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연대보증 덫’에 걸린 중소기업 미스터리

갑자기 날아온 12억 청구서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남의 보증을 서면 고생하지만 보증을 꺼리면 안전하다’는 말이 있다. ‘지혜의 왕’으로 알려진 솔로몬이 상당수 직접 쓰거나 편집한 잠언에 나오는 구절이다. 기원전에도 보증에 대한 경고가 있었던 셈이다. 특히 연대보증은 ‘가정 파탄의 지름길’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위험수위가 높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연대보증은 개인이나 기업이 금융기관서 돈을 빌릴 때 원래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할 경우 대신 갚을 제3자를 미리 정해놓는 제도다. 채무자가 약속된 대출 만기일에 빚을 갚지 않거나 혹은 갚지 못하면 그 순간부터 연대보증인은 원래 채무자와 동일한 지급의무를 갖게 된다. 채무자가 없어지면 빚은 고스란히 연대보증인의 몫이 되는 셈이다.

보증 섰다
패가망신

가족이나 지인의 보증을 서줬다가 빚을 떠안게 된 사람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나는 사건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지난 2017년 울산의 한 공장서 근무하던 청년이 투병하는 친구 가족을 위해 보증을 섰다가 수천만원의 빚을 이어받게 됐다. 청년은 어머니 치료비를 위해 은행서 대출을 받으려는 친구의 보증을 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친구 어머니는 끝내 사망했고 친구 역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6000만원의 빚은 온전히 청년의 몫이 됐다. 모아놓은 돈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일부 갚긴 했지만 남은 빚을 해결하지 못했다. 결국 그는 인터넷 사이트서 알게 된 20대 여성과 함께 세상을 등졌다.

정부는 연대보증 제도의 사회적 폐해를 우려, 제도를 폐지해 나가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장관은 지난해 5월 정부기관과 시중은행 등 민간 금융기관, 정책금융 유관기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금융지원위원회서 연대보증 폐지를 금융계 전체로 확산하기 위해 금융업계의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력에 관계없이 정책금융기관의 신규 대출·보증에 대한 연대보증은 2018년 전면 폐지됐다. 중기부는 기본 대출·보증 입보를 단계적으로 없앴고, 기존 대출 보증의 연대보증은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박 장관이 민간금융서 연대보증 폐지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한 것.

연대보증 제도 폐지 움직임 많아
일부 공제조합 여전히 제도 고수

지난해 11일 기준으로 대부업체의 개인대출도 연대보증이 폐지됐다. 201810월 금융위원회는 신규 취급하는 개인과 개인사업자 대출 계약에 원칙적으로 연대보증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20183월말 기준으로 자산 50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 69개사의 연대보증 대출 잔액은 8313억원, 119000건에 이르렀다.

산업 분야별 공제조합도 연대보증 제도를 없애는 추세다. 공제조합은 동일 직업 또는 동일 직장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조합원으로 가입, 상부상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공제조합은 조합원들이 낸 조합비를 적립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사용해 곤란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그간 조합의 연대보증 제도가 불합리하다고 계속 지적해왔다. 주요 조합들은 정부의 지적에 공감, 최근 몇 년 새 연대보증 제도를 없애거나 완화하는 분위기다.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은 2016년 개인 연대보증 제도를 폐지했고, 전문건설공제조합은 2017년 연대보증인 면제 대상을 확대했다.
 

▲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지난해 7월에는 소프트웨어공제조합(이하 SW공제조합)이 연대보증 제도를 20년 만에 폐지했다. SW공제조합은 사업에 수반되는 입찰, 계약, 하자보수, 선급금 등 보증이 필요한 경우 보증서를 발급했다. SW공제조합으로부터 보증서를 받기 위해서는 법인등기부등본, 법인인감증명서 외에 연대보증인의 개인인감증명서를 제출해야 했다.

그러나 사회적 흐름과 반대로 일부 공제조합에는 여전히 연대보증의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실제 몇몇 중소기업들은 연대보증의 덫에 걸려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정보통신공제조합(이하 통신공제조합)에 소속된 통신업체 A·B·C사 등 세 회사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했다.


“돈 갚아”
청천벽력

A건설이 ‘S사의 계약 및 선금반환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계약보증금과 선급금 지급 보증금을 통신공제조합에 청구해온 것이다. 당시 S사와 A·B·C사 등 세 업체는 연대보증을 맺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시 말해 통신공제조합은 A건설이 청구한 보증금을 지급할 예정이고, 이후 A·B·C사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이다.

