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생활숙박시설의 재발견

경자년에도 아파트를 향한 강력한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규제에서 벗어나면서 실거주는 물론 임대, 숙박업까지 가능한 생활숙박시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에도 저금리 바람을 타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풍선효과로 수도권 생활숙박시설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유망 투자처를 중심으로 빠른 물량 선점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집값 상승
풍선효과

상한가인 생활숙박시설도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생활숙박시설은 지방 도시에 비해 꾸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분위기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지방은 분위기가 좋지 않아 당분간 수도권과 지방 간의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수익형부동산 연구개발 기업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전국 숙박시설 거래량은 4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87건)에 비해 259건(37.7%)이 줄었다. 인천을 제외한 지방광역시 숙박시설 거래량은 26건으로 지난해(65건)보다 감소했다. 기타 지방도시 거래량은 232건으로 지난해 526건 대비 약 55.9% 급감했다. 

반면 수도권 숙박시설 거래량은 증가했다. 지난달 수도권에서는 숙박시설이 170건 거래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1% 늘었다. 거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은 86건을 기록한 서울로 1년간 437.5% 급증했다. 인천은 10건으로 66.7% 증가했고, 경기도는 74건으로 같은 거래량을 보였다.


생활숙박시설은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뿐 아니라 실내서 취사와 세탁 모두 할 수 있는, 주거가 가능한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호텔(관광숙박시설)과 비슷해 보이지만 실내 취사나 세탁 등을 갖췄다. 

개별등기와 전입신고가 가능해 아파트처럼 소유할 수 있고 임대와 전대도 가능하다. 주거시설처럼 생활할 수 있다는 점에선 차이가 있다. 급변하는 주거 트렌드에 부합하여 아파트와 호텔, 오피스텔의 장점만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거주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생활숙박시설은 과거 주로 장단기 투숙객들을 위한 호텔로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주거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거주에 있어 아파트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세대별 평면이나 수납시설, 커뮤니티 시설 등 아파트를 대표하는 요소들도 대부분 갖췄다.

아파트와 달리 상업시설에 지을 수 있는 데다 확보해야 하는 주차대수도 오피스텔의 절반 수준이어서 사업성이 높다. 에어비앤비 등 숙박공유 플랫폼에 등록해 관광객에게 빌려주거나 위탁업체에게 맡겨 전문 숙박시설로 활용할 수도 있다. 때문에 투자상품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실거주, 임대, 숙박업까지…
2020년 경자년에도 빛 볼까

2014년 말 부산 해운대구에서 공급된 ‘더 에이치 스위트’는 분양 3개월 만에 완판(100% 계약)됐다. 분양권에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다. 가장 큰 평형인 전용 89㎡는 당시 분양가가 3억8250만~4억5000만원이었지만, 현재 호가는 3억9500만~5억2900만원 수준이다.

다만 생활숙박시설은 취득세가 4.6%로 일반 주택보다 높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숙박시설로 활용할 경우에는 주택 수 산정에 포함되지 않지만, 실제 거주하거나 전월세로 임대해 전입신고가 이뤄진다면 주택 수에 포함된다. 종부세 합산이나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임대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가능하다는 점도 미리 체크해야 한다. 숙박시설일 경우 사업소득에 따른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납부해야 하고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받을 수 없다. 실거주 목적이라면 주거 환경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용률이 낮은 편이며 주차 가능 대수가 적은 데다 대부분 상업지역이나 관광지 주변에 들어서기 때문에 주거 쾌적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부동산 투자에서 화두는 규제가 없는 상품인데 규제가 없고 초저금리 시대에 수익성이 좋은 대표적인 상품으로 생활숙박시설이 있다”며 “생활숙박시설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운영회사 능력, 실적 등을 고려하고 실제 사용자들이 몰리는 입지에 있는지도 두루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에 공급 중인 주요 생활숙박시설.
 

▲인하 한양아이클래스= 인천시 남구 용현동 573-7번지 외 1필지 일반상업지구에 생활형 숙박시설인 ‘인하 한양아이클래스’가 분양 중이다. 연면적 2만838.41㎡, 지하 4층~지상 24층 규모로 생활형 숙박시설 493실 및 근린생활시설 27호실이 공급된다. 일부 층은 오션뷰가 가능하다. 주차대수는 159대, 전용면적 20.02~40.10㎡, 총 11타입이다. 주력은 A타입(20.07㎡)으로 333실에 달한다. 4층에 테라스를 갖춘 생활숙박시설이 제공된다.

