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부서 날개 단 폴리스 스토리

검찰·국정원보다 세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문재인정부 들어 경찰이 날개를 달았다. 연일 개혁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검찰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숙원이던 독립적 수사권을 쟁취하면서 검찰과의 관계도 재정립될 가능성이 열렸다. 경찰 입장에선 지금이 화양연화일지도 모른다.
 

검찰과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은 뿌리가 깊다.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순위서 검찰과 경찰은 국회와 함께 최하위권을 다툰다. 세 기관은 지난해와 2018년 나란히 뒤에서 13등을 차지했다.

신뢰도
바닥인데…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는 지난해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2019년 국가사회기관 신뢰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사회기관은 대통령(25.6%)으로 나타났다. 가장 낮은 신뢰도를 기록한 세 기관은 검찰(3.5%), 국회(2.4%), 경찰(2.2%)이었다. 2018년 조사 역시 경찰(2.7%), 검찰(2.0%), 국회(1.8%) 순으로 낮게 나타났다.

검찰과 경찰, 한 세트처럼 묶였던 두 조직의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한 시점은 문재인정부 들어서다. 검찰은 앞선 정부서도 힘을 빼야할’ ‘개혁해야 할조직으로 여겨져 왔다. 이 같은 기조는 문정부 출범과 동시에 더욱 강해졌다. 문정부는 검찰에 적폐 청산을 위한 칼자루를 쥐어주면서 동시에 개혁의 대상으로 삼았다.

20175월 출범한 문정부는 같은 해 7문재인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과제에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 탈검찰화로 대표되는 정부의 검찰 개혁 청사진이 포함됐다.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수행 독립성이 훼손돼왔던 검찰을 개혁하고 고위공직자 부패 근절을 위해 공수처를 설치하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경찰권 분산과 인권친화적 경찰 확립 실행 방안 등과 연계해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마련하고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719일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이, 같은 달 25일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취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문 전 검찰총장이 취임하는 자리서도 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언급했다. 문 전 검찰총장은 저에게 개혁을 추진할 기회를 주신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잘하겠다고 화답하면서도 예사롭지 않은 내용의 한시를 읊어 여러 해석을 낳았다.

당시 문 전 검찰총장이 읊은 한시는 대만의 저명 학자인 난화이진 선생이 자신의 저작 <논어별재>에 실은 것이다. ‘하늘 노릇하기 어렵다지만 4월 하늘만 하랴. 누에는 따뜻하기를 바라는데 보리는 춥기를 바라네. 나그네는 맑기를 바라는데 농부는 비 오기를 바라며 뽕잎을 따는 아낙네는 흐린 하늘을 바라네라는 내용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통과
66년 만에 숙원 풀었다

하나의 하늘을 두고 요구하는 것이 각기 다른 것처럼 사람들 입장에 따라 생각하는 게 다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요구한 검찰 개혁 방향에 우회적으로 반기를 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201712월 경찰개혁위원회는 수사는 경찰이, 기소는 검찰이 전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검·경 수사권 분리 권고안을 내놨다. 검찰이 기소권은 물론 수사지휘권과 영장청구권까지 독점하고 있어 표적수사 등의 폐해가 일어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다만 경찰관 관련 범죄일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2018년과 20192년 동안 검·경 수사권을 둘러싸고 검찰과 경찰은 물론 정치권서도 대립이 이어졌다. 이 과정서 청와대는 검찰의 권한을 줄이고, 그 권한을 경찰과 나눠야 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에 걸쳐 강조했다. 20181월 청와대가 발표한 문재인정부 권력기관 개혁방안에 따르면 검찰과 국정원의 권한은 축소된 데 반해 경찰의 권한은 강화됐다.
 

▲ 민갑룡 경찰청장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날 브리핑서 국정원의 핵심활동이던 간첩 등의 범죄에 관한 대공수사권을 경찰청에 신설하는 안보수사처(가칭)로 이관한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역할은 대북·해외 업무로 줄어들었다. 또 경제나 금융 등 특별수사를 제외한 모든 1차 수사권은 경찰이 맡는다고 했다. 국정원과 검찰의 핵심 권한을 경찰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 전 검찰총장은 20183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검찰 패싱논란에 대해 입을 열었다. 문 전 검찰총장은 대검찰청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서 검찰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안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각을 세웠다.

