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공무원 성추행 고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2.03 11:06:06
  • 호수 12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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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등과 팔뚝에 침을 묻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경기도의 한 공무원이 계약직 여직원에게 수년간 성추행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피해자는 재계약에 불이익을 당할까 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요시사>가 해당 사건의 전말에 대해 알아봤다.
 

국내 공공기관 및 민간사업체 직원 100명 중 8명은 직장 내 성희롱을 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피해자들은 10명 중 8명이 성희롱을 당하고도 특별한 대처 없이 참고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018년 4월6일부터 12월27일까지 전국 공공기관 400곳과 민간 업체 1200곳의 직원 9304명, 성희롱 방지 업무 담당자 16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일반 직원 가운데 지난 3년간 직장에 다니는 동안 한 번이라도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8.1%였다.

편지 주고
선물 공세

고등학생 자녀를 둔 40대 A씨는 2014년 경기도 고양시 농업기술센터 동물보호센터 용역직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매년 동물보호소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직원들은 1년씩 계약을 하는 셈이다. 

지난 2016년 6월, 유부남인 6급 공무원 B 팀장이 동물보호팀으로 오면서부터 A씨의 악연은 시작됐다. 작업반장이었던 A씨는 B 팀장과 업무적으로 소통할 기회가 많았는데 B 팀장은 A씨에게 선물공세를 했다고 한다.

2017년 2월, B 팀장은 A씨에게 생일이라며 현금 20만원과 자필로 쓴 편지를 전달했다. B 팀장이 준 편지에는 ‘A를 볼 때 가슴이 설렜다. 식사 약속 때문에 하루하루가 그냥 좋다’ 등의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A씨는 “편지를 받고 느낌이 이상했지만 특별히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며칠 뒤에도 아들의 졸업과 입학 선물이라며 30만원 상당의 상품권도 받았다. 그때부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아 혼란스러웠고 무섭다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약 한 달 뒤 B 팀장은 A씨에게 “내가 너한테 이렇게까지 돈도 주고 애정공세를 하는데 넌 반응도 없고 나 혼자만 이러고 있으니, 더는 하지 않을 테니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A씨는 B 팀장으로부터 받았던 돈을 돌려줬다. 

이후 B 팀장은 잔업을 마치고 난 뒤 A씨를 집에 데려다주기도 했다. A씨는 “차 안에서 강제로 손을 잡으려고 한다거나, 손에 입맞춤하고 손등과 팔뚝에 침을 묻히기도 했다. 강하게 화를 내고 거부 의사를 밝혔는데도 B팀장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람 없는 틈타 신체접촉 시도
재계약 앞두고 있어 고발 못해

이어 “이 상황이 너무 불쾌해 달리는 차 안에서 내리겠다고 문을 여는 시늉을 하면 그제야 안 한다고 미안하다고 했다. 처음 식사 때는 손만 잡는다고 하더니 지키지 않았으며, 거절의 의사를 밝혀도 무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라 B 팀장의의 성추행이 점점 심해졌다고 A씨는 전했다.

A씨는 “차 안에서 B 팀장은 저를 안고 볼에 강제 입맞춤해 달라고 했었다. 싫다고 밀쳐내도 저를 안고 볼에 입을 맞추려 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여 완강히 거부하는 데도 머리카락에 강제로 입맞춤을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7월 A씨는 작업반장서 구조팀 동물구조원으로 보직이 바뀌면서 야간 근무를 하게 됐다. 야간근무는 시간상 오후 10시나 돼야 퇴근이 가능했다. A씨가 관용차 열쇠를 1층 당직실에 반납할 때에도 B 팀장 당직일 때는 그가 손을 잡고 입맞춤하는 등 성추행이 지속됐다. A씨는 힘들고 괴로운 시기였지만 전업주부 13년 만에 얻은 직장이기에 참았다고 한다.


A씨는 “사랑하는 제 일을 지키기 위해서는 참는 방법밖에 없었다”며 “공공기관 용역사업의 특성상 동물보호소 팀장의 직위는 절대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을 용역업체 사장 용역직원들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런 상황서 수년에 걸쳐 강제추행과 강간미수 등 수치스러운 성적 범죄를 당했음에도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가슴 설렜다
그냥 좋다”

수치스러웠던 A씨였지만 재계약이 되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는 처지였다. 시 보호소 직원으로 아무리 일을 잘하더라도 B 팀장의 눈밖에 날 경우 불이익당할까 봐 이렇다할 대응도 하지 못했다.

A씨는 섬뜩한 경험을 했다고도 털어놨다. 경기도 내 유기견 거리 캠페인 회의를 마치고 나서 B 팀장이 A씨의 주소를 말했다는 것이다.

A씨는 “등본상 주소와 다른 개인적인 주소를 알고 있다는 데 소름이 끼쳤다. 개인정보인 집주소까지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이해가 가질 않았으며, 인사기록부에 등록된 등본 주소와 다른 실제 거주지 주소까지 어떻게 알아냈는지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이어 “B 팀장이 강제추행하려고 시도하면 누가 온다고 말한 뒤 재빨리 자리를 피하며 대처했다”고 덧붙였다. 

