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예능 생존 키워드는 ‘리얼리티’

예능의 끝은 다큐멘터리?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베테랑 예능인 이경규는 과거 ‘예능의 끝은 다큐멘터리’라고 말했다.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불리는 예능 방송서, 짜고 치는 것을 주지 않을 때 비로소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먹방, 쿡방, 관찰 예능을 지나오면서 그의 예언은 실체가 되어 나타난 듯하다. 어떤 콘셉트든 진정성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왔다. 급변해가는 예능계서 ‘리얼리티’로 유독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짚어봤다. 
 

▲ ▲SBS <핸섬 타이거즈>

실재하는 것을 그대로 묘사한다는 의미의 ‘리얼리티’가 국내 예능계의 핫한 키워드가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MBC <무한도전>의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각종 여행 예능과 관찰 예능, 추리 예능, 연애 예능, 먹방과 쿡방 등을 오가면서 진정성이 빠진 프로그램들은 금방 시청자들의 눈밖에 났다. 연예인을 게스트로 모셔놓고 추억을 파는 토크쇼는 방송계서 사장되고 있다.

생존하려면…

결국 프로그램 내에서 진정성이 드러나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예능 프로그램 생존의 화두가 됐다. 이는 소재와 무관하게 모든 프로그램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리얼리티가 두드러진 프로그램이 눈에 띄는데 SBS <핸섬 타이거즈>와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이다.

이제 겨우 4회차를 맞이한 <핸섬 타이거즈>는 감독이 된 서장훈을 주축으로 농구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연예인들이 ‘전국 아마추어 리그 최강전’에 도전한다. 배우 이상윤과 서지석, 김승현, 줄리엔 강 등 스포츠에 일가견이 있는 스타들과 차은우와 유선호 등 신예 방송인들이 신구 조화를 이루며, 카메라가 있든 없든 농구공을 들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매니저로는, 예사롭지 않은 예능감으로 남성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는 레드벨벳의 조이가 나선다. 


<핸섬 타이거즈>는 ‘농구로는 웃기고 싶지 않다’는 서장훈의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선수 시절 국보급 센터로 군림한 서장훈이 아마추어 연예인 선수단에 다양한 전술 및 개인 훈련을 지시한다. ‘떰’ 또는 ‘V’ ‘주먹’과 같은 프로 세계서 사용되는 전술을 실제 경기서 사용한다. 감독 서장훈의 노하우와 연예인 선수들의 개인 훈련을 통해 국내 최강의 아마추어 선수단과 농구만으로 맞붙는 것이 핵심이다.

인상을 잔뜩 쓰고 ‘웃기려고 하지 마’라며 농구만 하라는 서장훈의 일관된 언행은 안정환이 나왔던 KBS2 <청춘 FC>를 연상케 한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던 연예인 선수단은 이제 조금씩 분위기에 익숙해지며 연예인이 아닌 선수라는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아직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온라인 반응은 최근 론칭한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뜨겁다. 

이 프로그램은 프로농구의 부흥을 위해 서장훈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구기종목을 비롯해 게임 등에 밀려 좀처럼 인기를 얻지 못하는 농구에 도움이 되기 위해 ‘농구의 참 재미’를 공유하고자 기획됐다. 서장훈뿐만 아니라 퀸텀 스킬 트레이닝 랩의 후배 농구인들도 뜻을 모아 <핸섬 타이거즈>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로 연예인 선수단은 바쁜 스케줄에도 팀 훈련은 물론 개인 훈련에 정진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이는 진짜 농구의 묘미를 스포츠 중계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으로 담아내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 ▲무엇이든 물어보살

안재철 PD는 “선수들이 엄청난 훈련에 매진 중이다. 최근 조별리그로 한 차례 경기를 치렀다. 우리가 맞붙는 팀들이 국내 최강팀에 해당하는데, 절대 뒤쳐지지 않는 멋진 실력을 드러냈다. 아마 시청자분들이 크게 감동할 것”이라며 “서장훈 감독은 물론 선수단과 뒤에서 돕는 코치진이나 스태프가 모두 진정성을 갖고 프로그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웃기지 않아도 재밌다…진정성에 무게
급변하는 예능계는 ‘리얼리티’로 승부

<무엇이든 물어보살>은 JTBC <아는 형님>서 놀라운 케미를 선보인 서장훈과 이수근이 일반인 또는 연예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서장훈은 선녀보살로, 이수근은 아기동자로 나온다. 하루에도 10팀서 13팀 정도의 고민을 들어준다는 두 사람은 실제로 ‘반 무당’에 가까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특히 이수근은 얼굴만 보고 출연자의 행동 패턴과 성격 등 기질을 정확하게 맞히면서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서장훈은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는 출연자의 고민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 현실적인 조언을 전달하고 있다.

