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아 옛날이여’ 권투의 전설을 만나다 -전 세계 챔피언 유명우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1.20 10:08:12
  • 호수 12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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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리 정신의 시대는 끝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1980년대는 그야말로 복싱의 시대였다. 우리나라 선수와 외국 선수간의 복싱 대결이 있는 날이면 국민들은 일제히 TV 앞에 모였다. 시간이 흐른 지금, 예전과 같은 복싱의 인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중인 유명우 전 세계 챔피언 ⓒ문병희 기자

“1980년대 복싱은 최고의 스포츠였다. 복싱 팬들의 사랑을 정말 많이 받았고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지난 7일 부천에 있는 ‘버팔로 복싱체육관’에 들어가자 유명우 전 챔피언의 포스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화려한 체육관의 분위기는 달리 분위기는 썰렁했다. 과거 명성에 비해 초라해진 복싱의 인기를 보는 듯했다. 

36연승

유 전 챔피언은 한국 프로 복싱 역사에 굵은 자취를 남겼다. 1982년 데뷔한 유 전 챔피언은 1985년 12월 조이 올리보(미국)를 꺾고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플라이급 챔피언에 오른 뒤 17차례나 타이틀을 방어했다. 동급 최다이자 한국 프로복싱 사상 최다 방어 기록이다. 

1991년에는 WBA가 선정한 ‘올해의 복서’에도 뽑혔다. 1991년 18차 방어 문턱서 일본 선수였던 이오카 히로키에게 판정패하면서 타이틀을 내줬으나 1년 뒤인 1992년 11월 일본 적지를 찾아 이오카로부터 빼앗긴 챔피언 벨트를 되찾았다. 그 후 1차 방어전을 치른 유 전 챔피언은 1993년 타이틀을 반납하고 명예 은퇴를 했다. 

그는 한국 프로복싱 사상 최다 연승(36연승), 가장 오랜 기간 타이틀 보유(6년9일), 최단 시간 KO승(1R 2분 46초), 최다 방어 기록(17차) 등 많은 기록을 세웠다. 유 전 챔피언은 진기한 기록을 세우며 수퍼스타로 거듭났다. 


“링에 오를 때마다 항상 초조하고 불안했다. 챔피언도 사람인지라 긴장감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떨릴 때 마다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의지를 굳게 다졌다. 부모님만 생각하면 마음이 안정되고 자신감이 생겼다.”

복싱 팬들은 그를 ‘작은 들소’ ‘소나기 펀치’ 등으로 부르며 응원했다. 그는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수비를 해낸 뒤 강력한 소나기 펀치로 상대 선수의 혼을 빼놓는 인파이터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소나기 펀치는 일본 팬들이 붙여준 것이다. 펀치 하는 모습이 소나기가 내릴 때처럼 폭풍우와  비슷하다고 해 붙여줬다. 작은 들소는 작은 체구에 거침없이 공격하는 모습이 연상된 거 같다. 지금도 작은 들소의 이름을 따서 ‘버팔로 프로모션’과 버팔로 복싱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최다연승·최단시간 KO승 기록
“경기 재밌으면 팬들도 찾을 것”

격투 스포츠서 선수의 신체 조건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같은 체급이라도 팔다리가 길고 몸통이 두꺼우면 유리하기 때문이다. 유 전 챔피언은 키 161cm의 작은 체구지만 링 위서만큼은 누구보다 저돌적이었고 매서웠다. 

“복싱은 체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키 차이는 동등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경기에 임했다. 키가 큰 선수는 리치가 길다는 장점이 있지만, 키가 작은 선수는 상대 턱 밑으로 파고들기 용이해 접근해 있으면 유리하다. 나는 후자에 속했다.”

당시 유 전 챔피언은 장정구와 라이벌로 비교가 됐다. 정통파와 변칙파, 복싱 중계권도 MBC와 KBS 등 라이벌의 관계였지만 끝내 경기가 이뤄지지 않아 지금도 많은 복싱 팬은 지금도 아쉬워하고 있다. 


“장정구 선배는 정말 훌륭했다. 장 선배가 계속 신기록을 쌓아 나가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내게 동기 부여가 많이 됐다. 장 선배가 있었기에 지금의 나도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링 위에서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고 있는 유명우 전 세계 챔피언

“라이벌 얘기가 당시에도 있었지만 대결하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웃음) 장 선배는 천재적인 복싱센스와 타고난 체력이 있었다. 신인시절 장 선배와 스파링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많이 맞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신인일 때 한 스파링이었지만, 챔피언이던 시절에 붙었어도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당대 최고였던 장 선배와 경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복싱팬들은 지금까지도 궁금해 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라이벌전은 미제로 남아있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것 같다.”

