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27)첫날밤

기생보단 부인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나리, 이곳에서의 일정이 어찌 되시는지요.”

“이곳에서 일정이라.”

“아까 말씀하시기를 이곳에 그다지 오래 머물러 계시지 못할 것이라 하신 듯해서요.”

허균이 매창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매창도 회피하지 않고 얼굴을 들어 허균의 시선과 마주했다.


첫날밤의 경험

“아무래도 내일 중으로 고부로 넘어가야 할 듯하오. 아니, 이미 그곳에 가 있어야 할 일인데 내가 미루고 있는 중이지.”

“이 일로 곤경에 처하는 경우는 없을까요.”

허균이 웃었다.

“매창, ‘천하의’라고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물론 그를 알고 있지요. 그런데 제 경우도 그에 해당 될 수 있는지요.”

“글쎄, 여하튼 우리 그 일을 한번 알아보도록 하시게.” “시간이 아깝습니다. 한 잔 드시지요.”


말과 동시에 매창이 안주를 집어 들었다. 

“허 허, 자신은 술을 마다하고 나에게는 술을 권하다니.”

“나으리, 술도 나리의 소유물인 듯하옵니다.”

“소유물이라.”

“혹자는 술에 지배당하지요. 평소에는 전혀 시도하지도 못하는 일들을 술기운을 빌려서 하려는 사람들을 종종 보아왔습니다. 그런데 나리께서는 술을 마시는 일도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말씀이옵니다.”

“그 이야기는 내가 술을 마심으로 인해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 이 말로 해석해도 된다 이거로군.”

말을 마친 균이 잔을 들어 한 번에 비워내자 매창이 안주를 들고 있는 손을 허균의 입을 향해 움직였다.

그 손을 허균이 가만히 잡았다.

이제는 매창도 놀라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매창, 고맙구려.”

매창이 조용히 웃고 있었다.

허봉이 돌아오기만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허균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유배 생활을 끝내고 영의정 노수신에 의해 다시 조정에 기용되려던 형이 그를 거절하고 유랑의 길을 선택했다.

그 무렵 허균은 혼인했다.

안동 김 씨 집안의 규수로 수더분하기 그지없는 여자였다.

누나만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보다 못하다는 생각 역시 들지 않았다.

그 여인을, 자신의 부인을 통해서 누나에 대한 고통을 치유하고자 했으나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었다.

형의 일도 그러려니와 초시에 합격한 자신의 처지 때문이었다. 


“나리!”

매창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균의 말을 잘랐다.

“왜 그러오.”

“갑자기…….”

“주저하지 말고 말해보시오.”

허균의 시선이 의아하다는 듯이 변해갔다.

“나리의 부인되시는 분과의 첫…….”

“지금 첫날밤 경험을 묻는 것이오.”

“나리의 경우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말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고 고개를 한쪽으로 살며시 돌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허균이 가만히 미소 지었다.

“아마도 지체 높은 양반집 도련님 같으신데 그러고 서 계시지 마시고 옷을 벗으시지요.”

“술도 나리의 소유물” 하나의 놀이일 뿐
허균의 첫날밤 이야기…사전 답사 실패

자신의 이름을 미연이라고 밝힌 퇴기에 가까운 여인이 다가서고 있었다.

몸을 가리고 있는 얇은 천 안으로 초롱불에 비친 그녀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눈은 그녀의 몸매에 고정되고 쉬지 않고 가슴이 뛰고 있었다.

“여자가 처음인 모양이지요.”

허균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여인을 향해 헛기침을 해댔다.

그렇다고 허균 자신이 그곳을 찾은 이유, 혼례에 앞서 여체에 대한 실습을 하기 위해 그곳에 왔다는 이야기는 죽어도 할 수 없었다.

“그야, 밤이고 낮이고 글공부 하다 보니 이런 곳에 올 겨를이 없었…….”

“그래요.”

허균의 전신을 훑던 여인이 한 뼘의 사이를 두고 마주섰다.

