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젯> 김광빈 감독 “마스크 벗고 영화 보는 환경으로 돌아오길…”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군입대를 앞둔 늦은 나이, 한 청년은 선배들이 찍는 촬영장의 붙박이가 된다. 출연 배우들의 대사에 다른 잡음이 섞였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동시 녹음기사로 무려 13개월 동안 몸을 섞었다. 무보수였다. 그 당시 주인공을 맡았던 5년 선배는 국내 최고의 배우가 됐고, 당시 감독은 내놓는 작품마다 호평을 받는 스타 감독 내지는 후배들을 살뜰히 챙기는 영화 제작자가 됐다. 배우는 하정우고, 감독은 윤종빈, 영화는 <용서받지 못한 자>다. 이 영화는 ‘칸 국제영화제’의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된다. 
 

▲ ▲▲ 영화 <클로젯>의 김광빈 감독 ⓒ문병희 기자

촬영만 마치고 군대에 가서야 <용서받지 못한 자>를 케이블 채널을 통해 시청했다. “음, 굉장히 사실적인 영화였군”이라며 감탄한 채 두 사람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편집과 동시녹음 등 다양한 스태프를 하면서 영화를 착실히 준비했다. 워낙 스릴러와 공포를 좋아한 덕에 공포 장르의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그리고 2016년 친했던 형이자, 감독과 제작자로서 안목이 좋은 윤 감독으로부터 검토받기 위해 저녁식사를 한다. 그 자리에는 하정우도 왔다. 김광빈 감독의 <클로젯>은 이렇게 출발했다. 

윤 감독의 마음에 돈 한 푼 안 받고 힘든 일을 도맡아준 후배에 대한 고마움이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시나리오가 훌륭했던 덕일까. 윤 감독은 키워보자는 생각에 시나리오 수정을 요청하고, 김 감독도 이에 따랐다. 대본의 지속된 업그레이드와 함께 하정우와 김남길이 캐스팅된다. 동서양과 신구(新舊), 공포와 드라마가 섞인 꽤 아름다운 공포영화를 만들어낸다.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윤 감독과 하정우 배우에게 고마움이 정말 크다”는 김 감독을 최근 만나 영화가 만들어진 여정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광빈 감독과의 일문일답. 

-벽장이 작품의 제목이자 중요한 소재다. 어떻게 출발하게 됐나?

▲2016년 쯤이었던 것 같다. 자다가 눈을 떴는데 벽장이 열려 있었는데 무섭고 소름끼쳤던 순간이었다. 그 느낌이 시나리오로 이어졌다. 이런 소재에 제가 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상처받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때부터 글을 쓰게 됐고, 2년 정도 수정했다. 애초 드라마 라인이 있었는데, 워낙 오랜 시간 수정했고, 혼자서도 계속 수정을 많이 해서 정확한 기억이 안 난다. 당초 큰 골자는 벽장 넘어에 있는 아이들의 세계에 아이를 구하러 간다는 것이다. 물리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윤종빈 감독을 찾아간 이유가 있나? 혹시 윤 감독이 제작자로서 후배들을 잘 챙기기 때문인가?

▲친했던 선후배 사이고, 시나리오를 검토받고 싶었다. 제작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윤 감독의 회사(월광) 색깔과 달라 제작까지는 생각도 안 했다. 그런 동생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선뜻 재밌다고 하셨고, 이렇게 인연이 됐다.

-<용서받지 못한 자>는 무보수였다. 어떻게 13개월 동안 함께 했나. 

▲내가 학교 다닐 때 잘 따르는 동생이었다. 원래 영화과는 서로 품앗이 문화가 있는데 도와준 것 뿐이다. 군대 가기 전에 마땅히 할 게 없었다. 2004년에 입대를 했고, 군에서 OCN으로 완성된 영화를 봤다. ‘정말 리얼리티한 영화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 때 ‘이게 말이 돼?’라는 생각이었다. 군에서 직접 체험을 하고 나니 엄청 리얼리티라고 느꼈다.

