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 재계 지각변동 총정리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여러 업종에서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업체 간의 합병과 새로운 강자의 등장으로 수년간 왕좌를 지키고 있던 업체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설날을 맞이해 <일요시사>에서는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업종들의 사정에 대해 들여다봤다.
 

2020년 화장품 시장이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외 브랜드 간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와 신생 브랜드의 양극화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맞춤형 화장품 등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에뛰드하우스, 스킨푸드 등 주요 화장품 로드숍 매장은 2018년 4167개에서 2019년 10월 기준 3433개로 줄었다. 10개월 만에 매장 734개가 감소한 것으로 하루에 2.5개꼴로 폐점한 셈이다.

양극화 극심
화장품 시장

경영난에 시달리던 스킨푸드는 올해 사모펀드(PEF) 파인트리파트너스에 인수돼 구조조정 중이며,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의 매출도 지난해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네이처리퍼블릭도 2016년 적자 전환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럭셔리 화장품 ‘설화수’와 ‘후’를 내세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빅2’는 웃었다.

중국서 황후의 화장품으로 대접받고 있는 후는 지난해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단일 브랜드 기준 연 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헤라 등 럭셔리 브랜드의 유통망을 확장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며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 럭셔리 화장품 판매는 중국 온라인 유통망 확대를 발판 삼아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알리바바그룹 등이 1∼2선 주요 도시 외에도 3∼5선 하위 도시로 확장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2020년에도 고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로컬 ODM사와의 기술 격차가 줄면서 단가 인하 압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맞춤형 화장품 등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3월부터 맞춤형 화장품 제도를 실시한다. 맞춤형 화장품이란 개인의 피부 상태와 선호도에 따라 화장품 매장서 다른 화장품의 내용물이나 식약처장이 정하는 원료를 추가하거나 혼합해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뷰티시장 양극화…온라인 채널 중심 확대
OTT 글로벌 업체 강세…국내사 대응 마련

뷰티 업계 관계자는 “포화 상태에 이른 화장품 시장서 맞춤형 화장품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며 “안전성만 보완한다면 개인의 피부와 유전자 등에 맞춘 고기능성 화장품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에 대응해 SK텔레콤은 지상파 3사와 ‘웨이브’를 출범했고, KT도 기존 자사 ‘올레TV모바일’을 개편한 새 모바일 OTT ‘시즌’을 출시했다. CJ ENM과 JTBC도 OTT 설립을 위한 합작법인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은 애플, 월트디즈니 등이 가세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올해에는 국내 진출도 예상된다. 특히 디즈니의 OTT 디즈니 플러스에 국내 이통사들은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유료구독형 OTT 시장 현황(MAU 기준)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은 푹+옥수수(웨이브)가 44.7%, U+모바일TV가 24.5%, 올레TV 모바일이 15.8%, 티빙이 7.8%, 넷플릭스가 4.7%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KT는 유료방송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넘기며 가입자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OTT의 경우 이통3사 중 순위가 가장 떨어진다. 이런 시장 상황서 KT는 지난해 초 LG유플러스, CJENM과 OTT 협력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적이 있다.

춘추시대
OTT 시장

웨이브나 티빙의 경우 해외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은 지상파 콘텐츠에 디즈니 플러스의 콘텐츠가 더해지면 국내 OTT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판단, 가장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에 글로벌 OTT 업체 넷플릭스도 국내 제작 업체와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CJ ENM에 이어 JTBC와도 협력을 맺은 것이다. CJ ENM과 JTBC는 OTT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고 티빙(TVING)을 기반으로 한 통합 OTT 플랫폼을 론칭하기로 한 상태다. 넷플릭스-CJ ENM-JTBC 삼각 동맹이 더 강화되는 모양새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제휴 계약을 넷플릭스처럼 한 이통사와 체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이통3사는 디즈니와 제휴를 하기 위해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며 디즈니가 협상력에서 훨씬 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일본 4사가 점령했던 국내 굴삭기 시장에 주요 건설기계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고 있다. 건설시장의 먹구름이 건설기계 시장까지 번지면서 생존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모양새다.