<무엇이든 물어보살> 심소희 PD에 따르면, 과거에는 재미삼아 사연을 들고 오는 출연자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출연자들이 진짜 고민을 들고 찾아오고 있다. 친구들에게도 말하기 힘든 치부를 두 사람 앞에서는 뭐가 어렵냐는 듯 모조리 풀어놓는다.

“부모로부터 받은 폭력 때문에 엄마와 인연을 끊고 살고 싶다”고 밝힌 20대 여성과 “800만원을 빌려가고 연락이 두절된 남자친구가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한 20대 승무원 등의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다. 서장훈과 이수근이 사연을 진정성 있게 청취하는 힘과, 상대를 위해 최선을 다해 피드백해주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심 PD는 “두 사람이 보여주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모습이다. 사연의 깊이가 방송 초반 때보다도 훨씬 더 깊어졌다. 두 MC가 나의 고민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서 진정성이 엿보이는 또 하나는 홍보성 출연에 굉장한 ‘짜증스러움’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출연자 사연의 진정성보다는 새로운 활동에 대한 홍보성 행동이 드러나는 경우 서장훈은 온갖 인상을 찌푸린다. 그러면서 ‘이러면 시청자들한테 우리가 욕 먹어’라는 말도 덧붙인다. ‘홍보성’ 멘트를 경계하는 내용 자막도 어김없이 따른다.

김영철이 신곡 ‘신호등’을 부르는 장면은 대부분 잘라냈으며, 노을 역시 단 두 마디만 노래를 불렀다. 게스트들이 토크쇼를 출연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인 홍보를 최소화하는 데 MC와 제작진이 한 몸이 돼 움직이는 듯 하다. 반대로 연예인들조차 실제 자신들이 가진 고민을 온전히 털어놓을 땐 시청자들의 반향을 일으킨다. 배송 기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태사자 김형준의 발언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서 진정성 있는 태도가 엿보인다며 화제가 됐다.
 

▲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심 PD는 “연예인이 출연했을 때 홍보성 멘트와 행동을 경계하긴 한다. 그래서 편집 방향도 진정성이 있는 부분을 최대한 살리려고 한다”며 “이미 연예인 출연자들도 리얼리티가 없으면 시청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진정성 있게 접근한다. 홍보를 위해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두 프로그램뿐 아니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채널A <도시어부> 등도 맡은 바 임무를 하는 데만 최선을 다한다. 백종원은 제작진이 섭외한 식당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피드백을 통해 점포의 운영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데 최선을 다한다. 그 과정서 웃음을 가미하려는 노력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일부 점포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리며 방송 후에도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 점포는 초심을 잃은 모습을 보여 제작진과 백종원으로부터 일갈을 듣는 등 기존 예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심이 전파를 탄다. 

