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변수’ LS그룹에 무슨 일이…

욕심이 없는 거야? 버린 거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사장이 스스로 물러났다. 대표이사 취임 10일 만이다. LS그룹 장손이 이탈하면서 후계 경쟁력을 자랑했던 그다. 승계 구도가 한층 꼬이는 모양새다.
 

▲ (사진 왼쪽부터)구자철 LS그룹 회장, 구본혁 부사장, 구본권 상무

LS그룹은 3개사 중심 집단이다. LS(전선·전력), 예스코홀딩스(도시가스), E1(에너지)이다. 이들은 모두 지주사 역할을 한다.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사장은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그는 지난달 1일 취임했다. 회사는 꼭 열흘 만이었던 같은 달 10일, 대표이사 변경을 알렸다.

승진하고
바로 사퇴

구 부사장은 스스로 직에서 내려왔다. 이른바 ‘셀프 사퇴’다. 이제 막 승진한 후계자가 스스로 퇴진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요인은 ‘새로운 분야를 경영하는 어려움’으로 전해진다. 구 부사장 전문성은 ‘구리’에 있다. 그는 ‘한국 구리왕’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아들이다. 예스코홀딩스는 도시가스 공급업체다. 성격이 상이하다.

구 부사장은 LS전선 해외영업부문과 LS그룹 사업전략팀 부장을 거쳤다. 주요 무대는 LS니꼬동제련이었다. 구 부사장은 LS니꼬동제련서 전략기획부문장, 지원본부장, 사업본부장 등을 지냈다.

지난 2017년 LS니꼬동제련 부사장에 오른 그는 사업 전반을 이끌었는데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구 부사장은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글로벌 경영 성과가 가시적이었고, 특히 해외 광물 구매계약 체결에 공을 세웠다.


예스코홀딩스는 부친이 일궈낸 회사기도 하다. 구자명 회장은 예스코홀딩스 전신 극동도시가스서 근무했다. 그는 회사를 키워내고 회장이 됐다.

구 부사장은 예스코홀딩스 미래사업본부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1년 정도 경험을 더 쌓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아버지가 일궈낸 회사서 감각 없이 움직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계제로’ 정주행? 역주행? 
셀프 사퇴 아직 때 아니다?

LS그룹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도시가스 사업 환경이 만만치 않다. 구 부사장은 기획·전략 분야서 커리어를 쌓았다”며 “기존 노하우를 가지고 연속성 있게 (경영)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작은아버지의 설득이 있었다”고 말했다.

빈자리는 구 부사장 작은아버지인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이 채웠다. 그는 지난해 11월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회장으로 취임했다. 구 부사장에게 회사를 맡기고 경영일선서 물러난 바 있다.

LS그룹은 ‘장자승계’와 ‘사촌경영’을 철저한 원칙으로 한다. LS그룹은 구인회 LG 창업주 셋째·넷째·다섯째 동생이 창립했다. 구태회·구평회·구두회 명예회장이다. 이른바 ‘태평두 3형제’다.
 

▲ LS그룹 사옥

2세들은 약속을 지키고 있다. 실제로 장자가 번갈아가면서 그룹을 경영한다. 먼저 구태회 회장 장남이 LS그룹 회장이 됐다.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이다. 재임 기간은 2004년부터 2013년까지다.

바통은 구평회 회장 장남이 받았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이다. 차기 회장은 구두회 회장 장남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유력하다. 큰 변수 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3세는 전직 세대와 궤를 같이 할 공산이 크다. 순번에 따라 구자홍 회장 장남이 승계하는 그림이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구자홍 회장 장남은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다. 그는 그룹과 동떨어져 벤처캐피탈을 운영한다. 가지고 있던 LS 지분도 전부 팔아치웠다. 그야말로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장자승계
3세도?

지분은 지난해 전량 매각됐다. 그해 남은 17만4740주는 12월을 끝으로 ‘0’이 됐다. 세부적으로 ▲8월 1만1217주 ▲9월 3만1596주 ▲10월 2만6687주 ▲11월 7만주 ▲12월 3만5240주 순으로 소각됐다.

승계가 3세까지 넘어오기까지 긴 시간이 남았다. 10년 정도다. 다만 비교적 선명한 후계 구도가 흐릿해졌다.

