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 재계 지각변동 총정리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여러 업종에서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업체 간의 합병과 새로운 강자의 등장으로 수년간 왕좌를 지키고 있던 업체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설날을 맞이해 <일요시사>에서는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업종들의 사정에 대해 들여다봤다.
 

2020년 화장품 시장이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외 브랜드 간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와 신생 브랜드의 양극화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맞춤형 화장품 등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에뛰드하우스, 스킨푸드 등 주요 화장품 로드숍 매장은 2018년 4167개에서 2019년 10월 기준 3433개로 줄었다. 10개월 만에 매장 734개가 감소한 것으로 하루에 2.5개꼴로 폐점한 셈이다.

양극화 극심
화장품 시장

경영난에 시달리던 스킨푸드는 올해 사모펀드(PEF) 파인트리파트너스에 인수돼 구조조정 중이며,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의 매출도 지난해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네이처리퍼블릭도 2016년 적자 전환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럭셔리 화장품 ‘설화수’와 ‘후’를 내세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빅2’는 웃었다.

중국서 황후의 화장품으로 대접받고 있는 후는 지난해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단일 브랜드 기준 연 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헤라 등 럭셔리 브랜드의 유통망을 확장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며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 럭셔리 화장품 판매는 중국 온라인 유통망 확대를 발판 삼아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알리바바그룹 등이 1∼2선 주요 도시 외에도 3∼5선 하위 도시로 확장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2020년에도 고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로컬 ODM사와의 기술 격차가 줄면서 단가 인하 압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맞춤형 화장품 등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3월부터 맞춤형 화장품 제도를 실시한다. 맞춤형 화장품이란 개인의 피부 상태와 선호도에 따라 화장품 매장서 다른 화장품의 내용물이나 식약처장이 정하는 원료를 추가하거나 혼합해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뷰티시장 양극화…온라인 채널 중심 확대
OTT 글로벌 업체 강세…국내사 대응 마련

뷰티 업계 관계자는 “포화 상태에 이른 화장품 시장서 맞춤형 화장품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며 “안전성만 보완한다면 개인의 피부와 유전자 등에 맞춘 고기능성 화장품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에 대응해 SK텔레콤은 지상파 3사와 ‘웨이브’를 출범했고, KT도 기존 자사 ‘올레TV모바일’을 개편한 새 모바일 OTT ‘시즌’을 출시했다. CJ ENM과 JTBC도 OTT 설립을 위한 합작법인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은 애플, 월트디즈니 등이 가세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올해에는 국내 진출도 예상된다. 특히 디즈니의 OTT 디즈니 플러스에 국내 이통사들은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유료구독형 OTT 시장 현황(MAU 기준)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은 푹+옥수수(웨이브)가 44.7%, U+모바일TV가 24.5%, 올레TV 모바일이 15.8%, 티빙이 7.8%, 넷플릭스가 4.7%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KT는 유료방송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넘기며 가입자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OTT의 경우 이통3사 중 순위가 가장 떨어진다. 이런 시장 상황서 KT는 지난해 초 LG유플러스, CJENM과 OTT 협력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적이 있다.

춘추시대
OTT 시장

웨이브나 티빙의 경우 해외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은 지상파 콘텐츠에 디즈니 플러스의 콘텐츠가 더해지면 국내 OTT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판단, 가장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에 글로벌 OTT 업체 넷플릭스도 국내 제작 업체와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CJ ENM에 이어 JTBC와도 협력을 맺은 것이다. CJ ENM과 JTBC는 OTT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고 티빙(TVING)을 기반으로 한 통합 OTT 플랫폼을 론칭하기로 한 상태다. 넷플릭스-CJ ENM-JTBC 삼각 동맹이 더 강화되는 모양새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제휴 계약을 넷플릭스처럼 한 이통사와 체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이통3사는 디즈니와 제휴를 하기 위해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며 디즈니가 협상력에서 훨씬 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일본 4사가 점령했던 국내 굴삭기 시장에 주요 건설기계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고 있다. 건설시장의 먹구름이 건설기계 시장까지 번지면서 생존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모양새다.

