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직접 들어본 하정우의 레트로 스토리

“이젠 좀 쉬면서 할까 봐요”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국내 문화계서 하정우란 이름의 중량감은 상당하다. 매년 수백억씩 투입되는 영화의 1번 배우였고, 대부분 히트시켰다. <백두산>이 흥행에 성공했고, 신작 <클로젯>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에도 순항 중이다. 촬영 중인 <보스턴 1947>과 프리 프로덕션 중인 김성훈 감독의 <피랍>과 윤종빈 감독의 드라마 <수리남>은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다. 감독으로서 역량을 발휘하는 것은 물론 제작자로서도 발을 걸치고 있다. 미술에도 재능이 있으며, 벌써 두 편의 에세이를 집필하기도 했다. 아울러 연예 매니지먼트사의 공동대표다. 극강의 에너지로 다방면서 활약하고 있는 하정우를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 배우 하정우 ⓒ하정우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신과 함께> 두 편의 제작비는 350억원이며, <백두산>은 200억원을 넘는다. <암살> <아가씨> <터널> 모두 100억원이 넘는 ‘텐트폴’ 영화다. 그 중심에는 하정우가 있다. 대부분 작품이 대목이라 불리는 여름과 겨울 시즌에 개봉했고,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배우 겸 제작
참신한 선택

그런 그가 비교적 규모가 적은 영화인 <클로젯>에 참여했다. 총 제작비 70억원이며, 홍보 비용을 뺀 순제작비는 50억여원 정도다. 100억원대 작품이 즐비한 국내 영화 시장서 적은 규모에 속한다. 

애초 제작에 도움을 주는 정도였는데, 출연까지 하게 됐다. 게다가 이전까지 한 번도 선보인 적 없는 공포물이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담은 오컬트 장르물은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선호되는 장르는 아니다. 언제나 많은 사람과 소통하는 데 익숙했던 그는 이번만큼은 기존의 공식을 벗어난 선택을 했다.

이런 행보의 시작은 지금의 배우 하정우와 윤종빈 감독을 탄생시킨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부터 출발한다. 하정우가 연극과 39기, 윤 감독이 영화과 40기, <클로젯> 김광빈 감독은 44기다. 김 감독은 약 13개월 정도 진행된 <용서받지 못한 자>서 동시녹음 기사를 맡았다.


학생 영화다 보니 스태프의 이탈이 자연스러운 현장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자리를 지켰다. 이후 큰 성공을 맛본 하정우와 윤 감독의 마음 한편엔 김 감독에 대한 고마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처음에 윤종빈 감독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단순한 만남이었어요. 광빈이 오랜만에 보니까 같이 저녁 먹자는 내용이었어요. 불길한 냄새가 났지만, 오랜만에 광빈이를 보고 싶었어요. <용서받지 못한 자> 촬영 당시에 제 헤어·메이크업만 8번이 바뀌었어요. 학생 영화니까 어쩔 수가 없었죠. 수업이 있으면, 학교로 가야 하고 다른 더 높은 선배들이 부르면 그쪽으로 지원 가야 했고, 연극과는 공연 때 크루로 뽑혀갔어요. 방학 시즌에 많이 이탈하는 구조인데, 광빈이는 안 도망가고 있었어요. 돈 한 푼 안 받는데 말이죠. 그리고 오랜만에 본 거죠. 가니까 광빈이가 시나리오를 썼는데, 한 번 보러 왔다는 거예요. 종빈이가 후배들을 엄청 잘 챙겨요. <검사외전> <보안관> 등이 종빈이가 서포트를 한 작품이에요. 그 소문을 들었는지, 광빈이가 찾아온 거죠. 첫날에는 소주 먹고 가볍게 헤어졌어요.”

<용서받지 못한 자>의 크레딧에 보면 ‘투자 김정자’로 나온다. 김정자는 윤 감독 모친의 이름이다. 윤 감독 모친의 돈과 출연진의 ‘콩알’만한 사비가 보태져 만들어진 작품이 <용서받지 못한 자>다. 2005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이듬해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됐다. 그 작품이 뿌리가 돼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 <공작>의 윤종빈 감독, 그리고 설명이 필요 없는 하정우가 탄생했다. 

