바라보기만 한 책임은 우리에게 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졌다. 민주당이 건강해졌고, 힘이 생겼다. 우리가 열심히 하겠으니 믿어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chm@ilyosisa.co.kr>
 

[이정근은?]

▲전북 군산 출생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문학 석사
▲전 더불어민주당 주거복지위원장
▲전 더불어민주당 서초갑 지역위원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자문위원
▲민주연구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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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