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2말3초’ 위기론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2.10 10:20:00
  • 호수 12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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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일만 남았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에 대한 당내 불만이 켜켜이 쌓이고 있다. 검증 부실 논란과 하위 20% 비공개 역풍, 그리고 지역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수용 등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2말3초’에 이 대표에 대한 불만이 외부로 표출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민주당 경선이 진행되는 시기다. <일요시사>는 심상찮은 당내 목소리를 쫓았다.   
 

▲ 요즘 머릿속 복잡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나경식 기자

“경선만 하게 해달라. 지금 (선거에)뛰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심정일 것이다. 그런데도 전략공천을 밀어붙인다면 누가 납득할 수 있겠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한 예비후보의 바람이다. 현재 민주당은 전략공천에 대한 우려로 시끄럽다. 예비후보자는 물론이고 총선에 뛰어들지 않은 사람들도 합세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전략공천
2차 발표

지난 5일 경기도 의정부시청에선 해당 지역의 민주당 소속 시·도의원들이 모였다. 민주당의 전략공천 방침에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하기 위함이다. 당원들은 의정부를 위해 일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자신들의 손으로 뽑고 싶어 한다는 성명이었다. 이들은 만약 보수세가 강한 의정부서 전략공천이 이뤄진다면 민주당의 총선 필패로 이어질 것이라 주장했다. 

앞서 민주당은 문희상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의정부갑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했다. 이에 문 의장의 아들인 문석균 수석부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해당 지역 출마를 준비했지만, ‘세습 논란’이 불거지자 결국 출마를 포기했다.

민주당은 제주시갑 역시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했다. 이 지역 현역은 4선의 민주당 강창일 의원이다. 그는 지난달 12일 제주 한라대 한라아트홀 대극장서 개최한 의정보고회를 열어 “박수 받을 때 떠나는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어 제주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자 한다”며 불출마 입장을 밝혔다.
 

▲ 기자회견 갖는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2호’ 원종건씨

이 지역에는 송재호 전 균형발전위원장의 전략공천설이 파다한데 그는 지난 5일에 민주당으로 복당했다. 그는 기자회견서 “제주시갑의 강 의원이 불출마라는 큰 결단을 해주셔서 갑으로 갈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전략공천설에 다른 후보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이 제주시 갑에 대한 전략공천 노선을 철회하고 100% 국민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요구다. 경선을 요구하는 예비후보들은 ‘기회는 평등학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현 정부의 기조를 민주당 지도부가 실천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예비후보들의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민주당 전략공천위원회는 곧 2차 전략공천 지역을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17일 15곳의 전략공천 지역들이 발표된 바 있다. 1차가 규정에 따른 결정이라면, 곧 발표될 2차는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한 ‘판단’이 영향을 미쳐 논란이 예상된다.

전략공천설에 ‘토사구팽’ 불안 확산
‘험지’는 버리는 카드? 나 몰라라

“지역별로 상황이 다른데, 전국에 동일하게 (부동산 정책을) 적용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후보들에게 돌아간다.” 

험지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는 당정의 부동산 정책에 이같이 하소연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는 고가의 ‘1가구 1주택’ 부동산 실수요자에게 강력한 대출규제를 실시하겠다고 알렸다.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내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하고, 9억∼15억원 주택에 대해서는 9억원 초과 금액에 대해 주택담보비율(LTV)을 40%서 20%로 축소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이다.


또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주택거래허가제’ 검토 가능성까지 흘렸다. 민주당 지도부는 다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직격탄을 맞은 곳은 수도권으로 특히 고가 아파트가 밀집돼있는 서울 강남3구·양천, 경기 분당 지역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현역 의원들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고가 아파트 지역은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해 민주당 입장서 ‘험지’로 꼽힌다.

이에 수도권 험지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현역 의원들이 모였다. 이들은 1가구 1주택자의 대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당에 공식 제안하기로 했다. 당 일각에선 당정청이 부동산 정책에 대한 소통을 활발히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과 의원들 사이에 엇박자가 나는 모양새다. 앞서 당 지도부는 부동산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한 심사를 보류한 사건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민주당 지도부가 험지 현역 의원들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내다본다.

부동산 정책
어떡하나

“인재라고 데려오는 사람들을 보면 당에 대한 기여도는 전무하다. 기존에 당에서 노력한 사람을 좀더 신경써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총선에 첫 출전하는 예비후보의 목소리다. 최근 민주당은 영입된 인재들과 관련한 논란으로 시끄럽다. 원종건씨의 데이트 폭력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는 민주당이 야심차게 내놓은 2호 영입인재였다.

영입이 발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데이트 폭력 의혹이 불거졌다. 원씨의 전 여자친구라고 밝힌 이는 교제기간 동안 원씨로부터 강제적 성관계, 불법촬영 등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여혐’ ‘가스라이팅’ 등 전 여자친구가 폭로한 글에 포함된 단어들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원씨는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논란은 사실이 아니지만, 이 자체가 당에 부담이 되기에 영입인재 자격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당사자들 사이서 반박과 재반박이 오갔다.
 

