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 재계 지각변동 총정리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여러 업종에서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업체 간의 합병과 새로운 강자의 등장으로 수년간 왕좌를 지키고 있던 업체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설날을 맞이해 <일요시사>에서는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업종들의 사정에 대해 들여다봤다.
 

2020년 화장품 시장이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외 브랜드 간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와 신생 브랜드의 양극화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맞춤형 화장품 등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에뛰드하우스, 스킨푸드 등 주요 화장품 로드숍 매장은 2018년 4167개에서 2019년 10월 기준 3433개로 줄었다. 10개월 만에 매장 734개가 감소한 것으로 하루에 2.5개꼴로 폐점한 셈이다.

양극화 극심
화장품 시장

경영난에 시달리던 스킨푸드는 올해 사모펀드(PEF) 파인트리파트너스에 인수돼 구조조정 중이며,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의 매출도 지난해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네이처리퍼블릭도 2016년 적자 전환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럭셔리 화장품 ‘설화수’와 ‘후’를 내세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빅2’는 웃었다.

중국서 황후의 화장품으로 대접받고 있는 후는 지난해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단일 브랜드 기준 연 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헤라 등 럭셔리 브랜드의 유통망을 확장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며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 럭셔리 화장품 판매는 중국 온라인 유통망 확대를 발판 삼아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알리바바그룹 등이 1∼2선 주요 도시 외에도 3∼5선 하위 도시로 확장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2020년에도 고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로컬 ODM사와의 기술 격차가 줄면서 단가 인하 압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맞춤형 화장품 등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3월부터 맞춤형 화장품 제도를 실시한다. 맞춤형 화장품이란 개인의 피부 상태와 선호도에 따라 화장품 매장서 다른 화장품의 내용물이나 식약처장이 정하는 원료를 추가하거나 혼합해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뷰티시장 양극화…온라인 채널 중심 확대
OTT 글로벌 업체 강세…국내사 대응 마련

뷰티 업계 관계자는 “포화 상태에 이른 화장품 시장서 맞춤형 화장품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며 “안전성만 보완한다면 개인의 피부와 유전자 등에 맞춘 고기능성 화장품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에 대응해 SK텔레콤은 지상파 3사와 ‘웨이브’를 출범했고, KT도 기존 자사 ‘올레TV모바일’을 개편한 새 모바일 OTT ‘시즌’을 출시했다. CJ ENM과 JTBC도 OTT 설립을 위한 합작법인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은 애플, 월트디즈니 등이 가세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올해에는 국내 진출도 예상된다. 특히 디즈니의 OTT 디즈니 플러스에 국내 이통사들은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유료구독형 OTT 시장 현황(MAU 기준)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은 푹+옥수수(웨이브)가 44.7%, U+모바일TV가 24.5%, 올레TV 모바일이 15.8%, 티빙이 7.8%, 넷플릭스가 4.7%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KT는 유료방송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넘기며 가입자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OTT의 경우 이통3사 중 순위가 가장 떨어진다. 이런 시장 상황서 KT는 지난해 초 LG유플러스, CJENM과 OTT 협력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적이 있다.

춘추시대
OTT 시장

웨이브나 티빙의 경우 해외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은 지상파 콘텐츠에 디즈니 플러스의 콘텐츠가 더해지면 국내 OTT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판단, 가장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에 글로벌 OTT 업체 넷플릭스도 국내 제작 업체와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CJ ENM에 이어 JTBC와도 협력을 맺은 것이다. CJ ENM과 JTBC는 OTT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고 티빙(TVING)을 기반으로 한 통합 OTT 플랫폼을 론칭하기로 한 상태다. 넷플릭스-CJ ENM-JTBC 삼각 동맹이 더 강화되는 모양새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제휴 계약을 넷플릭스처럼 한 이통사와 체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이통3사는 디즈니와 제휴를 하기 위해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며 디즈니가 협상력에서 훨씬 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일본 4사가 점령했던 국내 굴삭기 시장에 주요 건설기계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고 있다. 건설시장의 먹구름이 건설기계 시장까지 번지면서 생존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모양새다.