“호호, 오늘 제가 횡재하려는가 봅니다.”

“횡재라니요.”

“숫총각의 딱지를 떼어주는 횡재 말이지요.”

“어 허, 누가 숫총각이라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여인의 손이 허균의 옷고름을 잡았다.

“이렇게 떨고 있는 모습을 보니 숫총각이 아니라고는 못할 테지요.”

여인의 이죽거리던 웃음이 기쁨의 웃음으로 변해갔다.

밖에서 자꾸 소란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필시 자신이 어떻게 첫날밤을 보낼지에 대해 술렁이고 있을 터였다.

그 소리를 들으며 허균이 초롱불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훔쳐보고 있는 많은 관객들을 위해 그냥 초롱불을 밝히고 일을 벌일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신부를 바라보았다.

두터운 천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몸을 가리고 있는 막 피어나기 시작한 꽃 한 송이가 바람에 떨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았다. 가느다랗게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안 되겠네.’

혼자만의 소리를 목으로 삼킨 허균이 초롱불을 껐다.

초롱불을 끄자마자 신부에게 다가섰다. 당당하게 손을 뻗었다.

신부가 떨고 있는 소리와 방으로 스며드는 달빛이 어지러웠다.

“도련님이 옷을 벗으시지 않으면 제 손으로 벗겨 드려야겠지요.”

다가온 여인이 급하게 고름을 잡아당겼다.

순간 저고리의 양쪽이 갈라지면서 맨살의 가슴이 드러났다.

“어 허, 내가 벗을 것이거늘.”

말뿐이었다. 이상하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여인의 손길이 허균의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꾸만 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손이 배꼽에 이르자 한쪽으로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린 여인이 허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허.”

이상하게 몸이 자꾸 전율을 일으키고 있었다. 얼굴은 괜스레 달아오르고 호흡은 가빠지고 있었다.  

허균이 손을 뻗어 신부의 얼굴을 가만히 만져보았다.

그 순간까지 마치 죽어있었다는 듯이 조용하던 어린 신부의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거칠어져 있었던 호흡을 간신히 참아내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모른 체 하고 손을 뒤로해서 신부를 안았다.

허균의 얼굴 위로 신부가 거친 숨을 뜨겁게 뿜어내고 있었다.

그 열기에 잠시 뒤로 물러난 허균이 가슴 부근으로 손을 가져갔다. 순간 신부가 가느다란 신음을 흘리며 몸을 살짝 옆으로 꼬았다. 

허균은 그 동작을 빨리 서두르라고 재촉하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손을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순간 몸을 떨었다.

몸을 일으켜 세워 자신의 몸 위에서 놀던 여인을 밀쳐내고 자세를 바로 했다.

여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허망했다.

그저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무엇 하려고 이곳에 왔는지 후회가 머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순간이 지나자 자신의 아래에 일렬로 몸을 마주하고 있는 신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애틋함이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밀려오고 있었다.

정성을 다해 신부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어 주다 손을 신부의 등으로 집어넣고 다시 한 번 힘차게 껴안았다.

나의 신부, 평생 이렇게 함께 해야 할 허균의 여인이라는 뿌듯함이 솟아나고 있었다.

재촉하는 신호

“그랬군요.”

허균이 그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이 매창을 쳐다보았다.

“역시 기생보다는 부인이지요.”

허균이 대답 대신 매창에게 가벼이 미소를 보내고는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잠시 사이를 두다 말을 이어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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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유튜버 데뷔 진짜 이유