일본 잡는다
굴삭기 시장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 볼보코리아 등 국내 중대형 건설기계 시장의 강자들이 소형 굴삭기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들은 중·대형 굴삭기 시장서 오랫동안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터줏대감 역할을 해왔지만 소형 굴삭기 시장에서만큼은 논외였다. 이 분야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일본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사실상 점령해왔기 때문이다. 얀마, 구보다, 코벨코, 히타치 4사의 소형 굴삭기 시장 점유율은 2018년 기준으로 90%내외 수준이다.
 

소형 굴삭기 시장 자체가 기업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국내 건설기계 기업들의 매출 대부분은 국외 수출서 나오는 만큼 국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데 여기에 더해 소형 굴삭기의 경우 중대형에 비해 매출 규모가 작다. 국내서 소형 굴삭기 몇 대를 더 파는 것보다 국외 시장에 진출하는 게 훨씬 이익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시장을 두드리는 건 해당 국내 건설기계 시장이 침체기인 가운데 해당 시장은 상대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자취를 감추는 등 대형 토건사업이 갈수록 말라가는 상황서 소규모 공사는 상대적으로 꾸준한 모양새다. 소형 굴삭기 시장 자체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중대형 시장의 감소세가 가파른 만큼 해당 시장을 두드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초대형 합병
렌터카 시장

그러나 이런 움직임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경우 여전히 주력은 중·대형 건설기계 시장”이라며 “소형 굴삭기 시장 진출은 기업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현상으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업체 간 합종연횡과 모빌리티·전동화·커넥티비티·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의 발달로 렌터카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의 독무대였던 렌터카 시장이 SK네트웍스·AJ렌터카 렌터카사업부문 합병, 현대차그룹 ‘모션’ 설립 등으로 요동칠 전망이다.

SK네트웍스는 자사 렌터카사업부문과 지난해 1월 인수한 AJ렌터카의 통합법인을 올해 1월 1일 출범시켰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K네트웍스의 점유율은 11.7%(10만8545대), AJ렌터카 점유율은 9.0%(8만3511대)로, 각각 2위와 4위를 차지했다. 양사 점유율을 단순 합산할 경우 20.7%(19만2056대)로, 1위 롯데렌탈(23.5%·21만7461대)의 아성을 위협한다.
 

양사가 분리 운영해 오던 사업을 통합하면서 브랜드, 네트워크 일원화에 따른 운영 효율성이 높아지고, 사업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SK렌터카 관계자는 “하나의 브랜드 아래서 양사 역량을 결합한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펼치게 됐으며 정비, 보험, 고정비 지출과 시스템 구축 등에서 운영 효율성 제고도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렌터카 역사를 이끌어왔던 AJ렌터카의 전통에, SK네트웍스 렌터카 사업부의 기술역량이 더해져 한 차원 높은 고객 중심의 상품과 서비스 모델 진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이 잡고 있던 굴삭기…국내 기업 도전장
롯데렌터카 독무대…합병·설립으로 반격 개시
삼다수 좌초 위기…경쟁 브랜드 호재로 작용

이런 상황서 완성차 제조에 주력해온 현대자동차그룹도 ‘스마트 모빌리티솔루션업체’로의 전환을 내걸고, 렌터카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생수시장이 제주발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 추가 지정·고시안 추진에 따라 제주도개발공사의 지하수 신규 취수 신청에 대해 허가가 불가능해졌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생수시장 성장에 따라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삼다수’ 공장부지 내 별도의 지하수 관정 개발을 통한 새로운 삼다수 생산공장(L6) 건립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제주도의 이번 결정으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총 5개의 삼다수 생산 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생산하는 라인은 4개다. 1998년 처음 삼다수를 생산할 당시 사용한 라인(L1)은 노후화를 이유로 지난해 가동을 멈췄다.
 

제주산 생수 브랜드가 암초를 만나면서 경쟁 브랜드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생수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량을 확대하지 못하면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생수시장은 2015년 6400억원서 2018년 83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1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다수 몰락
생수 시장

삼다수는 이미 시장점유율 40%의 벽이 무너졌다. 반면 ‘아이시스’를 생산하는 롯데의 점유율은 13.3%로 1.1%p 증가했다. ‘백산수’를 생산하는 농심 점유율도 0.8%p 신장한 8.9%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해태 ‘강원 평창수’, 하이트진로 ‘석수’, 동원F&B ‘동원샘물’, 아워홈 ‘지리산수’ 등도 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대형마트 업계도 자체 브랜드(PB)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생수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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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