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24)유배

허봉의 성정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스승 이달의 모습을 그리고 있을 즈음에 팔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작 데려오라고 한 언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허균의 시선이 팔봉의 얼굴 그리고 그 뒤를 유심히 살폈다.

“왜, 너 혼자 오는 게냐.”

“혹 떼러갔다가 혹 붙이고 오고 말았습지요.”

“뭐라고!”

혹 떼러 갔다가

“마님께서 급히 도련님을 모셔 오라고 하시던데요.”

“어머니께서.”

“어머니뿐만이 아니라 큰서방님도 함께요.”

“큰형님이 오셨다는 말이냐?”

“그렇다니까요.”

큰형 허성은 비록 배다른 형이지만 자신의 동생들을 애지중지했다.

과거급제가 늦어 최근에야 별시문과 병과로 급제해서 검열의 직위에 있었다.

둘째 형인 허봉보다 한참 늦은 출세였다. 

“큰형님이 지금 어인 일이란 말이냐.”

“그건 도련님이 가서 알아보셔야지요.”

허균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시간에 허성의 출현도 그러려니와 허성이 자신에 앞서 어머니를 찾은 일은 의외였다.

비록 허성에게도 어머니였지만 친어머니가 아니었던 관계로 항상 허균과 함께 만나고는 했었다.

허균이 내당으로 들었을 때 어머니와 큰형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해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 모습에 미처 인사도 건네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균아, 이리로 앉거라.”

허성의 목소리가 조금은 떨리고 있었다.

자리에 앉으면서 가만히 어머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어머니의 눈가에 이슬이 고여 있었다.

그를 의식한 어머니께서 고개를 돌리면서 소매로 눈물을 훔쳐냈다.

균의 머릿속에 급격하게 누나의 모습이 스치고 지나갔다.

혹여 누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았나 하는 불안감이었다.

저절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항상 누나의 얼굴에 허균의 마음이 사로잡혀 있었다.

애처로운 누나의 환영, 차라리 어머니보다는 누나에 대한 절절함이 더욱 컸었다.

“균에게 말해주도록 해요.”

어머니는 비록 허성이 아들의 신분이었지만 함부로 하대의 표현을 하지 않았다.

“균아, 이야기 잘 듣거라.”

기어이 누나에게 일이 발생한 모양이었다. 그것도 작은 일이 아닌 큰일이 말이다.

균의 가슴이 철렁거렸다.

“너의 형이 말이다.”

형, 그럼 누나의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다시 출렁거렸다.

누나 일이 아닌데 대한 안도감과 누나만큼 좋아하는 형의 일이었으니 말이다.

“형님이 왜요!”

지금 허봉은 창원에 부사로 내려가 있었다.

그 형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말이었다.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바로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었다.

지방에 내려가셨다가 집에 당도하시기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환영이었다.  

“너의 형이 한양으로 압송되고 있다 하는구나.”

“네!”

이율곡 탄핵하려던 허봉…오히려 역탄핵?
허균·이달 걱정하는 허봉의 불같은 성정

아버지와는 다른 경우였다.

아버지는 병을 얻어 돌아오시다 봉변당했는데 허봉의 경우는 압송을 당한다고 했다.

“너의 형이 이율곡 대감을 탄핵했고 그게 일이 잘못되어 결국 한양으로 지금 압송당하고 있다고 하는구나.”

순간 스승 이달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버지와 형은 소위 동인으로, 이율곡은 서인으로서 서로 대립하고 있었다 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형이 곤경에 처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탄핵한 사람이 탄핵을 당했다고요!”

균이 생각할 때 이상한 경우였다.

이율곡이 잘못해서 탄핵을 건의 했으면 탄핵을 당한 당사자가 탄핵을 당해야 옳은 일이건만 오히려 탄핵을 건의한 형이 탄핵당해 압송되고 있으니 말이다.

“자세한 사항은 차차 알게 될 터이니 무릇 몸가짐과 말을 조심하도록 하거라.”

허성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 분위기로 보아 더 이상 일에 대한 채근을 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급하게 머리를 회전했다.

그 자리에서 답답하게 앉아있느니 차라리 스승 이달을 만나 자초지종을 들어볼 일이었다.

허균이 공손하게 알았노라 답변하고 내당을 빠져나와 팔봉을 앞세우고 바로 저잣거리로 나섰다.

빨리 스승 이달을 만나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천민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서둘러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몇 걸음 옮기기도 전에 저만치 앞에서 균의 발걸음만큼 바쁜 걸음으로 자신을 향해 오고 있는 이달을 발견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자 순간 걸음이 멈추어졌다.

지금 이달의 경우도 저와 같은 이유로 저를 찾아오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아챈 때문이었다.

허균에게 다가선 이달이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쉬지 않고 달려온 모양이었다.

“소식은 들었겠지!”

“그래서 지금 스승님께 가던 길이었습니다만.”

이달이 잠시 호흡을 고르고는 균의 손을 잡고 집으로 이끌었다.

균의 방으로 들어서자 급히 팔봉이 냉수를 떠왔고 조심스럽게 이달에게 권했다.

“스승님, 어찌 된 일인지요!”

마치 그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듯이 급하게 물었다.

“이율곡과 가까운 성혼이 일을 벌인 모양이야.”

“성혼이라니오?”

다시 한 번 숨을 고른 이달의 입에서 일의 자초지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김효원으로 대표되는 동인과 심의겸으로 대표되는 서인 간에 급격한 대립 양상을 보이자 이율곡과 노사신이 임금인 선조에게 건의하여 두 사람을 외지로 내보냈다.

김효원은 함경도 부령의 부사로 그리고 심의겸은 개성 유수로 임명하여 둘을 갈라놓았다.

당쟁의 핵심들을 떨어뜨려 그 싹을 잘라버리겠다는 의도였다. 

그런데 이율곡의 경우는 정철 등 가까운 친구들이 서인 측에 많이 포진되어 있어 동인들의 의혹의 눈초리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이율곡이 병약해서 누워있는데 임금이 입궐을 명한 일이 있었다.

입궐하던 이율곡에게 갑자기 현기증 현상이 발생하여 입궐하지 않은 일을 두고 임금을 무시한 처사라고 동인들이 들고 일어났다.

동인들이 이율곡을 탄핵하라고 강력하게 치고 나갔다.

그러나 선조 임금은 그들의 요구를 묵살했다.

한편 이율곡은 자신의 죄를 정죄하여 처벌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그도 선조의 이율곡에 대한 총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를 틈타 이율곡의 가까운 친구인 성혼이 나서서 이율곡을 공격하는 무리들을 탄핵해줄 것을 요청하자 그에 임금이 이율곡이 아닌 허봉 등의 동인을 탄핵하기에 이르렀다.  

“스승님, 그러면 형님은 어찌 처리되는지요.”

이달이 호흡이 정리되었음에도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역죄가 아닌 만큼 커다란 벌이야 받겠냐마는…….”

“그런데요!”

이달이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너의 형이야 유배 정도에서 머물겠지만 정작 문제는 너의 형의 성정 아니겠니.”

“형님의 성정이요!”

“자신이 불의라고 생각하는 일에는 목을 내놓고 거부하는 너의 형의 성정으로 보아 이 일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을 듯하구나.”

가만히 형을 그려보았다.

허봉의 성정

“그렇다면!”

“유배와는 별도로 작금의 상황에 대해 너의 형이 차후에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것이 걱정이로구나.”

형이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있었다.

형은 아마도 작금의 일을 결코 용납하지 못할 것이라고 허균도 생각하고 있었다.

형의 모습을 그리며 이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 위에 언년의 모습이 교차하고 있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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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