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펜 2세’ 교원그룹 경영수업 현주소

‘포스트 장평순’ 타이틀은 누가?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교원그룹은 올해도 ‘1조 달성’에 성공했다. 창업주는 자수성가 기업인이다. 가난했던 유년 시절을 극복하고 중견 기업인으로 우뚝 섰다. 그룹은 2세 경영을 준비한다. 후계자는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까.
 

▲ ▲ 교원그룹 창업주인 장평순 회장

교원그룹은 교육 사업 강자로 ‘구몬’ ‘빨간펜’의 산실이다. 창업주는 장평순 회장. 출판사 영업사원 당시 한국의 높은 교육열에 주목했다. 곧바로 그는 사업을 시작했고 결과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교원그룹은 창사 29주년 만에 ‘1조 매출’ 반열에 올랐다.

교육 강자
1조 기업

그룹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그룹 매출액은 1조45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1060억원으로 절반 넘게 뛰었다. 사업영역은 확장됐는데 사업환경이 이전과 달랐기 때문이다. 저출산과 학령인구 감소가 영향을 끼쳤다. 비교육 분야 등 ‘신성장 동력’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다.

장 회장은 경영 전면에 있으며 그룹 내 지배력도 확고하다. 그는 ‘교원’과 ‘교원구몬’ 최대주주다. 교원은 빨간펜을, 교원구몬은 구몬학습을 담당한다. 교원은 생활가전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두 회사는 종속회사를 갖고 있다. 교원 쪽은 ‘교원여행’과 ‘교원하이퍼센트’다. 교원여행은 여행사고 교원하이퍼센트는 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교원구몬에는 투자사 ‘교원인베스트’가 있다. 장 회장은 교원 등 5개 회사 대표이사다.


그룹은 ‘2세 경영’을 준비 중이다. 장 회장 슬하에 1남 1녀가 있다. 아들 장동하 기획조정부실장과 딸 장선하 호텔레저기획부문장이다.

‘경영추’는 아들 쪽으로 쏠려 있어 장동하 실장은 아버지처럼 그룹에 축을 구축했다. 장 실장은 ‘교원라이프’ ‘교원크리에이티브’ 최대주주다. 교원라이프는 상조회사고, 교원크리에이티브는 학습지와 아동도서를 판매한다.

두 회사는 각각 종속회사가 있다. 교원라이프는 ‘교원더오름’을 품고 있다. 교원더오름은 다단계 판매업체다. 교원크리에이티브에는 ‘교원위즈’가 있다. 교원위즈는 교구교재 도소매와 교육시설을 운영한다.

장 실장은 교원라이프를 제외한 나머지 3개사 대표이사다. 장 회장과 부인 김숙영씨, 장 실장 남매는 사내이사와 감사 등을 맡고 있다. 장 회장은 지난 2017년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장 실장과 함께 등장했다.

2세 체제 예열, 경영능력은?
장남, 4개 계열사 지배 눈길

장 회장은 기자회견서 “능력 없으면서 회사를 꾸려나가는 건 본인한테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잘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승계를, 못할 것 같으면 전문경영인 체제로 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장 실장은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그는 대한생명과 컨설팅회사 갈렙앤컴퍼니를 거쳤다. 그룹 입사일은 지난 2012년 2월이다. 첫 시작은 신규 사업팀 대리였다. 이후 구몬학습과 빨간펜 사업부를 거쳤다. 2015년에는 ‘스마트 빨간펜’을 기획·개발했다.


장 실장은 교원라이프서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고 평가받는다. 교원라이프는 상조회사로 교원그룹 내외빌딩 15층에 위치해있다.

회사는 출범 이후 줄곧 적자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서 확인할 수 있는 교원라이프 실적은 2014년부터다. 회사는 2014∼2015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마이너스 23억원, 18억원이었다.
 

▲ ▲ 장동하 교원그룹 기획조정부문장

장 실장은 지난 2016년 7월1일 교원라이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이후 실적은 급반전을 보였다. 교원라이프는 2016년 마이너스 24억원에 머물렀지만 2017∼2018년 5억원, 3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매출도 급격히 개선됐다. 2014∼2015년 교원라이프 매출액은 16억원, 15억원으로 보합세였다. 2016년에는 2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2017년 매출액은 무려 1043억원이었다. 폭발적 성장이었다. 2018년에도 917억원을 달성했다.

비결은 ‘결합상품’이었다. ‘상조+가전’ 형태다. 상조 서비스를 구입하면 전자제품을 할인해 주는 상품이다. 제휴 전자제품 매장서 제휴카드를 발급받고, 상조상품을 가입하면 전자제품 할인 혜택을 받는 식이다.

