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대여료 ‘먹튀 사기’ 주의보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2.10 14:07:09
  • 호수 12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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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쓰자” 꼬시고 잠적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중고 물건을 넘어 이제 부동산, 자동차 등에도 허위매물들이 범람하고 있다. 허위매물 근절에 대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다. 최근 축구장 대관료 관련 사기 수법도 성행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카페 내에서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온라인 사기 피해자들은 허위매물에 속아 돈을 먼저 입금하는 경우가 많다. ‘소액이니까 괜찮겠지’라고 안심해 돈을 보내면, 상대방은 잠적하거나 바쁘다고 둘러대는 수법이 판친다.

허위매물

지난해 발생한 사이버 사기 범죄는 13만6074건으로 2018년(11만2000건)보다 21.5% 증가했다. 지난해 사이버 사기 범죄로 검거된 인원 역시 3만1331명으로 전년(2만8757명)보다 8.95% 늘었다. 

허위매물 사기 수법은 중고거래 사이트에 특정 상품 판매한다는 허위 게시글을 올려 구매자를 물색하거나 ‘구매한다’는 게시물을 올린 이들에게 연락해 비교적 낮은 가격을 제시해 유혹한다. 이후 지방에 있으니 송금하면 택배나 고속버스 화물로 발송하겠다고 안심시킨다. 그런 뒤 구매자가 입금하면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식이다. 이들은 5~6개 은행 계좌를 돌려 사용하거나 휴대폰도 종종 바꿔버린다.

이들은 직거래도 가능하다고 안심시킨 후, 막상 원한다고 하면 바쁘다거나 출장 중이라고 둘러대고 택배를 유도하거나 연락을 끊기도 한다. 이 때문에 구매자가 이를 눈치채 미수에 그친 사례도 적지 않다. 일부 피해자들은 소액이라는 이유로 사기를 당하고도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수년간 중X나X에 카메라, 자전거 커뮤니티 등에 허위매물을 올려 대금을 가로챈 수법이 성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물건뿐 아니라 축구장 대관료만 받은 뒤 잠적하는 수법까지 판치고 있다.

축구장(2시간 기준) 대관 비용은 16만원이었는데 B씨는 “비용을 나눠서 내자”며 A씨를 안심시켰다. 이후 회사서 돈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핑계로 B씨의 몫까지 더해 돈을 추가로 요구했다. 거기다 다음달 사용분까지 더해 A씨는 일주일 동안 총 168만6000원을 송금했다. B씨는 A씨에게 부과세에다가 조명 비용까지 합쳐진 금액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A씨는 순수하게 경기장을 같이 사용하는 줄 알고 입금했지만 경기장도 사용하지 못했고 환불도 받지 못했다. B씨가 환불해준다고 한 뒤 잠적해버렸기 때문이다. 

A씨는 “B씨가 축구장 예약 사진을 보여주면서 안심시켰다. 같은 수법으로 또 당해서 피해 금액만 해도 300만원이 넘는다. 의심도 하지 않은 채 처음부터 한꺼번에 많은 금액을 이체한 내 잘못”이라고 후회했다.

“바로 환불해준다”한 뒤 잠수
피해자 40명 모여 피해담 공유

A씨 외에도 B씨에게 당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B씨의 사기 행각에 당한 약 40명의 피해자는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서 자신의 피해내역을 공유하며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는 “피해 금액이 10만원 미만이라면 B씨가 다시 되돌려주지만, 20만원 이상 넘어가면 부담이 되는지 돌려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B씨는 축구장 대여뿐 아니라 야구장도 비슷한 수법을 사용했다. 사회인 야구 커뮤니티 사이트인 ‘게임원’ 사이트서도 예약을 받은 뒤 돈만 받고 잠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이트 이용자 ‘독*님’은 “B씨가 올린 게임 부킹(예약)을 조심하라. 경기를 잡아서 팀원들이 다 이동했을 때 다른 팀이 게임하고 있었다. 황당해서 B씨에게 전화하니 안 받거나 받아도 환불해준다고 하고 있다”고 글을 올렸다. 이어 “해당 날로부터 10일이 지나도록 환불은커녕 아무 말도 없었다. 우리팀만 피해 본줄 알았는데 다른 팀도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상습범인 것 같아 이글을 게시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유**님’은 “약속 당일 새벽 4시에 취소 문자 하나 보내더니 수신거부하고 연락을 받지 않았다. 팀원들 모두 경기장으로 출발한 상태였는데, 당일 새벽에 취소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또 당일 예약한 경기장은 텅텅 비어 있었는데 예약을 2건 잡았다는 등의 거짓말만 늘어놨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와 유사한 피해 건수들이 많아 관할 경찰서로 이관돼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수원남부경찰서의 한 수사관은 “해당 관련 금융 사건이 이틀 전에 접수 받았다. 계좌 추적을 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이 신청된 상태며, 자세한 내용을 말씀 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거래 정보를 취득해야만 범행 계좌 예금주 인적사항 도출이 되고, 예금주인 참고인을 상대로 소환 조사 등을 거쳐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은 뒤 은행에 위탁 집행해 그 금융거래 정보를 취득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서 2∼3일 분석해 법원에 청구하고, 판사가 이틀 정도 보고 난 뒤 영장이 발부되면 다시 검찰에 내려온다.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의심 또 의심…

상황이 이쯤 되자 축구장 관련 카페 내에서는 대관료 사기에 당하지 않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카카오톡을 이용해 들어오는 섭외는 일단 의심해야 하는데 통상 전화번호도 없이 섭외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둘째 전화번호가 있다고 해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가짜 번호가 아닌지 확인을 해야 한다. 전화번호 몇 가지를 바꿔가면서 사기를 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셋째 대관한 팀의 회장 이름과 총무 이름을 꼭 확인해야 한다. 지역 내 있는 팀인지 아닌 판단해야 한다. 넷째 해당 경기장 대관 상황과 시간표, 금액까지 확인해야 한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3년 전 비슷한 일이?
가석방 한 달 만에 또…

온라인 축구 동호회 회원들에게 경기장을 빌려준다고 속인 뒤 돈만 받아 챙겨 징역형을 선고받았던 20대가 가석방 한 달 만에 똑같은 범행을 저질러 재차 구속됐다.


경기 안산단원경찰서는 지난 2018년 7월, 사기 혐의로 C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C씨는 “서울과 경기도에 쉽게 빌릴 수 있는 축구장과 풋살 경기장을 알고 있는데 대관료를 공동모금하고 있다”는 글을 축구 동호회 온라인 카페에 올린 뒤 회원 한 명당 5만∼10만원을 받아 챙기는 수법으로, 한 달간 31명으로부터 47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17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17명으로부터 300여만원을 가로채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2018년 3월 말 가석방으로 출소한 상태였다. 

회원들로부터 진정서를 접수한 경찰은 김씨의 통신기록과 계좌 사용내역 등을 통해 서울 소재 자신의 주거지 인근에 있던 김씨를 붙잡았다.

경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김씨는 회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실제 동호회 활동에도 수차례 참여하며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빼돌린 돈은 생활비와 유흥비 등으로 모두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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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