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겨울 음식 ③벌교 꼬막과 장흥 매생이

지금 제일 맛있는 겨울 바다의 선물

▲ 데친 참꼬막, 꼬막전, 꼬막회무침, 꼬막된장찌개, 꼬막탕수육 등이 한 상에 나오는 벌교 꼬막정식

겨울바람이 제법 차다.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에 가시가 달린 듯, 절로 목이 움츠러든다. 겨울바람이 차가울수록 겨울 바다는 오히려 맛이 깊어진다. 기름진 갯벌에서 조개는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바닷물고기는 튼실해지며, 차가운 물속에서 해초는 연하고 부드러워진다. 지금이 아니면 맛보지 못할 바다의 겨울 진미가 있으니, 바로 꼬막과 매생이다. 냉장·냉동 기술이 발달해 사시사철 먹을 수 있다지만, 제철에 먹는 맛에 비할 바 아니다.

▲ 꼬막이 넘쳐나는 벌교시장

꼬막 하면 떠오르는 곳이 벌교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이 일품인 꼬막은 지금이 가장 맛 좋고 많이 날 시기다. 지난 주말에 찾은 벌교에는 꼬막 자루가 장거리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 우리가 흔히 먹는 새꼬막(왼쪽)과 즙이 많은 참꼬막(오른쪽)

꼬막은 세 종류가 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새꼬막은 ‘똥꼬막’이라고도 한다. 껍데기에 난 골의 폭이 좁고 표면에 털이 있다. 제사상에 오르기 때문에 ‘제사 꼬막’으로도 불리는 참꼬막은 고급 꼬막이다. 껍데기가 두껍고 골이 깊다. 새꼬막은 배를 이용해 대량으로 채취하고, 참꼬막은 갯벌에 1인용 ‘뻘배(널)’를 밀고 들어가 직접 캔다.

소설 <태백산맥> 배경

완전히 성장하는 데 새꼬막은 2년, 참꼬막은 4년 걸린다. 값도 참꼬막이 새꼬막보다 5배 정도 비싸다. 새꼬막은 쫄깃해서 무침이나 전으로, 즙이 많은 참꼬막은 데쳐서 먹는다. 피꼬막은 새꼬막이나 참꼬막보다 2~3배 이상 크다. 

▲ 아이들이 좋아하는 꼬막탕수육

벌교에서 꼬막을 먹는 대중적인 방법은 꼬막정식을 파는 식당에 가는 것이다. 한 집 건너 하나가 꼬막정식 식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인당 2만원 정도면 꼬막을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데친 참꼬막, 꼬막을 듬뿍 넣고 부친 전, 갖은 채소를 곁들인 매콤하고 새콤한 회무침, 새꼬막을 푸짐하게 넣은 된장찌개 등이 나온다.


나중에 공깃밥을 주문해 참기름 한 숟가락 둘러 비벼도 별미다. 꼬막탕수육은 아이들이 좋아한다. 식당 주인은 꼬막을 넣고 끓이다가 거품이 나면 바로 건져야 맛있다고 귀띔한다. 껍데기가 벌어질 때까지 꼬막을 삶으면 질겨진다고.

▲ 벌교역 앞으로 조성된 ‘소설태백산맥문학기행길’

벌교는 소설 <태백산맥>의 배경이 된 곳이다. 벌교역 앞으로 ‘소설태백산맥문학기행길’이 있다. 2011년 조성된 이 거리에는 피아노학원, 문방구 등이 개화기 건물 속에 들어섰다.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구 ‘보성여관’(등록문화재 132호)이다.

일제강점기에 지은 목조건물로, 판자벽에 함석지붕을 올렸다. <태백산맥>에서는 ‘남도여관’으로 등장했으며, 빨치산 토벌대장 임만수와 대원들의 숙소로 사용됐다. 보성여관은 복원 사업을 거쳐 2012년 카페와 숙박 시설로 다시 태어났다.

