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 ‘총선 캠프화’ 논란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2.03 11:26:26
  • 호수 12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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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데 또…위인설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총선용 직함’을 대거 살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해당 위원회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약을 설계해줬다는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위원회 사무실은 최근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이야기다.
 

▲ 청와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현판식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이하 균형발전위)는 지역발전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관련 중요 정책에 대해 자문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다.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제22조(균형발전위의 설치)를 보면 국가균형발전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관련 중요 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도록 대통령 소속으로 균형발전위를 둔다고 명시한다. 지난 2003년에 출범한 균형발전위는 정부서울청사에 위치해 있다.

압수수색
자료 확보

총선을 앞두고 균형발전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 시작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이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해당 의혹의 주요 피의자인 청와대 출신 인사 등 전현직 공무원 13명을 전격 기소했다. 지난 6·13지방선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친구인 송철호 울산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청와대와 여권, 울산 지역 경찰과 공무원 등이 집단적으로 동원됐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공소 사실은 크게 세 가지로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수사 ▲송 시장의 당내 경쟁자 제거, 그리고 ▲송 시장의 공약 지원이다.

검찰은 균형발전위가 송철호 울산시장의 공약 설계에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움직였다. 지난달 9일 검찰은 균형발전위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송 시장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공공병원 설립 등에 균형발전위가 관여했는지가 핵심이다. 검찰은 2018년 지방선거 당시 고문단 활동 내역과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10일에는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청와대의 거부로 자료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자치발전비서관실은 균형발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검찰은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을 지난달 29일 기소했다.

송 시장과 그의 핵심 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은 2017년 10월 장 전 행정관을 만나 ‘산재모병원’ 예비타당성(이하 예타) 조사 발표를 연기해달라고 부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산재모병원 유치는 청와대로부터 하명 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반면 송 시장은 산재모병원 유치 공약에 대응해 ‘공공병원 유치’를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었다.

검찰, 송철호 공약 설계 기소
공공병원 예타 면제 개입했나? 

김 전 시장이 건립에 공을 들였던 산재모병원은 지난 2018년 5월28일 예타에서 탈락됐다.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마감된 직후였다. 반면 송 시장의 공공병원 유치 공약은 ‘산재전문 공공병원’으로 이름이 변경된 후 지난해 1월 예타를 면제받았다. 송 시장의 다른 공약인 외곽순환고속도로 사업도 예타서 면제됐다.

검찰은 산재모병원의 예타 탈락과 공공병원의 예타 면제 과정에 균형발전위가 개입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예타 면제 등에 관여한 공무원들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김 전 시장은 자신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예타 탈락 결과를 선거 직전까지 미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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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검찰은 송 부시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그의 업무수첩을 입수한 바 있다. 해당 업무수첩에는 “산재모병원이 좌초되면 좋다”는 등 송 시장 측의 계획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시장은 “예타 조사 결과 발표 7개월 전에 ‘좌초’로 미리 의견을 조율했다는 게 명확히 드러난다”고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6·13지방선거를 7개월여 앞둔 지난 2017년 11월 송 시장을 균형발전위 고문으로 위촉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곽상도 의원실이 입수한 2017년 위촉된 균형발전위 고문단 명단에는 송 시장 외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 김두관 의원,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11명의 이름이 올라 있다. 그가 균형발전위로부터 정식 위촉장을 받은 것은 2017년 12월이었다.


핵심 공약
지원했나?

검찰이 입수한 송 부시장의 2017년 10월17일자 업무수첩에는 송 시장이 장관급 직함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의 메모가 적혀 있다고 한다. 송 시장은 당시 변호사 신분이었다. 업무수첩 날짜를 기준으로 약 40여일 뒤 송 시장은 균형발전위 고문으로 위촉된 것이다. 