이후에도 A씨는 B 팀장과 업무상 부딪혀야 했다. 업무상 대화, 업무 회의 등 B 팀장을 피하는 건 쉽지 않았다. B 팀장은 지속적으로 A씨에게 성적인 이야기를 건넸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A씨는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다. 2019년 초 A씨는 동료 C씨에 대한 불만을 품고 있었다. C씨의 업무태도로 인해 A씨가 과도한 업무를 떠맡게 됐고 해당 사실을 B 팀장에게 알렸다. 

A씨는 “C씨는 예전부터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겼다. 10개의 일을 갖고 있으면 서너개씩 동료에게 넘기면서 자기는 여섯, 일곱 개만 했다. 다른 사람들은 다 받아줘도 나는 받아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B 팀장에게 해당 사실을 전했지만, C씨는 징계를 받지 않았고 서로 화해하는 방향으로 처리됐다. A씨는 “이 과정서 B 팀장은 내게 거짓말하면서 징계를 주겠다는 액션만 취했다”고 토로했다. 

머리카락에 
강제 입맞춤

같은 해 A씨는 B 팀장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화가 나 성추행을 당했다는 문서를 B 팀장에게 전달했다. B 팀장은 퇴근 후 A씨 앞에서 무릎까지 꿇으며 사과했으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B 팀장은 A씨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 해당 문자메시지에는 과거의 행동에 대한 반성과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도 함께 담겨있었다. 사건은 이대로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4월 A씨 앞으로 한 장의 촉구서가 전달됐다. 해당 촉구서에는 ‘귀하는 고양시서 사양관리에 관한 모기업의 관리원으로 재직하던 중 고양시 동물보호 팀장인 B팀장에게 업무관계로 교류하던 중 먼저 포옹하며 친근하게 다가왔다. B 팀장은 당황했으나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여 A씨를 업무적으로 도와주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고 쓰여 있었다.
 

이어 ‘그러던 중 수신인 A씨는 다른 직원을 해고해달라는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B 팀장에게 공갈행위를 하고 있다. 수신인이 먼저 다가와 포옹했고 유지했기 때문에 식사를 하는 와중에 B 팀장이 A씨의 손을 잡았던 사실이 있다. A씨는 먼저 포옹을 해왔기 때문에 손을 잡았던 행위는 스스로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강제추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A씨가 B 팀장에게 먼저 다가와 포옹을 한 사실은 목격자도 있다. (중략) 권한에 해당하지 않는 요구를 하면서 이를 들어주지 아니하자 존재하지도 않는 성추행을 주장하며, 3년치 연봉 1억원을 요구하는 행위는 형법상 공갈행위에 해당한다. 더 이상의 공갈행위를 멈춰달라’고 적혀 있었다.

“3년 연봉…직장에 대한 보상”
성추행 인정 징계위원회 회부


이에 대해 A씨는 “B 팀장이 어떻게 해야 신고하지 않겠냐고 묻자, 1억원을 말했다. 1억원을 요구한 건 피해 보상금으로 요구한 게 아니라, 직장에 대한 보상이다. 내 연봉을 책정해보니 3년을 계산하면 1억원이 나왔다”며 “그것도 내가 다 갖겠다는 게 아니라 1년 재계약을 할 때마다 3분의 1을 다시 되돌려주겠다는 것인데 매년 재계약을 통해 일하는 것만이 내가 원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했지만 B 팀장은 빚도 많고 돈도 없다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후 A씨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고 지난해 10월 말 용역회사로부터 계약이 만료됐는 통보를 받았다. A씨는 부당해고를 주장했고, 성관련 범죄 역시 수사기관에 의뢰했다.

결국 12월6일 여성가족부와 감사과로부터 성추행이 성립된다는 안내를 받았으며, 고양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계에 고소장이 접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예전에 성범죄 관련 사안이 있다고만 들었지 자세히는 모르겠다. 개인정보에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말씀드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기도 징계위원회에 징계 요청을 한 상태다. 성희롱으로 성립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경기도 징계위원회가 징계 수위를 조절하는 데 감사나 징계에 관한 것은 말씀드리기 어렵다. 우리는 불법이나 위법 사항에 대해 전달만 할 뿐”이라며 “성범죄는 굉장히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10월에 부당 근로계약 종료라고 해서 노동부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그 과정서 성추행 신고를 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장서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이후에 성추행 관련한 내용을 알게 됐고, 이전부터 현장서 신고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돈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징계에 관해서는 “보통 공무원들이 (성 관련)범죄가 일어날 경우 해고되지 않을까 싶다. 상식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나면 해고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불이익 
당할까 봐…


이어 “중징계위원회서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가벼운 중징계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결과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B 팀장은 현재 다른 부서에서 근무를 하고 있으며 A씨에 부당해고 건에 대해서는 인정이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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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