-실제로 귀신이나 안 좋은 기운은 학대를 받은 아이들이거나, 왕따를 당했거나 등 이런 충격적인 사건이 있는 사람들한테 잘 붙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혹시 노린 건가?

▲그런 얘기는 처음 들었다. 제가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든 이유는 가해한 어른에게 아이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서 출발했다. 다큐멘터리나 이런 것을 보면서 아이들이 엄청 분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수한 아이들이 그 분노가 쌓이면 많이 무서울 것 같았다. 그 아이들을 무찌르는 것은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과 달랐다. 미안하다는 말이 필요해 보였다.
 

▲ ▲ⓒ문병희 기자

-아동학대 관련 소재는 주로 어디서 착안했나?


▲시사 고발 프로그램서 많이 하던데 그런 걸 본 것이다. 사건들을 보면 어른들이 참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변명하기에만 급급하다.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이야기인데, 이걸 잘 지켜보기만 했어도 덜 일어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상원(하정우 분)이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구하러 가는데, 그런 의미를 담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드라마를 통한 메시지가 강하지는 않다. 스무스하다고 해야 하나. 가르치려는 느낌은 아니다. 

여러 이야기가 있었다. 더 길게 혹은 더 짧게도 있었다. 이 선이 적정하다고 생각했던 건 상업영화기 때문에 재미가 우선이었다. 영화를 본 뒤 가만히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느낌 정도 이길 바랐다.

-이 영화의 특이한 점은 육체가 영의 세계가 간다는 거다. 대부분 영혼만 가는데, 이 영화는 육체까지 보내버린다. 

▲그곳에 구하러 가서 여러 고통을 느끼면서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과정서 명진이 막으려고 할 것이고 육체 및 정신적인 고통을 통해 역경을 겪길 바랐다.

-눈길이 남는 건 명진의 부친으로 나오는 박성우의 표정이다. 굉장히 섬뜩하다. 공을 많이 들인 장면 같다.

▲극단적으로 생각이 삐뚫어졌을 때 나오는 표정이다. 윤 감독님이 추천해주셨다. 현장서 큰 주문을 하지 않았다. 본인이 해석한 건데 정말 좋았다. ‘이렇게 살 바에 빚도 지지말고 죽는게 차라리 편할 거야’라며 옳지 못한 행동을 하는데, 그 사람의 생각이 표정으로 전달되길 바랐다. 정말 그 표정이 좋았다.

-벽장은 서양, 무당과 어둑시니는 동양적이다. 촛불이나 밀집인형은 클리셰에 가까운데, 허 실장(김남길 분)이 갖고 나오는 최신식 장비는 참신하다. 공포와 드라마도 적절히 배분됐다. 여러 혼종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어디까지 의도했나. 

전체적으로 생각을 했을 때 좋아하는 영화가 딱 무섭기만 한 영화보다 무서운 와중에 어떤 이야기 또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공포 장르도 있지만, 다른 변주를 해서 색다르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를 해보자고 했다. 그래서 소품도 한가지 종교에 몰입하기 보다 다양하게 섞었다. 무속이 나오는 부분은 고증을 열심히 했다. 특히 첫 장면에 비디오 장면에서 신발이 뒤집혀져 있는데, 그게 실제로 사라진 아이를 불러들이는 것이라고 한다.

부적도 공들여서 했고 주문도 실제로 있는 것을 인용한 것이다. EMF나 CCTV는 서양 퇴마사들이 귀신 찾을 때 쓰는 기기다. 허 실장은 이거 두 개를 동시에 하는 캐릭터다. 엄마가 무당으로서 귀신을 감당하지 못하고 죽임을 당해 무속만이 아닌 또 다른 방식을 인용한 것인데, 확실한 방법으로 명진을 찾아나선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재밌지 않나.

-귀신을 믿나?