2세 출발
상조회사

‘만기 시 납임금 100% 전액 환급’ 조건이 환심을 샀다. 매달 적금을 붓는다는 개념으로 고급 가전제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다는 심리다. 상조업계서 결합상품은 ‘매출 지름길’이다. 몇몇 상조 회사들은 결합상품으로 쏠쏠히 재미를 봤다.

대명그룹 산하 ‘대명스테이션’이 사례로 꼽힌다. 대명스테이션은 지난 2012년부터 ‘가전+상조 결합상품’을 출시했다. 선수금 규모(상조회원들이 상조회사에 미리 내는 돈)는 매년 큰 폭으로 늘었다.

교원라이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기상 결합상품 출시와 실적 개선이 맞물린다. 첫 결합상품은 ‘베스트라이프 교원’이었는데 지난 2015년 9월 출시됐다.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30일 만에 1만5000개 상품이 판매됐다.

본격적으로 결합상품이 팔리기 시작한 때는 2016년이다. 교원라이프는 그해 11월 ‘다드림’을 선보였다. 한 달 기준 5000여개 신규 구좌가 줄지어 들어왔다.

교원라이프는 연이어 결합상품을 출시했다. 2018년 9월과 10월에는 ‘다드림플러스’ ‘포인트플러스’ 등을 선보였다.

실제로 교원라이프 매출은 2014∼2015년에 비해 2016년을 시작으로 2017∼2018년 수직 상승했다.


선수금 규모도 같이 늘었다. 2014∼2015년 교원라이프 선수금은 모두 165억원, 237억원이었다. 2016년에는 516억원으로 상승했다. 2017년~2018년은 1148억원, 2024억원으로 상승폭이 껑충 뛰었다.

결합상품이 출시되면서 가입자 수도 크게 늘었다. 교원라이프 가입자는 2011년 6800명에 불과했다. 2014년~2015년은 2만5000명, 7만명 수준이었다. 2016년에는 18만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18년 5월에만 50만명이 모였다.
 

교원라이프는 이후에도 ‘하우스라이프 교원’ ‘다드림 올인원’ 등 다양한 결합상품을 내놨다. 회사는 결합상품에 주력한다. 홈페이지에 게재된 일반 상조 상품은 1개에 불과한 반면 결합상품은 6개에 달한다.

교원라이프는 단기간에 가입자를 끌어모았는데 그만큼 부작용이 예상된다. 리스크는 납입 만기 도래 시 회사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교원라이프가 제공하는 모든 결합상품은 ‘만기 시 총 납입금 100% 환급’이다. 결합상품을 선택한 고객들이 비교적 짧은 시기에 한꺼번에 몰렸다. 만기 시 상당한 자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짧은 기간
어떻게?


실제로 만기환급금을 감당하지 못해 폐업한 상조회사가 있다. ‘에이스라이프’는 결합상품에 만기 시 납입금 100% 환급 조건을 달았다. 상당수 고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만기가 다가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에이스라이프는 몰려드는 만기환급금을 감당하지 못했고 결국 회사는 지난 2018년 문을 닫았다. 피해자는 4만466명. 피해금액만 114억원에 달한다.

장 실장은 지난해 6월1일 대표이사직서 물러났다. 그동안 회사 몸집은 크게 키웠지만 리스크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교원그룹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결합상품이 매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맞다”면서도 “가전제품을 할인 받고, 만기환급금을 받기 위해 결합상품을 구매한 고객 비율은 많지 않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결합상품 구매 요인에 대해 “상조 상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개선되면서 보험성으로 구매한다”며 “현장서 느낄 수 있는 분위기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기업이 교원이다 보니 교원라이프에 대한 고객 신뢰도가 높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경영 정상화까지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교원라이프는 자본잠식 상태다. 2014∼2016년 교원라이프 자본총계는 내리막을 탔다. 마이너스 18억원, 37억원, 61억원 순이었다. 2017년, 2018년에는 마이너스 56억원, 22억원으로 여전히 ‘마이너스’였다.

지난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상조업체 2018년도 회계감사보고서를 전수 분석했다. 공정위는 ▲지급여력비율(소비자 선수금 환급 능력) ▲순운전자본 비율(단기 부채 상환을 위한 단기 자산 여력) ▲영업 현금 흐름 비율(현금 유출입)에 대한 상위 상조업체를 공개했다. 교원라이프는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물론 교원라이프 재무구조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2018년 12월 말 기준 교원라이프 지급여력비율은 99%다. 업계 평균 91%보다 높다. 부채비율은 101%로 평균 111%보다 낮다.

