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서 날개 단 폴리스 스토리

검찰·국정원보다 세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정부 들어 경찰이 날개를 달았다. 연일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검찰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숙원이던 독립적 수사권을 쟁취하면서 검찰과의 관계도 재정립될 가능성이 열렸다. 경찰 입장에선 지금이 화양연화일지도 모른다.
 

검찰과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뿌리가 깊다.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순위서 검찰과 경찰은 국회와 함께 최하위권을 다툰다. 세 기관은 지난해와 2018년 나란히 뒤에서 13등을 차지했다.

신뢰도
바닥인데…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는 지난해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2019년 국가사회기관 신뢰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사회기관은 대통령(25.6%)으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신뢰도를 기록한 세 기관은 검찰(3.5%), 국회(2.4%), 경찰(2.2%)이었다. 2018년 조사 역시 경찰(2.7%), 검찰(2.0%), 국회(1.8%) 순으로 낮게 나타났다.

검찰과 경찰, 한 세트처럼 묶였던 두 조직의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한 시점은 문재인정부 들어서다. 검찰은 앞선 정부서도 힘을 빼야할’ ‘개혁해야 할조직으로 여겨져 왔다. 이 같은 기조는 문정부 출범과 동시에 더욱 강해졌다. 문정부는 검찰에 적폐 청산을 위한 칼자루를 쥐어주면서 동시에 개혁의 대상으로 삼았다.

20175월 출범한 문정부는 같은 해 7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과제에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 탈검찰화로 대표되는 정부의 검찰 개혁 청사진이 포함됐다.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수행 독립성이 훼손돼왔던 검찰을 개혁하고 고위공직자 부패 근절을 위해 공수처를 설치하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찰권 분산과 인권친화적 경찰 확립 실행 방안 등과 연계해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마련하고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719일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이, 같은 달 25일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취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 전 검찰총장이 취임하는 자리서도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언급했다. 문 전 검찰총장은 저에게 개혁을 추진할 기회를 주신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잘하겠다고 화답하면서도 예사롭지 않은 내용의 한시를 읊어 여러 해석을 낳았다.

당시 문 전 검찰총장이 읊은 한시는 대만의 저명 학자인 난화이진 선생이 자신의 저작 <논어별재>에 실은 것이다.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며 뽕잎을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라네라는 내용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통과
66년 만에 숙원 풀었다

하나의 하늘을 두고 요구하는 것이 각기 다른 것처럼 사람들 입장에 따라 생각하는 게 다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요구한 검찰 개혁 방향에 우회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201712월 경찰개혁위원회는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전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검·경 수사권 분리 권고안을 내놨다. 검찰이 기소권은 물론 수사지휘권과 영장청구권까지 독점하고 있어 표적수사 등의 폐해가 일어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다만 경찰관 관련 범죄일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2018년과 20192년 동안 검·경 수사권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은 물론 정치권서도 대립이 이어졌다. 이 과정서 청와대는 검찰의 권한을 줄이고, 그 권한을 경찰과 나눠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20181월 청와대가 발표한 문재인정부 권력기관 개혁방안에 따르면 검찰과 국정원의 권한은 축소된 데 반해 경찰의 권한은 강화됐다.
 

▲ 민갑룡 경찰청장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브리핑서 국정원의 핵심활동이던 간첩 등의 범죄에 관한 대공수사권을 경찰청에 신설하는 안보수사처(가칭)로 이관한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역할은 대북·해외 업무로 줄어들었다. 또 경제나 금융 등 특별수사를 제외한 모든 1차 수사권은 경찰이 맡는다고 했다. 국정원과 검찰의 핵심 권한을 경찰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 전 검찰총장은 20183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검찰 패싱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문 전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서 검찰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안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각을 세웠다.