▲잘 모르겠다. 그런 경험이 없다. 그런데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래서, 관망하는 정도다.
 

▲ ⓒ문병희 기자

하정우는 어떤 사람인 것 같나?

▲친한 형이다. 제게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배우기도 하지만 감독 선배기도 한데, 현장에서는 감독으로 대우해주셨다. 연출에 있어서 많은 팁을 알려줬다. 예를 들면 ‘잘 모르면 그냥 한 번 더한다고 해’라고 하셨다. 굳이 ‘왈가왈부하지 말고 좋은데 한 번 더 가시죠라고 하라’고 했다. 시답지 않은 이유를 대는 것보다 잘 모르겠으면 그냥 더 가자고 하라는 거다. 그러면 배우들은 간다. 오히려 이상한 말들이 배우들을 더 헷갈리게 한다는 거다. 잘 배웠다.

-김남길에 대해 말한다면?

▲김남길이 연기한 경훈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역할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사기꾼처럼 처음에 의심을 사지만 퇴마를 할 때는 진지한 그 온도 차에 관해 대화를 많이 나눴다. 퇴마 의식은 특정 종교가 아닌 다양하고 색다른 의식을 보여주고자 했다. 촬영 전부터 자료를 모아가며 소통을 많이 했다. 김남길 배우가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도했다. 진지하게 접근하고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게 잘 표현해줬다. 만화적 상상력이 좋아서 아이디어도 많이 줬다.

-상원의 딸 이나로 나오는 허율이 정말 놀랍다. 캐스팅을 정말 잘한 것 같다.

▲율이는 500대1을 뚫었다. 율이 같은 경우는 워낙 영민해서 디렉팅이나 이런 부분에 있어 빨리 흡수하고 연기해줬다. 아역 전담 코치가 늘 상주했다. 그 선생님이 <허삼관 이야기> 때 하정우 배우 아역들을 지도해주신 분인데 본인도 아역을 하셨다. 그래서 아역들의 고충도 잘 알고, 시선을 잘 맞춰주고 원하는 바 정확하게 전달해줬다. 그러한 소통이 잘 이뤄졌는데, 율이 자체에 재능도 뛰어나니 호평을 받는 것 같다.


