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문정부 후반기 국정운영 방향

남은 2년 반 ‘확실한 변화’를 그리다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문재인정부의 경자년 새해는 정부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집권 4년차를 맞이한 문정부가 경제·외교·안보 등에서 성과를 내어 국정운영의 마무리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확실한 변화’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요시사>는 2020년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분석했다.
 

▲ 청와대 신년 기자회견 갖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확실한 변화 대한민국 2020’을 주제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혁신·포용·공정·평화 등 여러 정책들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대한민국의 확실한 변화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집권 4년차
엇갈린 평가

그는 신년 기자회견서 “전반기에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희망을 만들어준 국민에게 감사하다. 정부는 국민을 믿고, 초심을 잃지 않겠다”며 “혁신·포용·공정·평화 등 여러 분야서 만든 희망의 새싹이 확실한 변화로 열매 맺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4년차를 맞는 문정부가 직면한 국내 정치·경제적 여건은 녹록치 않다. 외교·안보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국정운영서 경제 분야와 외교 분야를 가장 중요한 방점으로 찍었다. 신년사를 통해 가장 많이 언급한 키워드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서 ‘평화’와 ‘경제’를 각각 17번 언급했다. 평화를 강조한 문 대통령은 남북협력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올해는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며 “평화통일의 의지를 다지는 공동행사를 비롯해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을 위한 여건이 하루 빨리 갖춰지도록 남북이 함께 노력해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한반도 평화 정착과 공동번영 의지를 재확인했던 평양공동선언 이후 처음으로 김 위원장의 답방을 제안한 것이다. 북미관계의 교착상태를 깰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문정부가 가장 주력해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남·북·미 정상회동 등 대형 이벤트로 이어졌으나, 지난해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은 소강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문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이다. 신년 기자회견서 “외교란 것은 눈에 보이는 부분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들이 더 많다”며 “북미관계의 교착 상태와 맞물리면서 남북관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화를 통해 협력을 늘려나가려는 노력들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고 충분히 잘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적인 전망을 가지면서 추진해나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평화·경제 신년사서 가장 많이 언급
남북협력으로 북미관계 고착화 해결

이에 따라 통일부 역시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이제는 남북 간에도 북미 대화만을 바라보지 않고 남북협력을 증진하면서 북미 대화를 촉진해나갈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를 놓고 북미 정상 간의 신뢰만을 바라보며 관망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남북관계의 현실적 개선안으로는 남북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협력 사안인 ▲개별 북한 관광 ▲접경지역 협력 ▲도쿄 올림픽 공동입장식 및 단일팀 구성 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제한된 범위 안에서 접경지역 협력, 개별관광 같은 것은 충분히 모색할 수 있다. 많은 스포츠 교류도 있을 수 있다. 도쿄올림픽의 공동입장식, 단일팀 구성뿐 아니라 나아가 2032년 남북 공동올림픽 개최도 이미 합의한 사항이다. 그 부분을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 협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문정부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제3국을 통한 개별 관광 형태로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다만 북한이 얼마나 적극적일지는 관측이 어렵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번에 거론한 협력 사안이 북한의 관심을 끌기에는 다소 작은 사안인 만큼 북한의 호응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문정부는 동맹인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이어가면서 주변국과의 협력을 통해 출구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비핵화를 위한 대화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를 풀고 다시 비핵화 협상과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것이 문 대통령의 당면 과제로 보인다.

남북 협력
포인트는?

남·북·미관계 외에 일본의 수출규제로 야기된 지소미아 등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어갈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도 올해 외교 분야의 중대 과제로 예상된다. 지난달 중국 청도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공감대를 이뤘지만 강제징용 문제에서는 의견차를 보인 바 있다.

신년 기자회견서 문 대통령은 경기에 대해 나아질 것이란 자신감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거시경제가 좋아진다고 해서 우리 국민 개개인이 삶에서 체감하는 경제가 곧바로 좋아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실질적인 삶의 향상으로 이어지도록 정부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국내 경제에 대해 “부정적 지표가 점점 적어지고 긍정적인 지표가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전망은 국내외적으로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성장률은 작년보다 더 높아지고, 수출액은 늘어나고, 주가도 기분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는 체감경기는 문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민들이 느끼는 것과 경제지표 사이에 여전히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기업들은 문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낮은 점수를 줬다. 기업들은 문정부의 경제정책 중 가장 현실에 맞지 않은 정책을 부동산 정책으로 꼽았고, 소득주도성장과 주 52시간제 도입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데일리>가 국내 3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현 정부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학점으로 평가를 내린다면’이란 질문에 ‘C학점’이라고 답한 기업이 37.6%로 가장 많았다. 신년사서 문 대통령이 고용률과 수출 등 각종 경제지표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하자, 야당서 ‘대통령이 달나라 인식을 갖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서민 살리기
부동산 안정