검 내리고
경 올리고

이후 20186월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서 이 전 총리는 ·경의 관계를 대등·협력적 관계로 개선해 권한을 분산하고 상호 견제하게 하는 내용은 수사권 조정 논의의 오랜 역사서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경찰이 1차 수사서 보다 많은 자율권을 갖고 검찰은 사법통제 역할을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경찰은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가지고, 검찰은 기소권과 일부 특정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권, 송치 후 수사권, 경찰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 경찰의 수사권 남용 시 시정조치 요구권 등 통제권을 갖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2018년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만드는 시기였다면 지난해는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의 시간이었다. 지난해 4월에는 선거제와 공수처법, ·경 수사권 조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여부를 두고 여야 의원들 간에 충돌사태가 일어나는 등 말 그대로 국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지난해 429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사법경찰관에 1차 수사종결권을 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에 보완수사와 시정조치 요구권 등을 부여했지만 이것도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경찰이 거부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경찰의 독립성이 확대됐다.

문 전 검찰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 지정 직후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반한다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검찰 개혁
반사이익

민갑룡 경찰청장은 문 전 검찰총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민 청장은 수사권 조정은 현 정부 들어 바로 논의를 시작해 각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고 총리까지 나서서 법무부·행정안전부장관과 함께 합의문을 만들었다경찰은 경찰개혁위를 통해, 검찰은 법무검찰개혁위를 통해서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합의안에 기초해서 국회 사개특위가 계속 열려 있었고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 수렴과 치열한 토론과정이 있었다패스트트랙 안건 지정 과정서도 수사권 조정 관련해서는 거의 쟁점이 없을 정도로 민주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전했다.

문 전 검찰총장은 2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이후 지난해 7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했다. 같은 해 8월 문 대통령이 조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검찰과 청와대의 갈등이 시작됐다. 검찰은 조 전 장관과 관련된 의혹을 두고 수사를 진행했고 청와대는 검찰개혁으로 맞섰다.
 

▲ 윤석열 검찰총장

지난해 12234+1(민주·바른미래·정의·평화+대안신당) 협의체가 마련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수정안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경찰은 1차 수사권과 종결권 확보로 수사 재량권을 대폭 늘어났다. 그동안 수직 관계에 머물렀던 검찰과 경찰이 66년 만에 상호협력 관계로 거듭나게 됐다.

지난달 28일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개정안의 공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 시행을 위한 후속조치에 돌입했다.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때로부터 1년 이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점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수도 있다.

수사종결권에 정보 수집까지
‘공룡경찰’ 막을 법안 나와야

문제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된 공룡경찰에 대한 우려다. ·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로 경찰은 정보와 수사 기능을 모두 거머쥔 거대 권력기관으로 재탄생했다. 경찰 권력 분산을 위한 자치경찰제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경찰 권력에 대한 충분한 견제와 감시가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간 민간인 사찰 등으로 비판을 받았던 정보 경찰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보 수집 기능축소가 경찰개혁의 핵심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지난해 3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에는 경찰관의 정부 수집 기능에 대해 치안정보의 수집, 작성 및 배포로 규정돼있다.

하지만 치안정보에 대한 범위가 모호해 경찰이 자의적으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소 의원의 개정안에는 치안정보를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정보로 구체화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개정안으로도 모호성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 대검찰청

더불어민주당은 공룡경찰을 막기 위한 후속 입법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개혁 입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이제 경찰 개혁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 경찰 권한 비대화에 따른 우려가 나오자 민 청장도 경찰 지휘부와 연 화상회의서 국가수사본부 도입과 자치경찰제 입법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호소한다고 전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서 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경 수사권 조정 후속 추진단을 문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치하는 동시에 경찰 권력 비대화를 견제하기 위한 경찰 개혁법 통과에 힘을 쏟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제는
경찰 개혁?

정 총리는 경찰 권력이 비대해지거나 남용되지 않도록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분리해 운영하겠다자치경찰은 보다 가까운 거리서, 보다 이른 시간 안에 학교와 가정폭력, 교통사고 등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고 설명했다국가수사본부 신설 등을 통해 경찰의 수사 능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보완하겠다경찰의 수사역량을 제고하고 관서장의 수사 관여를 차단함으로써 책임 있는 수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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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