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특별대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인영에게 듣는다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1.20 09:32:46
  • 호수 12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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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경기 살려내겠습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경자년 첫 명절인 설이 성큼 다가왔다. 올해는 풍요·번영·다산을 상징하는 ‘하얀 쥐의 해’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기대감도 남다르다. 이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큰 복이 온다는 하얀 쥐의 해를 맞은 정치권은 총선 승리라는 선물을 받길 원한다.
 

▲ ⓒ이인영 원내대표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에게 2019년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해였다. 그해 5월, 원내대표 경선에 당선돼 21대 총선을 이끌 원내사령탑으로 올라섰다. 당시 이 원내대표는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되는 저력을 보였다. 계파를 넘어 당내 통합을 강조한 점이 주요했다. 이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서 강력한 당내 통합을 외침과 동시에 꼬여버린 정국을 민생으로 풀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이 원내대표에게 지난 8개월은 순탄치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폭력사태 직후 취임한 그는 어수선한 정국을 수습해야만 했다. 이후에는 ‘2019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이라는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산을 넘었더니 일본의 경제보복이라는 파도가 밀려왔다.

그럼에도 이 원내대표는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하이라이트는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공수처 설치법, 선거법 개정안, 검경수사권 조정안의 본회의 통과였다. 민주당이 그간 추진해온 선거·검찰개혁 관련 법안을 모두 마무리 짓는 순간이었다.

이 원내대표는 “참으로 역사적인 날이다. 말 그대로 새로운 날이 시작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2020년이 밝았다. 이 원내대표에게는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는 해다. 바로 21대 총선이다. 민주당이 총선서 승리할지, 승리한다면 어느 정도 의석을 확보할지에 따라 문재인정부의 성공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한 선거다. “총선 승리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이 원내대표는 과연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일요시사>가 직접 얘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이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취임 후 해가 바뀌었습니다. 원내대표님께 2019년은 어떤 한 해였습니까.

▲2020년 1월13일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과 유치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2019년 한 해 동안 이어졌던 패스트트랙 정국이 마무리된 것입니다. 촛불혁명의 1차 완수이자 국민의 명령을 수행한 한 해였습니다. 우리 민주주의가 한발 전진하고, 우리 사회의 마지막 권력 특권도 해체를 시작한 해였습니다.

- 설 연휴에 계획하고 있는 일정은 무엇입니까.

▲지난해 5월 원내대표로 취임한 이후 국회를 떠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돼왔습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구로주민들을 자주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명절이니 일단 가족들과 시간을 우선 보낸 후 고향에 다녀오신 어르신, 청년들과 같은 구로주민들을 찾아뵙고 덕담을 나눌 계획입니다.

- 원내대표로 당선되시고 수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아주신다면 무엇입니까.

▲매 순간순간이 기억에 남지만, 선거 개혁·검찰 개혁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선거제 개혁에 합의한 이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선거법 개정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져 왔습니다. 아마 오랜 협상의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선거·검찰 개혁’ 가장 기억에 남아
연휴? 구로주민 찾아 고충 들을 것


- 우여곡절 끝에 선거법과 공수처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총선서 압승을 거둬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폐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은 모두 개혁법안입니다. 중요한 협상의 국면마다 대화를 거부하고 협상을 원점으로 돌린 것은 우리 민주당이 아닌 한국당이었고, 이 사실은 국민들도 잘 알고 계십니다. 개혁입법 과제들은 국민의 명령이었습니다. 우리 정치권이 선거 개혁과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정신을 공유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개혁법안의 폐기를 벼르고 있다는 말은 개혁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겠다는 뜻입니다. 많은 국민들로부터 지탄받고 외면당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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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례자유한국당’의 창당준비위원회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선거개혁의 핵심은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이는 2018년 여야 5당이 이미 합의한 사항입니다. 비례자유한국당은 선거개혁을 무력화하려는 시도이자, 우리 정치를 웃음거리로 만드는 일입니다. 억지와 꼼수는 소탐대실을 불러올 것입니다. 오죽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가 지난 12일 비례자유한국당이라는 명칭이 국민의 정치적 의사형성을 왜곡한다는 이유로 사용불가를 결정했겠습니까. 국민 여론도 선관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이 내걸 핵심 키워드 하나를 꼽아주시고, 꼽아주신 이유를 설명해주십시오.

