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의 무리수

언제까지 눈 가리고 아웅?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일진그룹이 안팎으로 어수선하다. 계열사 노조는 전면 파업을 선언했다. 지속적으로 논란이 된 일감 몰아주기는 계속되고 있다.
 

▲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

2020년 일진그룹 경영방침은 ‘양적 확장’이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2일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국내 산업계는 격변의 한 해를 보냈다”며 “일본 무역보복, 미중 무역분쟁 등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련 속에서도 목표를 달성하고자 지난 2년간 ‘생각과 행동을 바꾸자’며 쉼 없이 달려왔다”고 회고했다.

경자년
양적 확장

허 회장은 “올해 국내외 경영환경과 경기 전망은 매우 불투명하다”며 국내 경제연구소 기관장들이 사자성어 ‘오리무중’을 선택한 점을 언급했다. 허 회장은 ‘매출 증대’ ‘중장기 먹거리 창출’ ‘경쟁을 통한 개인과 회사 발전 도모’ ‘새로운 일진문화’ 등을 주문했다.

그룹은 새해부터 소란스러웠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충북 지역 3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지난달 22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서 “일진다이아몬드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를 철회하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룹 계열사 일진다이아몬드 음성공장 노동자들은 파업 200일을 넘겼다. 금속노조 일진다이아몬드지회는 지난해 6월26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저임금과 열악한 근무 환경이 발단이었다.

노조측 주장에 따르면 사측은 2015년까지 기본급을 낮게 책정하는 대신 정기상여금 600%로 부족한 임금을 맞췄다. 문제는 2016년과 2018년이었다.

회사는 상여금 600% 중 400%를 기본급과 고정수당으로 변경했다. 최저임금 인상분은 상쇄됐다. 임금은 2014년부터 5년째 동결상태였다. 임금 수준은 크게 하락했다. 신입직원과 10년차 직원 임금 차이는 미미했다.

사측과 노조 측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일진다이아몬드는 금속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8억2300만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민주노총 등 단체는 “청구 내용은 본사 경비인력 추가, 보안시설물 설치, 로비 임대료 및 관리비, 입주 업체 피해, 조형물 훼손 등”이라며 “손해를 본 데 대한 배상 요구가 아니라 조합원들을 겁박하기 위한 소송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측은 열린 마음으로 성실한 교섭을 통해 조속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진다이아몬드, 올해도 파업 계속
장·차남 그룹 지배 승계 과정 ‘찝찝’

일진다이아몬드 영업이익률은 최근 5년간 한 해를 제외하고 모두 10% 이상이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진다이아몬드 영업이익(2014∼2018년)은 ▲10.54% ▲16.12% ▲5.51% ▲15.08% ▲13.20% 등이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7.42%다.

그룹은 재계 50위권 중견기업으로 매출액만 조 단위다. 그룹 내에는 모두 40여개 계열사가 포진해있다. 일진은 2세 체제로 전환됐다. 창업주 허 회장 슬하에는 2남2녀가 있다. 이 중 장남과 차남이 큰 줄기를 쥐고 있다.

장남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은 ‘일진홀딩스’ 최대주주다. 29.1% 지분이 있다. 사실 허 부회장은 절반 넘는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일진홀딩스 2대주주는 ‘일진파트너스’다. 24.6% 지분이 있다. 허 부회장은 이곳 최대주주다. 보유 지분만 100%다. 결국 허 부회장이 일진홀딩스서 차지하는 지분은 53.7%로 분석할 수 있다.
 

▲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일진파트너스는 ‘그룹 2세 승계 창구’로 알려졌다. 허 부회장이 절반 넘는 지분을 보유할 수 있었던 배경 때문이다.

일진파트너스는 그룹 내부거래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이후 일진홀딩스 주식을 매입했다. 허 부회장은 간접적으로 일진홀딩스 지분을 쥐게 됐다. 결국 지배구조는 ‘허 부회장→일진파트너스→일진홀딩스→이하 계열사’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일진파트너스는 지난 1996년 설립됐다. 첫 시작은 금융 회사였다. 당시 주요 주주는 허 회장과 그룹 계열사였다. 이후 사명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주요 사업도 금융업에서 운송업으로 변경됐다.

