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26)농담

읊은 시의 의미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거문고 소리의 여운이 사라지자 매창이 다시 자세를 바로 했다.

그리고는 허균의 얼굴을 주시했다.

별로 편안해보이지 않았다.

“무슨 언짢은 일이라도 있으신지요.”

“아니오, 언짢은 일은 아니고. 그 시를 생각해보고 있었던 참이오.”


“아 제가 읊은 시 말씀이로군요.”

떠나달라고?

“그래요. 그 시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꺼림칙해서 말이오.”

매창이 하얀 이를 드러내면서 앙증맞게 웃었다.

“그러니까 나리께서는 지금 제가 읊은 시가 나리를 상대로 읊은 것은 아닌가 생각하고 계신다는 말씀이시군요.”

“어허, 누가 그렇다고 했소. 다만 그 시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 않은가 해서 그것들을 찾아 생각에 잠겼던 것이라오.”

“나리, 예전에 지었던 시를 읊어본 것이옵니다.”


“예전에.”

“언젠가 이곳을 지나가던 나그네가 저의 소문을 귀동냥으로 들었던 모양이옵니다. 그리고는 저에게 찾아와서 자신의 시 재주를 뽐내고 급기야 저에게 치근덕거리기에 이 시를 지어 바로 그 자리에서 읊었었지요.”

“그래서.”

“그 나그네가 이 시를 듣고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대문으로 나가고 말았지요.”

그 소리에 허균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국 나보고 자리를 떠나달라 이 말이로군.”

“네!”

매창이 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나리, 그 시가 나리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면 소녀를 벌하여 주시옵소서.”

“일 없소이다!”

허균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말소리 또한 올라갔다. 매창이 급히 고개를 들었다.

간절한 시선으로 허균을 바라보았다.


“나리, 어찌 소녀가 나리께!”

“그러면 나보고 나가란 이야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오!”

“나리, 소녀가 어찌……천하의 나리를…….”

허균이 순식간에 표정을 풀었다.

“매창이, 그러면 나보고 이 자리에서 소피를 보라는 말이오.”

“네!”


능글맞은 웃음이 허균의 얼굴 위에 번지고 있었다.

“그러면 여기서 소피를 해결해야 한다 이 말인데.”

말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허균의 손이 바지춤으로 향했다.

진짜로 바지를 벗어 내릴 태세였다.

“나리 너무하시옵니다. 소녀를…….”

마치 매창의 눈에서 눈물이 어리는 듯했다.

“이보시게, 매창. 내 조금 놀린 것 가지고 너무 상심해하지 마시게. 그나저나 급한데 이대로 있으란 말이오.”

순간 매창이 정색했다.

매창을 놀리려다 오히려 당한 허균
어느새 친해진 둘, 자연스러운 행동

“밖에 별이 있느냐?”

이번에는 허균의 얼굴이 휘둥그레졌다.

“갑자기 그 아이는 왜 찾소.”

“이곳에서 소피를 해결 하겠다 하시니 당연히 요강을 준비해야 할 듯해서요.”

“무엇이라!”

말을 마친 허균이 호탕하게 웃어 재꼈다.

“역시 매창이로고. 매창이야.”

허균의 웃음소리가 사라지자 밖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아씨, 찾으셨는지요.”

“나리께서 측간을 가신다고 하시니 뫼시어라.”

허균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피어났다. 

“그럼 내 급히 다녀오리다.”

웃으며 나서는 허균에 뒤에서 매창이 밉지 않게 눈을 흘기고 있었다.

밖으로 나서자 구름 속에서 나타난 달이 허균을 맞이했다.

그 달을 바라보며 시선을 정면으로 주었다.

별이 황당하다는 듯이 몸을 비비꼬며 균을 맞이했다.

“어서 앞장 서거라.”

“정말로 측간을 가신다고요. 그리고 제가 앞장서라고요.”

별이 매창의 말 또 허균의 말이 믿기지 않는 모양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균을 바라보았다.

“그렇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러니 어서 앞장서도록 해라. 그러지 않으면 여기서 그냥 해결해버릴란다.”

방금 전처럼 균의 손이 다시 허리춤으로 이동했다.

금방이라도 바지를 벗어 내릴 태세를 취했다.

별이 급히 고개를 돌리고 앞서 나갔다.

허균의 손이 허리에서 자신의 가운데로 이동했다. 뻐근했다.

이미 한번쯤은 일을 보아야 했건만 너무나 참았던 데에 다른 생리적 현상이었다.

