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살생부 지라시’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2.03 10:27:52
  • 호수 12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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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뭣 때문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당이 뒤집어졌다. 설 연휴를 전후로 여야 ‘살생부 지라시’가 돌았다. ‘하위 20%’ ‘한국당 당무감사 내용’이라는 제목의 지라시다. 당은 이를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일요시사>는 살생부 지라시의 진위를 쫓았다.
 

<일요시사>는 지난달 20일 ‘하위 20%’라는 제목의 지라시(각종 소문을 담은 정보지)를 입수했다. 해당 지라시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국회의원 12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앞서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하위 20% 당사자에게 평가 결과를 개별 통보하기로 의결했었다. 극비에 붙여 혼란을 최대한 방지하려는 공관위의 의도였다.

뒤숭숭

지라시는 공관위의 노력을 무색케 했다. 이름이 적힌 의원실 측은 “말도 안 된다” “당으로부터 (하위 20%에 속한다는)연락을 받은 바 없다” “지역구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허무맹랑한 지라시가 돌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불쾌해 했다. 공관위는 지라시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당이나 해당 의원실 입장에선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하위 20%로 지목되면 해당 의원에게는 ‘경선 시 감산 20%’가 적용된다. 하위 20% 명단이 ‘살생부’라 불리는 이유다. 

산술적으로 하위 20%는 22명이다. 민주당 원혜영 공관위원장은 최근 하위 20% 대상자 22명에게 결과를 개별 통보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현역 의원을 대상으로 한 물갈이 범위가 40여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의원과 개별 통보받은 하위 20% 대상자를 합친 숫자와 얼추 맞아떨어진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 출연해 “비례대표를 포함한 (민주당)현역 의원 중 불출마할 사람이 20명쯤 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민주당 지도부가 현역 의원 50명의 교체를 목표로 잡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때문에 당 내부에선 지라시의 출처가 해당 의원들의 경쟁자일 수 있다고 의심한다. 현역 의원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지라시 정치’라는 것.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흠집내기용 ‘마타도어’라는 주장이다.

계파와 관련한 해석도 존재한다. 지라시에 적힌 대부분의 현역 의원들이 과거 비문으로 분류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즉 ‘비문 제거용’ 지라시라는 것. 이는 청와대 출신 참모들이 대거 총선에 나서는 현 상황과 맞물려 파장을 낳고 있다. 

지난달 23일에는 ‘한국당 당무감사 내용’이라는 지라시가 돌았다. 해당 지라시에서는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의원 10명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한국당은 지난해 말 당무감사를 실시한 바 있다. 각 의원들과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당원협의회 조직 관리와 인지도, 평판, 당선 가능성 등을 평가했다. 정치권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당무감사 결과가 밖으로 새어나온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하위 20%’ 민주당 발칵
하필 TK 표적?…노렸나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해당 지라시에 적힌 의원들이 모두 대구·경북(TK) 현역 의원이라는 점이다. 대구 5명, 경북 5명이다. 이는 당무감사 결과 TK 현역 의원들이 대부분 낮은 점수를 받았다는 소문과 버무려져 파장을 키웠다.


한국당은 김형오 공관위 체제를 가동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강력하고 폭넓은 물갈이를 예고한 상태다. 대규모 물갈이론이다. 그 중 TK 현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드라이브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앞서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컷오프(공천 배제) 33%, 현역 의원 교체율 50%’ 목표치와 함께 권역별로 컷오프 비율을 달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공관위에 전달했다. 깃발만 꽂아도 당선된다는 TK는 물론 서울 강남3구와 같은 ‘텃밭’과 ‘험지’에 컷오프 기준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에 화답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앞서 복수의 언론 인터뷰서 TK와 부산·울산·경남(PK) 의원들에 대해 “치열한 내부 경쟁을 거쳤다”면서도 “그 사람들의 목을 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잠이 안 온다. 그러나 그걸 하지 않으면 국민은 물갈이했다고 안 볼 것 아니냐”며 의지를 보였다.
 

TK 현역 의원에 대한 인위적 물갈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당 소속 TK 현역 의원 19명 중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정종섭 의원이 유일하다. 불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의원이 13명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TK 현역 의원만 표적으로 삼았다는 볼멘소리도 존재한다. 유일한 TK 현역 불출마 의원인 정 의원은 지난달 22일 대구서 기자들과 만나 “한 사람 한 사람 역량과 경쟁력을 따져보지 않고 지역이 TK라는 이유만으로 도매급으로 찍어내려는 건 불합리하다”며 당 일각서 제기되는 TK 물갈이론에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차라리 수도권 의원들과 TK 의원들의 실력과 능력을 비교해보는 게 어떤가”라고 역제안하기도 했다.

TK 현역 의원을 물갈이하기에는 당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TK 지역에 워낙 초선 의원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19명의 한국당 소속 TK 의원 중 초선 의원은 12명이나 된다. 같은 영남지역인 PK 지역서 한국당 의원 25명 중 초선은 5명에 불과하다는 점과 비교하면 지극히 높은 비율이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컷오프를 3선 이상의 중진 의원을 물갈이하는 용도로 사용, 이를 고려하면 TK 현역 의원에 대한 컷오프는 당위성이 떨어진다.

난 아냐!

여의도는 뒤숭숭하다. 혹시나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감이 감돈다. 지라시가 살포됐던 날 해당 의원실의 보좌진은 기자들에게 “출처가 어디냐” “확실하나” 등을 물었다. 민주당이 하위 20% 대상자에게 개별 통보를 한 날 전화가 울리지 않은 의원실은 크게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향후 공천서 떨어진 현역 의원들이 무소속 출마도 감행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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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