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 ‘총선 캠프화’ 논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2.03 11:26:26
  • 호수 1256호
  • 댓글 0개

있는데 또…위인설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총선용 직함’을 대거 살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해당 위원회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약을 설계해줬다는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위원회 사무실은 최근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이야기다.
 

▲ 청와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현판식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이하 균형발전위)는 지역발전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관련 중요 정책에 대해 자문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제22조(균형발전위의 설치)를 보면 국가균형발전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관련 중요 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도록 대통령 소속으로 균형발전위를 둔다고 명시한다. 지난 2003년에 출범한 균형발전위는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해 있다.

압수수색
자료 확보

총선을 앞두고 균형발전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 시작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이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해당 의혹의 주요 피의자인 청와대 출신 인사 등 전현직 공무원 13명을 전격 기소했다.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송철호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와 여권, 울산 지역 경찰과 공무원 등이 집단적으로 동원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공소 사실은 크게 세 가지로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 제거, 그리고 ▲송 시장의 공약 지원이다.

검찰은 균형발전위가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약 설계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움직였다. 지난달 9일 검찰은 균형발전위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송 시장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공공병원 설립 등에 균형발전위가 관여했는지가 핵심이다. 검찰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고문단 활동 내역과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청와대의 거부로 자료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자치발전비서관실은 균형발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검찰은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난달 29일 기소했다.

송 시장과 그의 핵심 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2017년 10월 장 전 행정관을 만나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조사 발표를 연기해달라고 부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산재모병원 유치는 청와대로부터 하명 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반면 송 시장은 산재모병원 유치 공약에 대응해 ‘공공병원 유치’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검찰, 송철호 공약 설계 기소
공공병원 예타 면제 개입했나? 

김 전 시장이 건립에 공을 들였던 산재모병원은 지난 2018년 5월28일 예타에서 탈락됐다.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마감된 직후였다. 반면 송 시장의 공공병원 유치 공약은 ‘산재전문 공공병원’으로 이름이 변경된 후 지난해 1월 예타를 면제받았다. 송 시장의 다른 공약인 외곽순환고속도로 사업도 예타서 면제됐다.

검찰은 산재모병원의 예타 탈락과 공공병원의 예타 면제 과정에 균형발전위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예타 면제 등에 관여한 공무원들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시장은 자신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예타 탈락 결과를 선거 직전까지 미뤘다고 주장하고 있다.
 

▲ ▲

앞서 검찰은 송 부시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그의 업무수첩을 입수한 바 있다. 해당 업무수첩에는 “산재모병원이 좌초되면 좋다”는 등 송 시장 측의 계획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시장은 “예타 조사 결과 발표 7개월 전에 ‘좌초’로 미리 의견을 조율했다는 게 명확히 드러난다”고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6·13지방선거를 7개월여 앞둔 지난 2017년 11월 송 시장을 균형발전위 고문으로 위촉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곽상도 의원실이 입수한 2017년 위촉된 균형발전위 고문단 명단에는 송 시장 외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 김두관 의원,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11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그가 균형발전위로부터 정식 위촉장을 받은 것은 2017년 12월이었다.


핵심 공약
지원했나?

검찰이 입수한 송 부시장의 2017년 10월17일자 업무수첩에는 송 시장이 장관급 직함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메모가 적혀 있다고 한다. 송 시장은 당시 변호사 신분이었다. 업무수첩 날짜를 기준으로 약 40여일 뒤 송 시장은 균형발전위 고문으로 위촉된 것이다. 

