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27)첫날밤

기생보단 부인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나리, 이곳에서의 일정이 어찌 되시는지요.”

“이곳에서 일정이라.”

“아까 말씀하시기를 이곳에 그다지 오래 머물러 계시지 못할 것이라 하신 듯해서요.”

허균이 매창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매창도 회피하지 않고 얼굴을 들어 허균의 시선과 마주했다.


첫날밤의 경험

“아무래도 내일 중으로 고부로 넘어가야 할 듯하오. 아니, 이미 그곳에 가 있어야 할 일인데 내가 미루고 있는 중이지.”

“이 일로 곤경에 처하는 경우는 없을까요.”

허균이 웃었다.

“매창, ‘천하의’라고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물론 그를 알고 있지요. 그런데 제 경우도 그에 해당 될 수 있는지요.”

“글쎄, 여하튼 우리 그 일을 한번 알아보도록 하시게.” “시간이 아깝습니다. 한 잔 드시지요.”


말과 동시에 매창이 안주를 집어 들었다. 

“허 허, 자신은 술을 마다하고 나에게는 술을 권하다니.”

“나으리, 술도 나리의 소유물인 듯하옵니다.”

“소유물이라.”

“혹자는 술에 지배당하지요. 평소에는 전혀 시도하지도 못하는 일들을 술기운을 빌려서 하려는 사람들을 종종 보아왔습니다. 그런데 나리께서는 술을 마시는 일도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 말씀이옵니다.”

“그 이야기는 내가 술을 마심으로 인해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 이 말로 해석해도 된다 이거로군.”

말을 마친 균이 잔을 들어 한 번에 비워내자 매창이 안주를 들고 있는 손을 허균의 입을 향해 움직였다.

그 손을 허균이 가만히 잡았다.

이제는 매창도 놀라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매창, 고맙구려.”

매창이 조용히 웃고 있었다.

허봉이 돌아오기만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허균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유배 생활을 끝내고 영의정 노수신에 의해 다시 조정에 기용되려던 형이 그를 거절하고 유랑의 길을 선택했다.

그 무렵 허균은 혼인했다.

안동 김 씨 집안의 규수로 수더분하기 그지없는 여자였다.

누나만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보다 못하다는 생각 역시 들지 않았다.

그 여인을, 자신의 부인을 통해서 누나에 대한 고통을 치유하고자 했으나 그보다 더 급한 일이 있었다.

형의 일도 그러려니와 초시에 합격한 자신의 처지 때문이었다. 


“나리!”

매창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균의 말을 잘랐다.

“왜 그러오.”

“갑자기…….”

“주저하지 말고 말해보시오.”

허균의 시선이 의아하다는 듯이 변해갔다.

“나리의 부인되시는 분과의 첫…….”

“지금 첫날밤 경험을 묻는 것이오.”

“나리의 경우는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말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고 고개를 한쪽으로 살며시 돌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허균이 가만히 미소 지었다.

“아마도 지체 높은 양반집 도련님 같으신데 그러고 서 계시지 마시고 옷을 벗으시지요.”

“술도 나리의 소유물” 하나의 놀이일 뿐
허균의 첫날밤 이야기…사전 답사 실패

자신의 이름을 미연이라고 밝힌 퇴기에 가까운 여인이 다가서고 있었다.

몸을 가리고 있는 얇은 천 안으로 초롱불에 비친 그녀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눈은 그녀의 몸매에 고정되고 쉬지 않고 가슴이 뛰고 있었다.

“여자가 처음인 모양이지요.”

허균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여인을 향해 헛기침을 해댔다.

그렇다고 허균 자신이 그곳을 찾은 이유, 혼례에 앞서 여체에 대한 실습을 하기 위해 그곳에 왔다는 이야기는 죽어도 할 수 없었다.

“그야, 밤이고 낮이고 글공부 하다 보니 이런 곳에 올 겨를이 없었…….”

“그래요.”

허균의 전신을 훑던 여인이 한 뼘의 사이를 두고 마주섰다.

“호호, 오늘 제가 횡재하려는가 봅니다.”

“횡재라니요.”

“숫총각의 딱지를 떼어주는 횡재 말이지요.”

“어 허, 누가 숫총각이라고.”

그 말이 끝나자마자 여인의 손이 허균의 옷고름을 잡았다.

“이렇게 떨고 있는 모습을 보니 숫총각이 아니라고는 못할 테지요.”

여인의 이죽거리던 웃음이 기쁨의 웃음으로 변해갔다.

밖에서 자꾸 소란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필시 자신이 어떻게 첫날밤을 보낼지에 대해 술렁이고 있을 터였다.

그 소리를 들으며 허균이 초롱불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훔쳐보고 있는 많은 관객들을 위해 그냥 초롱불을 밝히고 일을 벌일까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신부를 바라보았다.

두터운 천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몸을 가리고 있는 막 피어나기 시작한 꽃 한 송이가 바람에 떨고 있었다.

뒤를 돌아보았다. 가느다랗게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안 되겠네.’

혼자만의 소리를 목으로 삼킨 허균이 초롱불을 껐다.

초롱불을 끄자마자 신부에게 다가섰다. 당당하게 손을 뻗었다.

신부가 떨고 있는 소리와 방으로 스며드는 달빛이 어지러웠다.

“도련님이 옷을 벗으시지 않으면 제 손으로 벗겨 드려야겠지요.”

다가온 여인이 급하게 고름을 잡아당겼다.

순간 저고리의 양쪽이 갈라지면서 맨살의 가슴이 드러났다.

“어 허, 내가 벗을 것이거늘.”

말뿐이었다. 이상하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여인의 손길이 허균의 가슴을 쓸어내리며 자꾸만 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 손이 배꼽에 이르자 한쪽으로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린 여인이 허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허.”

이상하게 몸이 자꾸 전율을 일으키고 있었다. 얼굴은 괜스레 달아오르고 호흡은 가빠지고 있었다.  

허균이 손을 뻗어 신부의 얼굴을 가만히 만져보았다.

그 순간까지 마치 죽어있었다는 듯이 조용하던 어린 신부의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미 오래전부터 거칠어져 있었던 호흡을 간신히 참아내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모른 체 하고 손을 뒤로해서 신부를 안았다.

허균의 얼굴 위로 신부가 거친 숨을 뜨겁게 뿜어내고 있었다.

그 열기에 잠시 뒤로 물러난 허균이 가슴 부근으로 손을 가져갔다. 순간 신부가 가느다란 신음을 흘리며 몸을 살짝 옆으로 꼬았다. 

허균은 그 동작을 빨리 서두르라고 재촉하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손을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순간 몸을 떨었다.

몸을 일으켜 세워 자신의 몸 위에서 놀던 여인을 밀쳐내고 자세를 바로 했다.

여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허망했다.

그저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무엇 하려고 이곳에 왔는지 후회가 머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한순간이 지나자 자신의 아래에 일렬로 몸을 마주하고 있는 신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애틋함이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밀려오고 있었다.

정성을 다해 신부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어 주다 손을 신부의 등으로 집어넣고 다시 한 번 힘차게 껴안았다.

나의 신부, 평생 이렇게 함께 해야 할 허균의 여인이라는 뿌듯함이 솟아나고 있었다.

재촉하는 신호

“그랬군요.”

허균이 그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이 매창을 쳐다보았다.

“역시 기생보다는 부인이지요.”

허균이 대답 대신 매창에게 가벼이 미소를 보내고는 천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잠시 사이를 두다 말을 이어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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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