▲ 구 보성여관은 일제강점기에 지은 목조건물이다. ▲ 소설 &lt;태백산맥&gt;의 무대가 된 현부자네집

보성여관 옆 ‘삼화목공소’는 1941년에 지은 건물로, 지금은 목수 왕봉민 씨가 운영한다. 1955년 선친이 운영하던 목공소를 물려받았다. 골목을 따라 조금 가면 화폐박물관으로 운영되는 보성 구 벌교금융조합(등록문화재 226호) 건물이 있다.

<태백산맥>에서는 금융조합장 송기묵과 현 부자네 집안사람인 남도여관 주인 현준배가 염상진 부대의 손에 죽는다. ‘태백산맥문학관’ ‘소화의집’ ‘현부자네집’ 등 <태백산맥>의 무대를 답사해도 의미 있을 듯싶다.

▲ 매생이를 채취하는 어민

벌교 옆 장흥에서는 매생이가 한창이다. 매생이는 장흥과 완도, 고흥 등에서 나지만, 올이 가늘고 부드러우며 바다 향이 진한 장흥 내전마을 매생이를 최고로 친다. 내전마을에서는 모두 24가구가 매생이밭 35ha를 일군다. 다른 바다 작물처럼 매생이 역시 나는 기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맛인 꼬막
가늘고 부드러워 바다 향 진한 매생이


예전에는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채취했지만, 올해는 2월 중순까지만 채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다가 따뜻해졌기 때문이다. 십수년 전만 해도 김을 양식하는 주민은 매생이를 ‘웬수’로 여겼다. 김발에 매생이가 붙는데, 매생이가 섞인 김은 반값도 못 받기 때문이다. 이제는 매생이와 김의 자리가 바뀌었다.

▲ 젓가락으로 건져 먹는 매생이탕

남도 사람들은 매생이를 주로 탕으로 먹는다. 옛날에는 돼지고기와 함께 끓였다는데, 요즘은 대부분 굴을 넣고 끓인다. 방법은 간단하다. 민물에 헹군 매생이에 물을 붓고, 굴과 다진 마늘을 넣고 끓인다. 소금이나 조선간장으로 간하고, 참기름 한두 방울과 참깨를 뿌린다.

오래 끓이면 매생이가 녹아 물처럼 되기 쉬우니, 한소끔 끓자마자 불을 꺼야 한다. 장흥 토박이들은 “매생이탕에 나무젓가락을 꽂았을 때 서 있어야 매생이가 적당히 들어간 거예요. 매생이는 젓가락으로 건져 먹어야죠”라고 설명한다. 정남진장흥토요시장에 매생이탕과 매생이떡국을 내는 식당이 여럿이다.

▲ 매생이전도 별미다.

최근 들어 매생이가 많이 알려져 홍어나 과메기처럼 ‘전국 음식’이 됐다. 서울 같은 대처 음식점에서도 간간이 맛볼 수 있다. 일부 식당에선 매생이로 만든 칼국수, 부침개, 달걀말이 등을 낸다. 뜨끈한 매생이탕을 한술 떠서 입안에 넣는 순간, 바다 내음이 가득 퍼진다.

안도현 시인은 이 맛을 “남도의 싱그러운 내음이, 그 바닷가의 바람이, 그 물결 소리가 거기에 다 담겨 있었던 바로 그 맛”이라고 표현했다.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산책로

