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반기 드라마 라인업 분석

여풍, 웹툰, 의학…안방 노린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각종 영상 플랫폼과 콘텐츠가 늘어나고,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촬영 현장에는 찬기가 불며 일부 방송사가 월화드라마를 잠정 중단하는 등 드라마 시장이 위축되는 것으로 보였지만, 그래도 드라마는 드라마다. 시청자들은 일주일 내내 색다른 이야기로 생산되는 드라마를 즐기고 있다. 좋은 이야기와 뛰어난 배우들을 보고 있자면, 어느덧 현실을 잊고 드라마 안으로 빠져들게 된다. 여전히 매력적인 드라마는 2020년에도 다양한 키워드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칠 전망이다.
 

▲ (사진 왼쪽부터)배우 김혜수·김희선·김태희

2020년 상반기 드라마의 키워드는 ‘여풍’ ‘스타 귀환’, 웹툰 드라마와 의학의 네 가지로 압축된다. 최정상 여배우들이 오랜만에 안방을 찾으며, 대부분 여성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아울러 ‘빅네임’의 배우들이 안방을 찾아 시청자들과 소통할 전망이다. 

톱 여배우 셋
‘여풍’ 주도

스타 배우들은 물론 메가 히트작을 가진 스타 제작진도 돌아온다. 이야기의 주요 기반으로 자리잡은 웹툰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드라마화될 전망이며, 언제나 타율이 높은 의학드라마 역시 올 상반기 시장의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2020년에는 그간 얼굴을 자주 보지 못했던 스타들이 대거 귀환한다. 배우 김혜수와 김희선, 김태희가 대표적이다. 세 배우는 올해 상반기 드라마시장의 ‘여풍’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문을 여는 배우는 SBS <하이에나>의 김혜수다. 2016년 <시그널> 이후 4년 만의 안방 복귀다. 변호사들의 물고 뜯고 찢는 하이에나식 생존기를 그린 작품으로 김혜수는 돈과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변호사 정금자로 나선다. SBS <뿌리깊은 나무> <별에서 온 그대>의 장태유 PD의 신작이다. 

KBS2 드라마 <직장의 신>과 tvN <시그널>, 영화 <타짜> <차이나타운> <굿바이 싱글> <도둑들> <국가부도의 날> 등 인물이 밝든 어둡든 언제나 인상 깊고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김혜수는 이번 작품을 통해 파격을 더할 계획이다. 상대 배우인 주지훈의 멱살을 잡고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표정과 얼굴에 덕지덕지 붙은 상처, 트레이닝 복에 정장을 걸친 패션 등 포스터를 통해 풍기는 이미지로는 그가 어떤 연기를 펼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관능적이면서도 유쾌하고, 강렬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소개된 정금자는 기존 문법에 없는 캐릭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비(정지훈)과 결혼한 뒤 방송활동을 잠정 중단하다시피 했던 배우 김태희가 2015년 SBS <용팔이> 이후 5년 만에 드라마로 나선다. 국내 대표적인 미인으로 오랫동안 군림해온 그의 복귀작은 tvN <하이바바, 마마>다. 죽은 아내가 사별의 아픔을 딛고 새 인생을 시작한 남편과 딸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약 49일간의 리얼 환생 스토리다.

박보영(<오 나의 귀신님>)과 신민아(<내일 그대와>)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유제원 PD와 KBS2 <고백부부>의 권혜주 작가가 뭉쳤다. 

김태희는 아이 한 번 안아보지 못한 아픔에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엄마 차유리로 분한다. 상대 배우는 tvN <비밀의 숲>과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에서 입지를 굳힌 이규형이다.

김혜수·김희선·김태희…여풍이 분다
김은숙·노희경·연상호 스타작가 복귀

제작진에 따르면 김태희는 2006년 월드컵서 붉은 악마로 응원하다 첫사랑을 느끼는 모습부터, 풋풋한 연애를 거쳐 결혼에 골인하는 모습 등 로맨틱한 면모를 보여준다. 연기적인 측면서 다소 아쉬운 평가를 받아왔던 김태희가 결혼 후 첫 작품인 이번 작품서 기존과 달라진 연기를 선보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제작진은 “김태희가 이규형과 함께 극중 인물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쌓아 올려나가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국내 미인 계보서 빠질 수 없는 미모의 김희선도 판타지 장르의 <앨리스>로 나선다. 이 드라마는 시간여행을 내세운 작품이다. 과거로의 첫발을 내딛는 공항이자 시간 여행자들만 머무는 호텔로 인해 비극이 일어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희선은 극 중 물리학자 윤태이를 맡는다. 시간여행의 비밀을 밝히게 될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형사 진겸(주원 분)과 만나 비밀을 풀어나간다. ‘방부제 미모’를 자랑하는 그는 20∼40대까지 나이대를 넘나드는 연기를 선보인다.