-사실 너무 안 좋을 때 개봉을 했다. 코로나 공포가 정말 강력하다. 데뷔 감독으로서 슬플 것 같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도 물론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다 같이 가슴 아픈 상황인 거 같다. 저 말고 다 아파하는 사람들 많으니까, 아주 극도로 힘들지는 않다. 하 배우와 윤 감독이 어쨌든 이 영화의 운명이니까 그냥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하는데, 인정했다. 개인적인 바람은 제 영화를 다 떠나서 잘 되면 좋고, 많이 봐주셨으면 하지만, 이런 문제로 힘든 사람들은 없었으면 한다. 시사회장에 모두 마스크를 쓰고 왔다. 정말 감사하면서 얼마나 불편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스크 벗고 영화보는 환경으로 돌아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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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내부 대혼란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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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내부가 혼란스럽다. 소속 수사관들이 디지털 포렌식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위를 저지른 정황이 포착됐다. 공수처의 자체적인 감찰을 통해 확인된 사안이다. 수사관 4명 중 3명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한 상태다. 이들 중 일부는 보복성 징계라는 입장을 내놨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내부 감찰을 통해 수사관 4명의 비위 정황을 확인해 발표한 건 지난 6일이다. 3명은 수사기관에 고발 조치됐고 1명은 경징계 대상이다. 징계 대상자였던 한 수사관은 채 해병 특별검사팀에 오동운 공수처장에 관해 참고인 신분으로 진술했다. 공수처는 별개의 건으로 이번 징계와는 무관하다고 밝힌 상태다. 출장 중 비위 정황? 징계를 받은 수사관들은 공수처가 발주한 디지털 포렌식 관련 사업 담당자들이었다. 이 사업을 수주한 업체와 수사관들 사이에 사적인 친분이나 유착이 있었는지가 핵심 감찰 대상이었다. 지난 6일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내부 감찰 과정에서 일부 직원의 비위 정황을 확인했다”며 “수사관 4명 중 3명에 대해서는 금일 인사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 요구를, 1명에 대해서는 경징계 의결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징계 요구를 한 3명에 대해선 뇌물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 조치를 했다고도 부연했다. 해당 수사관 3명은 최근 직위해제돼 업무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선 기관이 내부 직원들 징계를 이처럼 선제적으로 공지한 건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공수처는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기관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감찰과 복무 점검을 강화해 공직기강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징계 대상자 중 1명은 지난해 채 해병 특검팀에 오 처장 등 지휘부 관련 진술을 했던 인물이다. 이 수사관은 오 처장 등의 재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해당 수사관을 비롯한 징계 대상자 4명의 ‘비위 정황’이 확인됐다는 사유를 이유로 댔으나, 대상자들은 특검 조사와 증인 채택 등을 근거로 ‘보복성 징계’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과장급 A씨는 다음 달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심리로 열리는 오 공수처장과 이재승 공수처 차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등 혐의 사건 첫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피고인 측이 공판준비기일에 공소 사실 일체를 부인해 A씨 등 4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재판부에 재판 중계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특검법은 중계 신청이 있을 경우 법원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중계를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 담당 수사관 사업체와 유착? 공수처, 자체 감찰 통해 확인한 4명 징계 처리 재판부는 신청서를 검토한 후 재판 중계 허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오 처장과 이 차장 등은 2024년 8월 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의 위증 혐의 고발 사건을 접수하고도 사건을 대검찰청에 통보하거나 이첩하지 않고, 수사도 하지 않는 등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송 전 부장검사는 공수처가 수사외압 의혹을 들여다보던 시기에 각각 공수처 처장·차장직을 대행하며 2024년 2∼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관련 소환조사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2024년 6월 윤석열씨,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청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채 해병 특검팀이 지난해 이 사건을 수사할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오 처장 등의 혐의 관련 내용을 진술한 인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징계 대상자인 공수처 수사관 B씨는 <세계일보>와의 연락에서 “(새로 도입하기로 한 포렌식 기기 판매업체에서) 장비 운용교육을 해서 해외 출장을 갔는데, 공수처가 그쪽(업체)에서 부담한 식사 비용 등이 ‘뇌물’ 아니냐며 징계하려는 것”이라며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면 교육은 당연히 받아야 해서 그 비용은 사실상 도입 비용에 포함된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한 것 아니냔 의혹에 대해선 “조달계약으로 한 것이고, 단독입찰을 했기 때문에 그 업체를 선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징계 대상자 중 한 명(A씨)이 (채 해병)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오 처장 관련 진술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일 때문에 보복성으로 지금 이렇게 (징계를) 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B씨는 지난해 말 공수처에 사표를 냈으나, 감찰과 징계 등을 이유로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한 인력난 공수처는 최근 현직 부장판사와 변호사 간 재판 거래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해 두 사람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섰다. 