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코앞인데…’ 미투 악몽 속 민주당 X맨 흑역사

‘젠더’ 내세운 여당 뚫렸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데이트폭력 의혹으로 사퇴한 원종건씨 영입 논란의 후폭풍을 잠재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당이 앞세우고 있는 젠더 이슈 논란이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불투명한 영입 인사 선정·검증 시스템에 대해 당 안팎서 비판의 목소리가 적잖은 데다 미투 논란이 있었던 인물들의 이번 선거 출마 의지로 인해 당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 최근 데이트 폭력 의혹 제기로 인재영입 2호로 발탁됐던 원종건씨가 탈당하는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0대 남성의 표심을 얻기 위해 깜짝 영입한 원종건(27)씨의 ‘데이트 폭력’ 의혹 때문에 곤혹을 치루고 있다. 당은 총선서 젠더 이슈의 파급력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당 지도부가 잇따라 사과하고 ‘젠더 폭력 무관용’ 원칙을 다시 천명하는 등 총력 대응에 나선 상태다.

페미니스트
이미지 와르르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인해 민주당은 페미니스트 정당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게다가 당은 이미 안희정 전 충남지사, 민병두 의원, 정봉주 전 의원 등에 대한 미투 폭로로 여러 차례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지난달 27일 원씨의 전 여자친구라고 밝힌 한 여성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원씨는 여자친구였던 저를 지속적으로 성 노리개 취급해왔고 여성혐오과 가스라이팅(세뇌를 통한 정서적 폭력)으로 저를 괴롭혀왔다'고 주장했다.

글쓴이는 원씨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창 캡쳐와 폭행 피해 사진 등을 함께 게재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했다.


원씨는 이번 폭로가 나온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8일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입인재 자격을 반납하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한때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저와 관련한 내용을 인터넷에 올렸다. 논란이 된 것만으로도 당에 누를 끼쳤다. 그 자체로 죄송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라온 글은 사실이 아니다. 허물도 많고 실수도 있었던 청춘이지만 분별없이 살지는 않았다”며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려 참담하다”고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이후 원씨는 지난달 30일 탈당계를 제출한 뒤 당을 탈당했다. 이로 인해 민주당은 당내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필요 시 제명 등 추가 조치를 검토하기로 했지만 당이 탈당계를 처리함에 따라 당 차원의 조사는 진행하기 어렵게 됐다.

데이트 폭력 의혹 원종건 전면 부인 후 탈당
지도부 사과…감동 앞세운 민주당 검증 논란

원씨의 이번 논란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 29일 국회서 “어제 영입인재 중 한 분이 사퇴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며 “사실과 관계없이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에는 사전에 좀 더 철저히 검증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 ▲국회 정론관서 기자회견 갖는 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 2호 원종건씨

이 대표에 앞서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사실관계를 차후에 더 확인할 부분도 있겠지만 당에서 좀 더 세심하고 면밀히 살피지 못해 국민들께 염려를 끼친 점이 있다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영입인재의 검증에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원씨의 영입 이후 그에 대한 좋지 않은 평판이 공공연히 제기돼왔기 때문이다.

실제 원씨를 영입인재로 발표한 후 그의 연관검색어에 ‘미투’가 등장했을 정도다. 원씨의 대학 동기인 <중앙일보> 남궁민 기자는 SNS를 통해 ‘원종건씨 미투가 이제야 나왔다. 그 얘기들을 처음 들은 게 2015년이다’라는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 원내대표는 “그런 부분들이 공식적으로 접수되고 확인이 됐다면 대처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게까지는 확인을 못한 미비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민주당이 추구하는 청년이나 여성 정책에 걸맞는 인재 검증의 부족함을 드러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입인재의 경우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 산하의 ‘젠더폭력검증소위원회’의 검증도 받지 않는다. 영입인재의 경우 검증위 신청을 아무도 하지 않았기에 심사 대상이 아니며, 원칙적으로 영입인재는 당에서 필요에 따라 데려온 인물들이기에 검증을 생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투로 떠오른
4년 전 악몽

정치권에선 민주당의 인재 검증에 대한 비판이 잇따랐다. 정의당 오현주 대변인은 “원씨와 관련한 문제제기는 사태가 터지기 전 항간에 회자된 바 있다. 검증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는 뜻이다. 여당 지도부가 이 같은 문제를 가벼이 여긴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새로운보수당 권성주 대변인은 “민주당의 감성팔이 인재영입 쇼가 결국 화를 불렀다”며 “정치판을 교란시키며 국민 분노만 자아내는 감성팔이 인재영입 쇼를 중단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당 내부서도 영입인재에 대한 강한 불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원씨의 영입 철회를 촉구하는 당원들의 항의 글과 함께 인재영입위원회 위원장인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영입인재 한 명에게서 불거진 파문이 당의 총선 공천을 진두지휘하는 지도부에게까지 번진 셈이다.