장 회장은 상조사업을 중시한다. ‘사람의 일생을 돌보는 기업’이라는 경영철학 때문이다. 그룹은 학습지와 생활가전, 예식, 호텔레저, 상조를 다루는데 상조사업은 종착지다. 그만큼 남다르다는 해석이다.

현재 장 실장은 교원크리에이티브서 ‘에듀테크’를 다듬고 있다. 에듀테크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차세대 교육 분야’를 의미한다. 교원크리에이티브는 에듀테크 전담 계열사로 전해진다.

상조회사 회복…이면에는?
장녀 부부 호텔 사업 매진 

교원그룹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장 실장은 에듀테크를 중점으로 두고 있다”며 “기존 사업 외에 신사업 부문 등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룹이 지정한 신사업은 에듀테크와 플랫폼비즈니스 등이다.

그룹은 에듀테크를 빨간펜, 구몬 등에 접목시켰다. 노하우와 신기술을 결합해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에듀테크를 통한 실험은 현재진행형이다. IBM과 협업이 대표적이다. IBM은 인공지능(AI) ‘왓슨’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3월 ‘레드펜 AI 수학’이 출시됐다. 왓슨에 빨간펜을 도입한 결과다.

그룹은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 지난해 11월 교원 챌린지홀서 ‘2019 교원 딥체인지 스타트업 프라이즈 데모 데이’가 열렸다. 이날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앞서 그룹은 그해 7월 ‘딥체인지 리그(창업 7년 이내 스타트업)’ 8곳, ‘미라클 리그(창업 3년 이내 스타트업)’ 5곳을 선정해 3개월간 사업을 지원했다. 이날 선정된 스타트업들은 성과를 공개하고, 오픈이노베이션 비전을 제시했다.
 

교원그룹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스타트업 투자 육성을 하고 있다”며 “모든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것은 아니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 만한 곳과 함께한다”고 전했다. 그룹은 지난해 11월 스타트업과 기술제휴를 맺었다. 에듀테크 스타트업 ‘럭스로보’와 코딩 콘텐츠 및 서비스 개발을 시작했다.

장 회장 딸인 장선하 부문장은 그룹 호텔 사업을 담당하는데 교원크리에이티브에 30% 지분이 있다. 여타 지분 소유 현황은 파악되지 않는다.

장 실장은 그룹 입사 전 노보텔앰배서더 호텔 호텔리어를 거쳤다. 남편은 최성재 호텔연수사업본부 상무다. 장 실장과 마찬가지로 호텔리어 출신으로 부부가 함께 호텔 사업을 전담하는 셈이다.

그룹은 ‘더 스위트 호텔’ 브랜드로 호텔과 연수원을 운영 중이다. 제주와 경주, 남원과 낙산 4개 호텔과 가평·도고·경주 3개 연수원이다. 그룹은 수도권 진입을 목표로 설정했다. 해법은 자사 건물 리모델링이었다. 대상은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 위치한 교원 구몬빌딩이다.

학습지 넘어
호텔까지

구몬빌딩은 직원 사무공간이었다. 그룹은 리모델링을 위해 지난 2018년부터 구몬빌딩 내 직원들을 인근 자사 건물로 이동시켰다. 구몬빌딩 주변은 공사 준비로 한창이다. 인부와 트럭이 오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교원그룹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서울을 거점으로 하는 호텔사업”이라며 “현재 리모델링을 준비 중이고, 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만기 100% 환급 주의보

공정위는 지난해 7월 결합상품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만기가 지나더라도 최대 10년이 지나야 전액 환급이 가능한 상품이 판매됐기 때문이다.

상조회사가 기존에 취급하던 대부분 상조상품은 만기에 해지하면 납입금을 100% 환불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만기 이후 1년에서 10년이 지나야 100% 환급이 가능한 상품이 출시됐다.

공정위는 모집인 설명이나 광고 일부만 본 뒤 계약서 내용을 꼼꼼히 읽지 않는다면 오해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원라이프도 해당됐다.

당시 공정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2월2일 출시된 ‘물망초’ 시리즈(스페셜, 프리미엄, 노블레스)는 만기 5년 후 100% 환급이 가능했다.

2018년 10월과 12월 출시된 ‘다드림플러스 399S’와 ‘포인트플러스’는 각각 만기 37개월, 만기 2년 후에야 100% 환급 받을 수 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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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