지난 19일 공수처에 따르면 수사2부(부장검사 김수환)는 전날(18일) 수도권 소재 지방법원 소속 김모 부장판사에게 뇌물수수 혐의, 정 모 변호사(48)에게는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부장판사는 고교 동문인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을 맡아 가벼운 형을 선고해 준 대가로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정 변호사의 건물을 무상으로 이용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로 김 부장판사가 2023년 지방 소재 법원에 부임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정 변호사와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결과 김 부장판사는 이후 1~2년간 정 변호사가 수임한 사건 20여건을 맡아 1심에서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이 선고된 형을 항소심에서 감형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정 변호사는 김 부장판사에게 현금, 고급 향수 등 금품과 자신이 소유한 건물 일부 공간을 1년간 무상으로 김 부장판사 아내의 바이올린 교습소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부장판사는 친분으로 받은 단순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정 변호사 측은 김 부장판사 가족이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공수처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수사 과정에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을 다시 강제수사 중이다. 이 수사는 공수처 수사3부(부장검사 이대환)가 지휘한다. 지난 18일 오후 공수처는 직원 5명을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에 파견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법률상 요건 긴박한 상황 다만 공수처가 요청한 자료를 대검이 임의제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검찰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장 시절 불법적으로 김 전 차관을 출국금지했다며 직권남용 등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법원은 출국금지가 법률상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법하다면서도 당시 긴박한 상황 등을 고려해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차 의원은 당시 자신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을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는 지난 8일 김건희 특검팀에서 통일교 수사를 지휘한 채희만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불렀다. 채 지청장은 민중기 특검과 박상진 특검보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은 수사 대상이 아닌 것 같다’는 취지로 말한 정황을 당시 조사에서 진술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8월 특검팀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2018~2020년 더불어민주당 소속을 포함한 5명의 정치인이 교단으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진술을 듣고도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만 조사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당시 특검팀은 수사보고서만 작성한 뒤 지난해 11월 내사 사건번호를 부여해 뒀지만 수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경찰에 사건을 이첩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특검팀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민 특검과 해당 수사팀을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로부터 의혹을 넘겨받은 공수처는 함께 고발된 파견검사의 공범으로 민 특검을 수사하는 게 가능하다고 판단, 사건을 배당하는 등 수사에 나섰다. 공수처가 과거보다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특히 지난달 법원이 잇달아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 적법성을 인정한 것도 공수처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전날 윤씨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무기징역 선고에서 “공수처는 내란죄에 관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일부서 “특검에 오 처장 진술에 대한 보복” 특검, 오 재판 중계 신청 공수처엔 부담될 듯 지난 1월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도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까지 함께 수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다만 수사력 논란은 여전히 물음표다. 올해 출범 5년을 맞은 공수처가 기소한 사건은 6건, 유죄가 확정된 사건은 선고유예 1건뿐이다. 인력도 출범 이후 매년 결원 상태가 유지되다 지난해 말에야 검사 정원(20명)을 겨우 채웠다. 공수처의 한 관계자는 “검사의 경우 3년 단위 임기제다 보니 우수한 인적 자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큰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바뀌게 될 수사기관의 지형도 공수처에게는 부담이다. 공수처는 지난달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에 관해 중수청에 우선적 지위를 갖는다”며 중수청 법안 58조 2·3항에 ‘(공수처는 제외한다)’를 추가할 것을 주장했다. 공수처와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텅) 간 수사 범위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의 관계를 못 박은 공수처법 24조 1·2항과 유사해 보이는 대목이다. 공수처는 “접수되는 사건 대부분이 공직자 범죄인 공수처는 민원성 고발을 포함한 모든 사건을 중수청에 인지 통보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는 인지 통보 제도 취지에도 반한다”고 우려했다. 단, 공수처는 중수청 법안 58조 3항 중 ‘공수처법이 적용되는 범죄수사에 대해 공수처에 이첩을 요청한 경우엔 공수처장이 이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삭제’하자면서 “공수처와 중수청 간 사건 이첩 처리는 중수청장의 일반적인 수사 협조 요청과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규정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엔 ‘공수처장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될 때 해당 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있다. 공수처는 중수청법 제정과 맞물려 관련 법령들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지 통보제 취지에 반해” 공수처는 “검사의 수사 권한을 전제로 한 현행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의 검토 및 정비도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게 해 수사권 남용을 방지하고, 각 기관 수사 범위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제시해 불필요한 경쟁이나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 대상 범위에 관한 규정 등 통일적·체계적 정비가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3급 이상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공수처법상 공수처 수사 범위에, 4급 이하 중수청 공무원의 범죄는 경찰법상 국가수사본부 수사 범위로 명시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