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공포’ 최악의 시나리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2.03 12:12:17
  • 호수 12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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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으론 한계…하늘에 맡길 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전 세계가 불안에 떨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 2014년 에볼라, 2015년 메르스, 2016년 지카 바이러스에 이어 우한 폐렴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견된 신종 바이러스가 전역으로 퍼진다면, 메르스 때와 같이 경제적인 손실이 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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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중국 우한 폐렴의 원인 바이러스로, 인체 감염 7개 코로나바이러스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월 중국 우한서 집단 발병한 폐렴의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질환이 사람과의 접촉으로 인해 전염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대혼란

국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폐렴의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네 번째 확진자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 방문했다가 지난달 20일 귀국한 55세 한국인 남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확진됐다. 이 환자는 21일 감기 증세로 국내 의료기관을 방문했고, 같은 달 25일 고열과 근육통이 발생해서 의료기관을 재방문한 뒤에 보건소에 신고돼 능동감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확진자 중 2차 감염자도 나오면서 3·4차 감염자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확진자가 다녀간 공공장소에 방역 조치도 할 예정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상황에 따른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마련하고 최악의 경우, 중국 사업장의 생산설비 가동 중단 같은 극단적인 조치까지 고려하는 등 가용수단을 총동원할 태세다.


항공업계는 가시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에어서울은 승객의 안전을 위해 인천∼장자제, 인천∼린이 노선의 운항을 모두 중단했다. 에어서울은 인천∼장자제 노선을 주 3회(수·금·일), 인천∼린이 노선을 주 2회(화·토) 운항하고 있었으나 우한뿐 아니라 중국 노선 전체에 대한 여행객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운항을 중단키로 했다.

중국서 입국자 전수조사 실시
항공·제조업 등 피해 눈덩이

앞서 대한항공은 우한 노선을 잠정 중단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노선의 경우 체류하지 않고 바로 돌아오는 스케줄을 운용키로 했다. 항공업계는 가뜩이나 황금노선인 일본 노선이 줄어든 데 더해 대체 지역으로 삼은 중국마저 우한 폐렴으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제조업들은 일시적 공장 가동으로 비상 대응하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 진출해 있는 포스코는 지난 2일까지 중국 정부의 춘제(중국 설) 연휴 연장 조치에 따라 전체 공장을 가동하지 않았다. LG유플러스는 사내 공지를 통해 의심 환자에 대해선 재택근무로 조치했다. SK그룹도 최근 중국 방문 이력이 있으면 특별한 증상 없어도 귀국시점으로부터 최소 10일간 재택근무를 하기로 했다.

산업계는 사태의 장기화 여부와 확산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태 장기화 시 기업 실적에 끼칠 악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2015년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메르스의 경제적 손실 추정’ 보고서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가 한 달 이내 종결될 경우 국내총생산 손실액이 4조425억원에 달하며, 3개월간 지속될 경우엔 최대 20조922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됐던 바 있다. 메르스가 3개월간 지속될 경우 전년대비 투자는 3.46%, 소비는 1.23%, 수출은 1.98%씩 각각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이에 경제단체들도 현지에 진출한 기업과의 소통을 강화하며 상황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국 현지 사무소를 통해 대사관과의 협업 체계를 구축해 가동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도 청두 지부가 영사관, 한국 상회와 공동으로 협조체계를 구축해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 유학생 단체 채팅방 등을 통해 우한 폐렴 전염 상황과 예방 수칙을 공유하고 있다.


확산 속도
점점 가속화

전문가들은 당분간 관광객 감소와 대중교역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외식업과 유통 등 내수 소비시장을 중심으로 어려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르스 사태 당시 외국인 관광객은 210만명 감소했으며, 상반기 지하철 이용객이 1000만명 가까이 줄어드는 등 유동인구 감소를 경험한 바 있다. 바이러스의 완전한 종식까지 최장 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는 점에서 정부는 고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연초에 경기 반등을 위한 경제 심리가 상당히 회복되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2003년 사스와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도 일정 부분 제한적이지만 (경기에)영향이 있었다. 이번에 영향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할 순 없고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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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상 과거에도 전염병이 퍼진 적은 많았다. BC 5세기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유행병으로 그리스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죽음의 수렁에 빠졌다고 적었다.