스토리 있는 ‘정치쇼’와 보안에만 신경쓰다 보니 정작 중요한 평판 조회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왔다.
 

▲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실제 인재영입에 관여하는 한 민주당 인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내가 추천해서 영입한 모 청년 인사의 경우 뒷말이나 폭로가 나오는 등의 문제가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실 영입 전 페이스북을 살펴본 정도였다”고 했다.

주변 지인들을 물색해 사생활과 같은 평판을 조회하다 보면 인재영입 정보가 노출돼 깜짝 이벤트 효과가 사라진다는 당의 우려가 결국 화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극소수의 비공개 위원들만 영입 절차에 개입하다 보니 총선 국면에서 당에 큰 악재를 불러 일으켰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현재 이 대표는 비공개로 꾸린 인재영입위원들과 함께 외부 인재영입을 전담하고 있는 상태다.

민주당은 향후 영입인재에 대해 철저한 검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검증 미흡 지적에 대해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원씨 본인은 사실관계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으로 안다”며 “유사 사례가 있는지 조사하겠다. 인재영입 검증을 보다 철저히 할 계획”이라고 했다.

보여주기식
영입 무리수

당 지도부는 원씨 논란에 총력을 다해 수습하고 있는 상태다. 젠더 이슈와 관련된 악재는 총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번 이슈는 특히 민주당이 심혈을 기울여 추구하는 젠더 정책들의 가치에 완전히 위배되기도 한다.

실제 민주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민병두 의원, 정봉주 전 의원 등에 대한 미투 폭로로 이미 여러 차례 역풍을 맞은 이력이 있다. 지난 19대 총선 때는 김용민씨의 막말 파문을 적기에 수습하지 못해 선거판 전체에 영향을 주었다는 분석도 나오기도 했다.


민 의원은 2018년 미투 의혹에 연루돼 의원직 사퇴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뉴스타파>는 민 의원이 2008년 총선 낙선 이후 알게 된 여성 사업가 A씨를 노래방에서 성추행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히말라야 트레킹 여행에서 우연히 만나 알고 지내던 민 의원이 노래방서 블루스를 추는 과정서 갑자기 키스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 의원은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히면서도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약 두 달 뒤, 민 의원은 “당과 유권자의 만류에 따라 사퇴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사퇴쇼’라는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민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했고, 현재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여권의 강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경우에는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2심에서는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으며 상고심 판결서 징역 3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은 안 전 지사에 대한 미투 폭로 이후 당시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즉각 사과 및 당사자 출당과 제명 조치를 취했다.

말 많은 민병두·정봉주 총선 뛰나
지지층 대거 이탈한 전 선거 재현?

정봉주 전 의원은 2007년 대선서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2017년 특별사면됐다. 이후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했으나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되며 출마를 철회했다. 정 전 의원은 1심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민주당에 복당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기자 지망생에 대해 호텔에 방문한 적도 없다고 주장하다 당일 호텔서 카드 결제내역이 확인되면서 정계를 은퇴했다.
 

▲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 전 의원의 미투 논란으로 당시 추미애 당시 대표는 복당을 불허해 단호한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당이 정 전 의원의 복당을 허용하면서 당 안팎으로 비난이 일게 됐다. 정 전 의원을 둘러싼 미투 의혹이 해소되지 않았음에도 민주당이 별다른 검증 절차 없이 섣불리 복당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정 전 의원은 현재 금태섭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서갑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당에서는 불출마를 우회적으로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불출마를 통보받은 일이 없다”며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상태다. 당 내부서도 정 전 의원이 무죄 판결까지 받은 마당에 경선까지 배제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여론이 적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출마를 막을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민주당은 이훈 의원을 검증위의 ‘정밀 심사’ 대상으로 분류했다. 이 의원의 부적절한 사생활 논란 때문이다. 검증위 간사인 진성준 전 의원은 한 라디오 인터뷰서 “이 의원의 경우 피해를 주장하는 제보자로부터 추가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심사는 검증위에서 공천관리위원회로 옮겨 진행된다. 검증위가 최소한의 위법성 여부를 판단한다면, 공관위는 정무적 판단까지 더해 공천 여부를 확정한다.

몰랐다?
타격 불가피

실제 민주당은 ‘나꼼수’ 김용민씨를 노원갑 지역구에 전략공천했다 곤욕을 치룬 바 있다. 선거 막판에 김씨의 음담패설과 여성 비하 발언 등이 담긴 녹음 테이프가 공개되면서다. 당시 민주당은 이명박정부 말기 레임덕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에 과반의석을 내주고 패배했다. 정치권에선 김용민 막말 파동으로 전국서 20∼40대 지지층이 대거 이탈해, 결과적으로 수도권과 충청의 박빙 지역 여러 곳을 내주게 됐다는 뼈아픈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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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