문재인 유튜버 데뷔 진짜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잊히고 싶다던 사람의 행보는 절대 아니지 않나?”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국민 행보를 시작했다. 전임 대통령과 달리 퇴임 후에도 활발한 활동으로 입길에 오르더니 최근에는 그 행보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을 얼마 앞둔 시점에 남긴 “잊히고 싶다”는 말이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보수 정당은 문 전 대통령의 말을 ‘허언’이라고 치부하는 중이고 진보 세력에서도 “좀 너무한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임 대통령의 행보라고 하기엔 과하다는 지적이다. 의도 없어도 정치 행보로 문 전 대통령은 2022년 3월30일 불교계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잊혀진 삶, 자유로운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퇴임을 40일 정도 남긴 시점이었다. 앞서 2020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대통령 이후에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이라든지, 현실 정치와 계속 연관을 갖는다든지 그런 것은 일절 하고 싶지 않다”며 “대통령을 하는 동안 전력을 다하고 대통령이 끝나고 나면 잊혀진 사람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대국민 소통을 이유로 SNS를 시작했다. 책을 추천하거나 시국과 관련해 발언하는 용도로 사용됐다. 행사에 참석해 직접 정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낸 적도 있다. 선거 때 유세에 나서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에게서는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다. 문 전 대통령의 행보는 매번 입길에 올랐다. 전직 대통령인 만큼 행보 하나하나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부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이다. 백번 양보해서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자리”라고 말했다. 실제 문 전 대통령의 언행은 정치권은 물론 국민에게도 얘깃거리가 되곤 했다. 그런 문 전 대통령이 이번에는 유튜버로 깜짝 변신했다. 전직 대통령이 유튜버로 데뷔한 사례 역시 역대 최초다. 무엇보다 영상 제작을 방송인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겸손방송국’이 맡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해석이 줄을 잇고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초 친명 측서 민감하게 반응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평산책방’에 게재된 ‘EP. 1 시인이 된 아이들과 첫 여름, 완주’ 영상에 출연했다. 채널명인 평산책방은 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무는 경남 양산에서 운영 중인 서점이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6일 ‘평산책방’ 계정에 45초 남짓의 영상을 올려 유튜버로서의 출발을 알린 바 있다. 영상은 문 전 대통령과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대담 형식으로 구성됐다. 문 전 대통령은 평산책방의 ‘책방지기’로 소개됐다. 첫 번째 추천작은 시집 <이제는 집으로 간다>였다. 소년보호 사건 재판에서 보호위탁 처분을 받은 경남 청소년위탁센터의 청소년 76명이 작성한 시를 엮어 만든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아이들은 앞으로 우리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느냐, 안 그러면 계속 빗나간 생활을 하느냐는 갈림길에 서 있다”며 “절대적으로 부족한 게 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다. 애들은 들어주기만 해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집의 표제시인 ‘가만히’를 가장 기억에 남는 시로 꼽았다. 두 번째 책으로는 류기인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부장판사 등이 엮은 <네 곁에 있어줄게>를 추천했다. 청소년회복센터 교사, 자원봉사자 등이 소년재판과 소년사건 현장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을 담은 책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책은 평산책방이 직접 출판했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출판할 수 있었다”면서 “책이 많이 팔려서 아이들에게 인세(저작권 사용료)를 나눠주고 아이들이 ‘시집도 냈고 인세도 받았다’는 자긍심으로 세상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통령의 유튜버 데뷔는 정치권을 흔들었다. SNS 글, 직접 발언 등으로 메시지를 던진 적은 있지만 고정 출연을 명목으로 한 주기적인 방송 활동은 그 영향력에 있어서 결이 다르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문 전 대통령의 행보에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친명(친 이재명)계’ 쪽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뜬금없이 갑자기 왜? 실제 유튜브 영상은 물론 이 대통령을 지지하는 커뮤니티 등에는 문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의견이 다수 올라왔다. ‘잊혀지고 싶다고 했으면 조용히 있어달라’ ‘왜 대통령이 순방길에 나선 시점에 유튜브를 하나’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영상 제작을 맡은 김씨와의 연관성을 언급하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통령의 행보를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와 연결 짓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 전쟁이 본격화할 즈음에 ‘친문(친 문재인)’ 세력을 규합해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국민의힘 등 야권을 상대로 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부에 영향을 끼치겠다는 의도로 비친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후보 공천 시기가 다가오면 민주당 지지층이 친명과 친문(친 문재인)으로 갈릴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미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사이가 미묘하게 흔들리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정 대표는 임기 초부터 이 대통령이 주목받아야 할 시기마다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도 정 대표는 당원 주권 강화를 취지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값을 1인1표로 하겠다는 내용을 두고 의견 수렴을 하겠다며 전 당원 여론조사를 밀어붙였다. 