균형발전위는 송 시장이 고문이 되고 약 한 달 뒤 근거 규정을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보수 야권은 청와대와 민주당이 송 시장을 울산시장에 당선시킬 목적으로 고문단을 구성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위인설관(필요도 없는데 사람을 임명하기 위해 직책이나 벼슬을 만드는 것)’으로 지방선거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균형발전위는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근거 규정을 뒤늦게 만들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균형발전위 측은 “지난 2017년 11월27일 간담회를 통해 정책방향을 논의할 고문단을 구성하기로 하고, 송 시장을 포함한 고문단의 역할과 향후 절차에 대해 논의했다”며 “송 시장 등의 고문단 위촉장 발부는 같은 해 12월18일 고문단 근거규정 마련 이후인 12월26일에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송 시장은 균형발전위 고문단 첫 회의에 참석해 “울산의 균형발전을 위해 특단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국립병원, 외곽순환도로를 설립하기 위해 고문단의 의견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국립병원과 외곽순환도로 역시 송 시장의 공약이다. 만약 균형발전위 핵심 관계자들이 송 시장 공약 설계에 대해 서로 논의했다면, 이는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11→350
조직 확대

검찰은 송 시장을 관련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송 시장은 이 같은 검찰의 결정에 “정치적 목적을 가진 왜곡·짜맞추기 수사, 무리한 기소에 분노한다”며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나에 대한 혐의는 전면 부인한다”며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에게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위 수사를 청탁했고, 산재모병원 건립 사업의 예타 발표를 (청와대 행정관에게) 연기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검찰의 혐의 내용은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억울해했다.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균형발전위는 지난해 10월, 기존 11명이었던 ‘국민소통특별위원’을 350여명으로 늘렸다. 이들 중 일부는 4·15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야권은 균형발전위가 총선을 목전에 두고 사실상 ‘총선용 직함’을 대거 나눠줬다고 의심한다. 특별위원 중 야당 측 인사가 한 명도 없는 점도 총선용 직함에 무게를 싣는다는 주장이다.
 

조직이 확대될 당시 균형발전위원장은 송재호 전 위원장이었다. 그는 제주 지역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달 21일 사퇴했다. 당시 그는 ‘사임의 변’을 통해 “국가균형발전 완성을 위한 정부와 지방의 가교가 되고자 한다”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지역 정가에선 송 전 위원장이 4선인 민주당 강창일 의원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제주갑에 전략공천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사퇴 과정서도 논란이 있었다. 송 전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사퇴했는데 이는 총선 출마자 공직 사퇴시한인 지난달 16일을 넘긴 시점이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경우 선거 90일 전 사퇴를 규정하고 있다. 

맞춤형 특혜직 제공 의혹
선거 앞두고 조직 확대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송 전 위원장이 이 조항의 대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위촉위원 등은 선거 90일 전 사퇴해야 하는 공직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선관위의 유권해석에도 송 전 위원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송 전 위원장의 출격이 예상되는 제주갑 예비후보의 불만이 높다. 이곳에 출마하는 한국당 김영진 예비후보는 송 전 위원장의 사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그는 “균형발전위가 총선 캠프로 변질됐다”며 “송 전 위원장이 자신의 정계 진출 발판으로 삼기 위해 정권의 수호자 역할을 한 것이고, 이에 대한 대가로 전략공천을 획득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전 위원장을 비롯한 균형발전위의 이 같은 태도에 강력히 경고를 보낸다”며 “청와대의 안락한 그늘에 숨은 채 여론의 동향을 살피는 것을 그만두고, 지금이라도 떳떳하게 양지로 나와 제주도민과 유권자에게 무릎 꿇고 사죄할 것을 강력히 주문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부에선 송 전 위원장에 대한 전략공천설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민주당 박희수 예비후보는 “지역 정서와 지역주민의 결정 권한을 무시하고 중앙서 일방적으로 특정인을 지정해 지역의 후보로 내세운다면, 지난 지방선거서의 패배를 재현할 수밖에 없으며, 제주도 국회의원 선거 전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문윤택 예비후보도 “선거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도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며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으로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공정한 경선을 촉구했다.


위원장 출마
지역 시끌

검찰은 지난달 29일 송 시장과 송 부시장, 황 전 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또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 전 선임행정관, 문 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등 김 전 시장 주변 수사와 송 시장 선거공약 논의에 참여한 혐의가 있는 청와대 인사들도 대거 기소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