현재 한국 프로복싱은 격투기와 다른 프로 스포츠에 밀려 인기가 사그라들었다. 복싱의 황금기였던 1980년대에 비하면 경기, 관중 수 역시 확연히 줄었다. 복싱은 방송국 자체서 외면당하고 제작 지원·투자까지 하는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현재 복싱 팬들의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 선수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예전보다 떨어진 인기의 원인은 경기력이라고 본다. 경기가 재밌으면 팬들은 알아서 모인다. 복싱 선수들이 프로페셔널한 경기력을 갖춰야만 예전 인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 전 챔피언은 이전부터 미국이나 일본 등 복싱 선진국 행정과 마케팅을 배워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행정가들이 복싱 선수들이 뛰어놀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팬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금 아마추어 연맹과 프로복싱은 많이 나뉘어져 있다. 하나로 힘을 합쳐 잘 해냈으면 한다. 복싱의 인기가 떨어진 건 본인을 비롯해 복싱인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모든 단체가 한 뜻으로 서로 힙을 합친다면 선수들이 이전보다 더 좋은 상황서 좋은 게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격투기에 밀려…초라한 현실
“잃어버린 인기 부활 가능해”

현재 예전보다 복싱의 인기는 떨어졌지만, 생활체육으로서 복싱은 꾸준히 자리 잡았다. 체력을 키우거나 살을 빼기 위한 생활 스포츠로 자리 잡았으며 건강이나 다이어트를 위해 복싱을 찾는다.

“복싱의 매력 세 가지만 말하자면 첫째, 주먹만 사용한다. 일대일로 오로지 주먹만을 사용해 대결하는 것도 짜릿한 즐거움이 있다. 둘째, 쓰러진 상대 선수를 가격하지 않는 신사적인 스포츠라는 점. 정정당당하게 공평한 상황서 펀치가 오간다. 셋째, 애틋한 동료애가 있다는 것이다. 경기 중에 피투성이가 나는 치열한 싸움이 일어나더라도 경기가 끝나면 상대 선수를 포옹하는 멋진 스포츠다.”

국제대회서 두각을 보이는 선수로는 2017년 아시아선수권대회 2연패 주역이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오연지, 지난해 4월 아시아선수권에서 남자 선수 최초로 헤비급 금메달을 딴 김형규 등이 있다.
 

▲ 인터뷰 직후 포즈 잡고 있는 유명우 전 세계 챔피언 ⓒ문병희 기자

“김형규 선수는 아주 대단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고, 오연지 선수도 1월 말~2월 초 중국서 최종 티켓을 확보해야 한다. 올해 열리는 도쿄올림픽서 메달을 충분히 노릴 수 있는 선수로 보고 있다. 국제대회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복싱이 인기가 올라올 것이다.”

옛 복싱의 향수를 잊지 못하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 한국 프로복싱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1980년대 세계를 주름잡던 한국의 챔피언들이 우상으로 삼았던 복서는 다른 국가의 챔피언이 아닌 한국의 챔피언들이었다. 유명우, 홍수환, 장정구, 박종팔 등과 같은 세계 프로복싱계가 기억하는 챔피언들이 한국 프로복싱 전성기를 이끌었다. 세계 타이틀전이 벌어지면 거리에 행인과 자동차들이 사라질 정도였다.


“1980년대 복싱은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때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 후배들을 많이 양성하고 있다. 그 후배들이 세계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를 잘하고 있다. 지금은 미약하고 부족한 점이 있어도 빠른 시일 내좋은 경기력으로 보여줄 테니 지켜봐달라.”

세계적으로 복싱은 인기가 높은 스포츠다. 일본은 세계 챔피언 6명을 배출했으며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은 경기장서 시합하면 관객이 10만명 가까이 운집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아직 팬들의 관심이 부족한 상태다. 

후배 양성 

“이런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도 우리나라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다. 세계 수준의 경기력보다 조금 부족하지만 선수들을 위해 많은 응원을 부탁한다. 요즘은 유튜브서도 중계를 하니 시청을 하셔도 좋고 경기장에 한 번 찾아와서 복싱의 매력에 빠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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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