검 내리고
경 올리고

이후 20186월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서 이 전 총리는 ·경의 관계를 대등·협력적 관계로 개선해 권한을 분산하고 상호 견제하게 하는 내용은 수사권 조정 논의의 오랜 역사서 처음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경찰이 1차 수사서 보다 많은 자율권을 갖고 검찰은 사법통제 역할을 더욱 충실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경찰은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가지고, 검찰은 기소권과 일부 특정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권, 송치 후 수사권, 경찰수사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권, 경찰의 수사권 남용 시 시정조치 요구권 등 통제권을 갖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2018년이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만드는 시기였다면 지난해는 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의 시간이었다. 지난해 4월에는 선거제와 공수처법, ·경 수사권 조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여부를 두고 여야 의원들 간에 충돌사태가 일어나는 등 말 그대로 국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지난해 429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이하 사개특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검찰청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형사소송법 개정안에는 사법경찰관에 1차 수사종결권을 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에 보완수사와 시정조치 요구권 등을 부여했지만 이것도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경찰이 거부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되면서 경찰의 독립성이 확대됐다.

문 전 검찰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안 패스트트랙 지정 직후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반한다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검찰 개혁
반사이익

민갑룡 경찰청장은 문 전 검찰총장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민 청장은 수사권 조정은 현 정부 들어 바로 논의를 시작해 각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고 총리까지 나서서 법무부·행정안전부장관과 함께 합의문을 만들었다경찰은 경찰개혁위를 통해, 검찰은 법무검찰개혁위를 통해서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합의안에 기초해서 국회 사개특위가 계속 열려 있었고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많은 의견 수렴과 치열한 토론과정이 있었다패스트트랙 안건 지정 과정서도 수사권 조정 관련해서는 거의 쟁점이 없을 정도로 민주적인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전했다.

문 전 검찰총장은 2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이후 지난해 725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했다. 같은 해 8월 문 대통령이 조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검찰과 청와대의 갈등이 시작됐다. 검찰은 조 전 장관과 관련된 의혹을 두고 수사를 진행했고 청와대는 검찰개혁으로 맞섰다.
 

▲ 윤석열 검찰총장

지난해 12234+1(민주·바른미래·정의·평화+대안신당) 협의체가 마련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수정안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경 수사권 조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경찰은 1차 수사권과 종결권 확보로 수사 재량권을 대폭 늘어났다. 그동안 수직 관계에 머물렀던 검찰과 경찰이 66년 만에 상호협력 관계로 거듭나게 됐다.

지난달 28일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개정안의 공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 시행을 위한 후속조치에 돌입했다.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때로부터 1년 이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점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수도 있다.

수사종결권에 정보 수집까지
‘공룡경찰’ 막을 법안 나와야

문제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된 공룡경찰에 대한 우려다. ·경 수사권 조정안 통과로 경찰은 정보와 수사 기능을 모두 거머쥔 거대 권력기관으로 재탄생했다. 경찰 권력 분산을 위한 자치경찰제 추진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경찰 권력에 대한 충분한 견제와 감시가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간 민간인 사찰 등으로 비판을 받았던 정보 경찰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정보 수집 기능축소가 경찰개혁의 핵심으로 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지난해 3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에는 경찰관의 정부 수집 기능에 대해 치안정보의 수집, 작성 및 배포로 규정돼있다.

하지만 치안정보에 대한 범위가 모호해 경찰이 자의적으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소 의원의 개정안에는 치안정보를 공공안녕에 대한 위험의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정보로 구체화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문제는 개정안으로도 모호성이 충분히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 대검찰청

더불어민주당은 공룡경찰을 막기 위한 후속 입법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개혁 입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이제 경찰 개혁 입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 경찰 권한 비대화에 따른 우려가 나오자 민 청장도 경찰 지휘부와 연 화상회의서 국가수사본부 도입과 자치경찰제 입법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호소한다고 전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서 권력기관 개혁 후속조치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경 수사권 조정 후속 추진단을 문 대통령 직속 기구로 설치하는 동시에 경찰 권력 비대화를 견제하기 위한 경찰 개혁법 통과에 힘을 쏟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제는
경찰 개혁?

정 총리는 경찰 권력이 비대해지거나 남용되지 않도록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분리해 운영하겠다자치경찰은 보다 가까운 거리서, 보다 이른 시간 안에 학교와 가정폭력, 교통사고 등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고 설명했다국가수사본부 신설 등을 통해 경찰의 수사 능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보완하겠다경찰의 수사역량을 제고하고 관서장의 수사 관여를 차단함으로써 책임 있는 수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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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