일본 잡는다
굴삭기 시장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 볼보코리아 등 국내 중대형 건설기계 시장의 강자들이 소형 굴삭기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들은 중·대형 굴삭기 시장서 오랫동안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터줏대감 역할을 해왔지만 소형 굴삭기 시장에서만큼은 논외였다. 이 분야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일본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사실상 점령해왔기 때문이다. 얀마, 구보다, 코벨코, 히타치 4사의 소형 굴삭기 시장 점유율은 2018년 기준으로 90%내외 수준이다.
 

소형 굴삭기 시장 자체가 기업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국내 건설기계 기업들의 매출 대부분은 국외 수출서 나오는 만큼 국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데 여기에 더해 소형 굴삭기의 경우 중대형에 비해 매출 규모가 작다. 국내서 소형 굴삭기 몇 대를 더 파는 것보다 국외 시장에 진출하는 게 훨씬 이익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시장을 두드리는 건 해당 국내 건설기계 시장이 침체기인 가운데 해당 시장은 상대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자취를 감추는 등 대형 토건사업이 갈수록 말라가는 상황서 소규모 공사는 상대적으로 꾸준한 모양새다. 소형 굴삭기 시장 자체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중대형 시장의 감소세가 가파른 만큼 해당 시장을 두드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초대형 합병
렌터카 시장

그러나 이런 움직임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경우 여전히 주력은 중·대형 건설기계 시장”이라며 “소형 굴삭기 시장 진출은 기업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현상으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업체 간 합종연횡과 모빌리티·전동화·커넥티비티·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의 발달로 렌터카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의 독무대였던 렌터카 시장이 SK네트웍스·AJ렌터카 렌터카사업부문 합병, 현대차그룹 ‘모션’ 설립 등으로 요동칠 전망이다.

SK네트웍스는 자사 렌터카사업부문과 지난해 1월 인수한 AJ렌터카의 통합법인을 올해 1월 1일 출범시켰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K네트웍스의 점유율은 11.7%(10만8545대), AJ렌터카 점유율은 9.0%(8만3511대)로, 각각 2위와 4위를 차지했다. 양사 점유율을 단순 합산할 경우 20.7%(19만2056대)로, 1위 롯데렌탈(23.5%·21만7461대)의 아성을 위협한다.
 

양사가 분리 운영해 오던 사업을 통합하면서 브랜드, 네트워크 일원화에 따른 운영 효율성이 높아지고, 사업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SK렌터카 관계자는 “하나의 브랜드 아래서 양사 역량을 결합한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펼치게 됐으며 정비, 보험, 고정비 지출과 시스템 구축 등에서 운영 효율성 제고도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렌터카 역사를 이끌어왔던 AJ렌터카의 전통에, SK네트웍스 렌터카 사업부의 기술역량이 더해져 한 차원 높은 고객 중심의 상품과 서비스 모델 진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이 잡고 있던 굴삭기…국내 기업 도전장
롯데렌터카 독무대…합병·설립으로 반격 개시
삼다수 좌초 위기…경쟁 브랜드 호재로 작용

이런 상황서 완성차 제조에 주력해온 현대자동차그룹도 ‘스마트 모빌리티솔루션업체’로의 전환을 내걸고, 렌터카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생수시장이 제주발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 추가 지정·고시안 추진에 따라 제주도개발공사의 지하수 신규 취수 신청에 대해 허가가 불가능해졌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생수시장 성장에 따라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삼다수’ 공장부지 내 별도의 지하수 관정 개발을 통한 새로운 삼다수 생산공장(L6) 건립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제주도의 이번 결정으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총 5개의 삼다수 생산 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생산하는 라인은 4개다. 1998년 처음 삼다수를 생산할 당시 사용한 라인(L1)은 노후화를 이유로 지난해 가동을 멈췄다.
 

제주산 생수 브랜드가 암초를 만나면서 경쟁 브랜드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생수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량을 확대하지 못하면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생수시장은 2015년 6400억원서 2018년 83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1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다수 몰락
생수 시장

삼다수는 이미 시장점유율 40%의 벽이 무너졌다. 반면 ‘아이시스’를 생산하는 롯데의 점유율은 13.3%로 1.1%p 증가했다. ‘백산수’를 생산하는 농심 점유율도 0.8%p 신장한 8.9%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해태 ‘강원 평창수’, 하이트진로 ‘석수’, 동원F&B ‘동원샘물’, 아워홈 ‘지리산수’ 등도 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대형마트 업계도 자체 브랜드(PB)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생수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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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