▲ 회의 갖는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

민주당의 부실검증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대변인은 원씨 사태 후 “당에서 검증을 하긴 했는데, 본인 소명과 설명 중심으로 듣다 보니 상세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역시 “검증이 부족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영입인재와 관련한 논란은 원씨만이 아니었다. 5호 영입 인재인 소방관 오영환씨는 입당 당시 조국 전 법무부장관 가족의 입시비리 의혹과 관련해 당시 학부모들이 하던 관행이라고 주장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논문표절 의혹도 불거졌다. 11호 영입 인재인 최기일 건국대 산업대학원 겸임교수가 표절로 논문이 취소된 적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방위사업청의 군수품 조달 전문지인 <국방획득저널>은 최 교수가 게재한 논문이 국내서 이미 발표된 논문의 관련 문장을 인용·출처 표시 없이 작성했다며 논문 취소 공고를 낸 바 있다.


부실한 검증
형평성 논란

논란이 일자 최 교수는 공동연구자가 해당 논문을 단독으로 다른 학술지에 먼저 투고해 발생한 사건으로, 자신은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논문표절이 현 정부가 밝힌 인사배제 원칙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14번째 영입 인재인 청년창업가 조동인씨는 ‘스펙용 창업’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2015년 기업 3곳을 비슷한 시기에 창업했다가 2년여 사이에 동시 폐업한 사실이 알려졌다. 

조씨는 입장문을 통해 “디바인무브는 경영이 어려워 폐업했고, 다이너모토는 진행했던 유통사업서 성과가 나지 않아 종료를 결정했다. 플래너티브는 창업교육 사업을 미텔슈탄트로 이관하기로 했다”며 폐업 사유를 설명했다.

13호 영입 인재인 이수진 전 부장판사는 입당 당시 했던 주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그는 ‘양승태 사법부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자신을 소개했지만, 해당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 이수진 전 판사

이 대표가 밝힌 시스템 공천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에는 인재영입위원회(이하 영입위)와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가 별개로 구성돼있다. 영입 인재에 대해서는 검증위가 아닌 영입위서 자체적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영입위서 하는 검증의 부실함이 드러난 것이다. 


김경협 검증위원장은 지난달 30일 BBS <이상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서 “영입인재는 일단 검증 대상서 제외돼있다. 시스템에 의한 검증은 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특별당규 제3장은 ‘영입위를 통해 영입했거나 최고위 의결을 거친 인사는 검증위 심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 예비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서류심사부터 꼼꼼히 진행되는 데 반해, 영입 인재는 평판 조회와 면접 등만 거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형평성’에 있다. 검증 과정은 물론, 선거서도 영입인재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당 곳곳서 들려온다. 이미 출마 선언을 한 민주당 소속 예비후보자들은 영입인재가 전략공천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충신보다 새 얼굴 중용
경선 후폭풍 몰아치나?

민주당은 현역 의원 평가서 하위 20%에 속한 대상자와 영입인재를 서로 경선을 붙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아직 공식 기구서 절차를 밟고 있지는 않지만, 당 지도부가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영입인재 대다수가 지역구 출마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도 가능성을 높인다. 하위 20% 평가를 받은 의원들 중 불출마 선언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하위 20% 의원과 영입인재가 맞붙는다면 영입인재들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 하위 20%로 평가된 현역 의원은 경선서 총점의 20% 감점이라는 페널티를 받는 반면, 영입 인재는 정치신인으로 분류돼 10∼20%의 가산점을 얻기 때문이다. 

또 하위 20% 의원에 대해서는 정성평가(자체적인 기준에 따라 하는 평가)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정체성(15%)·기여도(10%)·의정활동(10%)·도덕성(15%)·면접(10%) 등이 평가 항목이다. 선거판서 정성평가는 모호한 기준과 원칙으로 항상 논란을 불러왔다.  
 

▲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기존 하위 20%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당 지도부의 결정도 후폭풍을 낳았다. 지라시(각종 소문을 담은 정보지)가 돌면서다. 지라시에 이름을 올린 현역 의원의 경선 경쟁자 중 일부는 지라시를 흑색선전 용도로 활용했다. 

이에 지라시에 이름을 올린 현역 의원들은 지역구 유권자와 언론에 문자를 보내며 진화에 나서는 등 한차례 소동이 벌어졌다.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가 앞서 결정한 비공개 방침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았다는 말이 나온다.

정성평가
독 되나

민주당의 눈은 총선을 향해 있는 가운데 당 경선은 2월 말 내지는 3월 초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은 ‘2월 말, 3월 초’에 이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이 외부로 터져나올 것이라 예상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는 ‘승자독식’ 아닌가. 경선도 마찬가지다. 원래 집안싸움이 무섭다. 역대 경선만 봐도 조용히 넘어갔던 적이 없다. 아무리 (이)대표가 시스템 공천을 한다고 해도 떨어지는 사람이 있으면 잡음이 나오기 마련”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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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