“또 종빈이한테 연락이 왔어요. <공작> 때문에 바쁘니, 저희 제작사(퍼펙트 스톰)랑 공동제작하는 건 어떠냐는 제안이었어요. 별 생각 안 하고 승낙했죠. 월광(윤종빈 감독 제작사)이 <공작>에 매달려 있을 때 광빈이는 우리 회사로 출근해서 시나리오 쓰고 그랬어요. <공작>이 끝나고 원대 복귀했죠. 시간이 흘러, 또 연락이 왔어요. 종빈이한테. ‘배우를 형이 하는 건 어때요?’라고요. 예상은 했지만, 이게 현실이 될 줄이야.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참신했어요. 이후에 시나리오가 꾸준히 업그레이드됐어요. 남길이가 캐스팅됐고, 시나리오 회의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첫 촬영에 들어가게 됐어요. ‘딱딱’ 선이 그어지면서 진행된 게 아니라 얼렁뚱땅 발이 담겨 있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그렇게 쉽게 이 배에 올라탄 것은 아마도 가장 힘들었을 때, 힘을 나눈 동지애가 아니었나 싶어요. 윤 감독도 아마 그때의 그 고마운 마음에 더 도움을 준 거 아닐까요.”

감독, 미술,
집필, 기획사…

그때의 힘겨움은 하정우를 비롯한 중앙대학교 동지들에게 여전히 술안주다. 배우가 동시녹음 장비를 옮겨 놓고, 모텔방을 잡고 7명씩 끼어서 잤다. 분장학원 연습생이 와서 이전 사진을 보고 적당히 따라서 그려주는 게 당시 현장의 분장이었다. 

“그렇게 힘들었었는데, 메이저리그에 온 거죠. 소고기를 한 번 사 먹어도 출세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 한 번은 윤 감독이 ‘형 우리가 이렇게 된 건 기적 아니에요?’라고 하더라고요. 그 기적에 광빈이도 큰 힘이 돼준 거죠. 이 영화를 찍으면서 뭉클하기도 하더라고요. 공포영화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정답게 촬영했어요.”


아무리 정이 깊게 있는 사이라 해도, 영화는 영화다. 배우로서 대중에 선택받지 못할 작품에 참여할 순 없다. <클로젯>에는 동서양의 엑소시즘과 함께 아동학대에 대한 메시지가 있다. 공포가 공포서 끝나는 것이 아닌, 작게나마 던지는 ‘영화적 발언’이 있다. 호러와 드라마의 절묘한 믹스가 하정우의 마음을 당겼다. 

“먼저 신선했어요. 장르의 신선함, 내용의 신선함이 모두 있었어요. 제게 공포물을 제안한 경우는 없었거든요. 대부분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했지. 개인적으로 공포물을 좋아하지도 않아요. <컨저링>, 이런 단어만 들어도 무서워요. 그런 장르에 제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죠.”

김 감독의 맨 처음에 제시한 시나리오는 차가웠다고 한다. 초자연적인 요소도 굉장히 강했다. 공포물 마니아의 색깔이 꽤 담겨있었다. 이 시나리오가 제작진의 손을 거치면서 좀 더 뜨거운 색을 입었다는 게 하정우의 설명이다. 
 

▲ ⓒ하정우

“국내 관객의 영화 보는 수준은 상당히 높다고 생각해요. 코미디에도 드라마, 액션이 고루 섞여야 하는 것처럼 복합장르가 일상화가 됐어요. 상업 영화로서 생명력을 가지려면 재미와 개연성, 새로운 볼거리가 분명 존재해야 해요. 그런 차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대중이 좋아할 만한, 그리고 공감할만한 전개를 위해서 많은 고민이 있었던 거 같아요.”

실제로 시나리오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클로젯>의 크레딧에는 ‘제작 하정우’라는 글귀가 보인다. 제작자로서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신호탄으로 보였다. 하지만 하정우는 손사래를 쳤다. 

