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두려운 반려동물 속사정

“자식이라고 하셨잖아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마하트마 간디는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은 그 나라 사람들의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시기가 바로 명절 때다. 사람에게는 연휴지만 반려동물에게는 죽음과 삶이 결정되는 시간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 2018년 전국 만 20~69세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반려동물 사육현황을 조사했다. 2017년 기준 전국 1952만가구 중 29.4%574만가구가 총 874만마리의 반려동물(632만마리, 고양이 243만마리)을 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7년에는 이 수치가 1320만마리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많이 키우고

반려동물 연관 산업 규모는 201723322억원서 20276조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기준 15684억원으로, 연평균 14.5%씩 성장했다. 산업별로는 사료산업이 4841억원, 동물 및 관련 용품산업이 3849억원, 수의 서비스 산업이 6551억원, 장묘 및 보호서비스가 338억원, 보험이 6억원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려동물 산업은 인구 구조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한다. 통계청 인구총조사에 따르면 1인가구 수는 584만가구에 이르고, 전체 가구서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9.3%에 이른다. 전체 인구서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4% 이상이면 고령사회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는 2017년 이미 진입했다. 2025년에 이르면 초고령사회(노인인구 20% 이상)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와 고양이 가족처럼 여겨
펫팸족 증가로 산업도 성장


실제 1인가구의 증가와 고령화의 진행은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세를 이끌었다. 지난 2017년 국세청서 내놓은 국세통계로 보는 100대 생활업종 현황에 따르면 반려동물 산업은 1인가구 증가에 가장 뚜렷하게 영향을 받는 업종으로 꼽혔다. 실제 애완용품점은 매년 급격히 늘어나 2014년과 비교해 2017년에는 80.2%나 증가했다.

나아가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펫팸족(Pet+Family)이 증가했다. 이들은 반려동물을 단순히 애완동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가족의 한 사람인 것처럼 대하고 보살핀다. 밥을 주고 용변을 치워주는 수준서 벗어나 진짜 가족처럼 반려동물에게 의주를 제공하게 된 것.

실제 펫팸족의 증가는 관련 시장을 팽창시켰다. 사료는 물론이고 신발이나 모자 등 의상, 목욕용품, 놀이용품에 이르기까지 반려동물을 위한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동물보험에 가입하는 사람이 늘었고, 동물 장례업체도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육아시장 규모보다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인데 대기업들마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문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 수가 늘어나는 만큼 유기동물의 수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한 해 버려진 동물은 121077마리에 이른다. 연간 유기동물 발생량은 201481147마리로 최저치를 기록한 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2016년 이후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2017년 유기동물은 전년 대비 13000여마리, 2018년은 18000여마리가 더 버려졌다.
 

2014년부터 가정서 기르는 반려견을 대상으로 동물등록제가 의무화됐지만 유기동물 발생량은 오히려 늘었다. 특히 고양이 유기 건수는 증가세이긴 해도 연간 2만마리 대에 머물러 있는 반면 등록대상인 강아지의 유실·유기는 20146만여마리서 지난해 9만여마리로 50%나 증가했다.

특히 설, 추석 등 연휴가 긴 명절에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늘고 있다. 연휴에 고향을 찾거나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버리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고향에 함께 데려갔다가 길가에 반려동물을 두고 떠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길가에 유기된 반려견이 제 주인이 탄 자동차를 따라가는 모습이 블랙박스 등을 통해 공개되기도 한다.


지난해 9월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2018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연휴 기간(91626)에 버려진 반려동물 수는 1542마리였다. 설 연휴(21017)에는 1327마리가 유기됐다. 설과 추석에만 3000마리에 가까운 반려동물이 주인에게 버림받은 셈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경우까지 합치면 명절 연휴 동안 유기된 반려동물의 수는 1만마리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보호소에 입소한 반려동물들이 원래 가족에게 돌아가는 경우는 13%에 불과하다. 새로운 보호자를 만나는 것도 27%뿐이고 44%는 자연사하거나 안락사 처분된다.

2018년 설·추석에 3000마리 유기
절반 가까운 반려동물 안락사 처분

명절 기간에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이유는 이동할 때 데려가기 어렵고 맡길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보호자들은 애견호텔이나 유치원을 이용한다. 실제 명절 때가 되면 반려동물 호텔과 펫시터에 대한 문의가 빗발친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여력이 없거나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이 결여된 보호자들은 명절을 틈타반려동물을 버린다.

2014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동물등록제는 자신의 반려견을 시··구청에 신고하고 반려견 정보를 담은 마이크로 칩을 외장형 펜던트나 몸 안에 내장해야 하는 제도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자율적으로 시행했지만 2013년 이후 전국적으로 의무화했다.
 

하지만 시행 10년에 이르도록 반려동물을 등록한 비율은 27% 수준에 그쳤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손금주 의원은 “2013년부터 등록제가 의무화됐지만 실효성 부족으로 제도의 효과가 전혀 없었다그동안 반려동물 미등록으로 인한 행정처분 건수는 2017년 기준 190건으로 모두 1차 적발 경고처분에 그쳤고 지자체 전담인력 역시 평균 0.6명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많이 버린다

손 의원은 동물 등록은 보호자의 최소한의 책임이라며 정확한 반려견 현황 파악, 온라인 반려동물 등록 및 전입신고 등 반려동물 등록 방법의 다양화, 실효성 있는 처벌 강화 등으로 반려동물 등록률을 높이고 소유주의 책임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명절에 반려견 맡기세요”

서울 노원구는 설 연휴인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반려견 쉼터를 운영한다. 위탁 대상은 동물등록과 광견병 예방접종을 완료한 사회성에 문제가 없는 소형견으로, 관내 반려견 보호가구 30가구에 한해 가구당 1마리로 제한한다. 서울 서초구서도 설 연휴기간 동안 반려견 돌봄쉼터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생후 4개월 이상의 반려견, 임신 또는 발정기가 아니면서 전염성 질병이 없고 광견병 예방접종이 완료된 반려견에 한해 위탁을 맡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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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