홍보 좀 그만

<도시어부>의 경우에도 이덕화와 이경규 등 출연진은 낚시에만 몰두한다. 고기를 낚기 위해서만 노력할 뿐이다. 예능감을 쫙 뺀 리얼리티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고기를 잡기 위해 모두가 협업하는 모습이나, 고기가 잡히지 않아 실제 짜증이 난 얼굴, 고기를 잡다가 발생하는 위기 또는 뱃멀미 후에 구토하는 모습 등이 여과 없이 펼쳐진다. 한 방송 관계자는 “리얼리티가 없는 방송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제작진뿐만 아니라 젊은 감각이 있는 방송인이면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굳이 웃기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예능이 더욱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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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세 뒤집기’ 총선 막판 변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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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상대 당을 헐뜯는 내용뿐이다. 우리 당이 네 당보다 낫다는 말만 한다. 그러나 여야 모두 판도가 뒤집힐 이슈가 상당하다. 제 아무리 공천을 잘했다고 서로 외쳐도 결국에는 조금이라도 리스크를 줄이는 쪽이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편 지키기 싸움판이 된 총선이다. 변수가 너무나도 많다. 여야의 모든 공천 작업이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을 안정적으로 치르기 위한 방안으로 경력직, 원조 친윤(친 윤석열)으로 공천을 마무리했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을 전면에 내세우며, 비명(비 이재명)을 대거 공천서 배제해 버렸다. 시작부터 당내 잡음이 상당하다. 이런 탓에 더 큰 변수가 발생하는 측에서는 총선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연장전 전초전 국민의힘은 공천을 “조용히 마쳤다”고 자평했지만, 뒤늦게 곳곳에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반면 민주당은 스스로 ‘혁신’이 있었던 공천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역시 여전히 분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천을 두고서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서로를 향해 ‘패륜 공천’이라고 명명하며 네거티브전이 시작됐다. 본격적으로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은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점점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지지율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오차범위 내 다소 앞서는 형국이지만 곳곳에 여러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건희 여사 ▲다시 돌아온 탄핵의 강 ▲정권심판론 ▲부동층 확장 ▲서울 후보의 경쟁력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 으로 지지율 상승을 꿈꿨으나 자신들이 원하는 만큼의 상승을 이뤄내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한 비대위원장의 효과가 한계를 맞이한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반윤(반 윤석열)’을 노리는 세력이 포위망을 좁히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에 따라 상승과 하락을 반복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지지율의 흐름이 엇비슷해졌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이 틈에 이·채·양·명·주(이태원 참사·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를 언급하며 앞으로 띄울 국민의힘 리스크의 기틀을 마련했다. 한 비대위원장이 다가올 변수들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상황이 어려워진다. 우선 ‘김 여사 리스크’라는 변수다. 김 여사의 리스크는 크게 3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김 여사 일가의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 명품백 수수 의혹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은 선거에 앞서 지난 5일, 더 센 특검법을 발의했다. 총선을 노린 행보인 셈이다. 최근 재발의 된 김 여사 특검법은 지난달 본회의 재표결이 이뤄진 뒤 폐기된 기존 특검법에 더해 민간인 대통령 순방 동행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서울양평고속도로 김 여사 일가 특혜 의혹 등이 추가된 법안이다. 국힘, 김건희·심판론 극복 관건 다시 ‘탄핵의 강’ 역행 자제해야 민주당은 이번 총선서 한 비대위원장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 보다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향해 맹공을 퍼부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정권심판론을 대표적인 선거 전략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의 공식 행보가 멈춘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해당 의혹에 관한 윤 대통령의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다. 사과를 할 경우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돼 민주당서 더욱 강한 공격이 들어올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김 여사 리스크를 부각시킨다. 민주당 공격이 거세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달리 막을 방법이 없다. 이미 명품백 수수 의혹으로 당과 대통령실이 충돌을 빚었었다. 이는 국민의힘서 현역 의원이 대거 생존한 이유와도 같다. 내부적으로도 쌍특검 재표결로 인한 이탈표가 발생해 현역 의원의 대거 이탈을 우려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김 여사는 민주당의 공격거리다. 어떻게든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부부를 심판해야 할 대상으로 분류해 선거전서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김 여사와 더불어 국민의힘은 과거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엿보인다. 바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아른거리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보수층의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빚져왔다. 그 빚을 갚기 위해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영하 변호사를 공천했고, 변호인을 맡았던 도태우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유 변호사의 경우 공천을 받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다만 문제는 도 변호사에게서 생겼다. 도 변호사는 과거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5·18이 북한과 무관하면 검증에 당당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와 함께 북한 개입설을 주장해 왔다. 논란이 일자 국민의힘은 다급하게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결국 공천을 취소했다. 서로 향해 “패륜 공천” 조지연 전 행정관도 친윤 대신 ‘친박(친 박근혜)’을 주로 띄운다. 조 전 행정관은 박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청년보좌역을 맡았고, 이후 박근혜정부 청와대서 4년을 보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다. 여전히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 대구·경북(TK)에서는 박 전 대통령 마케팅이 유리할지 모르나,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순간 국민의힘에게는 또 다른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탓이다. 보수가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다시 현 보수 세력과 과거의 보수 세력이 갈라질 우려에서다. 