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예능 생존 키워드는 ‘리얼리티’

예능의 끝은 다큐멘터리?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베테랑 예능인 이경규는 과거 ‘예능의 끝은 다큐멘터리’라고 말했다. 이른바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불리는 예능 방송서, 짜고 치는 것을 주지 않을 때 비로소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먹방, 쿡방, 관찰 예능을 지나오면서 그의 예언은 실체가 되어 나타난 듯하다. 어떤 콘셉트든 진정성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왔다. 급변해가는 예능계서 ‘리얼리티’로 유독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짚어봤다. 
 

▲ ▲SBS <핸섬 타이거즈>

실재하는 것을 그대로 묘사한다는 의미의 ‘리얼리티’가 국내 예능계의 핫한 키워드가 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MBC <무한도전>의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각종 여행 예능과 관찰 예능, 추리 예능, 연애 예능, 먹방과 쿡방 등을 오가면서 진정성이 빠진 프로그램들은 금방 시청자들의 눈밖에 났다. 연예인을 게스트로 모셔놓고 추억을 파는 토크쇼는 방송계서 사장되고 있다.

생존하려면…

결국 프로그램 내에서 진정성이 드러나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예능 프로그램 생존의 화두가 됐다. 이는 소재와 무관하게 모든 프로그램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리얼리티가 두드러진 프로그램이 눈에 띄는데 SBS <핸섬 타이거즈>와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이다.

이제 겨우 4회차를 맞이한 <핸섬 타이거즈>는 감독이 된 서장훈을 주축으로 농구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연예인들이 ‘전국 아마추어 리그 최강전’에 도전한다. 배우 이상윤과 서지석, 김승현, 줄리엔 강 등 스포츠에 일가견이 있는 스타들과 차은우와 유선호 등 신예 방송인들이 신구 조화를 이루며, 카메라가 있든 없든 농구공을 들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매니저로는, 예사롭지 않은 예능감으로 남성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는 레드벨벳의 조이가 나선다. 


<핸섬 타이거즈>는 ‘농구로는 웃기고 싶지 않다’는 서장훈의 강한 신념을 바탕으로 만든 프로그램이다. 선수 시절 국보급 센터로 군림한 서장훈이 아마추어 연예인 선수단에 다양한 전술 및 개인 훈련을 지시한다. ‘떰’ 또는 ‘V’ ‘주먹’과 같은 프로 세계서 사용되는 전술을 실제 경기서 사용한다. 감독 서장훈의 노하우와 연예인 선수들의 개인 훈련을 통해 국내 최강의 아마추어 선수단과 농구만으로 맞붙는 것이 핵심이다.

인상을 잔뜩 쓰고 ‘웃기려고 하지 마’라며 농구만 하라는 서장훈의 일관된 언행은 안정환이 나왔던 KBS2 <청춘 FC>를 연상케 한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던 연예인 선수단은 이제 조금씩 분위기에 익숙해지며 연예인이 아닌 선수라는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 아직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온라인 반응은 최근 론칭한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뜨겁다. 

이 프로그램은 프로농구의 부흥을 위해 서장훈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구기종목을 비롯해 게임 등에 밀려 좀처럼 인기를 얻지 못하는 농구에 도움이 되기 위해 ‘농구의 참 재미’를 공유하고자 기획됐다. 서장훈뿐만 아니라 퀸텀 스킬 트레이닝 랩의 후배 농구인들도 뜻을 모아 <핸섬 타이거즈>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로 연예인 선수단은 바쁜 스케줄에도 팀 훈련은 물론 개인 훈련에 정진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이는 진짜 농구의 묘미를 스포츠 중계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으로 담아내겠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 ▲무엇이든 물어보살

안재철 PD는 “선수들이 엄청난 훈련에 매진 중이다. 최근 조별리그로 한 차례 경기를 치렀다. 우리가 맞붙는 팀들이 국내 최강팀에 해당하는데, 절대 뒤쳐지지 않는 멋진 실력을 드러냈다. 아마 시청자분들이 크게 감동할 것”이라며 “서장훈 감독은 물론 선수단과 뒤에서 돕는 코치진이나 스태프가 모두 진정성을 갖고 프로그램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웃기지 않아도 재밌다…진정성에 무게
급변하는 예능계는 ‘리얼리티’로 승부