그 상태에서 별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별의 뒤로 희미한 달빛이 스며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달을 바라보았다.

두 물체가 마치 하나인 듯했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이나 앞서 걷고 있는 별이 마치 하나인 듯 교차되기 시작했다.

앞서 가던 별이 슬그머니 뒤를 바라보았다.

허균이 이상한 자세로 자신을 따르고 있었다.

순간 얼굴이 화끈하고 달아오르는 모양이었다. 급히 걸음에 속도를 더했다.

“어허, 무엇이 급하다고 그리 서두르노.”

허균의 괴이한 모습에 별의 얼굴색이 달빛 아래 붉게 물들고 있었다. 

“어 험.”

허균이 헛기침 한 번 하고는 방으로 들어왔다. 매창이 허균을 처음 대하듯 다소곳하게 맞이했다.

“이렇게 시원한 것을 두고…….”

매창의 얼굴을 슬쩍 바라보았다.

“나리, 이곳이 나리의 집이다 생각하시고 편히 쉬도록 하시옵소서. 조금도 불편해 할 일이 없사옵니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고. 그러면 내가 매창을 나의 부인 대하듯이 그렇게 해도 된다는 말이오.”

허균의 엉뚱한 소리에 매창이 눈꼬리를 살짝 올리며 균을 바라보았다.

“나리, 너무 하시옵니다.”

부인 대하듯

“너무 하다니요. 내 집이면 내 집안에 있는 모든 것이 나의 것이거늘. 그러니 매창도 나의 것이 아니겠소.”

“그렇다고 거절할 소녀도 아니옵니다.”

