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겨울 음식 ①예산 어죽

한겨울 뜨끈한 추억 한 그릇

▲ 예당호 ‘대흥식당’의 어죽과 튀김

본래 어죽이란 음식이 그렇다. 농사일 바쁜 한여름에 하루 짬을 내, 마을 사람들이 개울에 모여 물놀이도 하고 천렵도 좀 하다가, 커다란 솥단지 걸고 잡은 물고기에 대파, 양파, 생강, 마늘, 고추장, 고춧가루, 불린 쌀이랑 국수, 수제비까지 끼니 될 만한 것 몽땅 넣고, 푹푹 끓여서 흐물흐물해진 생선살에 밥과 국수, 수제비를 넣어 걸쭉해진 국물 한 사발 푸짐하게 나눠 먹는 것. 한겨울에는 얼음 깨고 물고기를 낚아 뜨끈한 국물 한 사발로 동장군을 물리치기도 했다.

▲ 예산 어죽에는 밥과 국수, 수제비가 들어간다.

조선 팔도 어디나 물고기가 사는 곳이라면 어죽이 있었다. 된장을 푸는지 고추장을 푸는지 맑은 국물을 내는지, 밥만 넣는지 수제비도 넣는지, 국수까지 몽땅 넣는지에 따라 강원도식, 전라도식, 충청도식으로 나뉘었지만, 동네 사람 모여 맛있고 푸짐하게 영양 보충하는 건 어디든 같았다.

▲ 둘레 40km에 이르는 예당호 <사진제공: 예산군청>

충남 예산에서도 그랬다. 1964년 둘레 40km에 이르는 관개용 저수지를 준공하자, 동네 사람들이 농사 짓는 틈틈이 모여서 솥단지를 걸고 고기를 잡았다. 붕어, 메기, 가물치, 동자개(빠가사리) 등 잡히는 대로 푹푹 끓이다가, 고춧가루 풀고 갖은 양념에 민물새우 넣어 시원한 국물을 만든다.

어죽의 고장

불린 쌀에 국수와 수제비까지 넣어 죽을 끓인 뒤, 다진 고추와 들깻가루, 참기름을 넣고 한소끔 더 끓여 먹었다. ‘충남식 어죽’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 무와 시래기를 넣은 붕어찜 ▲ ▲살이 향긋한 민물새우와 미꾸라지튀김

물론 민물고기로 만든 음식은 어죽뿐만 아니다. 제법 큰 붕어나 메기는 무와 시래기 잔뜩 넣어 찜으로, 동자개나 잡어는 칼칼한 매운탕으로, 살이 향긋한 민물새우와 미꾸라지는 튀김으로 먹었다. 동네 사람들끼리 혹은 집에서 별식으로 즐기던 어죽과 매운탕, 튀김은 경제성장과 함께 발전한 외식산업 붐을 타고 사 먹는 음식이 됐다.


지금 예당관광지로 개발된 예당호 일대에는 저마다 비법으로 만든 어죽과 붕어찜, 민물새우튀김 등을 파는 식당 10여곳이 있다. 여기도 ‘맛집’이 있어서 이름난 식당은 줄을 길게 서야 하니, 식사 시간은 피하는 것이 좋다.

▲ 한적한 예당호 풍경

어죽으로 속을 든든하게 채웠다면 소화할 겸 아름다운 예당호를 느릿느릿 걸어보자. 때마침 지난해 402m의 길이를 자랑하는 ‘예당호 출렁다리’가 완공되고, 5.2km에 이르는 ‘느린호수길’도 개통했다. 산책은 예당호 출렁다리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느린호수길이 연결되고, 맞은편 언덕으로 주차장이 여럿이라 차를 대기도 편하다. 하지만 주말에는 차가 몰려 주차가 만만치 않으니 주의할 것.

▲ 국내 최장 길이(402m)를 자랑하는 예당호출렁다리

예당호 출렁다리는 입장료도, 매표소도 없으니 그냥 걸으면 된다. 다리 주변에 기념사진 찍기 좋은 조형물이 있고, 다리 중간에는 투명한 바닥에 전망대까지 갖춘 주탑이 있다. 주중에는 느릿느릿 여유롭게, 주말이면 사람 따라 흘러가듯 걷는다.

물고기 사는 곳이라면 어디든 있어
지역별 요리법 다르지만 영양은 ↑

그렇다고 인파에 치일 정도는 아니니 굳이 주말을 피할 이유는 없다. 사람 따라 흘러가느라 풍경을 제대로 못 봤다면 한 번 더 건너면 된다.

▲ 시시각각 변하는 무지갯빛 LED 조명이 환상적인 예당호출렁다리 야경 <사진제공: 예산군청>

다리가 생각보다 많이 출렁거린다고 걱정할 필요도 없다. 예당호 출렁다리는 내진 설계 1등급을 받은 만큼 안전하고 튼튼해, 어른 3150명이 한꺼번에 올라가도 끄떡없으니까. 밤에는 형형색색 조명으로 출렁다리가 찬란하게 빛난다. 그러데이션 기법으로 시시각각 변하는 무지갯빛 LED 조명이 환상적이라, 데이트나 가족 나들이 코스로 그만이다.