박 전 대통령 역시 특별한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잠잠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극대화하는 추세다.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권심판론이 확대되면 불리한 쪽은 단연 국민의힘이다. 사실 얼마 전까지는 정권심판론이 약화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이 뇌관이 됐다. 그러자 다시금 정권심판론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현재 이 전 장관은 출국금지돼있으나, 호주대사로 임명받은 뒤 법무부로부터 출국금지 해제를 받고 호주로 떠났다. 현재 민주당은 이종섭 특검법까지 발의하면서 윤정부와 여당을 옥죄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민주당이 특검을 남발하고, 해당 특검법이 총선용 악법이라는 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의 호주 출국이 정당하다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중이다. 이 밖에도 민주당은 다양한 정권심판론 키워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민주당 이 대표는 전국을 순회하며 일찌감치 정권심판론에 열을 올리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여론이 악화되자, 국민의힘은 결국 귀국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이 정권심판론을 되치기하려면 정부와 여당이 어떤 일을 도모하고 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단순히 민주당의 네거티브에 휩쓸려 상대 당을 똑같이 비방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면 불리하다. 일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김 여사 가려야 한 비대위원장의 인기와 몸값은 많이 올랐다. 다만 보수층에 국한된 지지라는 게 국민의힘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지난 대선 역시 부동층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렸다. 적은 표차라도 부동층의 마음을 움직여야만 승산이 있는 선거다. 서울 후보의 경쟁력도 걱정거리다. 서울은 민주당이 21대 총선서 41석을 차지했던 반면, 국민의힘은 본래 보수 텃밭인 지역을 지켜 내기에 급급했다. 몇몇 중진급 의원이 서울로 넘어와 선거를 치르지만, 이는 대부분 국민의힘 험지다. 또 서울권에 공천이 된 인물들 역시 대부분 과거 민주당 후보에 패배한 이력이 있다. 따라서 국민의힘은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서울권에서 선거 활동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국민의힘의 변수만 큰 게 아니다. 민주당에게도 여러 리스크가 산적해 있다. 가장 큰 위험은 민주당 이 대표의 리스크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 시절부터 시작해 지금껏 수많은 위기를 겪어왔다. 헌정 사상 최초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장동·백현동 리스크 ▲계파 갈등 ▲야당심판론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논란 등이 있다. 국민의힘은 이 지점을 끝까지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백현동 개발비리 로비스트인 김인섭 한국아우징기술 전 대표가 1심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 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이 연루된 정황이 인정됐다는 게 컸다. 더욱이 백현동 의혹에 관한 첫 판결이 내려진 상황이라 이목이 쏠린다. 현재 이 대표 역시 기소된 상황이다. 본격적인 선거전이 펼쳐질 상황서 이 대표는 공교롭게 선대위 출범식 날에 재판 날짜가 잡혔다. 이달에도 이 대표에게는 여러 재판이 줄서서 대기 중이다. 민주, 당 대표 리스크에 계파 갈등 제3지대 총선서 판도 흔들 존재로 이달 19일에는 서울 중앙지법서 대장동·위례·백현동 사건·성남FC 재판에 출석해야 하고, 18일에는 위증교사 사건, 22일에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런 상황을 두고, 선거 지휘가 제대로 이뤄지겠냐는 반응이 나온다.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을 갈라지게 했다. 본래 친명과 비명 간의 계파 갈등이 심했지만, 이 대표의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민주당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계파 간 갈등은 민주당을 더욱 갈라놓았다. 공천에 있어서 ‘비명횡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민주당은 공천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친문 세력이었던 이들은 하나 둘 민주당을 탈당하기 시작했고, 더 이상 하나의 민주당으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게 됐다. 쪼개짐으로써 인해 정권심판론의 의미를 퇴색시킨 꼴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국민의힘은 야당심판론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보통 총선은 현 정부가 못했기 때문에 야당서 정권 심판을 자주 띄운다. 그러나 민주당의 상황도 이에 못지않게 엉망이다. 다수당인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의 리스크와 계파 간 갈등으로 회기 동안 리스크 방어에만 치중한 측면이 있다. 야당심판론은 부동층의 표심을 호소할 수 있는 지점이다. 민주당은 현재 의석수를 지키지 못한다면 이긴 선거라고 볼 수 없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이 선거서 밀렸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친문 세력이 과연 이 대표를 도울지가 관건이다. 국민의힘에게 박 전 대통령이 있다면, 민주당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있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를 표하는 방향에 따라, 선거구도가 요동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탈당파들은 이 대표를 향해 적극적인 공격성을 띤다. 새로운미래 소속 인물들은 ‘가짜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민주당에 씌우기 시작했다. 이 밖에 제3지대의 부상은 여야 모두에게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타격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시도 중이다.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신당인 조국개혁당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조국개혁당은 비례대표 입성을 목표로 결성됐는데, ‘검찰정권 심판’이라는 키워드를 내걸고 총선 판도에 불을 지폈다. 당초 정치권이 예상했던 것보다 파급력이 더욱 커진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선거전은 양당이 ‘네거티브’ 위주로 선거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리스크가 조금이라도 더 부각되는 측이 패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 대표 리스크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양당 모두 리스크가 적지 않다. 여야 모두 중도층을 노리는 선거전략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겠지만, 결국 조직의 결집도 중요하다”며 “변수가 들쑥날쑥한 상황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부각된다면 조직 결집도 역시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고 전망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향후 총선 일정은? 여야의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이제는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된다.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는 후보자 등록 신청이 이뤄진다. 이후 이달 27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총 6일 간 재외투표가 진행된다. 27일에는 후보들이 선거 벽보를 제출해야 하고, 다음 날인 28일부터 선거 하루 전인 다음 달 9일까지는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다음 달 5일부터 6일까지는 사전투표가 이뤄진다.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