남은 3세는 모두 4명이다. 구 부사장을 비롯해 구본규 LS엠트론 부사장,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상무, 구동휘 LS밸류매니지먼트 전무다.

차례로 구 부사장과 구본규 부사장, 구본권 상무는 모두 ‘구태회 일가’다. 구 부사장은 구리왕 구자명 회장 아들이다. 구본규 부사장은 구자엽 LS전선 회장 장남이다. 구본권 상무는 회사로 복귀한 구자철 회장의 아들이다.

구동휘 전무는 ‘구평회 일가’다. 아버지는 구자열 LS그룹 회장이다. ‘구두회 일가’는 사실상 차기 회장으로 낙점된 구자은 회장이다. 구자은 회장 슬하에 딸만 있다.
 

▲ 구동휘 LS그룹 전무

구 부사장은 3세 가운데 맏형으로 나이가 가장 많으며 직급도 가장 높다. 구 부사장은 구본웅 대표 퇴진으로 경쟁력을 갖췄다. 하지만 이번 자진 사퇴로 기세가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LS그룹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며 “그룹은 명예회장들의 원칙(장자승계)에 따라 조화와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고 전했다. LS 지분 보유량서 구 부사장은 2등이다. 1등은 구동휘 전무로 2.22%, 구 부사장은 1.42%다. 구본규 부사장은 0.64%, 구본권 상무는 0.13%다.


후보 4명
향배는?

구 전무는 지분 매입에 가장 적극적으로 지난해에만 5만3819주를 확보했다. ▲5월 2만3900주 ▲8월 2만9919주 등이다. 구 부사장은 그해 6월 4만5000주를 증여받았다.

올해 지분을 사들인 유일한 3세는 구 전무다. 지난달 10일 1500주, 14일 1000주를 매입했다. 모두 2500주다. 구 전무 지분 총합은 71만4799주다. 구 부사장은 45만7054주에 그친다.

LS그룹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지분은 자금이 있을 때, 자금이 필요할 때 사고팔 수 있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 관계자는 “지분 매입이 그룹 경영원칙을 흔들거나 영향을 미치는 구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구 전무는 1982년생(한국 나이로 39세)으로 아직 40대가 아니다. 그는 지난 2013년 LS그룹 차장으로 입사 후 4년 만에 이사가 됐다. 지난 2018년에는 상무로 승진했다. 구 전무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초고속 승진을 밟고 있다. LS그룹 3세 중 유일하게 지주사서 근무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구 부사장은 1년을 기약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말 임원 인사서 예스코홀딩스 대표이사로 돌아온다.
 


구 부사장은 추가 경영 수업을 받는다. 업무 파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는 지난 2018년부터 예스코홀딩스 비상근 등기 이사였다. 당시 구 부사장은 LS니꼬동제련 부사장으로 활약 중이었다.

그룹 장손은 지분 전량 매각 
3세 후계구도…점차 안갯속

구 부사장에게 예스코홀딩스는 전 직장과 다소 차이가 있다. 회사 규모부터 다르다. LS니꼬동제련은 지난 2018년 기준 연매출 7조4489억원을 기록했다. LS그룹 핵심 계열사다.

예스코홀딩스는 3년차 지주사다. 계열사로 사업회사 예스코(도시가스 공급업체)와 몇몇 자회사가 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지분법상 1조954억원이다. 격차가 상당하다.

예스코는 일정 지역서 공급 권역을 확보했으며 수익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포화상태로 다양한 에너지원과의 경쟁도 간과하기 어렵다. 직책 역시 만만치 않다. 구 부사장은 예스코홀딩스 미래사업본부장이다.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핵심이다.

수익성도 낮다. 지난 2018년 1조 매출 당시 영업이익은 252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2.3%였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1.9%에 머물렀다. 결국 새로운 캐시카우 확보가 관건으로 풀이된다.

1년 뒤
복귀할까

LS그룹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구 부사장의 퇴임 결정은)개인 영달이 아니라 회사 입장서 생각한 것”이라며 “오너 자제라고 해서 직책을 뛰어넘지 않는다. 단계를 밟아가며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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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