매창이 더 이상 수세에 몰릴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아니, 허균이 자신의 무안함, 중간에 측간을 다녀온 사실을 그리 풀어버리려는 듯이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매창의 답변에 허균이 큰 소리로 웃고는 자리에 앉았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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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평양 무인기’ 안보실 비밀 작전 주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북한 도발에 역대 정부 중 가장 적극적이었다. 대북 확성기를 틀거나 삐라를 날리면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렸다. 북한도 오물 풍선과 무인기를 날리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물론 윤정부도 참지 않았다. 북한처럼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 이 비밀 작전은 국가안보실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은석 내란 특검팀은 군 관계자로부터 국가안보실 지시로 북한 평양에 무인기를 날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6개월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했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라는 평가다. 안보실 중 국방·안보 파트는 1차장 소관이다. 나머지는 각각 외교와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태효 전 1차장이었다. 계속되는 군 거짓말 내란 특검팀은 지난해 10월 북한이 평양에 추락한 우리 군 무인기라며 공개한 사진 외에도 우리 군이 보낸 또 다른 무인기가 있다는 진술을 군 관계자로부터 확보했다. 이 관계자는 특검팀에 “백령도에서 날린 무인기 두 대 중 한 대는 평양에 추락했고, 나머지 한 대는 평양 인근에 추락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김명수 합참의장과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확인해줄 수 없다”며 사실관계 공개 자체를 거부해 왔다. 앞서 평양 무인기 침투 의혹은 북한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이 10월3일, 9일, 10일 심야 시간을 노려 무인기를 평양 상공에 침범시켜 삐라(대북 전단지)를 살포했다”고 밝히면서 불거졌다. 국방부 국방과학연구소는 국회에 제출한 ‘북 전단 무인기 비교분석’ 보고서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우리 군 드론작전사령부(드론사)에 납품한 무인기의 전체적인 형상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등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고 무인기를 평양에 침투시켰다며 외환 의혹을 제기해 왔다. 그러나 2022년 있었던 북한군의 서울 상공 무인기 침투와 2024년 오물 풍선 살포에 대응한 대북 작전이었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관계가 긴장 국면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해 국가원수 경호 방공망이 뚫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다가 2024년 5월부터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수천 개를 한국에 살포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그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남북 긴장이 충돌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상황 관리에 치중했다. “국방·안보 1차장 소관”…정보융합팀 추진? 국군조직법상 부적절…당시 실장들은 몰랐다 그러자 민주당 등에서도 오물 풍선의 자유 낙하를 기다리는 군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휴전선 상공에서 풍선을 격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당시 “북한이 한계선을 넘어가고 있다. 다양한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특검은 드론사에 무인기 침투 작전을 지시한 최종 결정권자가 누구인지 수사 중이다. 군 안팎에선 ‘김 전 장관→김 의장→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사에 지시가 내려갔을 가능성과, 김 전 장관이 김 의장이나 이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도 이 사건에서 자유롭지 않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사령관은 무인기 북파 시점을 전후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과 김 의장을 잇달아 면담했다. 특검팀은 “2024년 6월 드론사 방첩대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알고 있어서 놀랐다”는 군 현역 장교의 증언도 확보했다. 당시 드론사 방첩대 지휘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맡았다. 드론사는 적 무인기 등에 대응하기 위해 2023년에 출범한 육·해·공군 및 해병대 합동 전투부대로, 국군조직법에 따라 합참의장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안보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부대다. 그러나 특검팀에 출석한 군 관계자는 “모든 군 작전은 상급 기관인 합동참모본부의 지시를 받는데 무인기 침투 작전은 대통령실 안보실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았다”며 “북한이 무인기 추락 사실을 공개한 날 작전을 수행한 드론사령부에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이 격려금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관계없는 안보실 왜? 민주당 부승찬 의원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V(대통령)의 지시라며 국가안보실 직통으로 무인기 침투 작전을 하달했다”는 내부 증언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당 외환유치진상조사단은 올해 초부터 드론사가(歌) ▲무인기 기종 재고 현황 ▲평양에 드론이 침투한 지난해 10월 드론사 상황일지 ▲삐라통을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보유 여부 등의 자료 제출에 성실히 응하고, 수사기관이 김 사령관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착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안보실은 당시 기자단 공지를 통해 “인성환 제2차장이 지난 2024년 3월 드론사를 공식 방문한 바 있다”며 방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육·해·공군 주요 사령부 현장 확인의 일환으로 진행된 부대 방문이며, 당시 드론사의 업무보고 등 공식 일정에 다수의 드론사 장병들이 함께했다”고 해명했다. 또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같은 해 8월 국가안보실 방문 당시 드론 전력화 방안 및 국방혁신위원회 안건 등을 논의하기 위해 국방부 및 방사청 관계관 다수와 함께했던 것으로 확인했다. 다수의 인원이 함께한 공식 방문과 안보 태세 강화를 위해 정상적으로 추진한 업무를 ‘북풍 몰이’로 연결 짓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외환 의혹 관련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연결고리’를 수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방부 장관, 군부대까지 이어지는 지휘체계 전체가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검팀이 김 전 국방부 장관을 추가 구속하고, 군검찰과 협조해 여 전 사령관·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추가 구속한 것도 외환 수사의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계엄 비선’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 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수상한 연결고리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특검팀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된 부분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해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드론사가 안보실의 지시로 무인기 침투 비밀 작전이 진행됐다는 의혹이 가리키는 시기는 지난해 8월이다. 안보실은 산하에 1·2·3 차장을 둔다. 이들은 각각 국방과 외교, 경제를 담당한다. 지난해 안보실 국방·안보 파트 담당은 김 전 1차장이었다. 안보실장은 장호진·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었으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사실상 허수아비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관계자는 “김 전 차장이 실세 중의 실세였다. 최종적으로 안보실장이 모든 보고를 받지만 핵심 정보는 김태효 전 차장이 먼저 훑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 전 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북파공작부대(HID)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 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속초 갔던 김, HID 출신 용산 스카우트 왜? “방문 이례적” 대북 공작 플랜 일환이었나 김 전 차장이 HID를 방문한 이후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인간정보 특기(820) 육관사관학교 60기 출신 오모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안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갔다. 오 중령은 인성환 당시 안보실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지난 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안보실이 당시에 언급했던 것처럼 오 중령이 소속된 팀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룬다. 대북 문제에 대해 깊숙하게 알지 못하는 김 전 1차장을 사실상 보좌하는 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오 중령은 정보사 내 얼마 남지 않은 ‘대북 공작’ 전문가로 꼽힌다. 12·3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성욱 정보사 대령의 계보를 잇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안보실의 지시로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실행했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오 중령이 속한 팀이 작전의 밑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보사 내부의 분석이다. 무인기를 언제 평양에 보내고 어떤 방법을 구사해야 하는지도 대북 공작의 한 종류기 때문이다. 일부러 들키려 분명한 목적 정보사 한 고위 관계자는 “무인기를 날린 시기를 보면 대북 공작 플랜을 한두 달 전부터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 때나 막 날리는 게 아니다. 어떤 목적을 정한 이후 그다음 시기를 정한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통상 대북 공작은 일부러 들키게 하거나 정말 들키지 않아야 하는데 일부러 들키려 한 공작은 ‘북풍 공작’이다. 이 방법은 2000년대 초반 이후 쓰지 않았던 방법이다. 자칫하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고 실패할 경우 정보사의 피해까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