<무엇이든 물어보살>은 JTBC <아는 형님>서 놀라운 케미를 선보인 서장훈과 이수근이 일반인 또는 연예인들의 고민을 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서장훈은 선녀보살로, 이수근은 아기동자로 나온다. 하루에도 10팀서 13팀 정도의 고민을 들어준다는 두 사람은 실제로 ‘반 무당’에 가까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특히 이수근은 얼굴만 보고 출연자의 행동 패턴과 성격 등 기질을 정확하게 맞히면서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든다. 서장훈은 다양한 사연을 갖고 있는 출연자의 고민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 현실적인 조언을 전달하고 있다.

<무엇이든 물어보살> 심소희 PD에 따르면, 과거에는 재미삼아 사연을 들고 오는 출연자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출연자들이 진짜 고민을 들고 찾아오고 있다. 친구들에게도 말하기 힘든 치부를 두 사람 앞에서는 뭐가 어렵냐는 듯 모조리 풀어놓는다.

“부모로부터 받은 폭력 때문에 엄마와 인연을 끊고 살고 싶다”고 밝힌 20대 여성과 “800만원을 빌려가고 연락이 두절된 남자친구가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말한 20대 승무원 등의 이야기가 대표적인 예다. 서장훈과 이수근이 사연을 진정성 있게 청취하는 힘과, 상대를 위해 최선을 다해 피드백해주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통하는 것으로 보인다. 

심 PD는 “두 사람이 보여주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모습이다. 사연의 깊이가 방송 초반 때보다도 훨씬 더 깊어졌다. 두 MC가 나의 고민을 해결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이든 물어보살>서 진정성이 엿보이는 또 하나는 홍보성 출연에 굉장한 ‘짜증스러움’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출연자 사연의 진정성보다는 새로운 활동에 대한 홍보성 행동이 드러나는 경우 서장훈은 온갖 인상을 찌푸린다. 그러면서 ‘이러면 시청자들한테 우리가 욕 먹어’라는 말도 덧붙인다. ‘홍보성’ 멘트를 경계하는 내용 자막도 어김없이 따른다.

김영철이 신곡 ‘신호등’을 부르는 장면은 대부분 잘라냈으며, 노을 역시 단 두 마디만 노래를 불렀다. 게스트들이 토크쇼를 출연하는 데 가장 큰 목적인 홍보를 최소화하는 데 MC와 제작진이 한 몸이 돼 움직이는 듯 하다. 반대로 연예인들조차 실제 자신들이 가진 고민을 온전히 털어놓을 땐 시청자들의 반향을 일으킨다. 배송 기사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태사자 김형준의 발언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서 진정성 있는 태도가 엿보인다며 화제가 됐다.
 

▲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심 PD는 “연예인이 출연했을 때 홍보성 멘트와 행동을 경계하긴 한다. 그래서 편집 방향도 진정성이 있는 부분을 최대한 살리려고 한다”며 “이미 연예인 출연자들도 리얼리티가 없으면 시청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진정성 있게 접근한다. 홍보를 위해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두 프로그램뿐 아니라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과 채널A <도시어부> 등도 맡은 바 임무를 하는 데만 최선을 다한다. 백종원은 제작진이 섭외한 식당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피드백을 통해 점포의 운영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데 최선을 다한다. 그 과정서 웃음을 가미하려는 노력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일부 점포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리며 방송 후에도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일부 점포는 초심을 잃은 모습을 보여 제작진과 백종원으로부터 일갈을 듣는 등 기존 예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진심이 전파를 탄다. 

홍보 좀 그만

<도시어부>의 경우에도 이덕화와 이경규 등 출연진은 낚시에만 몰두한다. 고기를 낚기 위해서만 노력할 뿐이다. 예능감을 쫙 뺀 리얼리티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고기를 잡기 위해 모두가 협업하는 모습이나, 고기가 잡히지 않아 실제 짜증이 난 얼굴, 고기를 잡다가 발생하는 위기 또는 뱃멀미 후에 구토하는 모습 등이 여과 없이 펼쳐진다. 한 방송 관계자는 “리얼리티가 없는 방송은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제작진뿐만 아니라 젊은 감각이 있는 방송인이면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굳이 웃기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예능이 더욱더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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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