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젓이 짝퉁 판치는데…’ 쿠팡 책임론

“진짜 제대로 관리 안 할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시계와 명품백, 신발 등 가품 판매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던 쿠팡서 이번에는 삼성전자 ‘짝퉁’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쿠팡은 판매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관리자이자 판매자로부터 플랫폼 제공 인센티브를 받고 있는 쿠팡은 계속되는 짝퉁 논란으로 ‘관리 소홀’이라는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온라인 사이트 쿠팡

쿠팡서 ‘짝퉁’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3일 A씨에 따르면 지난 1월19일 쿠팡을 통해 해외 구매대행 형태로 삼성 갤럭시 버즈를 구입했다. 그는 “처음 제품 포장을 뜯을 때부터 이상함을 느꼈다”며 “새 제품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누군가 손을 댄 것 같은 내부 포장과 더불어 제품 자체가 허술했다”고 회상했다.

나 몰라

이어 “갤럭시 웨어러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과 연동하려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되지 않았다”며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앱과 연동 되지 않으면 짝퉁이라는 글을 보고 나서야 가품임을 확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을 인지하고 난 뒤 버즈 뒷면을 살펴보니 상품 설명란 속 상세 이미지에 나와 있는 충전단자 개수부터 차이가 났다”며 “이런 제품을 판매토록 한 쿠팡에 항의했지만 판매자에게 먼저 문의하라면서 책임을 떠넘겼다”고 덧붙였다. 

실제 A씨가 구매한 제품의 대표 이미지에는 ‘삼성 공식 파트너’라는 문구가 함께 기재돼있었다. 또한 해당 제품 상세 이미지란에는 삼성 측이 갤럭시 버즈 홍보를 위해 제작한 이미지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어 제품을 실제로 받기 전까지는 구분하기 어려워 보였다.


뿐만 아니라 정품 여부를 묻는 소비자들에게 판매자는 ‘해당 제품은 정품으로 삼성서비스센터에 정품 여부 확인 및 등록이 가능하다’라는 답변을 달아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시키기에 충분했다.

특히 쿠팡 측은 삼성전자와 신학기 맞이 ‘2020 갤럭시 아카데미’ 프로모션을 진행 중에 있다. 해당 프로모션은 갤럭시 버즈를 비롯해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워치, 모니터, 프린터 제품 등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쿠팡은 이런 프로모션 제품과 함께 검색되는 짝퉁 제품에 대한 모니터링이 타 가품 대비 파악이 수월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가품으로 추정되는 제품 검색 및 판매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어 소비자 피해는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짝퉁 판매’ 논란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어떤 제품을 판매할지는 판매자 스스로가 결정한다”며 “쿠팡은 내부 정책을 통해 플랫폼을 규율하고 불법적 혹은 부적절한 제품 판매를 감시하고 있다. 위반 제품 적발 시 해당 제품을 즉시 삭제하고 불법적 혹은 부적절한 제품 등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쿠팡은 관리자인 데다 판매자로부터 플랫폼 제공의 인센티브를 받고 있기 때문에 ‘관리 소홀’이라는 책임을 회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실제 비슷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쿠팡 측 답변처럼 소비자 항의를 통한 위반 제품 적발은 이미 충분하게 이뤄졌지만, 관련 상품들이 여전히 판매되고 있는 만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러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 대부분은 스스로 가품임을 입증해야 하는 등 환불 과정서의 어려움을 호소해 2차 피해가 우려된다.


쿠팡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 현황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가품 판매 사실 여부가 확인된다면 가품 구입자들에게 환불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쿠팡의 ‘짝퉁’ 판매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30일 가수 지드래곤과 나이키가 협업해 이슈가 됐던 ‘에어 포스1 파라-노이즈’의 가품을 판매해 논란이 됐다. 쿠팡에서는 에어 포스1 파라-노이즈 가품으로 추정되는 제품이 6만∼7만원대 가격에 판매했다. 해외 구매대행 형태로 최소 일주일 이상 판매를 진행했다. 소비자들이 가품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음에도 판매자는 정품이라는 점을 강조하기까지 했다.

시계, 백 등 모조품 판매 여전히 논란
‘지식재산권센터’ 꾸리는 추세와 대조

지난해 말 출시한 이 제품은 가수 지드래곤이 디자인에 참여해 화제가 됐다. 나이키 에에 포스 1에 지드래곤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PEACEMINUSONE)’의 시그니처 마크인 데이지꽃 등의 디자인 요소를 가미했다.

지드래곤의 생일인 8월18일을 기념해 818개가 제작됐다. 정가는 21만9000원이었지만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중고거래가 이뤄졌을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짝퉁 제품이 버젓이 판매되면서 쿠팡의 기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쿠팡은 5300만원짜리 롤렉스 시계, 1600만원짜리 위블로 시계를 비롯한 500여개 유명상표 모조품을 20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판매했다며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의 원성을 듣기도 했다. 이밖에 일부 입점업체가 ‘레플리카’ ‘정품 미러급’ ‘ST’라는 표기로 교묘하게 위조 상품을 팔아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때마다 회사 측은 위조 상품 판매 중지 및 퇴출 등 철저한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지만 같은 문제가 또 다시 발생한 것이다.

최근 이커머스 업계에서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 상표권, 저작권, 초상권·성명권 등 지식재산권 침해를 예방하고 권리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가품 방지를 강화하는 추세와 대조된다.

11번가는 2009년부터 운영하던 ‘지식재산권 보호센터’를 새 단장해 상표권이나 특허권 등을 보유한 권리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권리자가 지식재산권보호센터에서 간편하게 신고할 수 있고, 판매자들의 소명 내역과 처리결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신속한 제재가 가능해졌다.

회사 측은 2009년부터 위조품 110% 보상제를 운영 중이며 유명 브랜드사와 협력해 위조품을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는 FDS(이상거래 탐지시스템)도 확대 시행 중이다.

티몬은 지난해 11월 침해에 해당하는 경우 간단한 절차로 신고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센터 팁스(TIPS: TMON Intellectual Property Protection System)를 구축했다. 가품으로 밝혀지면 100% 환불에 적립금 10%를 추가로 보상한다.


위메프 역시 지난 8월부터 지식재산권센터를 운용 중이다. 권리 침해 사실을 발견했을 경우 관련 서류를 첨부해 지식재산권센터로 신고하면 된다. 신고가 접수되면 위메프는 판매자에게 신고 내용을 전달하고 소명 절차를 안내한다. 실제 권리 침해가 발생한 경우라면 해당 판매자의 상품을 즉시 판매 중단하고 사안에 따라 위메프서 퇴출한다.

고객 대상으로는 별도 보상 제도를 운영 중이다. 위메프서 구매한 상품이 위조품으로 판명되는 경우 100% 환불, 추가 100% 보상을 통해 상품 금액의 총 200%를 보상한다.

책임 전가

쿠팡 측은 자사 역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문제가 되는 판매자는 퇴출까지 시키고 있음에도 판매 상품이 2억개가 넘는 상황서 일부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쿠팡 관계자는 “불법적 혹은 부적절한 제품 등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해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문제가 되는 상품에 대해서는 상품 및 판매자들에게 소명을 요청, 판매 중지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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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