“제작사라는 게 겉에서 보기엔 뭔가 있어 보이지만, 사실 모임 같은 느낌이에요. ‘담 없는 집’ 같다고 해야 할까요. 저랑 동생이 세운 ‘퍼펙트스톰’도 그렇고 ‘월광’이나 ‘사나이픽쳐스’도 마찬가지예요. 예를 들어서 좋은 작품이 사나이픽쳐스로 들어갔는데, 그 회사서 주력하는 작품이 있어서 입봉을 못한다고 하면 그게 월광으로 잠깐 가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영화가 <돈>이에요. 김누리 감독이 <베를린> 때 조감독이었어요. 제작은 예산 관리인데, 저는 그렇게 참여하지 않았어요. 제작에 이름 뺄 걸 그랬나 봐요. 본명으로 가든지 아니면, 닉네임을 정해서 ‘잠원동 호랑이’ 같은 걸 짓거나.(하하) 제작 하정우는 사실 그렇게 그럴싸하지는 않습니다.”

여러 사연 속에 출발한 <클로젯>서 하정우는 또 다시 새로운 얼굴로 다가온다. 새로움의 키워드는 ‘무미건조함’이다. 사이코패스였던 <추격자>나 감자와 김을 우걱우걱 씹어먹었던 <황해>나 일제 강점기판 사기꾼 <아가씨>처럼 언제나 강렬한 인상이었던 하정우지만, 이번만큼은 꽤 소극적이다. 교통사고 후 아내를 잃고 우울증에 걸린 아이에게 다가가는 것이 서툰 아버지 역할이다.

<용서받지 못한자> 엑기스 멤버 뭉쳤다
오컬트물 <클로젯> 김남길과 투톱

아이가 실종된 후 찾아 나가는 과정서도 퇴마사 허 실장(김남길 분)의 말에 순종하는 모양새다. 언제나 리더로서 앞장섰던 기존의 하정우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제가 맡은 상원은 기러기 아빠죠. 육아를 아내에게 전담시킨 인물이에요. 아이랑 생활을 해보지 못했고, 초보인 거죠. 일 중독자에 가까워요. 그저 선물하는 것으로 아이가 자신을 받아주길 기대하는 방식에 갇혀 사는 친구죠. 저는 애를 키워본 적도 없고, 유부남도 아니고 그래서 상당히 부담스러웠어요. 경험을 해봐야 감정의 선이 어디까지 뻗어나가는지 아는데, 추측만으로는 좀 어려웠어요. 어색해 하는 게 자연스러운 아빠를 표현하려 했죠.”

다소 무미건조한 기질의 상원을 다른 누군가가 연기했다면, <클로젯>은 ‘김남길의 영화’로 끝났을 공산이 크다. 활동적이면서도 귀신을 맞서는 데 주저함이 없는, 게다가 귀신으로부터 어머니를 잃은 사연도 있는 허 실장 역할이 워낙 빛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하정우가 아니었다면, 더 단조로운 작품이 됐을 것이라며 하정우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하정우가 중심을 잡고 김남길이 날아오르는 작품인 것. 이 자리에 김남길을 추천한 것도 하정우다. 


“윤 감독이 남길이를 추천했는데, 저도 적극적으로 동의했어요. 전 웃음기도 없고 소극적으로 나와요. 그럴 수밖에 없죠. 저를 끌고 다니는 친구가 필요한데, 허 실장은 전사도 없어요. 자연스럽게 현재 있는 모습으로 관객을 설득해야 해요. 쉬운 일이 아니죠. 그 역할을 남길이가 아주 입체적으로 하지 않겠냐는 기대를 했어요. 즉각적으로 신뢰를 줄 만한 배우가 필요했던 거죠. 아마 다른 사람이 와서 단면적으로 연기했다면, 저나 그 사람이나 작품이나 다 이상해졌을 가능성이 커요.”

<신과 함께>서 함께 작업한 주지훈을 통해 알게 된 김남길을 두고 하정우는 ‘텐션을 종잡을 수 없는 애’라고 표현했다. 또 ‘미끄덩 미끄덩한 친구’라고도 했다. 