1990년대 찍었다 하면 화제몰이에 성공했던 김희선은 2007년 결혼 이후에도 SBS <신의> <참 좋은 시절> JTBC <품위있는 그녀> 등 출연 작품서 비교적 안정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비록 지난해 출연한 tvN <나인룸>이 주춤하긴 했으나 흥행력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한 방이 있는 배우로 평가된다.

세 작품 외에도 여성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작품들이 즐비하다. 지난해 JTBC <스카이캐슬>을 시작으로 SBS <VIP>, KBS2 <99억의 여자>, tvN <블랙독>과 같은 여성 중심의 서사를 가진 드라마가 연이어 성공하고 있는 가운데 ‘여풍’을 선도하는 작품이 제작된다.
 

▲ (사진 왼쪽부터)낭만닥터 김사부2 하이에나 아무도 모른다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는 배우 김서형이 단독 주연을 맡은 SBS <아무도 모른다>다. 경계에 선 아이들의 사연과 아이들을 지키고 싶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감성 추적극이다. 김서형은 형사 차형진 역을 맡아 연쇄살인 사건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는 최연소 광수대 경감을 연기한다. 

또 최강희와 유인영, 김지영이 삼총사로 호흡을 맞추는 SBS <굿 캐스팅>도 여성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작품이다. 국정원서 밀려나 근근이 책상을 지키는 아줌마들이, 우연히 요원으로 차출돼 현장으로 위장 잠입하며 벌어지는 액션 코미디 드라마로 4월 첫 방송될 예정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탄탄한 연기력에 인지도 있는 여배우들이 드라마에 대거 출연하면서 여풍이 불고 있다. 아울러 최근 여성이 중심이 되는 사회 흐름과 함께 드라마서도 이러한 이야기가 공감을 받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여성 중심 서사
이어지는 시즌제

여배우들 못지않게 남자 배우들도 대거 안방 문을 두드린다. 특히 군에서 전역한 톱스타들이 눈에 띈다. 먼저 최근 군 전역한 김수현은 KBS2 <프로듀사> 이후 5년 만에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팬들을 만난다. 180만원 보건 의료 인력으로 살아가는 정신병동 보호자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앓는 동화 작가의 이야기다.

김수현은 정신병동 보호사 문강태를 연기한다. 훌륭한 피지컬과 탁월한 공감 능력 등 모든 매력을 갖춘 남성이다. 현재 서예지가 여주인공으로 결정된 가운데 최근 인기 급상승한 오정세도 합류했다.

배우 이민호는 김은숙 작가의 <더 킹:영원한 군주>로 복귀한다. SBS <상속자들>서 이미 한 차례 작업한 바 있는 이민호는 <더 킹:영원한 군주>서 대한제국 황제 이곤으로 분한다. <도깨비>를 통해 판타지 서사력을 입증한 김은숙 작가가 평행세계를 소재로 한 번 승부수를 던진 이 작품은 현재 촬영에 한창이다. 대한제국 황제 이곤과 누군가의 삶을 지키려는 대한민국 형사 장태을(김고은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외에도 배우 주원은 <앨리스>로 나서며, 2PM 출신 배우 옥택연은 MBC <더 게임:0시를 위하여>서 이미 얼굴을 비췄다.

스타 제작진도 올 한 해 브라운관을 달굴 전망이다.

노희경 작가는 신작 <히어>서 <미스터 션샤인>으로 스크린뿐 아니라 브라운관서도 저력을 발휘한 이병헌과 영화 <미쓰백> 이후 JTBC <눈이 부시게>, MBC <봄밤> 등에서 연기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한지민, <보좌관>의 히로인 신민아와 20대 배우 중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는 남주혁을 캐스팅했다.


엄청난 라인업을 구축한 이 드라마는 국제적 비영리 민간단체 NGO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인간의 깊숙한 내면을 다루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노 작가의 작품에 네 배우가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관심이 뜨겁다. 

김은숙 작가와 노희경 작가 외에도 명성이 자자한 연출진이 드라마 시장에 진출한다. 영화 <부산행> 연상호 감독은 직접 집필한 오컬트 장르 tvN <방법>으로 안방을 노크한다. 10일 첫 방송 예정인 이 드라마는 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 10대 소녀와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가 IT 대기업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배우 성동일과 엄지원, 조민수, 정지소가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일 전망이다. 

