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직접 들어본 하정우의 레트로 스토리

“이젠 좀 쉬면서 할까 봐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내 문화계서 하정우란 이름의 중량감은 상당하다. 매년 수백억씩 투입되는 영화의 1번 배우였고, 대부분 히트시켰다. <백두산>이 흥행에 성공했고, 신작 <클로젯>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에도 순항 중이다. 촬영 중인 <보스턴 1947>과 프리 프로덕션 중인 김성훈 감독의 <피랍>과 윤종빈 감독의 드라마 <수리남>은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다. 감독으로서 역량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제작자로서도 발을 걸치고 있다. 미술에도 재능이 있으며, 벌써 두 편의 에세이를 집필하기도 했다. 아울러 연예 매니지먼트사의 공동대표다. 극강의 에너지로 다방면서 활약하고 있는 하정우를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 배우 하정우 ⓒ하정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신과 함께> 두 편의 제작비는 350억원이며, <백두산>은 200억원을 넘는다. <암살> <아가씨> <터널> 모두 100억원이 넘는 ‘텐트폴’ 영화다. 그 중심에는 하정우가 있다. 대부분 작품이 대목이라 불리는 여름과 겨울 시즌에 개봉했고,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배우 겸 제작
참신한 선택

그런 그가 비교적 규모가 적은 영화인 <클로젯>에 참여했다. 총 제작비 70억원이며, 홍보 비용을 뺀 순제작비는 50억여원 정도다. 100억원대 작품이 즐비한 국내 영화 시장서 적은 규모에 속한다. 

애초 제작에 도움을 주는 정도였는데, 출연까지 하게 됐다. 게다가 이전까지 한 번도 선보인 적 없는 공포물이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담은 오컬트 장르물은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선호되는 장르는 아니다. 언제나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데 익숙했던 그는 이번만큼은 기존의 공식을 벗어난 선택을 했다.

이런 행보의 시작은 지금의 배우 하정우와 윤종빈 감독을 탄생시킨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부터 출발한다. 하정우가 연극과 39기, 윤 감독이 영화과 40기, <클로젯> 김광빈 감독은 44기다. 김 감독은 약 13개월 정도 진행된 <용서받지 못한 자>서 동시녹음 기사를 맡았다.


학생 영화다 보니 스태프의 이탈이 자연스러운 현장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이후 큰 성공을 맛본 하정우와 윤 감독의 마음 한편엔 김 감독에 대한 고마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처음에 윤종빈 감독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단순한 만남이었어요. 광빈이 오랜만에 보니까 같이 저녁 먹자는 내용이었어요. 불길한 냄새가 났지만, 오랜만에 광빈이를 보고 싶었어요. <용서받지 못한 자> 촬영 당시에 제 헤어·메이크업만 8번이 바뀌었어요. 학생 영화니까 어쩔 수가 없었죠. 수업이 있으면, 학교로 가야 하고 다른 더 높은 선배들이 부르면 그쪽으로 지원 가야 했고, 연극과는 공연 때 크루로 뽑혀갔어요. 방학 시즌에 많이 이탈하는 구조인데, 광빈이는 안 도망가고 있었어요. 돈 한 푼 안 받는데 말이죠. 그리고 오랜만에 본 거죠. 가니까 광빈이가 시나리오를 썼는데, 한 번 보러 왔다는 거예요. 종빈이가 후배들을 엄청 잘 챙겨요. <검사외전> <보안관> 등이 종빈이가 서포트를 한 작품이에요. 그 소문을 들었는지, 광빈이가 찾아온 거죠. 첫날에는 소주 먹고 가볍게 헤어졌어요.”

<용서받지 못한 자>의 크레딧에 보면 ‘투자 김정자’로 나온다. 김정자는 윤 감독 모친의 이름이다. 윤 감독 모친의 돈과 출연진의 ‘콩알’만한 사비가 보태져 만들어진 작품이 <용서받지 못한 자>다. 2005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이듬해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그 작품이 뿌리가 돼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공작>의 윤종빈 감독, 그리고 설명이 필요 없는 하정우가 탄생했다. 

