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듯 다른 <남산의 부장들> <그때 그 사람들> 전격 비교

화려함 속에 뒷걸음 ‘역사 해석력’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1979년 10월26일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 날이다. 무려 18년 동안 집권했던 대통령을 부하가 시해한 사건으로 인한 충격은 당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워낙 강렬했던 터라 이 하루를 다룬 재연물은 수없이 많았다. <그때 그 사람들>이 10‧26을 다룬 대표작으로 꼽히는 가운데 <남산의 부장들>이 최근 개봉했다. 과연 <남산의 부장들>은 <그때 그 사람들>보다 무엇이 나아졌을까. 15년 간격이 있는 두 작품을 비교 분석했다. 
 

▲ 영화 남산의 부장들

무려 18년 넘게 집권하며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대통령이 부하가 당긴 방아쇠로 인해 사망했다. 1979년 10월26일, 서울 궁정동 안가에서 울린 총성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뒤흔들어놨다. 이 극적인 사건은 지난 2005년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 사람들>과 2020년 우민호 감독의 <남산의 부장들>로 영화화됐다. 두 작품은 10‧26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만, 전혀 다른 장르와 거리감, 관점을 갖고 있다.

코미디와 누아르

<그때 그 사람들>은 블랙코미디 장르다. 다소 과장된 표정과 억양을 사용한다. 김 부장(김재규) 역을 맡은 백윤식은 비교적 가벼운 톤의 언행을 일삼는다. 다소 툭툭 내뱉으며, 고뇌보다는 직관적인 행동으로 일관한다. 근엄한 표정을 지어도 가볍다. 목소리 톤도 자주 올라가며, 때론 갈라지기도 한다. 의전과장인 주 과장(박선호) 역의 한석규는 가벼운 욕설을 내뱉을 뿐 아니라 다소 저급한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러닝타임 내내 껌을 씹는다.

차실장(차지철) 역의 정원중은 몸짓이 과하며 대통령 각하(박정희) 역의 송재호는 극단적으로 나약하다. 카리스마는 전혀 없고 여색에 젖은 할아버지로만 표현된다. 전반적으로 연극적인 톤을 가진 인물들 중 그나마 현실감을 부여하는 인물은 민 대령(박흥주‧김응수 분) 뿐이다. 

블랙코미디 장르답게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 많다. 육군본부 앞에서 암구호를 외치는 병사에게 “나 참모총장이야”를 부르짖는 정승화 참모총장(정종진)의 행태가 대표적이다. 사건이 이어지는 과정서 철두철미함보다는 오버스러운 언행으로 스크린을 채운다. 10월26일 오전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약 24시간을 그려낸 <그때 그 사람들>은 이날을 매우 가볍게 바라본다.


반대로 <남산의 부장들>은 차갑다. 거리를 두고 있기는 하나 이야기 전개는 숨막힌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권력의 이면을 어둡게 표현한다. 카메라는 김규평(김재규) 역의 이병헌, 곽상천(차지철) 역의 이희준, 박통(박정희) 역의 이성민 등의 근육 움직임마저 잡아내려는 듯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목소리는 늘 진하게 깔려있다. 가볍게 행동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대다수 인물들이 다음 스텝을 내다보고, 살얼음 걷듯 조심조심 움직인다. 

웃음기도 쫙 뺐다. 누아르나 스릴러에서조차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유머러스한 장면을 넣기 마련인데, <남산의 부장들>은 웃음기를 거세했다. 웃기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림은 세련됐다. 당시 시대상을 그리는 의상이나 건물 등의 고증도 뛰어난 편이고 미장센 역시 훌륭하다. 무거운 톤의 색감을 통해 <남산의 부장들>은 10‧26을 데드라인으로 이전 40일 기간을 중량감 있게 담아낸다.

냉소와 연민

<그때 그 사람들>은 인물들과 철저히 거리감을 둔다. 관객이 인물에게 공감하는 것을 일정 부분 차단한다. 인물의 고뇌가 드러나지 않는다. 임 감독은 관객들에게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만을 느끼도록 선을 긋는다. 

그래서인지 특정 인물에게 감정이 이입되지 않는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중심인물인 김 부장의 끝이 좋지 않음에도 불편함이나 미안함은 남지 않는다. 이는 김 부장과 한편인 주 과장이나 민 대령, 반대편서 죽음을 맞이한 대통령 각하나 차 실장에게도 마찬가지다. 냉소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임팩트 있고 극적인 장면을 우스꽝스럽고 심드렁하게 표현한다. 바늘이 연상되는 목소리를 가진 배우 윤여정의 내레이션은 인물에 대한 차가운 톤을 배가시킨다.