“지훈이가 왜 자기보다 더한 사람이 있다고 했는지 알게 됐어요. 정말 종잡을 수 없는 텐션이에요. 희극적인 표현을 잘하기도 하고, 감정이 아주 높게 갔다가 가라앉는 폭이 엄청나게 커요. 저도 폭이 큰 편인데, 걔는 정말 따라갈 수 없어요. 아마 살기 쉽지 않을 거예요. (하하) 하나님께서 왜 그에게 술을 못 먹게 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술까지 마셨다가는 정말 큰일났을 거예요.”

이번 작품의 빛나는 배우는 500:1의 경쟁률을 뚫은 허율이다. 상원의 딸로 나오는 이나는 우울감과 빙의 후 악다구니를 찌르는 모습 등 큰 폭의 변화를 선보인다. 180도 다른 얼굴을 보이는 경우 너무 과장된 연기로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지만, 허율은 공감이 갈만한 선을 정확히 지킨다. 그 광경을 지켜본 하정우 역시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연기 맞아?
어색한 아빠

“아역을 디렉팅한 선생님이 있었어요. 3개월 전부터 집중적으로 트레이닝했어요. 소위 미친 애를 연기하는 건데, 이런 기술적인 표현해내는 걸 보고 놀라웠어요. ‘내가 과소평가하고 있나?’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연기라는 것은 일상생활의 표현이고, 재현하느냐 아니냐의 싸움인데, 율이가 완벽하게 재현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울 때가 많았어요. 정말 마냥 귀엽고 사랑스러웠죠. 나중에 아이들이 할로윈데이 분장을 하고 나오는데 귀엽게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무서운지 안 무서운지도 갈피를 못 잡았어요. 다행히 시사회서 많이 무서워하더라고요. 그렇게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하정우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먹방’이다. 무엇이든 맛있게 먹어대는 그의 얼굴은 아직도 회자된다. <황해>서 감자와 김은 물론 라면에 소세지는 ‘구남이 세트’로 불릴 정도다. 또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서 소주로 입가심하는 장면은 길게 잔상이 남을 정도다. 그런 그의 목표는 ‘먹방 은퇴’다. 

“이제는 그만 먹고 싶어요. 먹방서 은퇴하길 바라고 있어요. 이제 앞으로 영화 계약할 때 먹는 거 다 빼달라고 하려고요. 이번에도 남길이가 라면을 먹어요.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걸 제가 뭘 어쩌겠어요. ‘굶고 와라’고 했죠. 못해도 7통은 먹을 것 같았거든요. 아마 그 이상 먹었을 거예요. <보스턴 1947>서 수육을 먹는 신이 있는데, 약 40점을 먹었어요. 정말 먹는 거 지긋지긋 해요. 남길이가 열심히 먹기는 했는데, <내부자들> (이)병헌이 형을 이길 수는 없을 거 같아요. 라면은 병헌이 형이죠. 인정했어요.”

오랜 시간 배우로서 활약해온 그는 연예기획사 ‘판타지오’와 ‘아티스트 컴퍼니’를 거쳐 현재 자신이 직접 설립한 ‘워크하우스 컴퍼니’에 소속돼있다. 동생 김영훈과 공동 대표다. 인스타그램에 독특한 글과 우스꽝스런 사진을 올리거나, 유튜브 ‘걷기 학교’ 채널을 통해 신인 배우들을 홍보하는 방식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났다.

하정우가 하면 다르다는 것이 회사의 홍보 방향서도 잘 드러난다. 아울러 배우들 대부분이 에이전트 배우다. 캐스팅이나 오디션 부분은 회사서 직접 도와주지만, 현장을 오갈 때 차량이나 매니저, 코디네이터 등은 지원하지 않는다. 후에 워낙 역할이 커져서 필요한 경우에 제공하는 형태다. 적지 않은 인원이 에이전트 배우로 소속돼있다. 
 