“또 종빈이한테 연락이 왔어요. <공작> 때문에 바쁘니, 저희 제작사(퍼펙트 스톰)랑 공동제작하는 건 어떠냐는 제안이었어요. 별 생각 안 하고 승낙했죠. 월광(윤종빈 감독 제작사)이 <공작>에 매달려 있을 때 광빈이는 우리 회사로 출근해서 시나리오 쓰고 그랬어요. <공작>이 끝나고 원대 복귀했죠. 시간이 흘러, 또 연락이 왔어요. 종빈이한테. ‘배우를 형이 하는 건 어때요?’라고요. 예상은 했지만, 이게 현실이 될 줄이야.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참신했어요. 이후에 시나리오가 꾸준히 업그레이드됐어요. 남길이가 캐스팅됐고, 시나리오 회의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첫 촬영에 들어가게 됐어요. ‘딱딱’ 선이 그어지면서 진행된 게 아니라 얼렁뚱땅 발이 담겨 있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그렇게 쉽게 이 배에 올라탄 것은 아마도 가장 힘들었을 때, 힘을 나눈 동지애가 아니었나 싶어요. 윤 감독도 아마 그때의 그 고마운 마음에 더 도움을 준 거 아닐까요.”

감독, 미술,
집필, 기획사…

그때의 힘겨움은 하정우를 비롯한 중앙대학교 동지들에게 여전히 술안주다. 배우가 동시녹음 장비를 옮겨 놓고, 모텔방을 잡고 7명씩 끼어서 잤다. 분장학원 연습생이 와서 이전 사진을 보고 적당히 따라서 그려주는 게 당시 현장의 분장이었다. 

“그렇게 힘들었었는데, 메이저리그에 온 거죠. 소고기를 한 번 사 먹어도 출세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 한 번은 윤 감독이 ‘형 우리가 이렇게 된 건 기적 아니에요?’라고 하더라고요. 그 기적에 광빈이도 큰 힘이 돼준 거죠. 이 영화를 찍으면서 뭉클하기도 하더라고요. 공포영화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정답게 촬영했어요.”


아무리 정이 깊게 있는 사이라 해도, 영화는 영화다. 배우로서 대중에 선택받지 못할 작품에 참여할 순 없다. <클로젯>에는 동서양의 엑소시즘과 함께 아동학대에 대한 메시지가 있다. 공포가 공포서 끝나는 것이 아닌, 작게나마 던지는 ‘영화적 발언’이 있다. 호러와 드라마의 절묘한 믹스가 하정우의 마음을 당겼다. 

“먼저 신선했어요. 장르의 신선함, 내용의 신선함이 모두 있었어요. 제게 공포물을 제안한 경우는 없었거든요. 대부분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했지. 개인적으로 공포물을 좋아하지도 않아요. <컨저링>, 이런 단어만 들어도 무서워요. 그런 장르에 제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죠.”

김 감독의 맨 처음에 제시한 시나리오는 차가웠다고 한다. 초자연적인 요소도 굉장히 강했다. 공포물 마니아의 색깔이 꽤 담겨있었다. 이 시나리오가 제작진의 손을 거치면서 좀 더 뜨거운 색을 입었다는 게 하정우의 설명이다. 
 

▲ ⓒ하정우

“국내 관객의 영화 보는 수준은 상당히 높다고 생각해요. 코미디에도 드라마, 액션이 고루 섞여야 하는 것처럼 복합장르가 일상화가 됐어요. 상업 영화로서 생명력을 가지려면 재미와 개연성, 새로운 볼거리가 분명 존재해야 해요. 그런 차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대중이 좋아할 만한, 그리고 공감할만한 전개를 위해서 많은 고민이 있었던 거 같아요.”

실제로 시나리오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클로젯>의 크레딧에는 ‘제작 하정우’라는 글귀가 보인다. 제작자로서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신호탄으로 보였다. 하지만 하정우는 손사래를 쳤다. 

“제작사라는 게 겉에서 보기엔 뭔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모임 같은 느낌이에요. ‘담 없는 집’ 같다고 해야 할까요. 저랑 동생이 세운 ‘퍼펙트스톰’도 그렇고 ‘월광’이나 ‘사나이픽쳐스’도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어서 좋은 작품이 사나이픽쳐스로 들어갔는데, 그 회사서 주력하는 작품이 있어서 입봉을 못한다고 하면 그게 월광으로 잠깐 가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영화가 <돈>이에요. 김누리 감독이 <베를린> 때 조감독이었어요. 제작은 예산 관리인데, 저는 그렇게 참여하지 않았어요. 제작에 이름 뺄 걸 그랬나 봐요. 본명으로 가든지 아니면, 닉네임을 정해서 ‘잠원동 호랑이’ 같은 걸 짓거나.(하하) 제작 하정우는 사실 그렇게 그럴싸하지는 않습니다.”