▲저는 지난해 원내대표로서 인터뷰를 하면서 민생, 경제, 개혁이라는 세 가지 기본기를 잘 하는 것이 4월 총선의 승리를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아직 유효합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청년,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정책과 제도에 우리 정치가 화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총선을 통해 청년, 각 분야 전문가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그들을 제대로 대변하는 일도 중요합니다. 

- 인재영입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여성’ ‘장애인’ 최혜영씨, ‘20대’ ‘인간승리’ 원종건씨, ‘안보 전문가’ 김병주씨 등이 민주당으로 영입됐습니다. 면면을 보시고 원내대표님께서 느낀 점은 무엇입니까. 

▲민주당은 현재 9명의 인재를 영입했습니다(지난 16일 기준). 대체로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대, 여성, 안보전문가, 환경전문가와 같이 젊은 세대와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해주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최근 한국갤럽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집권 초기에 비해 50%포인트나 하락했다고 나옵니다. 이유는 무엇이라 진단하십니까.

▲음… 단순히 몇 가지 이유를 꼽기는 어렵습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과정서 불거진 갈등을 보면 촉발한 공정의 가치에 대한 의구심도 20대 남성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당의 이번 인재영입도, 핵심 총선공약도 모두 청년과 관련이 있습니다. 청년문제에 공감하고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제대로 된 정책과 제도를 우리 당이 제시한다면 다시 예전처럼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2호 인재영입으로 20대 남성인 원종건씨를 영입했지만, 20대 남성의 마음을 잡을 공약도 필요합니다.

▲20대 총선공약의 핵심은 청년문제 해결, 경제활력 제고, 소상공인 자영업 대책입니다. 우리 당에서 오랜 기간 청년들을 위한 공약에 비중을 두고 준비한 만큼, 20대 남성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한국당 온갖 꼼수로 소탐대실
총선 키워드 민생·경제·개혁

- 이번 총선서 무당층의 표심이 총선의 승패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무당층에겐 어떤 메시지를 줄 계획인가요.

▲정치는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고 개선시켜야 합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공약과 실천을 위해서 구체적인 계획과 진정성을 보인다면, ‘정치가 삶을 바꾼다’는 메시지가 무당층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겁니다.

- 지난 2일 제165차 정책조정회의서 원내대표님은 “올해는 무엇보다 경제를 최우선으로 살리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경기 회복의 기운을 느끼셨습니까.

▲고용 상황을 보면 우리 경제에 희망이 보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핵심과제는 일자리입니다. 2019년 고용동향에 따른 지난해 대비 일자리는 30만1000명이 증가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9만7000명 증가에 비해 세 배 이상 높고, 당초 목표치인 15만명에 비해서도 두 배가 넘습니다. 고용률 역시 60.9%로 0.2%가 상승한데 반해, 청년실업률은 9.5%서 8.9%로 낮아졌습니다. 일자리의 질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상용 근로자는 44만4000명 늘었고, 임시직과 일용직은 줄었습니다.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 경기회복을 위해 당정이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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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구인 서울 구로갑 주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지난 15일에 지역 의정보고회를 열어 오랜만에 주민들을 만났습니다. 지역현안을 많이 말씀하셨는데, 체감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구로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소상공인기본법이 이번 국회서 통과됐습니다. 민주당은 올해를 소상공인 성장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입법과 예산 지원활동을 펼쳐가겠습니다.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서 열린 ‘2020년 경제정책 방향 기업인 간담회’ 자리서 “내년은 글로벌 경제가 올해보다 나아지고, 우리 경제도 회복 흐름 속 경기 반등의 모멘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원내대표님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생산과 소비, 설비 투자라는 3대 지표가 3개월 만에 모두 동반 상승했습니다.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가늠하는 지표인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0.4%가 올랐습니다. 경기 상승 모멘텀이 확보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여러 지표상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물론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으로 지나친 낙관은 금물이지만, 그렇다고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만 바라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정이 한마음으로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도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 설 명절을 맞은 <일요시사> 독자들께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새해에는 우리 국민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제가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원하시는 일 모두 성취하는 한 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chm@ilyosisa.co.kr>
 

[이인영은?]

▲충북 충주 출생
▲고려대 언론대학원 정보통신학 석사
▲제1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제17·19·20대 국회의원(서울 구로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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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