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의 세 번째 설

심해 3500m, 그들이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ㄱ울고ㅣㅆ습니다.” 2017년 3월31일 오후 11시20분(한국시각). 긴급 상황보고를 끝으로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했다. 실종된 한국인은 8명. 그렇게 1000일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일요시사>는 스텔라데이지호 이등항해사 허재용씨의 누나 허영주·허경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공동대표를 찾았다.
 

▲ 일요시사와 인터뷰 갖는 스텔라데이지호 유가족 ⓒ나경식 기자

2019년 2월. 지난한 시간 끝에 1차 수색이 시작됐다. 유해와 유류품, 블랙박스가 발견됐다. 하지만 남대서양 3500m 심해를 빠져나온 건 블랙박스뿐이었다(이마저도 3%만 복원됐다). 외교부는 수색 업체에 유해 수습을 요청했다. 그럴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외교부가 업체와 계약할 때 유해 수습은 없었다.

2019년 7월. 1차 심해수색평가공청회가 열렸다. 외교부는 유해 수습이 제외된 이유를 설명했다. ‘예산 한계’와 ‘가족들이 요청하지 않은 점’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유해 발견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한 곳은 정부”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외교부에 계약서 공개를 요청했다. 정보공개청구는 거절당했다. 결국 행정소송까지 이어졌다. 2차 수색 예산은 ‘0원’이 됐다. 국회는 100억원을 의결했지만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결국 예산은 편성되지 못했다.

-오늘 행정소송 2차 변론기일이었다고.

▲외교부에 수색 업체 계약서 등 관련 문건 공개를 요청했다. 거부 처분을 받았다. 이유는 ‘(수색 업체) 영업상 기밀’이었다. 판사님은 “국가 기밀도 아니고, 굳이 계약서가 비공개돼야 하는지”하며 의아해 했다. 


-가족들 요청이 없어서 유해 수습이 제외된 건가.
▲애초 정부는 “3500m 깊이에선 압력 때문에 사람 유해를 발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연히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사실 정부는 유해 발견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데.

▲입찰이 마감되고 수색업체 관계자가 한국을 찾았다고 한다. 설명회를 위해서였다. 당시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유해가 발견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질문했다. 업체 측은 ‘그물 이용법’ 등 비교적 상세한 설명을 내놨다. 해경 외에도 외교부와 해양수산부 관계자들이 있었다. 설명회는 계약 50일 전에 열렸다.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달하는 데 물리적으로 충분한 시간이었다. 설명을 들었다면 유해 수습을 요청했을 것이지만 우리는 알지 못했다.

-1차 수색을 시행착오라고 한다면, 보완점을 강구해 2차 수색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심해수색평가 공청회서 1차 수색이 미흡했다는 결론이 났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서 2차 수색 예산이 100억원으로 의결됐다. 하지만 예결위(예산결산특별위원회)서 막혔다. 기획재정부 반대가 있었다. 기재부는 ‘여타 해양사고와 형평성’ ‘민간 사건은 민간이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2017년 침몰 3년 내내 해결난망
유해 발견하고도 수습 못해, 왜?

-여타 해양사고와의 형평성은 무엇인가.


▲우리도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비교 대상이 없다. 스텔라데이지호 같은 대형화물선 침몰은 국내 선례가 없다. 일어나지 않은 사고와의 형평성을 말하는 건가, 일어날 수도 있는 사고와의 형평성을 말하는 건가.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침몰 원인을 밝혀달라는 것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사고와의 형평성을 거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어디까지가 민간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정부 개입이 있어야 한다는 건가.

▲1차 심해수색 과업지시서에 목적이 명시돼있다. ‘실종선원 생사확인’ ‘사고원인 규명’이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책임을 지고 침몰 원인을 밝혀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1차 심해수색서 두 목적은 달성되지 못했다. 공청회서 정부는 미흡한 점을 인정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민간이 해결하라고 한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 스텔라데이지호 유가족이 일요시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나경식 기자

-예산 재편 가능성은 없나.

▲정규 예산은 이미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에 이제 논할 수 없다. 예비비에 기대를 걸고 있다. 1차 수색은 예비비로 편성돼 수색에 나설 수 있었다. 다시 100억원을 예비비로 편성해야 한다. 100억원은 실종자 가족들이 요구한 액수가 아니다. 정부가 세계 최고로 평가 받는 미국 해양연구소서 자문을 구해 파악한 액수다. 

-검찰은 김완중 폴라리스쉬핑 회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선박안전법 위반 혐의다. 선반안전법은 세월호 침몰 이후 의무 규정이 됐다고 한다. 선박에 결함이 있으면 해양수산부에 신고해야 한다. 회사는 신고하지 않았다. 신고할 만한 결함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 왜 배가 침몰했을까. 반드시 2차 수색을 해서 침몰 원인을 밝혀야 한다.

-결국 수색 재개가 핵심으로 보이는데.

▲‘국가 재정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되기 때문에 선례를 만들면 안 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비슷한 해양사고가 발생하면 심해 수색 요구가 있을 수 있어 어렵다는 말이다. 스텔라데이지호는 25년 된 노후 선박이다. 일본서 폐선 절차를 밟던 유조선은 중국에 건너가 화물선으로 개조됐다. 우리 정부는 개조 선박이 운행될 수 있도록 승인해줬다. 선사가 돈을 벌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게 정부고, 사고가 나면 민간이 알아서 하라는 논리다. 이해할 수 없다.

‘제자리걸음’ 정부 책임론
핵심은 수색 재개…언제쯤?

-개인이 돈을 들여서 수색을 해야 하나.

▲정부는 선사(폴라리스쉬핑)가 심해수색을 하라는 입장인 것 같다. 침몰 원인이 밝혀지면 불리해질 수 있다. 선사가 수색을 할까. 앞뒤가 맞지 않다. 설령 선사가 심해 수색을 통해 원인을 밝힌다고 치자. 신뢰할 수 있을까.


-올해로 세 번째 설이다. 심적으로 더욱 힘들 텐데.

▲부모님들이 가장 힘들어 하신다. 우울증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어머니들은 식사도 거른 채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고만 계신다. 그런 상황서도 매일 청와대와 광화문광장서 예비비 편성을 촉구하신다. 침몰 이후 세 번의 명절과 세 번의 생일이 지났다.
 

-지금까지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밝혀진 것 없이 하염없이 시간이 가는 것이 가장 힘들다. 사망신고도 하지 못한 채 3년이 돼 간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정부는 시간끌기로 실종자 가족들이 포기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끝나지 않았고 포기하지 않겠다. 우리는 반드시 침몰 원인을 밝히고 깊은 바다 속에 방치된 실종자들을 데리고 올 것이다. 첫 사고 원인을 밝혀야 한다. 제2의 침몰이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 재난참사 피해자로 사는 것은 너무 큰 고통이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이 우리와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조금 더 안전한 나라가 돼야 한다. 오는 3월31일은 스텔라데이지호 3주기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SNS 주소(https://www.facebook.com/stellardai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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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