통신공제조합에 소속된 개인사업자는 특정 기간에 한 번씩 보증약정을 갱신한다. 보증약정을 갱신하지 않으면 통신공제조합으로부터 보증서를 발급 받을 수 없다. 이때 연대보증인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통신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통신공제조합 조합원들은 공사를 따기 위해 서로 연대보증을 맺는다.

실제 A사와 S사도 10여년에 걸친 연대보증 관계였다. 서로 연대보증을 맺는 일이 통신업계에선 워낙 흔한 일이었고, A사 관계자에 따르면 사업을 하는 동안 단 한 번의 사고(연대보증 문제)도 없었다. 그래서 보증약정 갱신 시에만 한 번씩 상기할 뿐 연대보증 관계를 맺은 것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지낸다고 했다.

그러던 중 대형사고가 터졌다. S사는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2년여에 걸쳐 A건설과 6건의 통신공사 계약을 진행했다. A·B·C사 등 세 업체는 선급금 보증과 소사원시 복선전철 민간투자시설사업 제3공구 통신공사 소사원시 복선전철 민간투자시설사업 제4공구 통신공사 소사원시 복선전철 석수골 정거장 통신공사 등 총 7건을 나눠 선급금·공사보증을 선 상태였다.

계약금액은 약 113억원, 보증금액은 선급금 7억원을 포함해 약 183000만원이었다.

문제는 S사가 20171127~29일 A건설에 공사포기 각서를 제출했다는 점이다. 당시 S사는 당사의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더 이상 공사를 수행할 수 없다잔여공사 일체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A건설에 전했다. A건설은 같은 달 30S사가 계약의무이행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판단, 하도급 계약서와 특수조건 등의 조항을 들어 계약을 해지했다.

상황 끝나고
2년 지나서…

A건설과 S사가 맺은 계약의 특수조건 7(계약해제·해지)에 따르면 갑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해 공사의 정지기간이 전체 공사 기간의 50/100이상인 경우 갑이 지급키로 한 지급재료의 공급이 지연돼 공사 진행이 불가능한 경우 을이 정당한 이유 없이 특수조건 5(계약이행보증금의 납부)를 위반한 경우 을이 노무비·자재비·중기비·식대 등을 2회 이상 체불한 경우 계약을 전부 또는 일부 해지할 수 있다.

이때 일반조건(하도급계약서) 25조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있다.

A건설은 이 조항들을 근거로 S사에 보증서를 발급한 통신공제조합에 지난해 7월 보증금을 청구했다. 통신공제조합에 따르면 A건설이 청구한 보증금액은 약 12억원이다. 보증건수에 따라 12억원의 보증금은 A·B·C사 등 세 업체서 약 6억원, 4억원, 1억원씩 각각 떠안게 됐다.
 

▲ 정보통신공제조합

일부 업체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B사 관계자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도 아니고, 갑자기 돈을 갚으라는 문서가 날아왔다“(지난해) 9월 전까지는 S사나 A건설의 사정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항변했다. 이어 통신공제조합도 업체 측에 자초지종을 말해주지 않았다통신공제조합도 A건설이 보증금을 청구한 시점(지난해 7)에야 안 것 같다고 주장했다.

통신공제조합서 발급하는 보증서 계약·차액·손해배상 보증약관에 따르면 보증채권자는 보증사고가 발생한 경우 이를 지체 없이 조합에 알리도록 돼있다. A건설이 S사와 계약을 해지했을 때 통신공제조합에 이를 알렸어야 한다는 뜻이다. 업체 관계자들은 통신공제조합으로부터도 S사의 사정을 미리 전달 받은 게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포기는 2017년 했는데…
상황 전달은 2019년 9월에야

B사 관계자는 만약 S사가 공사를 포기하는 시점에 사정을 알았다면 공사보증을 선 업체들이 잔여공사를 마감하는 등의 대안을 강구했을 것이라며 “S사가 공사를 포기하고, 잔여공사까지 다 끝난 시점에야 보증금을 청구하면 연대보증 업체들은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이들은 A건설서 통신공제조합에 청구한 보증금 액수가 과하다고 주장했다. B사 관계자에 따르면 A건설은 S사와 맺은 계약의 특수조건 8(위약금)를 근거로 약 12억원의 보증금을 통신공제조합에 청구했다.