요즘 장흥에서 가장 떠오르는 여행지는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다. 장흥군이 억불산 편백 숲에 조성했으며, 숙박 시설과 산책로 등을 갖췄다. 편백숲을 걸으며 상쾌한 피톤치드 향을 가득 마시다 보면 도심에서 쌓인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 고즈넉한 겨울 정취가 느껴지는 보림사 경내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우리나라에 선종이 제일 먼저 들어온 ‘보림사’에도 가보자. 가지산 자락에 울려 퍼지는 범종 소리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김영남 시인은 보림사의 범종 소리를 듣고 ‘참빗’이라는 시를 쓰기도 했다. ‘먼 보림사 범종 소리 속에 / 가지산 계곡 솔새가 살고, / 그 계곡 대숲의 적막함이 있다. / 9월 저녁 햇살도 비스듬하게 세운. // 난 이 범종 소리를 만날 때마다 / 이곳에서 참빗을 꺼내 / 엉클어진 생각을 빗곤 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벌교꼬막정식거리→정남진장흥토요시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벌교꼬막정식거리→소설태백산맥문학기행길 
둘째 날: 보림사→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정남진장흥토요시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보성문화관광 www.boseong.go.kr/tour
- 장흥문화관광 www.jangheung.go.kr/tour
- 보성여관 https://boseonginn.org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www.jhwoodland.co.kr

문의 전화
- 보성군청 문화관광과 061)850-5214
-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224
- 보성여관 061)858-7528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061)864-0063


대중교통
- 벌교꼬막정식거리 [버스] 서울-보성,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회(15:10) 운행, 약 4시간40분 소요. 보성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순환01번·순환02번 농어촌버스 이용, 벌교역 정류장 하차. 벌교꼬막정식거리까지 도보 3~5분.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 정남진장흥토요시장 [버스] 서울-장흥,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7회(08:00~16:50) 운행, 약 5시간 소요. 장흥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농어촌버스(장흥-부춘, 장흥-섭곡) 이용, 정남진장흥토요시장 정류장 하차.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자가운전
- 벌교꼬막정식거리: 경부고속도로→천안 JC에서 광주·전주·세종 방면→논산 JC에서 광주·익산 방면→익산 JC에서 장수·완주·순천 방면→완주 JC에서 순천·남원 방면→동순천 IC에서 여수·광양항 방면→신대교차로에서 목포·보성·여수 방면→해룡교차로에서 목포·보성·순천만 IC 방면→순천만 IC에서 벌교·순천만습지 방면→금치재교차로에서 광주·벌교·낙안읍성민속마을 방면→회정교차로에서 광주·낙안·낙안읍성민속마을 방면→벌교꼬막정식거리
-정남진장흥토요시장: 경부고속도로→천안 JC에서 광주·전주·세종 방면→공주 JC에서 당진·서천 방면→서공주 JC에서 서천공주고속도로 서천·서공주 방면→동서천 JC에서 서해안고속도로 당진·목포 방면→죽림 JC에서 서영암 IC·남악 방면→서호학산 IC에서 순천 방면→장흥 IC에서 장흥 방면→장흥IC교차로에서 보성·장흥 방면→장흥교오거리에서 법원·검찰청·경찰서 방면→장흥칠거리에서 토요시장1길 방면→정남진장흥토요시장 

숙박 정보
- 춘운서옥(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보성군 보성읍 송재로 211-9, 010)8786-1114, www.cwhanok.com
- 보성여관: 보성군 벌교읍 태백산맥길, 061)858-7528, https://boseonginn.org
- 보성다비치콘도: 보성군 회천면 충의로, 061)850-1114, www.dabeach.co.kr
- 스파리조트안단테: 장흥군 안양면 수문용곡로, 061)862-2100, www.andanteresort.com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장흥군 장흥읍 우드랜드길, 061)864-0063, www.jhwoodland.co.kr

식당 정보
- 거시기꼬막식당(꼬막정식): 보성군 벌교읍 계두길, 061)858-2255
- 정가네원조꼬막회관(꼬막정식): 보성군 벌교읍 조정래길, 061)857-9919, www.bgkomak.com
- 장도웰빙꼬막정식(꼬막정식): 보성군 벌교읍 시장1길, 061)858-9300, www.jangdowellbeing.com 
- 끄니걱정(매생이탕·한우구이): 장흥읍 토요시장2길, 061)862-5678 
- 만나숯불갈비(장흥삼합): 장흥읍 물레방앗간길, 061)864-1818

주변 볼거리
정선: 대한다원
장흥: 천관산문학공원, 남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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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