일본 잡는다
굴삭기 시장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 볼보코리아 등 국내 중대형 건설기계 시장의 강자들이 소형 굴삭기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들은 중·대형 굴삭기 시장서 오랫동안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터줏대감 역할을 해왔지만 소형 굴삭기 시장에서만큼은 논외였다. 이 분야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일본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사실상 점령해왔기 때문이다. 얀마, 구보다, 코벨코, 히타치 4사의 소형 굴삭기 시장 점유율은 2018년 기준으로 90%내외 수준이다.
 

소형 굴삭기 시장 자체가 기업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국내 건설기계 기업들의 매출 대부분은 국외 수출서 나오는 만큼 국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데 여기에 더해 소형 굴삭기의 경우 중대형에 비해 매출 규모가 작다. 국내서 소형 굴삭기 몇 대를 더 파는 것보다 국외 시장에 진출하는 게 훨씬 이익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시장을 두드리는 건 해당 국내 건설기계 시장이 침체기인 가운데 해당 시장은 상대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자취를 감추는 등 대형 토건사업이 갈수록 말라가는 상황서 소규모 공사는 상대적으로 꾸준한 모양새다. 소형 굴삭기 시장 자체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중대형 시장의 감소세가 가파른 만큼 해당 시장을 두드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초대형 합병
렌터카 시장

그러나 이런 움직임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경우 여전히 주력은 중·대형 건설기계 시장”이라며 “소형 굴삭기 시장 진출은 기업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현상으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업체 간 합종연횡과 모빌리티·전동화·커넥티비티·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의 발달로 렌터카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의 독무대였던 렌터카 시장이 SK네트웍스·AJ렌터카 렌터카사업부문 합병, 현대차그룹 ‘모션’ 설립 등으로 요동칠 전망이다.

SK네트웍스는 자사 렌터카사업부문과 지난해 1월 인수한 AJ렌터카의 통합법인을 올해 1월 1일 출범시켰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K네트웍스의 점유율은 11.7%(10만8545대), AJ렌터카 점유율은 9.0%(8만3511대)로, 각각 2위와 4위를 차지했다. 양사 점유율을 단순 합산할 경우 20.7%(19만2056대)로, 1위 롯데렌탈(23.5%·21만7461대)의 아성을 위협한다.
 

양사가 분리 운영해 오던 사업을 통합하면서 브랜드, 네트워크 일원화에 따른 운영 효율성이 높아지고, 사업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SK렌터카 관계자는 “하나의 브랜드 아래서 양사 역량을 결합한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펼치게 됐으며 정비, 보험, 고정비 지출과 시스템 구축 등에서 운영 효율성 제고도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렌터카 역사를 이끌어왔던 AJ렌터카의 전통에, SK네트웍스 렌터카 사업부의 기술역량이 더해져 한 차원 높은 고객 중심의 상품과 서비스 모델 진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이 잡고 있던 굴삭기…국내 기업 도전장
롯데렌터카 독무대…합병·설립으로 반격 개시
삼다수 좌초 위기…경쟁 브랜드 호재로 작용

이런 상황서 완성차 제조에 주력해온 현대자동차그룹도 ‘스마트 모빌리티솔루션업체’로의 전환을 내걸고, 렌터카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생수시장이 제주발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 추가 지정·고시안 추진에 따라 제주도개발공사의 지하수 신규 취수 신청에 대해 허가가 불가능해졌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생수시장 성장에 따라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삼다수’ 공장부지 내 별도의 지하수 관정 개발을 통한 새로운 삼다수 생산공장(L6) 건립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제주도의 이번 결정으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총 5개의 삼다수 생산 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생산하는 라인은 4개다. 1998년 처음 삼다수를 생산할 당시 사용한 라인(L1)은 노후화를 이유로 지난해 가동을 멈췄다.
 

제주산 생수 브랜드가 암초를 만나면서 경쟁 브랜드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생수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량을 확대하지 못하면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생수시장은 2015년 6400억원서 2018년 83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1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다수 몰락
생수 시장

삼다수는 이미 시장점유율 40%의 벽이 무너졌다. 반면 ‘아이시스’를 생산하는 롯데의 점유율은 13.3%로 1.1%p 증가했다. ‘백산수’를 생산하는 농심 점유율도 0.8%p 신장한 8.9%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해태 ‘강원 평창수’, 하이트진로 ‘석수’, 동원F&B ‘동원샘물’, 아워홈 ‘지리산수’ 등도 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대형마트 업계도 자체 브랜드(PB)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생수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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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