본격적인 지분 변동은 2006년부터 시작됐다. 허 부회장은 그 해 일진파트너스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허 부회장 지분은 69.1%였다. 나머지 30.9%는 일진다이아몬드에게 있었다. 다음해인 2007년 허 부회장은 일진파트너스 지분 100%를 모두 보유하게 됐다.

노조 갈등
내부거래

비슷한 시기 매출도 상승했다. 2006년 일진파트너스 매출은 1억8000만원이었다. 허 부회장이 모든 지분을 소유했던 2007년에는 6억8000만원으로 뛰었다. 2008년과 2009년에는 각각 8억원 정도로 비슷했다.

문제는 2010년부터였다. 일진파트너스 매출은 무려 33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2011년에는 90억원으로, 2012년에는 135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눈길이 가는 건 매출처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일진파트너스는 그룹서 매출을 보장 받았다. 3년간 내부거래 비중은 100%였다.

일진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지정한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이 아니다. 결국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진파트너스가 일진홀딩스 주식을 매입한 때는 2013년이다. 일진파트너스는 허 회장 지분 전량(15.27%)을 매입했다. 일진파트너스는 일진홀딩스 지분 24.64%까지 소유하게 됐다.

이후 매출은 지난날과 비교했을 때 미미한 수준이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는 12억원, 18억원, 13억원, 15억원, 19억원 등이었다. 내부거래 비중 역시 78.73%, 74.27%, 65.80%, 78.48%, 43.61% 등으로 감소했다.

일진파트너스는 이후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유한회사는 외부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의무가 없다. 일각에선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유한회사로 바뀌었다고 해석한다.
 

잠잠하던 일진파트너스는 일진홀딩스 계열사를 품에 안았다. 일진홀딩스 자회사 ‘아트테크’는 지난해 4월 일진파트너스에 편입됐다. 아트테크는 부동산개발 및 매매임대 분양컨설팅을 영위하고 있다.

허 부회장은 일진홀딩스를 정점으로 이하 계열사에 지배력을 갖게 됐다. 계열사는 ▲일진전기 ▲일진다이아 ▲알피니언 ▲일진디앤코 ▲전주방송 ▲마그마툴 ▲일진복합소재 ▲매직드림 등으로 압축된다.

장·차남
그룹 지배

차남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는 ‘일진머티리얼즈’를 중심으로 계열사를 간접 지배한다. 허 대표는 일진머티리얼즈 최대주주(53.30%)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일진유니스코 ▲일진건설 ▲아이알엠 ▲삼영지주 ▲오라진앤코 등을 지배하고 있다. 결국 일진그룹은 일진홀딩스와 일진머티리얼즈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구축한 셈이다.

허 회장 장녀와 차녀도 계열사 지분이 있다. 장녀는 허세경 일진반도체 대표다. 허 대표는 조명장치 제조·판매 기업 ‘루미리치’ 최대주주(25.54%)이기도 하다. 차녀 허승은씨는 일진자동차 최대주주(55.56%)다. 나머지는 남편 지분이다. 사실상 일진자동차는 허씨 부부회사라고 볼 수 있다.

일진그룹은 최근까지 일감 몰아주기 논란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존 일진파트너스 뿐만 아니라 여러 계열사서 내부거래가 이어진다. ▲일진다이아몬드 ▲일진디앤코 ▲일진반도체 등이 대표적이다.

일진다이아몬드 최대주주는 일진홀딩스다. 50.07% 지분이 있다. 다시 말해 허 부회장 영향력 아래에 있는 계열사 중 하나다. 최근 5년간 일진다이아몬드 별도 기준 매출액은 2014년 802억원, 2015년 869억원, 2016년 856억원, 2017년 925억원, 2018년 985억원 등으로 매년 증가세다.