특히 문 대통령은 민생 문제와 직결된 일자리 문제, 부동산 문제 해결에 대한 결연한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 2년간 문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54조원의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할 만큼 정권의 우선 국정과제였다. 하지만 대부분이 일회성 단기 일자리에 집중돼있어 국민들의 근본적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평가가 잇따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서 “단 하나의 일자리, 단 한 건의 투자라도 더 만들 수 있다면 정부는 뭐든 다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앞장서 달라”며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우리 경제의 중추인 40대와 제조업의 고용부진을 해소하겠다”며 40대 퇴직자·구직자에 대한 맞춤형 종합대책을 마련, 규제혁신 및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 여성·청년·어르신의 노동시장 진입도 촉진 등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국무총리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지명한 데에서도 이런 의지가 잘 드러난다. 정 총리가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자원부장관 경험을 가졌기 때문에 ‘경제형 총리’의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문정부는 신성장동력을 확보해 경제의 활력을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드는 데 사력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기반 혁신 성장에 대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에 따라,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를 2020년도 1호 업무보고 부처로 지목했다.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의 힘으로 미래 일거리를 확보하고 혁신적 포용국가 시대를 앞당겨야 한다”며 “성장하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여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문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리는 부동산 정책의 고강도 규제 역시 계속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서 ‘부동산 투기와의 싸움’을 언급하며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부는 지금의 대책이 조금 실효를 다했다고 판단되면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경제 자신감 ‘혁신적 포용국가’
공정사회 강조…검찰 개혁 마무리

이외에도 9억원 이상 고가주택이나 다주택에 초점이 맞춰져 9억원 이하 주택 쪽의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를 예의주시하면서 보완 대책을 강구해나갈 계획임을 함께 밝혔다. 초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인 ‘부동산 매매 허가제’ 카드까지 꺼낼 가능성도 보인다.

강기정 정무수석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우리 정부가 검토해야할 내용이지만, 비상식적으로 폭등하는 지역에 대해서는 부동산 매매 허가제를 둬야 된다는 발상을 하는 분도 있다”며 “부동산을 투기적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매매허가제까지 도입하자는 주장에 우리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공정 사회를 향한 개혁과 함께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신년 합동인사회서 지난해의 여러 국정과제 성과들을 열거하면서 “새해에는 더욱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내겠다”며 “권력기관 개혁과 공정사회 개혁이 그 시작”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달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설치 법안 등이 통과됐다. 문정부는 이를 동력 삼아 검찰의 수사 관행 등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서 “검찰뿐만 아니라 청와대, 국정원, 국세청, 경찰 등 모든 권력기관들은 끊임없는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며 “법적 권한을 뛰어넘는 초법적인 권한이나 지위를 누리기 쉽기 때문에 그런 것을 내려놓으라는 게 권력기관 개혁 요구의 본질”이라고 했다. 다만 현재 이른바 ‘하명수사’ 의혹과 ‘감찰무마’ 의혹 등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사의 흐름에 따라 청와대를 포함한 여권과 검찰 사이의 대립관계가 한층 깊어질 수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은 정권 출범 이전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작업이고 청와대 수사는 오히려 그 이후에 끼어든 과정에 불과하다”며 “두 가지를 결부시켜서 생각해주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싶다”고 일축했다. 결국 수사는 수사대로, 개혁은 개혁대로 철저하게 분리돼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지만, 결국 수사 과정서 불필요한 논란이 불거지지 않도록 엄정하게 상황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게 된 것이다.

이번 총선에
성패 달렸다

4월로 예정된 21대 총선은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을 크게 좌우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한다면 문정부의 각종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여당이 패배할 경우 국정장악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 여권 관계자는 “집권 후반부로 갈수록 정부의 구상을 국회가 어떻게 입법으로 뒷받침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총선 결과에 따라, 또 문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를 어떻게 모색하느냐에 따라 하반기 문정부의 모습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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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