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공포’로 직격탄 맞은 재계

가뜩이나 죽을 맛인데 ‘설상가상’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내 여러 업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의 직격탄을 맞게 됐다. 메르스와 사스의 공포를 겪었던 터라 ‘초긴장’ 상태다. 중국 관광객들이 주고객인 면세점과 호텔, 여행업계, 극장 공연업계에서는 소독 강화와 직원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을 통해 피해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귀환으로 모처럼 훈풍이 부는 듯했던 면세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직격탄을 맞을 위기다. 면세점과 호텔은 유커 방문이 집중되는 시설로, 유동인구가 많아 만약 방문객 중 보균자가 있을 경우 연쇄 감염의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유커 귀환에 환호
다시 초상집으로

국내 면세점의 주요 고객은 중국인이다.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고객 중 중국인 비중은 약 80%에 달한다. 대부분 보따리상으로 불리는 따이공(代工)들이다.

지난 설 연휴는 면세점서 따이공을 찾기 힘들었다. 대부분 중국 춘절을 맞아 한국을 떠나 중국서 연휴를 보냈기 때문이다. 중국 춘절 연휴는 지난 2일까지였다. 따이공들은 연휴가 끝난 뒤에야 다시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중국 당국이 한반도 내 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한령(限韓令) 기조를 유지하면서 발길이 끊어졌던 따이공들이 최근 다시 한국을 찾는 분위기였다.


면세점 업계는 ‘유커의 귀환’을 반겼다. 각 면세점들은 춘절을 맞아 중국으로 돌아가는 따이공을 대상으로 각종 할인과 사은품 증정 등 행사를 펼치며 연휴가 끝난 뒤 다시 발걸음을 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하지만 우한 폐렴 사태로 곧 돌아올 유커들을 환영하지도 내치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에 각 면세점들은 대표이사 등을 위원장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하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롯데면세점은 전 직원 일일 발열 체크와 매장 및 인도장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방역 활동을 강화했다. 임산부와 만성질환 직원들은 휴직도 실시할 예정이다.

신라면세점도 비상대응 태스크포스를 가동했다. 영업장 입구에 오가는 사람들의 발열 여부를 체크하기 위한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하고, 직원들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소독도 매일 실시하며 고객에게는 마스크를 나줘주고 있다.

사스·메르스에 이어 실적에 직격탄 우려
면세점 대표들 직접 비상대책위원회 꾸려

현대백화점 면세점도 비대위를 꾸리고 전 직원 마스크 착용과 발열 체크를 의무화하고 영업장의 수시 소독에 나섰고, 신세계 면세점도 모든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에게도 마스크를 나눠줬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춘절 연휴가 끝난 뒤가 진짜 문제”라며 “질병관리본부 등 정부의 대응에 따라 유기적인 대응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한 폐렴은 과거 다른 감염설 질병과 달리 잠복기에도 타인에게 전염이 가능하다고 해서 걱정”이라며 “중국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는 유커들이 입국을 못해도 문제고 입국을 해서 영업장을 찾아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중국 여행을 계획했던 국내 여행객 취소가 잇따르면서 국내 여행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중국 정부가 지난달 27일 자국민의 단체 해외관광을 전면 중단하면서 방한 관광 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관광공사가 유치했던 중국인 인센티브 관광객 2500여명이 지난달 28일 내한을 전격 취소했다. 2월 방한 예정이었던 이들이 여행 일정을 취소하면서 중국 단체 관광객 발걸음이 2016년 ‘금한령’ 때처럼 뚝 끊기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 중이다. 

2018년 2월 방한했던 중국 관광객은 45만3000여명이었다. 개별 관광객 숫자가 압도적인 상황(2018년 기준 92.4%)을 감안하더라도 감소가 확실한 것으로 판단되는 올 2월 중국 단체관광객 숫자는 3만여명에 달한다.

국내 여행업계에도 직격탄이 떨어졌다.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현재 중국 상황을 2012년 메르스 때보다 심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중국 여행을 계획했다가 취소하는 고객이 급격히 늘고 있는 상황이라 1월은 물론 2월 예약자 7000여명 전원이 취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주요 도시 관광지까지 폐쇄한 중국의 상황은 메르스 때보다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인 투숙 여부
고객 문의 폭주

하나투어는 1∼2월 예약 취소 고객에 대해 취소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모두투어 역시 설 연휴 전날까지 중국여행 취소자가 4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이 회사의 연평균 2월 중국 여행 상품 예약자가 1만 5000명∼2만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예약 취소자 숫자는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이외의 타지역도 제한적이긴 하지만 취소자가 생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설 연휴 직후 중국 주요 관광지가 통제 또는 폐쇄돼 진행 예정이던 중국 본토 관광상품의 경우 일괄 취소를 결정했다”며 “2월 이후 행사도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모두투어 역시 2월 말까지 홍콩, 마카오 등을 포함한 중국 여행 상품에 대해 취소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국 단체 관광객의 경우 중국계 여행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따라서 국내 업계의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중국 관광객 숫자의 90%가 넘는 개별 관광객이다. 
 