▲ ⓒ하정우

“오랜 매니지먼트 경험으로 그렇게 방향을 정했죠. 회사 차원에선 매일같이 일이 없는 매니저를 뽑는 것도 손해예요. 또 얼마 안 되는 출연료의 반 이상을 회사에 제공하는 것도 아쉬운 거고요. 혼자 할 수 있으면 혼자 하는 게 좋죠. 캐스팅이나 오디션만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요. 홍보의 경우는 직원을 뽑아야 하는데 못하고 있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자연스럽게 홍보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SNS와 유튜브를 이용했어요. 유튜브는 황보라 배우가 정말 열심히 했죠. 걷기 채널이 지금은 사업모델로도 확장됐어요.”

국내 최고의 배우는 물론 제작자와 기획사 대표, 연출 감독 등의 직업을 갖고 있다. 이 외에도 미술 작가와 에세이 작가도 겸한다. 1년 내내 영화를 찍으면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는 그의 에너지를 종잡을 수 없다. 

“힘든 걸 잘 모르고 살았는데, 조금 생각이 달라졌어요. 좀 쉬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피랍>이랑 <수리담>을 찍고 나서는 세 번째 연출작 준비 차원서 좀 쉴까 하고 있어요. <수리담> 이후 작품은 정하지 않고 있어요. 인풋의 시간이 필요하달까요. 조금 쉬면서 즐겁게 삶을 영위해가려고요.”