▲ 남녀노소 모두 걷기 편한 느린호수길

출렁다리부터 ‘예당호중앙생태공원’까지 이어지는 느린호수길에선 훨씬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언덕에 올라 발아래 기다란 출렁다리를 조망하거나, 벤치에 앉아 바다처럼 넓은 예당호 풍광을 즐기거나, 정자에 들러 운치를 느껴도 좋다. 대부분 나무데크로 이어지고 가파르지 않아, 어린이와 노인도 걷기 쉽다.

▲ 수덕사 대웅전과 삼층석탑

‘어죽의 고장’ 예산을 대표하는 사찰은 수덕사다. 근대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경허선사와 만공선사를 배출한 수덕사는 대웅전(국보 49호)을 중심으로 삼층석탑과 부도전, 성보박물관 등 볼거리가 많다. 절 입구에 자리한 수덕사 ‘선(禪)미술관’은 2010년에 우리나라 최초로 문을 연 불교 전문 미술관이다.

바로 옆 ‘수덕여관’은 20세기 한국 미술을 전 세계에 알린 고암 이응로 화백이 작품 활동을 한 곳이다. 고암이 1944년 구입한 수덕여관(이응로선생사적지, 충남기념물 103호) 앞에는 바위에 새긴 그의 추상 부조가 있다.

▲ 고암 이응로 화백이 작품 활동을 한 수덕여관 ▲ 국내 고건축의 모든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한국고건축박물관

‘한국고건축박물관’도 들러볼 만하다. 강릉객사문을 원형 그대로 복원한 정문을 지나면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대표 사찰과 탑, 궁궐 모형 100여점이 있는 제1전시관, 국보급 문화재 축소 모형을 전시한 제2~3전시관이 이어진다. 전흥수 한국고건축박물관 관장은 대목장(국가무형문화재 74호) 보유자다. 문화재 보수·복원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국내 고건축의 모든 것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이 만들어졌다.

▲ 윤봉길 의사 영정을 봉안한 충의사 입구

예산 윤봉길 의사 유적(사적 229호)도 꼭 들러봐야 한다. 이곳에는 윤 의사의 영정을 봉안한 ‘충의사’, 그의 일생을 살펴볼 수 있는 ‘윤봉길의사기념관’, 생가와 중국으로 가기 전까지 농민운동과 독립운동을 한 집 등이 있다. 윤 의사가 의거 직전에 김구 선생과 바꿨다는 시계, 마지막 순간에 묶인 사형틀, 거사에 사용한 물통폭탄과 자살용으로 준비한 도시락폭탄 등도 볼 수 있다.

▲ 예산군청이 무료로 운영하는 덕산온천족욕장

수덕사

이곳저곳 둘러보느라 다리가 아프다면 덕산온천족욕장에서 여행을 마무리하는 건 어떨까. <세종실록지리지>에 등장하는 ‘덕산온천’은 일제강점기에 근대식 온천으로 개발됐다. 탄산수소나트륨 온천물에 게르마늄 성분이 포함돼 근육통, 관절염,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다. 최근 새로 단장한 족욕장은 예산군청이 무료로 운영한다. 본격적인 온천욕을 즐기려면 주변의 온천장이나 호텔을 이용해도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예당호 어죽→예당호출렁다리→느린호수길→수덕사→덕산온천족욕장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예당호 어죽→예당호출렁다리→느린호수길→수덕사→덕산온천족욕장
둘째 날: 예산 윤봉길 의사 유적→한국고건축박물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예산군 문화관광 www.yesan.go.kr/tour.do
- 수덕사 www.sudeoksa.com
- 한국고건축박물관 www.ktam.or.kr

문의 전화
- 예산군관광안내소 041)339-8930
- 수덕사 041)330-7700
- 한국고건축박물관 041)337-5877
- 예산 윤봉길 의사 유적(윤봉길의사기념관) 041)339-8238

대중교통
버스: 서울-홍성,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2회(06:40~21:30) 운행, 약 2시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회(09:50, 18:40)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홍성종합버스터미널에서 예당호까지 택시 이용, 약 25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 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당진영덕고속도로 예산수덕사 IC→국사봉로 응봉·대흥 방면→예당관광로 광시 방면→예당호 


숙박 정보
- 풍덕고택(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아산시 송악면 외암민속길 20-17, 041)541-0023, www.pungduck.com
- 파라다이스 호텔(한국관광 품질인증업소): 아산시 음봉면 아산온천로157번길 7-7. 041)543-4900, www.asanparadise.co.kr
- 봉수산자연휴양림: 대흥면 임존성길, 041)339-8936, www.foresttrip.go.kr
- 스플라스리솜: 덕산면 온천단지3로, 041)330-8000, www.resom.co.kr/spa
- 덕산싸이판대온천: 덕산면 온천단지3로, 041)338-8862, https://blog.naver.com/deoksansaipan

식당 정보
- 대흥식당(어죽·붕어찜): 대흥면 노동길, 041)335-6034
- 산마루가든(어죽·메기매운탕): 대흥면 예당긍모로, 041)334-9235
- 내가조선의한우다(한우 생고기): 광시면 예당로, 041)333-3188

주변 볼거리
예산 임존성, 김정희선생고택, 슬로시티대흥, 예산황새공원, 봉수산수목원, 남연군의 묘와 예산 가야사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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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