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공포’ 최악의 시나리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2.03 12:12:17
  • 호수 12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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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으론 한계…하늘에 맡길 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전 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 2016년 지카 바이러스에 이어 우한 폐렴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견된 신종 바이러스가 전역으로 퍼진다면, 메르스 때와 같이 경제적인 손실이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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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중국 우한 폐렴의 원인 바이러스로, 인체 감염 7개 코로나바이러스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월 중국 우한서 집단 발병한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질환이 사람과의 접촉으로 인해 전염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대혼란

국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네 번째 확진자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방문했다가 지난달 20일 귀국한 55세 한국인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확진됐다. 이 환자는 21일 감기 증세로 국내 의료기관을 방문했고, 같은 달 25일 고열과 근육통이 발생해서 의료기관을 재방문한 뒤에 보건소에 신고돼 능동감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확진자 중 2차 감염자도 나오면서 3·4차 감염자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확진자가 다녀간 공공장소에 방역 조치도 할 예정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상황에 따른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마련하고 최악의 경우, 중국 사업장의 생산설비 가동 중단 같은 극단적인 조치까지 고려하는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할 태세다.

항공업계는 가시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에어서울은 승객의 안전을 위해 인천∼장자제, 인천∼린이 노선의 운항을 모두 중단했다. 에어서울은 인천∼장자제 노선을 주 3회(수·금·일), 인천∼린이 노선을 주 2회(화·토) 운항하고 있었으나 우한뿐 아니라 중국 노선 전체에 대한 여행객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운항을 중단키로 했다.

중국서 입국자 전수조사 실시
항공·제조업 등 피해 눈덩이

앞서 대한항공은 우한 노선을 잠정 중단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노선의 경우 체류하지 않고 바로 돌아오는 스케줄을 운용키로 했다. 항공업계는 가뜩이나 황금노선인 일본 노선이 줄어든 데 더해 대체 지역으로 삼은 중국마저 우한 폐렴으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제조업들은 일시적 공장 가동으로 비상 대응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포스코는 지난 2일까지 중국 정부의 춘제(중국 설) 연휴 연장 조치에 따라 전체 공장을 가동하지 않았다. LG유플러스는 사내 공지를 통해 의심 환자에 대해선 재택근무로 조치했다. SK그룹도 최근 중국 방문 이력이 있으면 특별한 증상 없어도 귀국시점으로부터 최소 10일간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산업계는 사태의 장기화 여부와 확산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태 장기화 시 기업 실적에 끼칠 악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15년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메르스의 경제적 손실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가 한 달 이내 종결될 경우 국내총생산 손실액이 4조425억원에 달하며, 3개월간 지속될 경우엔 최대 20조922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던 바 있다. 메르스가 3개월간 지속될 경우 전년대비 투자는 3.46%, 소비는 1.23%, 수출은 1.98%씩 각각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이에 경제단체들도 현지에 진출한 기업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국 현지 사무소를 통해 대사관과의 협업 체계를 구축해 가동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도 청두 지부가 영사관, 한국 상회와 공동으로 협조체계를 구축해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 유학생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우한 폐렴 전염 상황과 예방 수칙을 공유하고 있다.

확산 속도
점점 가속화

전문가들은 당분간 관광객 감소와 대중교역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외식업과 유통 등 내수 소비시장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외국인 관광객은 210만명 감소했으며, 상반기 지하철 이용객이 1000만명 가까이 줄어드는 등 유동인구 감소를 경험한 바 있다. 바이러스의 완전한 종식까지 최장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는 점에서 정부는 고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연초에 경기 반등을 위한 경제 심리가 상당히 회복되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일정 부분 제한적이지만 (경기에)영향이 있었다. 이번에 영향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할 순 없고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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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과거에도 전염병이 퍼진 적은 많았다. BC 5세기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유행병으로 그리스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죽음의 수렁에 빠졌다고 적었다.

서기 165년 전염병은 로마를 텅 비게 만들고 안토니우스 황제의 목숨을 앗아갔다. 514년 역병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뿐 아니라 콘스탄티노플 인구의 40%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14세기에는 흑사병이 돌아 유럽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 적도 있다.

그러나 이들 역병은 파괴적인 독성에도 불구하고 전 지구적 전염병은 아니었다.

1000만 서울
아슬아슬∼

하지만 1918년에는 전 세계로 퍼진 최악의 전염병이 있었다. 당시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 약 5억명이 감염돼 2000만∼50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치사율은 나라마다 달랐지만, 평균 2% 수준이었다. 스페인 독감은 이전 전염병에 없던 ‘전염병의 세계화’를 만들어냈다. 

선박과 철도는 빠른 속도로 희생자들을 양산했다. 기계화된 이동수단을 통해 기존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전파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스페인 독감은 시베리아 철도를 통해 한반도에 유입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역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호주 등 전역으로 퍼지면서 확산 기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결국 지난달 30일 세계보건 기구(WHO)가 우한 폐렴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로 선포했다. 

지난달 23일 야후뉴스 등에 따르면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니얼 퍼거슨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비교해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치사율은 스페인 독감과 비슷한 2%”라고 말했다. 전날까지 중국 당국이 공식 확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 환자는 440명, 사망자는 17명이다.

단순 계산으로 치사율이 3%를 훌쩍 넘지만, 여기에 다른 병원 진료 자료까지 종합하면 치사율이 2%가 웃도는 수준, 즉 감염자 50명당 1명꼴로 사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퍼거슨 교수의 분석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과 비슷?
“경제 심리 영향 받을까 우려”

일반 독감이 합병증 때문에 환자 1000명당 1명꼴, 즉 0.1% 수준의 치사율을 보이는 것과 비교할 때 이는 매우 높은 수치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일반적인 감기는 물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처럼 더욱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총칭이다.

우한 폐렴을 일으키는 신종 바이러스는 동물서 유래돼 사람에게로 전파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퍼거슨 교수는 “이번 바이러스는 (사람에겐) 면역이 없기 때문에 훨씬 빨리 퍼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폐 협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 환자들은 호흡기 감염으로 폐포에 염증이 생겨 고름 등이 차고, 이 때문에 혈류서 산소가 감소해 결국 산소부족으로 질식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재로선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고 밝혔다.

막고 막아도
막을 수 없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중국 관광객의 입국금지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우한은 서울시와 비교해 면적이 10배 이상 큰데도 확산 속도가 무척 빨랐다”며 “면적이 작고 1000만여명이 모여있는 서울시에 지역사회 전파가 일어나기라도 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로나와 주가 상관관계 

<블룸버그> 등 외신은 지난달 28일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한국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한국 증시는 화요일 기준, 신종 바이러스에 확산과 함께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 기간 많은 시장이 열리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더욱 확산됐고 기업들의 성장 정체 우려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코스피 증시의 경우, 2018년 10월 이후 3.6% 급락하며 가장 큰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중국 관광 특수를 보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하나투어, 호텔신라 등 기업이 10% 이상 급락하면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하락세는 일본과 태국의 관광기업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지속됐던 한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가 올해 초반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낙관론이 제기되기 시작했으나,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에 제동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관광 부문의 실적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관광 관련 주는 한동안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최대 교역 상대국 중 하나인 중국이 수출 주도형 한국경제에 미치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관광 부문을 제외하고도 중국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국내 GDP는 2003년 중국발 사스 전염병에 큰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코로나바이러스 리스크를 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화요일 기준, 주가가 3%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내 주요 메모리 제조 지역인 우한서 제품 생산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애플도 하룻밤 사이에 주가가 하락했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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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