이 중 상당한 매출이 그룹 내부서 발생했다. 같은 기간 일진다이아몬드 내부거래액과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458억원(57.12%), 2015년 498억원(57.28%), 2016년 545억원(63.68%), 2017년 630억원(68.13%), 2018년 705억원(71.66%) 등이다. 매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일진다이아몬드는 지난 3분기 54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내부거래에서 비롯된 매출은 408억원이다. 비중은 75.46%에 달한다. 직전년도 3분기 일진다이아몬드 매출은 750억원이었다. 이 중 내부거래 매출은 539억원. 비중은 71.85%였다. 내부거래는 소폭 상승한 셈이다.

그룹 일감 몰아주기 여전
공정위 내부거래 제재 강화

일진디앤코도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는 부동산업과 건설업을 영위한다. 최대주주는 일진홀딩스(100%)다. 일진디앤코 역시 허 부회장 지배력을 받고 있다. 최근 5년간 일진디앤코 매출액은 2014년 67억원, 2015년 68억원, 2016년 70억원, 2017년 75억원, 2018년 73억원 등이다.

매년 매출이 상승할 때마다 내부거래도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진디앤코 내부거래 매출과 비중은 2014년 26억원(38.46%), 2015년 27억원(40.05%), 2016년 30억원(42.82%), 2017년 31억원(41.23%), 2018년 31억원(42.23%) 등이다.

일진반도체는 허 회장 장녀 회사다. 최근 5년간 일진반도체 매출액은 2014년 10억원, 2015년 11억원, 2016년 5억원, 2017년 7억원, 2018년 6억원 등이다. 2014년과 2015년 매출 100%는 내부거래에서 나왔다.
 

이후 2016년 3억원(62.66%), 2017년 3억원(47.92%) 등으로 감소했다. 2018년에는 8500만원(12.75%)까지 줄었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범위를 중견기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자산 5조원 미만 중견기업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 미만 기업집단은 부당지원금지 규제를 적용받는다. 다만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제재는 받지 않는다.

조 위원장은 그달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서 열린 CEO 조찬 간담회서 ‘공정한 시장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정위 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조 위원장은 “5조원 미만 기업집단서 사익편취 내지는 일감 몰아주기, 부당한 내부지원이 더 많이 일어난다”며 “5조원 미만 기업집단에 과거보다 많은 자료를 통해 모니터링하고, 부당한 내부지원이 있는 경우 법 집행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임 공정위원장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 해 3월 업무계획 발표서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거래에 엄정한 법 집행에 나설 것”이라며 “특히 5조원 미만 기업집단을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사익편취와 부당 내부거래를 면밀히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 기조
계속될 듯

실제로 공정위는 중견그룹을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제재에 나섰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아모레퍼시픽과 SPC에 검찰 기소장와 유사한 성격의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아모레퍼시픽과 SPC 등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정상 가격보다 비싼 비용을 치른 혐의다.

<일요시사>는 일진그룹 측 입장을 듣기 위해 홍보팀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일진그룹 재계 50위권인데 기부엔 ‘짠돌이’

일진그룹은 지주사인 일진홀딩스와 전기차 2차전지 소재를 주력으로 하는 일진머티리얼즈를 비롯해 일진디스플레이, 일진전기, 일진다이아, 일진복합소재 등 국내외 40여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재계순위 50위권의 중견그룹이다.

연매출은 3조원대인데 기부는 얼마나 할까.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그룹 지주사인 일진홀딩스는 2018년 1억2000만원을 기부금으로 냈다.

이는 매출액(72억원) 대비 1.67%에 해당하는 금액인데 2017년엔 기부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당시 일진홀딩스는 매출 48억원을 올렸다.

일진전기는 2018년 매출(7341억원)의 0.006%인 4040만원만 기부했다.

2017년에도 매출 대비 기부율은 0.006%(매출 7622억원-기부금 4480만원)에 그쳤다.

일진다이아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매출 985억원을 낸 2018년 기부금은 고작 180만원(0.002%)뿐이다.

2017년에도 180만원(0.002%)을 기부했는데, 매출은 926억원이나 됐다.

나머지 3사의 경우 기부 내역이 없다. 일진머티리얼즈, 일진디스플레이, 일진복합소재 모두 2018년 기부금은 ‘0원’이었다.

이들 계열사는 같은 기간 각각 3189억원, 2064억원, 286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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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