여러 사연 속에 출발한 <클로젯>서 하정우는 또 다시 새로운 얼굴로 다가온다. 새로움의 키워드는 ‘무미건조함’이다. 사이코패스였던 <추격자>나 감자와 김을 우걱우걱 씹어먹었던 <황해>나 일제 강점기판 사기꾼 <아가씨>처럼 언제나 강렬한 인상이었던 하정우지만, 이번만큼은 꽤 소극적이다. 교통사고 후 아내를 잃고 우울증에 걸린 아이에게 다가가는 것이 서툰 아버지 역할이다.

<용서받지 못한자> 엑기스 멤버 뭉쳤다
오컬트물 <클로젯> 김남길과 투톱

아이가 실종된 후 찾아 나가는 과정서도 퇴마사 허 실장(김남길 분)의 말에 순종하는 모양새다. 언제나 리더로서 앞장섰던 기존의 하정우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제가 맡은 상원은 기러기 아빠죠. 육아를 아내에게 전담시킨 인물이에요. 아이랑 생활을 해보지 못했고, 초보인 거죠. 일 중독자에 가까워요. 그저 선물하는 것으로 아이가 자신을 받아주길 기대하는 방식에 갇혀 사는 친구죠. 저는 애를 키워본 적도 없고, 유부남도 아니고 그래서 상당히 부담스러웠어요. 경험을 해봐야 감정의 선이 어디까지 뻗어나가는지 아는데, 추측만으로는 좀 어려웠어요. 어색해 하는 게 자연스러운 아빠를 표현하려 했죠.”

다소 무미건조한 기질의 상원을 다른 누군가가 연기했다면, <클로젯>은 ‘김남길의 영화’로 끝났을 공산이 크다. 활동적이면서도 귀신을 맞서는 데 주저함이 없는, 게다가 귀신으로부터 어머니를 잃은 사연도 있는 허 실장 역할이 워낙 빛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하정우가 아니었다면, 더 단조로운 작품이 됐을 것이라며 하정우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하정우가 중심을 잡고 김남길이 날아오르는 작품인 것. 이 자리에 김남길을 추천한 것도 하정우다. 


“윤 감독이 남길이를 추천했는데, 저도 적극적으로 동의했어요. 전 웃음기도 없고 소극적으로 나와요. 그럴 수밖에 없죠. 저를 끌고 다니는 친구가 필요한데, 허 실장은 전사도 없어요. 자연스럽게 현재 있는 모습으로 관객을 설득해야 해요. 쉬운 일이 아니죠. 그 역할을 남길이가 아주 입체적으로 하지 않겠냐는 기대를 했어요. 즉각적으로 신뢰를 줄 만한 배우가 필요했던 거죠. 아마 다른 사람이 와서 단면적으로 연기했다면, 저나 그 사람이나 작품이나 다 이상해졌을 가능성이 커요.”

<신과 함께>서 함께 작업한 주지훈을 통해 알게 된 김남길을 두고 하정우는 ‘텐션을 종잡을 수 없는 애’라고 표현했다. 또 ‘미끄덩 미끄덩한 친구’라고도 했다. 

“지훈이가 왜 자기보다 더한 사람이 있다고 했는지 알게 됐어요. 정말 종잡을 수 없는 텐션이에요. 희극적인 표현을 잘하기도 하고, 감정이 아주 높게 갔다가 가라앉는 폭이 엄청나게 커요. 저도 폭이 큰 편인데, 걔는 정말 따라갈 수 없어요. 아마 살기 쉽지 않을 거예요. (하하) 하나님께서 왜 그에게 술을 못 먹게 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술까지 마셨다가는 정말 큰일났을 거예요.”

이번 작품의 빛나는 배우는 500:1의 경쟁률을 뚫은 허율이다. 상원의 딸로 나오는 이나는 우울감과 빙의 후 악다구니를 찌르는 모습 등 큰 폭의 변화를 선보인다. 180도 다른 얼굴을 보이는 경우 너무 과장된 연기로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지만, 허율은 공감이 갈만한 선을 정확히 지킨다. 그 광경을 지켜본 하정우 역시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연기 맞아?
어색한 아빠