균형발전위는 송 시장이 고문이 되고 약 한 달 뒤 근거 규정을 만들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보수 야권은 청와대와 민주당이 송 시장을 울산시장에 당선시킬 목적으로 고문단을 구성한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위인설관(필요도 없는데 사람을 임명하기 위해 직책이나 벼슬을 만드는 것)’으로 지방선거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균형발전위는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 근거 규정을 뒤늦게 만들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균형발전위 측은 “지난 2017년 11월27일 간담회를 통해 정책방향을 논의할 고문단을 구성하기로 하고, 송 시장을 포함한 고문단의 역할과 향후 절차에 대해 논의했다”며 “송 시장 등의 고문단 위촉장 발부는 같은 해 12월18일 고문단 근거규정 마련 이후인 12월26일에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송 시장은 균형발전위 고문단 첫 회의에 참석해 “울산의 균형발전을 위해 특단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국립병원, 외곽순환도로를 설립하기 위해 고문단의 의견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국립병원과 외곽순환도로 역시 송 시장의 공약이다. 만약 균형발전위 핵심 관계자들이 송 시장 공약 설계에 대해 서로 논의했다면, 이는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11→350
조직 확대

검찰은 송 시장을 관련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송 시장은 이 같은 검찰의 결정에 “정치적 목적을 가진 왜곡·짜맞추기 수사, 무리한 기소에 분노한다”며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나에 대한 혐의는 전면 부인한다”며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에게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위 수사를 청탁했고, 산재모병원 건립 사업의 예타 발표를 (청와대 행정관에게) 연기해달라고 부탁했다는 검찰의 혐의 내용은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억울해했다.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균형발전위는 지난해 10월, 기존 11명이었던 ‘국민소통특별위원’을 350여명으로 늘렸다. 이들 중 일부는 4·15총선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야권은 균형발전위가 총선을 목전에 두고 사실상 ‘총선용 직함’을 대거 나눠줬다고 의심한다. 특별위원 중 야당 측 인사가 한 명도 없는 점도 총선용 직함에 무게를 싣는다는 주장이다.
 

조직이 확대될 당시 균형발전위원장은 송재호 전 위원장이었다. 그는 제주 지역 총선 출마를 위해 지난달 21일 사퇴했다. 당시 그는 ‘사임의 변’을 통해 “국가균형발전 완성을 위한 정부와 지방의 가교가 되고자 한다”며 출마를 공식화했다. 지역 정가에선 송 전 위원장이 4선인 민주당 강창일 의원의 불출마로 무주공산이 된 제주갑에 전략공천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사퇴 과정서도 논란이 있었다. 송 전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사퇴했는데 이는 총선 출마자 공직 사퇴시한인 지난달 16일을 넘긴 시점이다. 공직선거법은 공무원의 경우 선거 90일 전 사퇴를 규정하고 있다. 

맞춤형 특혜직 제공 의혹
선거 앞두고 조직 확대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송 전 위원장이 이 조항의 대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 위촉위원 등은 선거 90일 전 사퇴해야 하는 공직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선관위의 유권해석에도 송 전 위원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활용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송 전 위원장의 출격이 예상되는 제주갑 예비후보의 불만이 높다. 이곳에 출마하는 한국당 김영진 예비후보는 송 전 위원장의 사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그는 “균형발전위가 총선 캠프로 변질됐다”며 “송 전 위원장이 자신의 정계 진출 발판으로 삼기 위해 정권의 수호자 역할을 한 것이고, 이에 대한 대가로 전략공천을 획득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전 위원장을 비롯한 균형발전위의 이 같은 태도에 강력히 경고를 보낸다”며 “청와대의 안락한 그늘에 숨은 채 여론의 동향을 살피는 것을 그만두고, 지금이라도 떳떳하게 양지로 나와 제주도민과 유권자에게 무릎 꿇고 사죄할 것을 강력히 주문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내부에선 송 전 위원장에 대한 전략공천설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민주당 박희수 예비후보는 “지역 정서와 지역주민의 결정 권한을 무시하고 중앙서 일방적으로 특정인을 지정해 지역의 후보로 내세운다면, 지난 지방선거서의 패배를 재현할 수밖에 없으며, 제주도 국회의원 선거 전체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문윤택 예비후보도 “선거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도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며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으로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히며 공정한 경선을 촉구했다.


위원장 출마
지역 시끌

검찰은 지난달 29일 송 시장과 송 부시장, 황 전 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또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 전 선임행정관, 문 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등 김 전 시장 주변 수사와 송 시장 선거공약 논의에 참여한 혐의가 있는 청와대 인사들도 대거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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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