8조는 갑과 을은 각각의 귀책사유로 일반조건 제25조 제1항 및 특수조건 제7조 제1항에 의거 계약이 해제·해지된 경우 상대방에게 계약금액의 10%를 위약금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문제를 제기한 업체 관계자들은 “A건설은 기성금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계약금 전체에 대한 보증금을 청구했다“S사는 공사를 어느 정도 진행하고 포기 각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A건설이 갑의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는 것.

이들은 배상청구가 진행되더라도 기성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성금은 건설과정서 공사 중간에 공사가 이뤄진 만큼 계산해주는 돈을 말한다. 그러면서 “201711월말 경 S사가 A건설에 공사포기 각서를 낸 시점의 기성율은 74.3%”라며 “107억원의 계약금 중 80억원이 이미 기성금의 형태로 S사에 지불됐다고 주장했다.

사정 얘기해도
“법대로 하라”

통신공제조합은 A건설이 청구한 보증금을 이미 지급한 상태다. 연대보증 업체들은 통신공제조합이 제기한 구상권 청구에 따라 5(60개월)에 걸쳐 돈을 갚아야 한다. 이들은 돈을 아예 갚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기성금 등을 고려해 금액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통신공제조합에 얘기했고, A건설에도 찾아가 사정을 해봤지만 법대로 하라는 말만 돌아왔다고 토로했다통신공제조합 측은 “A건설이 청구한 보증금을 지급했다면서도 연대보증 업체 관련 얘기는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A건설 측 입장 들어보니…

-에스엔아이가 공사를 포기한 시점은 201711월 말이고, A건설이 정보통신공제조합을 상대로 보증금을 청구한 것은 20197월로 약 18개월의 시차가 나는데.

관련법(건설산업기본법 제674)에 따라 보증기간 만료일로부터 2년 이내 보증금을 청구했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A건설이 정보통신공제조합에 청구한 보증금의 액수는 약 12억원인데, 이 금액이 산출된 근거는 무엇인가? 에스엔아이가 공사를 포기하는 시점에 지급된 기성금이 전체 공사금액의 70%가 넘는다는 주장이 있다. 공사의 남은 부분에 대해 보증금을 청구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인데...

관련법(건설산업기본법 342 1)에 따라 하도급계약시 계약금액의 10% 해당하는 금액을 보증하는 계약이행보증서를 징구했다. 에스엔아이의 귀책(공사포기)에 따라 하도급계약을 해지했으며, 계약불이행으로 인해 보증사고가 발생해 내부절차에 따라 보증금을 청구했다.

정보통신공제조합에서는 보증약관에 명시된 주계약 또는 관련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증금을 지급한 사항이다.

-A건설과 에스엔아이가 맺은 건설공사 하도급계약서이외에 특수조건이라고 또 다른 조항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하도급 계약서는 공식문서로 볼 수 있는 표식이 군데군데 있는 데 반해 특수조건은 그와 스타일이 다른 것으로 보이는데.

특수조건은 하도급계약서에 따라 특약으로 정한 사항으로 하도급계약서에 포함된 문서다.

-에스엔아이가 공사포기 각서를 제출한 이후, 잔여공사를 어떻게 진행됐는지

에스엔아이의 자금사정 악화 등으로 공사 수행이 불가해 공사포기 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에스엔아이의 공사 포기 이후 내부절차에 따라 현장별로 직영 또는 다른 협력회사를 선정해 공사를 진행했다.

-정보통신공제조합에 에스엔아이의 공사포기 내용이 전달됐는지

보증금 청구 시 정보통신공제조합에 공사포기각서 사본을 제출했다.

 

<기사 속 기사> S사는 지금

A건설과 6건의 통신공사 계약을 맺었던 S사는 공사포기 각서를 제출한 이후 소식을 알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S사 사장 정모씨 역시 개인 연대보증을 선 상태다.

일반적으로 공사를 진행할 때 사업자의 대표가 개인 연대보증을 선다.

연대보증 업체들은 S사 관계자를 백방으로 찾고 있는 상황이다.

S사의 대표 정씨는 20122013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을 지낸 정창영씨의 동생이다.

정창영씨는 2016년부터 모 통신업체 대표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