아쉽지만
먹방 은퇴

언제나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가는 그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클로젯> 개봉 시기에 맞춰 강력한 공포를 안겨준 이 바이러스로 인해 영화계에 찬 바람이 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정우 역시 고민이 컸다. “엄청난 큰일이 국내서 발생해버렸어요. 이런 상황에 우리 영화를 내밀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이 영화의 운명인 거죠. 하루빨리 잘 정리가 돼서 무리 없이 영화를 보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하네요.”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갑자기?’ 법률수석 부활 속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4·10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다. 집권여당은 참패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집권 3년차인 윤석열정부는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게 생겼다.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인생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한 윤 대통령의 다음 행보는 엇일까? 속사정이야 어떻든 숫자만 놓고 봤을 때 이견이 없는 결과가 나왔다. 범야권은 192석을 얻어 ‘반윤 거야’ 전선을 형성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161석, 민주당의 위성정당 더불어민주연합 14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 등을 모두 합친 수치다.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의석(18석)을 포함해 108석을 얻는 데 그쳤다. 완벽한 참패 식물 대통령 선거를 진두지휘한 각 당 대표의 희비도 엇갈렸다. 사법 리스크를 안고도 선거를 승리로 이끈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정국의 주도권을 잡게 됐고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실제 선거를 뛴 선수보다 더 큰 영향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의회 주도권을 야당에 내준 상태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다고 해도 여당의 이탈표를 걱정해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서 권력의 무게추가 당으로 기울어지는 모양새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거부권을 9차례나 사용한 이력이 민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각 당은 이번 총선서 ‘정권 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심판, 국민의힘은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프레임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은 범야권에 의석을 몰아주면서 정부 심판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에 ‘낙제점’을 준 것이다. 윤석열정부는 당장 밀어붙이고 있던 정책에 차질을 빚게 됐다.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총선 패배 메시지를 통해 의료개혁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지만 추진력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카르텔 타파’라는 국정기조도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총선 결과와 관련해 첫 육성 메시지를 내놨다. 총선 참패 후 엿새 만이다. 민정수석실 폐지 대선공약 민심 청취 명분 부활 예고 윤 대통령은 “총선을 통해 나타난 민심을 우리 모두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올바른 국정의 방향을 잡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국민들께서 체감하실 만큼의 변화를 만드는 데 모자랐다”며 “큰 틀에서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 해도 세심한 영역서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정부서 추진하고 있던 개혁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인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국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말했지만 야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야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메시지에 대해 “개탄스럽다”며 “오만, 독선, 불통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번 총선서 확인한 민심은 국정기조 전면 전환과 민생경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제시해 달라는 주문”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정 실패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민생경제의 잘못을 인정하고 실질적 대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패배에 대한 목소리를 내면서 이후 내놓을 쇄신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미 국무총리와 대통령비서실장 인선과 관련한 하마평이 나오는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대통령실서 국무총리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비서실장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일단 대통령실에서는 “검토한 바 없다”고 대응한 상태다. 3대 개혁 밀어붙인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현재 비서실장 아래에 있는 공직기강비서관실과 법률비서관실을 관장할 ‘법률수석비서관실(가칭)’이 신설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민심 청취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민정수석이 존재할 당시 폐해로 여겨졌던 사정 기능은 제한하고 민심을 읽는 방향의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서 사실상 민정수석실이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민정수석실 폐지는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 중 하나였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서 사정, 정보 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는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윤석열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실은 2실(비서실·국가안보실) 5수석(경제·사회·정무·홍보·시민사회) 체제로 개편됐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윤석열정부 출범 3개월 만에 정책기획수석이 신설되면서 2실6수석 체제가 됐다. 민정수석실서 맡고 있던 공직기강 업무와 인사검증 업무는 법률비서관, 법무부 등으로 이관됐다. 특히 법무부에 공직자 검증 업무를 전담하는 인사정보관리단이 신설되면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사정 기능 제한한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은 정책실장을 신설하는 등 대통령실 직제를 3실6수석 체제로 개편했다. 개편 과정서 기존 수석들을 물갈이하면서 대통령실 2기 체제의 출범을 알렸다. 이때도 민정수석실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대통령실 쇄신안에 법률수석이 거론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심 청취는 표면용일 뿐 결국 윤 대통령이 사정정국을 조성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민정수석실 폐지’라는 대선공약을 파기하고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야당서 예고한 특검을 방어하려는 선제적 조치가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초 민정수석실은 민심 청취 기능과 무관하게 운영됐다. 오히려 폐지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시민사회수석실이 민심을 듣는 역할을 해왔다. 민정수석은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국정 관련 여론 수렴, 고위공직자 복무 동향 점검, 대통령 친인척 관리, 사정기관과 소통 등의 업무를 주로 했다. 하지만 역대 정부서 가장 부각됐던 기능은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5대 사정기관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실제 2000년 김대중정부서 폐지되기 전까지 이른바 ‘사직동팀’이 청와대 하명수사를 전담했다. 사직동팀은 경찰청 형사국 조사과를 일컫는 말이다. 윤 대통령 역시 당선인 시절 대통령 인수위원회 첫 과제로 민정수석실 폐지를 밀어붙이며 “사직동팀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법률수석을 신설하더라도 사정 기능은 제한하겠다는 뜻을 비쳤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하다. 김건희·채 상병 특검법 대기 신임 수석 검찰 출신 될 듯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법률수석 신설은 앞으로 들이닥칠 영부인에 대한 특검 등을 방어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제 와서 법률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한다는 것은 사법 리스크 방어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21대 국회에 이어 22대 국회서도 여소야대 정국이 유지되면서 민주당 등 범야권은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법(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예고했다. 국민의힘서도 채 상병 특검법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갈리는 만큼 국회 통과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한 상태다.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은 21대 국회서 채 상병 특검법이 좌절된다고 해도 22대 국회서 재추진한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채 상병의 죽음 앞에 정치권이 더는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민주당서도 의지가 충분히 있고 국회서 당장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22대 국회 개원 전후로 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2석을 확보한 조국혁신당은 아예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공언했다. 민주당과 개혁신당 등이 조국혁신당에 동의한다는 뜻을 보인 만큼 추진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국민의힘 내부서도 수용 여부에 대한 의견이 갈리고 있어 향후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정기관 잡고 흔드나 범야권이 다수 의석을 무기로 특검 정국을 예고하면서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법률수석을 새로 만들려는 의도가 ‘방어’로 읽히는 분위기도 윤 대통령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심지어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국민의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지배력 역시 작아진 상태라는 점도 법률수석 신설의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레임덕을 최대한 늦추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신임 법률수석을 누가 맡게 될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하마평이 돌고 있다. 검찰 출신들로 채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