뜨거운 지지
입증된 흥행

연 감독은 “영화를 하면서 드라마도 하고 싶었다. 대본을 쓸 때 다른 촬영을 하고 있어 스케줄을 맞추기가 힘들었는데도 제가 너무나도 <방법>을 재밌게 쓰고 있더라. ‘다음 화는 어떻게 이야기를 풀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 자체가 너무 재밌어 술술 썼다. 내가 드라마 작가에 소질이 있나 보다 싶어 다른 드라마를 써보려 했는데 안 되더라. <방법>은 제게 다시 오지 않을 드라마”라고 말했다.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2>로 재회한다. 역병으로 생지옥이 된 조선서, 더욱 거세진 조씨 일가의 탐욕과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돼버린 왕세자 창의 피의 사투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첫 시즌부터 팬덤을 만드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시즌에는 배우 전지현이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기대감을 주고 있다.
 

▲ JTBC &lt;이태원 클라쓰&gt;

<킹덤2>에 이어 시즌제 드라마가 탄생하는데, 다름 아닌 tvN <비밀의 숲2>다. 조승우와 배두나를 비롯해 이준혁, 윤세아 등이 그대로 출연하고 출연작마다 강인한 인상을 남긴 전혜진도 합류한다. 시즌 1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외톨이 검사 황시목(조승우 분)이 정의롭고 따뜻한 형사 한여진(배두나)과 함께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았다. 시즌2 제작 소식과 함께 드라마 팬들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이수연 작가가 그대로 참여하고 박현석 PD가 메가폰을 잡는다.


언제나 그렇듯 웹툰 드라마도 올 한 해 드라마 시장의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이미 방영을 시작한 JTBC <이태원 클라쓰>와 현재 캐스팅이 한창인 JTBC <쌍갑포차>, 이 외에도 3월 방송 예정인 OCN <루갈>, KBS2 <어서와> 등이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또 네이버 웹툰서 현재 연재 중인 동명의 인기 스릴러 웹툰 <스위트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며, 기억을 읽는 초능력 형사와 천재 프로파일러가 함께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인기 웹툰 <메모리스트>는 오는 3월 tvN으로 찾아온다.

유료 웹툰임에도 누적 조회수 5700만뷰, 구독수 4000만명을 넘어서는 <편의점 샛별이>는 글로벌 케이블 채널 라이프타임이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SBS <열혈사제>를 연출한 이명우 PD의 SBS 퇴사 후 첫 작품으로 지창욱과 김유정의 출연이 확정됐다. 올해 1/4분기에만 편성이 확정된 드라마만 총 네 편이며, 인기를 끈 작품 대부분이 드라마 제작사와 계약을 맺는 등 웹툰의 드라마화 열기가 지속되고 있다.

1/4분기만 4편 웹툰 드라마 강세
‘흥행 보증수표’ 의학 드라마 눈길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순수 드라마 대본이나 시나리오가 점점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올 정도로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가 힘을 받고 있다. 그림으로 영상화돼있어 웹툰이 갖는 강점은 앞으로도 드라마나 영화 쪽에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생사가 오가는 병원서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담는 의학 드라마는 국내 드라마 시장서 ‘못해도 중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환자의 생명 앞에서 긴박해지는 상황은 물론 대형병원서 발생하는 의사들의 권력욕을 다루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올해도 의학 드라마는 드라마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지난달 6일 첫 방송된 <낭만닥터 김사부2>가 시청률 20%의 벽을 넘어서는 등 의학 드라마의 힘은 올해 시작부터 입증된 셈이다. 

그런 가운데 <응답하라> 시리즈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tvN 신원호 PD는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복귀한다. 이 드라마는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지기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조정석과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 등 연기력과 대중성을 모두 겸비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빠르면서도 공감이 가고, 예측을 조금씩 벗어나는 사건 전개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우정 작가의 필력에도 눈길이 모인다. 이미 워낙 많은 히트작을 내놓은 두 사람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흥행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평이 많다. 
 

▲ (사진 왼쪽부터)배우 김수현·신하균·이민호·주원

오는 5월 첫 방송 예정인 KBS2 <영혼수선공>도 기대되는 의학 드라마로 꼽힌다. 2011년 의학 드라마 <브레인>으로 성공을 맛본 신하균과 유현기 PD가 9년 만에 다시 손잡은 작품으로, <쩐의 전쟁> <동네변호사 조들호>로 집필 능력을 인정받은 이향희 작가의 신작이다. 신하균은 극 중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시준 역을 맡는다.

치료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몸을 던지는 열혈 의사다. 뮤지컬계 라이징 스타 배우 한우주 역으로 정소민도 출연한다.

라이징 스타
신인 대방출

또 지난달 29일 처음 방송된 KBS2 <포레스트>는 의학 드라마는 아니지만, 특이하게도 의사가 등장한다. 조보아가 맡은 정영재는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외과의사다. 극 자체는 판타지 로맨스지만 의사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큼 의학 관련 에피소드도 선보이는 등 메디컬 분야에 발을 걸쳤다. 국내 존재하는 모든 과를 다루고 있다는 말이 돌 정도로 숱하게 제작되는 의학 드라마가, 올해에도 강력한 경쟁작들을 상대로 승전고를 울릴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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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