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대기업-중소기업 표절 시비
‘끊이지 않는’ 대기업-중소기업 표절 시비
  • 김태일 기자
  • 승인 2020.01.28 09:03
  • 호수 1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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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베끼고 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문구업계의 대기업인 모닝글로리가 중소기업의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거나 도용하는 사건은 비단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업종을 가리지도 않는다. 비교적 베끼기 쉬운 제조업 분야뿐만 아니라 최근 유행하는 게임, P2P업계서도 발생하고 있다. 
 

최근 문구 대기업인 모닝글로리가 소규모 문구 제조업체의 노트 디자인을 베꼈다는 의혹과 관련해 특허청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3일 업계에 따르면 모닝글로리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미리 라인노트’ 제품에 대해 소규모 문구 제조업체 자연과사람이 자사의 에디션라인 ‘mm노트’의 표지 디자인을 도용해 제작했다는 의혹을 최근 제기했다.  

비슷?

자연과사람은 국내 동종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모닝글로리가 자신들의 제품을 모방했다며 특허청에 관련 조사를 요청하는 동시에 모닝글로리 측에 ‘판매중지’를 요구한 상태다. 

지난해 4월 자연과사람은 심플한 콘셉트의 에디션라인 스프링 노트, 기자 수첩 등을 줄 간격 0mm(무지), 5mm·6mm·7mm·8mm·9mm으로 각각 다르게 만들고 표지와 내지에 큰 차이가 없도록 디자인한 제품을 시장에 출시했다. 해당 제품은 심플한 디자인에 힘입어 자연과사람 노트 부문 매출 상승에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모닝글로리가 해당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자연과사람이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자연과사람 관계자는 “(모닝글로리가) 제품 개발은 하지 않고 소기업의 아이템이나 훔쳐가는 건 도둑질이 아니냐”며 “대놓고 카피한 상도의도 없는 회사의 제품 판매를 중지시켜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모닝글로리 관계자는 “해당 제품의 디자인은 이미 자사가 10년 전에 출시한 제품과 유사하다”며 “심플한 제품이 트렌드고 이에 맞춰 회사 내부적으로 기획 하에 나온 제품”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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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연과사람은 모닝글로리 디자인 모방과 관련된 특허청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특허청 결과에 따라 두 업체의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대기업의 도용은 비단 하루 이틀만의 일은 아니다. 2015년 이랜드의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폴더가 중소업체 제품 디자인 도용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스카프·머플러 브랜드 레이버데이는 입장자료를 내고 이랜드의 신발·액세서리 브랜드 폴더가 레이버데이의 목도리 디자인을 도용해 제품을 생산·판매했다고 주장했다.

레이버데이는 “이랜드가 길이와 배색까지 그대로 도용해 만든 제품을 반값에 판매함으로써 레이버데이의 브랜드 가치에 큰 손해를 입힌 데다 공식적인 사과 요청에 응하지 않고 사건을 무마하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랜드는 해당 목도리가 매우 흔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도용 여부를 속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당시 이랜드 관계자는 “두 줄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목도리는 매우 흔한 디자인”이라며 “상품기획자가 디자인을 해 생산공장에 제안하면 공장서 원사 등을 추천하는데, 겨울 제품은 활용할 수 있는 색깔과 실의 종류가 제한적이어서 비슷한 제품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모닝글로리 노트 디자인 도용 논란
P2P 업계 등 수두룩…업종도 다양

2016년에는 추억의 보드게임 ‘부루마블’이 무단도용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1982년 원작 부루마블을 출시한 씨앗사와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아이피플스가 넷마블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

아이피플스가 2008년 내놓은 모바일판 부루마블을 넷마블의 ‘모두의 마블’(2013년 출시)이 상당 부분 따라했다는 것이다.

당시 아이피플스 관계자는 “소송 제기에 늦은 감이 있지만 출시 당시엔 회사 규모가 작아 내부 사정상 대기업 게임회사를 상대로 싸운다는 부담이 있었다”며 “곧 부루마블 새로운 버전이 출시될 예정이고 그동안 업계의 저작권 관련 승소 판례가 발생함에 따라 이번에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넷마블 측은 “해외서 오랜 기간 유사한 형태의 게임이 존재했고 당사의 경우 16년간 퀴즈마블, 리치마블, 모두의 마블 등 동일한 게임성 게임들을 서비스해온 상황서 갑작스런 소송 제기가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당시 이 논란에 대해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 빼앗기의 전형”이라는 비판과 “부루마블 역시 미국 유명 보드게임 ‘모노폴리’와 유사하고 이미 보편화된 해당 게임 유형에 대해 베끼기 논란은 부적절하다”는 시선이 엇갈렸다.

지난해 10월 P2P 금융시장에 진출한 나이스그룹은 소송 위기에 몰렸다. 협력 스타트업이 나이스그룹의 P2P 계열사에 적용된 여신평가모델에 대해 특허침해 주장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나이스abc가 도입한 여신평가모델인 전자어음할인 서비스가 한국어음중개의 서비스를 모방해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한국어음중개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나이스그룹의 또 다른 자회사인 나이스평가정보와 여신평가모델을 공동으로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서 나이스그룹이 한국어음중개와 함께 개발한 여신평가모델을 동의 없이 갖다 썼다고 주장했다.  

한국어음중개 관계자는 “계약관계인 기업이 동일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아이디어 탈취와 특허침해 문제가 발생했다”며 “현재 나이스그룹 측에 문제 제기를 했고 협의가 진행되지 않을 경우 소송도 고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나이스그룹 관계자는 “한국어음중개가 서비스를 시작한 2015년 전부터 이미 해당 사업을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이 시점서 특허분쟁과 관련해 문제될 게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은 제조업 분야에서는 협력관계에 있는 대기업과 하청업체가 특허분쟁을 벌인 사례는 많지만 핀테크 중심의 P2P 업계의 특허분쟁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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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유사 사건들이 계속 발생되자 특허청은 대책을 내놨다. 그 동안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탈취당하는 사례가 많았음에도 특허출원을 하지 않았거나 엄격한 특허요건을 일부 갖추지 못한 경우 또는 비밀로 관리되지 못한 아이디어는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정 부정경쟁방지법(이하 부경법)에서는 사업제안, 입찰, 공모전 등 신의성실의 의무가 존재하는 거래 과정서 상대방의 아이디어를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해 사용하게 하는 것을 부정경쟁행위 유형에 추가했다. 

판박이?

전문가들은 특허청이 전문성을 활용해 적극적인 행정조사와 시정권고 발동을 통해 상대방의 노력에 무임승차하는 아이디어·기술 탈취 행위를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재산보호협력국의 관계자는 “이번 개정 부경법의 아이디어 보호제도는 중소기업 아이디어·기술 탈취에 대해 가장 강력한 보호 수단이 될 것”이라며 “적극적인 신고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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