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공포’ 최악의 시나리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2.03 12:12:17
  • 호수 12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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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으론 한계…하늘에 맡길 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전 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 2016년 지카 바이러스에 이어 우한 폐렴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견된 신종 바이러스가 전역으로 퍼진다면, 메르스 때와 같이 경제적인 손실이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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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중국 우한 폐렴의 원인 바이러스로, 인체 감염 7개 코로나바이러스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월 중국 우한서 집단 발병한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질환이 사람과의 접촉으로 인해 전염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대혼란

국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네 번째 확진자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방문했다가 지난달 20일 귀국한 55세 한국인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확진됐다. 이 환자는 21일 감기 증세로 국내 의료기관을 방문했고, 같은 달 25일 고열과 근육통이 발생해서 의료기관을 재방문한 뒤에 보건소에 신고돼 능동감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확진자 중 2차 감염자도 나오면서 3·4차 감염자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확진자가 다녀간 공공장소에 방역 조치도 할 예정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상황에 따른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마련하고 최악의 경우, 중국 사업장의 생산설비 가동 중단 같은 극단적인 조치까지 고려하는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할 태세다.


항공업계는 가시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에어서울은 승객의 안전을 위해 인천∼장자제, 인천∼린이 노선의 운항을 모두 중단했다. 에어서울은 인천∼장자제 노선을 주 3회(수·금·일), 인천∼린이 노선을 주 2회(화·토) 운항하고 있었으나 우한뿐 아니라 중국 노선 전체에 대한 여행객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운항을 중단키로 했다.

중국서 입국자 전수조사 실시
항공·제조업 등 피해 눈덩이

앞서 대한항공은 우한 노선을 잠정 중단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노선의 경우 체류하지 않고 바로 돌아오는 스케줄을 운용키로 했다. 항공업계는 가뜩이나 황금노선인 일본 노선이 줄어든 데 더해 대체 지역으로 삼은 중국마저 우한 폐렴으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제조업들은 일시적 공장 가동으로 비상 대응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포스코는 지난 2일까지 중국 정부의 춘제(중국 설) 연휴 연장 조치에 따라 전체 공장을 가동하지 않았다. LG유플러스는 사내 공지를 통해 의심 환자에 대해선 재택근무로 조치했다. SK그룹도 최근 중국 방문 이력이 있으면 특별한 증상 없어도 귀국시점으로부터 최소 10일간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산업계는 사태의 장기화 여부와 확산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태 장기화 시 기업 실적에 끼칠 악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15년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메르스의 경제적 손실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가 한 달 이내 종결될 경우 국내총생산 손실액이 4조425억원에 달하며, 3개월간 지속될 경우엔 최대 20조922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던 바 있다. 메르스가 3개월간 지속될 경우 전년대비 투자는 3.46%, 소비는 1.23%, 수출은 1.98%씩 각각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이에 경제단체들도 현지에 진출한 기업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국 현지 사무소를 통해 대사관과의 협업 체계를 구축해 가동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도 청두 지부가 영사관, 한국 상회와 공동으로 협조체계를 구축해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 유학생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우한 폐렴 전염 상황과 예방 수칙을 공유하고 있다.


확산 속도
점점 가속화

전문가들은 당분간 관광객 감소와 대중교역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외식업과 유통 등 내수 소비시장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외국인 관광객은 210만명 감소했으며, 상반기 지하철 이용객이 1000만명 가까이 줄어드는 등 유동인구 감소를 경험한 바 있다. 바이러스의 완전한 종식까지 최장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는 점에서 정부는 고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연초에 경기 반등을 위한 경제 심리가 상당히 회복되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일정 부분 제한적이지만 (경기에)영향이 있었다. 이번에 영향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할 순 없고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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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과거에도 전염병이 퍼진 적은 많았다. BC 5세기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유행병으로 그리스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죽음의 수렁에 빠졌다고 적었다.

서기 165년 전염병은 로마를 텅 비게 만들고 안토니우스 황제의 목숨을 앗아갔다. 514년 역병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뿐 아니라 콘스탄티노플 인구의 40%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14세기에는 흑사병이 돌아 유럽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 적도 있다.

그러나 이들 역병은 파괴적인 독성에도 불구하고 전 지구적 전염병은 아니었다.

1000만 서울
아슬아슬∼

하지만 1918년에는 전 세계로 퍼진 최악의 전염병이 있었다. 당시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 약 5억명이 감염돼 2000만∼50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치사율은 나라마다 달랐지만, 평균 2% 수준이었다. 스페인 독감은 이전 전염병에 없던 ‘전염병의 세계화’를 만들어냈다. 

선박과 철도는 빠른 속도로 희생자들을 양산했다. 기계화된 이동수단을 통해 기존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전파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스페인 독감은 시베리아 철도를 통해 한반도에 유입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역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호주 등 전역으로 퍼지면서 확산 기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결국 지난달 30일 세계보건 기구(WHO)가 우한 폐렴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로 선포했다. 

지난달 23일 야후뉴스 등에 따르면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니얼 퍼거슨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비교해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치사율은 스페인 독감과 비슷한 2%”라고 말했다. 전날까지 중국 당국이 공식 확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 환자는 440명, 사망자는 17명이다.

단순 계산으로 치사율이 3%를 훌쩍 넘지만, 여기에 다른 병원 진료 자료까지 종합하면 치사율이 2%가 웃도는 수준, 즉 감염자 50명당 1명꼴로 사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퍼거슨 교수의 분석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과 비슷?
“경제 심리 영향 받을까 우려”

일반 독감이 합병증 때문에 환자 1000명당 1명꼴, 즉 0.1% 수준의 치사율을 보이는 것과 비교할 때 이는 매우 높은 수치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일반적인 감기는 물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처럼 더욱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총칭이다.

우한 폐렴을 일으키는 신종 바이러스는 동물서 유래돼 사람에게로 전파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퍼거슨 교수는 “이번 바이러스는 (사람에겐) 면역이 없기 때문에 훨씬 빨리 퍼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폐 협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 환자들은 호흡기 감염으로 폐포에 염증이 생겨 고름 등이 차고, 이 때문에 혈류서 산소가 감소해 결국 산소부족으로 질식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재로선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고 밝혔다.

막고 막아도
막을 수 없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중국 관광객의 입국금지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우한은 서울시와 비교해 면적이 10배 이상 큰데도 확산 속도가 무척 빨랐다”며 “면적이 작고 1000만여명이 모여있는 서울시에 지역사회 전파가 일어나기라도 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로나와 주가 상관관계 

<블룸버그> 등 외신은 지난달 28일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한국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한국 증시는 화요일 기준, 신종 바이러스에 확산과 함께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 기간 많은 시장이 열리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더욱 확산됐고 기업들의 성장 정체 우려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코스피 증시의 경우, 2018년 10월 이후 3.6% 급락하며 가장 큰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중국 관광 특수를 보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하나투어, 호텔신라 등 기업이 10% 이상 급락하면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하락세는 일본과 태국의 관광기업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지속됐던 한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가 올해 초반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낙관론이 제기되기 시작했으나,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에 제동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관광 부문의 실적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관광 관련 주는 한동안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최대 교역 상대국 중 하나인 중국이 수출 주도형 한국경제에 미치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관광 부문을 제외하고도 중국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국내 GDP는 2003년 중국발 사스 전염병에 큰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코로나바이러스 리스크를 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화요일 기준, 주가가 3%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내 주요 메모리 제조 지역인 우한서 제품 생산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애플도 하룻밤 사이에 주가가 하락했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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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