꾸준한 수요
수도권 늘어

수인선 숭의역 1번 출구와 가까운 역세권으로 교통과 교육, 생활편의시설 등이 모두 우수한 지역으로 주변 개발계획도 많은 곳이다. 사업지 주변에 숭의운동장 도시 개발 사업과 여의주택재개발사업, 용마루지구 도시환경개선사업 등 다양한 개발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근으로는 연면적 6만6805㎡에 달하는 ‘골든하버 프로젝트(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가 2019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은 향후 각종 쇼핑·레저시설이 결합되어 있는 복합관광 휴양단지인 ‘인천항 골든하버’가 함께 개발될 예정이다. 준공 시 연간 약 300만명 이상의 유동인구가 확보될 예정으로, 인하 한양아이클래스의 임대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성 좋은 
대표적 상품

분양 관계자는 “역 출구와 인접하고 있는 초역세권 입지적 장점뿐만 아니라 향후 각종 개발호재들의 직접 수혜가 기대되는 수익형 부동산”이라며 “아파트와 달리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다주택자·주택담보대출·전매제한 등의 각종 규제와 무관하게 분양받을 수 있는 장점으로 수요자들의 높은 호응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충무로 하늘N= 동아토건이 시공, 서울 중구 충무로4가 55외 23필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6-3-21구역을 재개발한 ‘충무로 하늘N’이 분양된다. 지하 4층, 지상 최고 15층, 전용면적은 21~55㎡, 총 260실 규모의 생활형숙박시설이다. 1~2층은 근린생활시설(13실)로 구성된다. 

도보 거리에 충무로역(3·4호선)과 을지로4가역(2·5호선)이 위치해 사통팔달의 교통환경을 자랑한다. 여기에 영화관, 대형 마트, 백화점, 병원 등 다양한 생활시설은 물론 관공서인 중구청도 바로 가까이 위치해 있다. 주변으로 남산, 청계천산책로, 북한산 성벽 코스 등이 위치해 도심 속에서도 쾌적한 한경을 누릴 수 있다. 

계약금 수익보장 제도와 임대지원 PLUS 보장 제도 등 파격적인 금융혜택까지 제공한다. 계약금 이자 지원 제도는 계약자들이 납부한 계약금 10%에 대한 이자 지원으로 총 분양가 및 동·호수에 C·D·F 타입 일부 호실의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200만원 정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는 최초 투자금인 계약금 단계에서부터 수요자들에게 이익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투자의 문턱을 낮추는 것은 물론,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도 줄여준다. 

임대지원 PLUS 보장제도는 해당 호실의 최초 수분양자에 한해 입주지정기간 내에 잔금을 완납한 계약자에게 시행사에서 임대지원의 목적으로 백화점 상품권 또는 현금으로 240만원을 일괄 지급해 주는 제도로 수익률 향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단, 위탁물의 수량은 최대 100개 호실 선착순 마감 예정이다.


유망 투자처 중심으로 
물량 선점 움직임 분주

여기에 최근 세운재정비촉진지구의 정비구역 해제 발표로 인한 희소가치 상승은 미래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개발에 따라 신규 공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가운데, 지구지정 해제로 추가 신규 공급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충무로 하늘N 등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곳으로 해당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부럽지 않은 충무로 하늘N만의 설계도 자랑이다. 개별세대에는 현관에서 거실까지 이어지는 풀퍼니쉬드 빌트인, 용도에 맞게 공간을 분리할 수 있는 슬라이딩중문(일부 호실)이 적용된 점이 눈길을 끈다. 펜트리, 드레스룸 등 가변형 공간 적용 등을 통해 공간활용도를 최대화했다. 우물 천정으로 개방감을 극대화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세대 내 청소 및 세탁 서비스, 옥상정원 및 썬큰가든, 인포메이션 로비 운영 등을 통해 특화된 서비스도 선보인다. 

루프탑가든, 북카페, 공개 공지 등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을 제공한다. 별도의 실외기실과 정원 및 휴식공간으로 연출 가능한 도심형 테라스(일부 호실)도 설치된다. 아파트 못지않은 최첨단 시스템도 적용된다. 고효율 LED 조명, 현관 일괄소등 스위치 등을 적용하고, 중수조 설치로 빗물을 옥외조경수 및 변기에 재사용하는 등 에너지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친환경 건축 인증을 위한 단열재 강화설치, 태양광설비 및 연료전지설치 등을 통해 냉난방비 및 관리비 절감효과도 기대 가능하다.
 

▲지젤 시그니티 서초=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1595-1번지 인근에 고급 주거공간에 대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할 ‘지젤 시그니티 서초’가 분양에 나선다. 지하 5층~지상 17층 총 288실 규모로 트렌드에 맞춘 11개 타입(A타입 51.51㎡, B타입 65.28㎡, C타입 73.91㎡, D타입 74.84㎡, E타입 73.74㎡, F타입 90.97㎡, G타입 88.08㎡, H타입 87.39㎡, I타입 103.86㎡, J타입 86.84㎡, K타입 51.51㎡)으로 구성됐다.

내부 인테리어도 최고급 마감재 및 도심 속 감성을 그대로 담은 인테리어 콘셉트다. 고액 연봉자 눈높이를 맞춘 제품으로 설계됐다. 고급 정원, 피트니스, 사우나, 스파, 리셉션, 론드리룸 등 다양한 시설이 존재해 쾌적한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장점만
모아모아

서울지하철 2·3호선 교대역, 남부터미널역, 서초역 인근에 위치한 트리플 역세권 입지다. 양재 이마트, 반포 신세계백화점, 고속터미널, 먹자골목, 예술의전당, 국립국악원 등의 인프라 형성으로 생활 기반 시설들까지 이미 구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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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