아직 정확한 입국 통계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개별 여행객들의 여행 심리도 움츠러들 것이 뻔해 전체 중국 관광객 숫자 역시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비상 상황은 극장과 공연업계도 매한가지다. 영화, 연극, 무용, 음악회 등이 펼쳐지는 극장과 공연장은 밀폐된 공간서 적게는 수십명, 많게는 수천명이 넘는 인파가 모여 장시간 작품을 감상하기 때문에 전염에 대한 우려도 클 수밖에 없다.

중국 관련 업체
하나같이 불똥 

지난달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규 9집 발매를 앞둔 슈퍼주니어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서 이날 오후 3시와 7시30분에 회당 팬 400여명 앞에서 컴백쇼를 녹화할 예정이었으나, 소속사는 이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전날 슈퍼주니어 팬 페이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한 상황으로 ‘슈퍼주니어 더 스테이지’의 모든 녹화는 비공개로 진행된다”고 공지했다. 중국서 예정된 가수들의 행사 일정 조정도 검토되는 분위기다. 

보이그룹 SF9은 오는 3월14일 중국 칭다오에서 팬 사인회가 예정됐다가 팬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이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라고 SNS를 통해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문화회관, LG아트센터, 경기도문화의전당 등 공연 관련 기관들은 오전 대책 회의를 진행했다. 유인택 예술의전당 사장은 “손 세정제를 배치하고 마스크를 준비하는 등 기본적인 조치는 준비하고 있다”며 “메르스 때 있었던 매뉴얼을 참고해 대책을 마련 중이며 다른 공연장과의 공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극, 뮤지컬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기는 마찬가지.

신시컴퍼니 관계자는 “공연을 안 할 수도 없고 정말 걱정”이라며 “메르스 사태 때는 손 소독제를 곳곳에 비치하고 배우들 건강에 특별히 유의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재연될 것 같다”고 말했다.

CJ ENM 관계자도 “메르스 때는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하라고 하니까 관객이 많이 줄었다”며 “아직 티켓 예매나 판매에는 영향이 나타나지 않지만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인기 공연 줄줄이 취소…공연업계 울상
2∼3월 중국 여행예약 대부분 취소되기도

CGV, 롯데시네마 등 대형 극장들도 직원들에게 감염 예방을 위해 안전 예방 수칙을 준수하도록 독려 중이다.

롯데시네마는 직원들에게 근무 전에 체온을 반드시 체크하도록 했으며, 손 소독제와 마스크 사용을 독려했다. 극장 내에도 손 소독제를 비치해 관객들이 사용하도록 했다. 극장과 공연업계서 겨울방학 성수기에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해 관객 감소를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과 SNS서도 극장이나 공연장, 쇼핑몰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가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극장 관계자는 “설 연휴가 끝났지만, 겨울방학이어서 가족 단위 관객의 극장 나들이가 많은 시기인데 ‘우한 폐렴’ 여파로 관객 발길이 뜸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2015년 메르스 공포가 정점을 찍은 6∼7월 두 달간 연극, 뮤지컬 티켓 판매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7%나 급감한 적이 있다.

호텔도 비상이다. 중국 제일재경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30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약 3주 간 우한서 출발한 탑승객 중 6430명이 한국을 찾았다. 지금까지 국내서 발생한 확진자 모두 이 시기에 한국을 찾았으며 일부 확진자는 호텔에 숙박했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각 호텔에는 중국인 투숙 여부를 물어보는 고객의 문의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내국인 예약은 10% 넘게 취소됐다. 이 같은 우려에 각 호텔업계도 대응에 들어갔다.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은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해 오가는 사람들의 발열 여부를 체크하고 전 직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서울신라호텔도 열화상 카메라 설치와 직원들의 마스크 착용, 프런트 데스크와 화장실 등에 손 소독제를 비치했다.

언제까지∼
이제 시작?

각 호텔들은 발열 등의 이유로 미리 예약을 취소하지 못하고 노쇼를 하더라도 수수료 없이 취소해주기로 했다. 한 호텔 관계자는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는 추세라 반가웠는데 뜻밖의 악재를 만났다”며 “내국인 고객 문의와 항의가 잇따르고 있지만 오는 사람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어 난처한 때가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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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