서기 165년 전염병은 로마를 텅 비게 만들고 안토니우스 황제의 목숨을 앗아갔다. 514년 역병은 유스티니아누스 황제뿐 아니라 콘스탄티노플 인구의 40%를 사라지게 만들었다. 14세기에는 흑사병이 돌아 유럽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든 적도 있다.

그러나 이들 역병은 파괴적인 독성에도 불구하고 전 지구적 전염병은 아니었다.

1000만 서울
아슬아슬∼

하지만 1918년에는 전 세계로 퍼진 최악의 전염병이 있었다. 당시 발생한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 약 5억명이 감염돼 2000만∼50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치사율은 나라마다 달랐지만, 평균 2% 수준이었다. 스페인 독감은 이전 전염병에 없던 ‘전염병의 세계화’를 만들어냈다. 

선박과 철도는 빠른 속도로 희생자들을 양산했다. 기계화된 이동수단을 통해 기존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전파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스페인 독감은 시베리아 철도를 통해 한반도에 유입된 바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역시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호주 등 전역으로 퍼지면서 확산 기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결국 지난달 30일 세계보건 기구(WHO)가 우한 폐렴에 대해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로 선포했다. 

지난달 23일 야후뉴스 등에 따르면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니얼 퍼거슨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비교해 “이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치사율은 스페인 독감과 비슷한 2%”라고 말했다. 전날까지 중국 당국이 공식 확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확진 환자는 440명, 사망자는 17명이다.

단순 계산으로 치사율이 3%를 훌쩍 넘지만, 여기에 다른 병원 진료 자료까지 종합하면 치사율이 2%가 웃도는 수준, 즉 감염자 50명당 1명꼴로 사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퍼거슨 교수의 분석이다.


1918년 스페인 독감과 비슷?
“경제 심리 영향 받을까 우려”

일반 독감이 합병증 때문에 환자 1000명당 1명꼴, 즉 0.1% 수준의 치사율을 보이는 것과 비교할 때 이는 매우 높은 수치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일반적인 감기는 물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SARS)처럼 더욱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총칭이다.

우한 폐렴을 일으키는 신종 바이러스는 동물서 유래돼 사람에게로 전파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퍼거슨 교수는 “이번 바이러스는 (사람에겐) 면역이 없기 때문에 훨씬 빨리 퍼진다”고 설명했다.
 

미국 폐 협회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우한 폐렴 환자들은 호흡기 감염으로 폐포에 염증이 생겨 고름 등이 차고, 이 때문에 혈류서 산소가 감소해 결국 산소부족으로 질식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현재로선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고 밝혔다.

막고 막아도
막을 수 없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중국 관광객의 입국금지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우한은 서울시와 비교해 면적이 10배 이상 큰데도 확산 속도가 무척 빨랐다”며 “면적이 작고 1000만여명이 모여있는 서울시에 지역사회 전파가 일어나기라도 하면 사태는 걷잡을 수없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코로나와 주가 상관관계 

<블룸버그> 등 외신은 지난달 28일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이 한국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한국 증시는 화요일 기준, 신종 바이러스에 확산과 함께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 연휴 기간 많은 시장이 열리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더욱 확산됐고 기업들의 성장 정체 우려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코스피 증시의 경우, 2018년 10월 이후 3.6% 급락하며 가장 큰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중국 관광 특수를 보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하나투어, 호텔신라 등 기업이 10% 이상 급락하면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하락세는 일본과 태국의 관광기업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지속됐던 한국과 중국의 긴장 관계가 올해 초반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낙관론이 제기되기 시작했으나,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에 제동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관광 부문의 실적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관광 관련 주는 한동안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최대 교역 상대국 중 하나인 중국이 수출 주도형 한국경제에 미치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관광 부문을 제외하고도 중국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국내 GDP는 2003년 중국발 사스 전염병에 큰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코로나바이러스 리스크를 피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화요일 기준, 주가가 3%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내 주요 메모리 제조 지역인 우한서 제품 생산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애플도 하룻밤 사이에 주가가 하락했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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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