“아역을 디렉팅한 선생님이 있었어요. 3개월 전부터 집중적으로 트레이닝했어요. 소위 미친 애를 연기하는 건데, 이런 기술적인 표현해내는 걸 보고 놀라웠어요. ‘내가 과소평가하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연기라는 것은 일상생활의 표현이고, 재현하느냐 아니냐의 싸움인데, 율이가 완벽하게 재현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울 때가 많았어요. 정말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웠죠. 나중에 아이들이 할로윈데이 분장을 하고 나오는데 귀엽게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무서운지 안 무서운지도 갈피를 못 잡았어요. 다행히 시사회서 많이 무서워하더라고요. 그렇게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하정우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먹방’이다. 무엇이든 맛있게 먹어대는 그의 얼굴은 아직도 회자된다. <황해>서 감자와 김은 물론 라면에 소세지는 ‘구남이 세트’로 불릴 정도다. 또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서 소주로 입가심하는 장면은 길게 잔상이 남을 정도다. 그런 그의 목표는 ‘먹방 은퇴’다. 

“이제는 그만 먹고 싶어요. 먹방서 은퇴하길 바라고 있어요. 이제 앞으로 영화 계약할 때 먹는 거 다 빼달라고 하려고요. 이번에도 남길이가 라면을 먹어요.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걸 제가 뭘 어쩌겠어요. ‘굶고 와라’고 했죠. 못해도 7통은 먹을 것 같았거든요. 아마 그 이상 먹었을 거예요. <보스턴 1947>서 수육을 먹는 신이 있는데, 약 40점을 먹었어요. 정말 먹는 거 지긋지긋 해요. 남길이가 열심히 먹기는 했는데, <내부자들> (이)병헌이 형을 이길 수는 없을 거 같아요. 라면은 병헌이 형이죠. 인정했어요.”

오랜 시간 배우로서 활약해온 그는 연예기획사 ‘판타지오’와 ‘아티스트 컴퍼니’를 거쳐 현재 자신이 직접 설립한 ‘워크하우스 컴퍼니’에 소속돼있다. 동생 김영훈과 공동 대표다. 인스타그램에 독특한 글과 우스꽝스런 사진을 올리거나, 유튜브 ‘걷기 학교’ 채널을 통해 신인 배우들을 홍보하는 방식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났다.

하정우가 하면 다르다는 것이 회사의 홍보 방향서도 잘 드러난다. 아울러 배우들 대부분이 에이전트 배우다. 캐스팅이나 오디션 부분은 회사서 직접 도와주지만, 현장을 오갈 때 차량이나 매니저, 코디네이터 등은 지원하지 않는다. 후에 워낙 역할이 커져서 필요한 경우에 제공하는 형태다. 적지 않은 인원이 에이전트 배우로 소속돼있다. 
 

▲ ⓒ하정우

“오랜 매니지먼트 경험으로 그렇게 방향을 정했죠. 회사 차원에선 매일같이 일이 없는 매니저를 뽑는 것도 손해예요. 또 얼마 안 되는 출연료의 반 이상을 회사에 제공하는 것도 아쉬운 거고요. 혼자 할 수 있으면 혼자 하는 게 좋죠. 캐스팅이나 오디션만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요. 홍보의 경우는 직원을 뽑아야 하는데 못하고 있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SNS와 유튜브를 이용했어요. 유튜브는 황보라 배우가 정말 열심히 했죠. 걷기 채널이 지금은 사업모델로도 확장됐어요.”

국내 최고의 배우는 물론 제작자와 기획사 대표, 연출 감독 등의 직업을 갖고 있다. 이 외에도 미술 작가와 에세이 작가도 겸한다. 1년 내내 영화를 찍으면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는 그의 에너지를 종잡을 수 없다. 

“힘든 걸 잘 모르고 살았는데, 조금 생각이 달라졌어요. 좀 쉬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피랍>이랑 <수리담>을 찍고 나서는 세 번째 연출작 준비 차원서 좀 쉴까 하고 있어요. <수리담> 이후 작품은 정하지 않고 있어요. 인풋의 시간이 필요하달까요. 조금 쉬면서 즐겁게 삶을 영위해가려고요.”

아쉽지만
먹방 은퇴

언제나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는 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클로젯> 개봉 시기에 맞춰 강력한 공포를 안겨준 이 바이러스로 인해 영화계에 찬 바람이 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정우 역시 고민이 컸다. “엄청난 큰일이 국내서 발생해버렸어요. 이런 상황에 우리 영화를 내밀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의 운명인 거죠. 하루빨리 잘 정리가 돼서 무리 없이 영화를 보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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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