이번 여론조사는 당 대표 선거에서 ‘당심’을 등에 업고 당선된 정 대표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연임을 노리고, 앞으로 있을 지방선거의 공천권을 쥐겠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여기에 문 전 대통령의 지지층이 힘을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친문 스피커로 불리는 김어준씨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당 대표가 되기 전부터 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온라인 게시판에 자주 글을 남겼다. 당 대표 취임 후에는 “사법개혁안을 당론으로 추진해 본회의에 통과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인사 글을 남기기도 했다. 공천 전쟁 친문 결집? 지난 6일 제주도에서 열린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워크숍 강연에선 “민주당 지지 성향으로 봤을 때 <딴지일보>가 가장 바로미터”라고 발언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특정 지지층에 휘둘린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타나면서 지방선거가 ‘진흙탕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한편으로는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과거와 비교해 많이 훼손된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기 내내 4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점, 퇴임 후의 행보가 지지세를 깎아 먹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게 지난해 총선 때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4·10 총선 당시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는 유세 활동을 펼쳤다. 당시 그는 “이렇게 못하는 정부는 처음”이라며 윤석열정부를 연일 공격했다. 국민의힘이 “최악의 정부는 문재인 정부”라고 정면 반박하면서 문 전 대통령이 선거 전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폭망’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부·울·경 일대를 돌며 민주당 후보 11명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9명이 낙선한 것이다.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의 지지층을 중심으로 ‘문재인 책임론’이 불거졌다. 문 전 대통령의 등장이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보수층에서 ‘문 전 대통령 덕분에 보수가 결집했다’는 조롱이 나올 정도였다. 지난해 총선 유세 ‘폭망’ 조국 사면으로 민심 악화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이후에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의 사면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돼 수감된 상태였다. 조 대표가 받은 형량은 2년으로 만기 출소는 내년 2월로 예정돼있었다. 그런 그를 ‘광복절 사면’ 대상에 포함해달라는 요구를 했다는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조 대표 사면 요구는 이정부의 임기 초반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처음 정치권에서 조 대표의 사면 이슈가 흘러나왔을 당시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역대 정부에서 임기 초에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점, 조 대표에 대한 민심이 부정적인 점 등이 근거로 떠올랐다. 이른바 ‘조국 사태’는 대학 입시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 공정성 논란과 결합하면서 엄청난 폭발력을 보여줬다.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크게 흔들린 시점도 조국 사태였고, 결정적으로 윤정부의 탄생에 단초가 됐다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사면 요구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기류가 변했다. ‘조국에게는 마음의 빚이 있다’는 문 전 대통령의 생각이 사면 요구로 나타나면서 조 대표의 사면을 지지하는 쪽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 지지층에서는 ‘(대통령) 임기 때에도 못 한 일을 왜 현 정부에 해달라고 하느냐’는 의견이 분출했다. 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조 대표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한 사면 요구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않은 점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에 부담 주지 말라는 의견도 빗발쳤다. 정치권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그러다 이 대통령이 조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을 이겼다’ ‘친문 살아 있다’는 등의 말이 나왔다. 후폭풍은 거셌다. 60%대를 견고하게 유지하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대로 주저앉았다. 공정 이슈가 훼손됐다고 생각한 2030세대가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다. 영향력은 두고 봐야 문 전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평산책방’ 계정에 올라오는 영상 중 ‘평산책방 TV’라는 코너에 고정 출연할 예정이다. 문 전 대통령이 내놓는 발언, 추천하는 책, 출연자 등이 하나하나 입방아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문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트로이 목마’가 될까, ‘서포터’가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