예술의 자유를 누린 <그때 그 사람들>
정치적 중립성만 유지 <남산의 부장들>

<남산의 부장들>은 인물들이 카메라와 가깝다. 관객들이 김규평에게 감정을 이입하도록 만들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있는 김규평은 틈만 나면 사나운 말을 내뱉는 후배 곽상천으로부터 멸시를 받는다. 일을 제법 잘 처리함에도 박통에게 미운털이 박힌 듯 중심 권력서 제외되는 부분 등 김규평에게 동정심을 갖도록 구성했다.


감정이 절정에 치달은 말미, 총성을 울린 뒤 정신을 놓은 듯 불안이 가득한 김규평의 얼굴을 통해 안타까움을 느끼도록 한다.

박통이나 박용각(김형욱·곽도원 분) 등 다른 인물들에게도 감정이 느껴진다. 충성을 다한 대통령으로부터 버림받은 후 복수에 이를 갈고 있는 박용각의 얼굴이나, 미국의 압박에 두려움을 느껴 사자후를 쏟아내는 박통의 분노 등 영화 전반에 감정이 진하게 묻어있다. 
 

▲ 영화 &lt;그때 그 사람들&gt;

두 작품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 10‧26과 김재규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그때 그 사람들>에서는 김재규를 생각이 단순한 인물로 묘사했고, 10·26도 별생각 없이 저지른 우발적 사고로 판단한다. 주 과장이나 민 대령, 정 참모 총장, 대통령 각하, 차 실장 등 대다수의 인물이 어리석게 보인다. 

이러한 김 부장의 기질은 현재까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남산이 아닌, 육군본부로의 ‘U턴’에 대해서도 꽤 명료하게 설명한다. 정 참모총장과 육본에 있으면 권력이 국민으로 넘어갈 것이라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해석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박정희 대통령을 쐈다는 김재규의 주장을 뒤로하고, 이날의 총성을 다음 단계에 대한 고려 없이 벌인 감정적 행위로 바라본다.

결과적으로 김재규의 행위는 당시 보안사령관이었던 전두환을 통해 역사의 시계를 되돌려놨는데, 이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영화에 깔려있다. 이날 하루를 그저 ‘지리멸렬한 난장판’ 정도로 해석한다. 

바보와 열사

아울러 영화 뒷부분에 대통령의 죽음에 눈물을 쏟는 당시 국민들의 실제 영상을 통해 ‘국민들의 어리석음으로 이런 바보들이 정치놀음을 했다’는 조소도 느껴지게 한다. <그때 그 사람들>이 시대를 앞서간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이 부분에 대한 해석이 설득력 있고 용감하기 때문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이 부분서 <그때 그 사람들>에 못 미친다. 당시 상황을 나열하는 데 집중한 <남산의 부장들>이 10.26에 대한 해석을 포기했다. 15년이 지났음에도 진일보한 해석이 전혀 없는데, 그렇다면 이 영화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바가 전달되지 않는다. 1979년 10월26일이라는 커다란 역사를 선택한 우 감독은 역사물서 가장 중요한 ‘연출가의 해석’을 거부함으로 <그때 그 사람들>을 넘지 못하는 길을 스스로 택했다.

극중 김규평은 업무 처리능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오랜 친구를 완벽히 매장할 정도로 결단력과 대담함도 지니고 있다. 미국서 유일하게 지지하는 한국 관료로도 표현된다. 차가운 기질이지만 필요한 순간 인간관계서 뛰어난 스킨십도 갖고 있다. 

그런 김규평이 거사를 치루기 위해 내리는 결단은 급작스럽다. 부마항쟁을 벌이는 시위대를 죽이라는 말에 총구를 겨누기엔 러닝타임 동안 인물이 보여준 조심성이 너무 강했다. 어찌어찌 거사를 치룬 후 정신을 놓은 표정을 짓고, 벗겨진 신발로 인해 피 묻은 양말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하는 장면도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2시간여 동안 쌓아올린 김규평의 기질이 영화 막판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영화는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거사를 일으켰다는 김재규의 주장을 충분히 수용할 뿐 아니라 일각서 내세우는 ‘김재규 열사’론에 치우쳐 있지만, 이날의 핵심인 ‘U턴의 이유’를 관객에게 설득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설왕설래하는 부분서 한 발짝 발을 뺀 대목은, 미장센이나 고증, 배우들의 엄청난 연기력까지 드러나는 <남산의 부장들>이 ‘걸작’의 반열로는 올라갈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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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