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살생부 지라시’ 추적
총선 ‘살생부 지라시’ 추적
  • 최현목 기자
  • 승인 2020.02.03 10:31
  • 호수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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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뭣 때문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당이 뒤집어졌다. 설 연휴를 전후로 여야 ‘살생부 지라시’가 돌았다. ‘하위 20%’ ‘한국당 당무감사 내용’이라는 제목의 지라시다. 당은 이를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일요시사>는 살생부 지라시의 진위를 쫓았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0일 ‘하위 20%’라는 제목의 지라시(각종 소문을 담은 정보지)를 입수했다. 해당 지라시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국회의원 12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앞서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하위 20% 당사자에게 평가 결과를 개별 통보하기로 의결했었다. 극비에 붙여 혼란을 최대한 방지하려는 공관위의 의도였다.

뒤숭숭

지라시는 공관위의 노력을 무색케 했다. 이름이 적힌 의원실 측은 “말도 안 된다” “당으로부터 (하위 20%에 속한다는)연락을 받은 바 없다” “지역구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허무맹랑한 지라시가 돌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불쾌해 했다. 공관위는 지라시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당이나 해당 의원실 입장에선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하위 20%로 지목되면 해당 의원에게는 ‘경선 시 감산 20%’가 적용된다. 하위 20% 명단이 ‘살생부’라 불리는 이유다. 

산술적으로 하위 20%는 22명이다. 민주당 원혜영 공관위원장은 최근 하위 20% 대상자 22명에게 결과를 개별 통보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한 물갈이 범위가 40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의원과 개별 통보받은 하위 20% 대상자를 합친 숫자와 얼추 맞아떨어진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 출연해 “비례대표를 포함한 (민주당)현역 의원 중 불출마할 사람이 20명쯤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 지도부가 현역 의원 50명의 교체를 목표로 잡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때문에 당 내부에선 지라시의 출처가 해당 의원들의 경쟁자일 수 있다고 의심한다. 현역 의원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지라시 정치’라는 것.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흠집내기용 ‘마타도어’라는 주장이다.

계파와 관련한 해석도 존재한다. 지라시에 적힌 대부분의 현역 의원들이 과거 비문으로 분류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즉 ‘비문 제거용’ 지라시라는 것. 이는 청와대 출신 참모들이 대거 총선에 나서는 현 상황과 맞물려 파장을 낳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한국당 당무감사 내용’이라는 지라시가 돌았다. 해당 지라시에서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의원 10명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한국당은 지난해 말 당무감사를 실시한 바 있다. 각 의원들과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당원협의회 조직 관리와 인지도, 평판, 당선 가능성 등을 평가했다. 정치권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당무감사 결과가 밖으로 새어나온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하위 20%’ 민주당 발칵
하필 TK 표적?…노렸나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해당 지라시에 적힌 의원들이 모두 대구·경북(TK) 현역 의원이라는 점이다. 대구 5명, 경북 5명이다. 이는 당무감사 결과 TK 현역 의원들이 대부분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소문과 버무려져 파장을 키웠다.

한국당은 김형오 공관위 체제를 가동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강력하고 폭넓은 물갈이를 예고한 상태다. 대규모 물갈이론이다. 그 중 TK 현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드라이브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앞서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컷오프(공천 배제) 33%, 현역 의원 교체율 50%’ 목표치와 함께 권역별로 컷오프 비율을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관위에 전달했다.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TK는 물론 서울 강남3구와 같은 ‘텃밭’과 ‘험지’에 컷오프 기준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에 화답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앞서 복수의 언론 인터뷰서 TK와 부산·울산·경남(PK) 의원들에 대해 “치열한 내부 경쟁을 거쳤다”면서도 “그 사람들의 목을 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잠이 안 온다. 그러나 그걸 하지 않으면 국민은 물갈이했다고 안 볼 것 아니냐”며 의지를 보였다.
 

TK 현역 의원에 대한 인위적 물갈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당 소속 TK 현역 의원 19명 중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정종섭 의원이 유일하다. 불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의원이 13명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TK 현역 의원만 표적으로 삼았다는 볼멘소리도 존재한다. 유일한 TK 현역 불출마 의원인 정 의원은 지난달 22일 대구서 기자들과 만나 “한 사람 한 사람 역량과 경쟁력을 따져보지 않고 지역이 TK라는 이유만으로 도매급으로 찍어내려는 건 불합리하다”며 당 일각서 제기되는 TK 물갈이론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차라리 수도권 의원들과 TK 의원들의 실력과 능력을 비교해보는 게 어떤가”라고 역제안하기도 했다.

TK 현역 의원을 물갈이하기에는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TK 지역에 워낙 초선 의원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19명의 한국당 소속 TK 의원 중 초선 의원은 12명이나 된다. 같은 영남지역인 PK 지역서 한국당 의원 25명 중 초선은 5명에 불과하다는 점과 비교하면 지극히 높은 비율이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컷오프를 3선 이상의 중진 의원을 물갈이하는 용도로 사용, 이를 고려하면 TK 현역 의원에 대한 컷오프는 당위성이 떨어진다.

난 아냐!

여의도는 뒤숭숭하다. 혹시나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감이 감돈다. 지라시가 살포됐던 날 해당 의원실의 보좌진은 기자들에게 “출처가 어디냐” “확실하나” 등을 물었다. 민주당이 하위 20% 대상자에게 개별 통보를 한 날 전화가 울리지 않은 의원실은 크게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향후 공천서 떨어진 현역 의원들이 무소속 출마도 감행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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