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회화의 변형’ 김하나
<아트&아트인> ‘회화의 변형’ 김하나
  • 장지선 기자
  • 승인 2020.01.14 13:54
  • 호수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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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들려주는 11가지 이야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송은 문화재단이 김하나 작가의 개인전 ‘Beau Travail’을 준비했다. 김하나는 회화 매체의 가장 기본구조라 할 수 있는 프레임, 캔버스, 물감, 오일 등을 사용해 자체적인 내러티브를 창조한다. 그가 소개하는 11개의 각기 다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 Beau Travail 8, Oil on Canvas, 193.9 x 130.3 cm, 2019
▲ Beau Travail 8, Oil on Canvas, 193.9 x 130.3 cm, 2019

송은 아트큐브는 재단법인 송은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공간으로, 신진 작가들의 자발적인 전시 개최를 지원한다. 20021월 개관 이래 매년 공모를 통해 작가를 선정하고 전시 공간과 도록 제작 등을 후원하고 있다.

다채로운 변주

김하나 작가는 ‘2019~2020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 공모의 선정 작가다. 개인전 ‘Beau Travail’서 물감, 오일 등을 이용해 캔버스 표면에 창조한 자체적인 내러티브를 소개한다. 안료를 얇게 발라 캔버스의 물성을 최대한 드러내 2차원의 평면성을 부각시켰다.

캔버스의 변형과 공간의 확장을 시도했던 이전 작업과는 달리 이번 전시에선 다시 회화 그 자체로 돌아오기 위한 과정을 담아냈다. 회화의 물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각 작업의 표면은 색채의 깊이, 표면의 거칠고 미끄러운 질감, 캔버스 틀의 유무 등 여러 구성을 통해 다채롭게 변주한다.

직접적인 연상이 되지 않는 비운 공간과 같은 작업들은 11개의 각기 다른 표면을 갖고 주체적인 이야기를 보여준다. 김하나가 표현한 다양한 이야기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그림의 표면으로 잡아당긴다.

회화로 돌아오기 위한 과정
캔버스 2차원 평면성 부각

김하나는 대상을 전제하기보다 주어진 회화의 조건서 출발해 그림을 그린다. 그에게 주어진 물리적 조건은 최초의 물질이자 탐구해야 할 가려진 세계다. 간혹 식별 가능한 형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어떤 단서일 뿐, 특정 대상을 재현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

김하나는 작업 초기부터 억지스럽게 회화를 구성하거나 특정한 장면을 형상화하지 않는 비재현적 태도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독일 화가 카타리나 그로세와 달리 주어진 회화의 조건을 해체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로세는 동시대 화가 가운데 가장 전위적으로 회화의 틀을 열어젖힌 인물이다. 붓 대신 압축 분무기를 사용하고 실내외 공간에 안료를 도포해 거대한 색채 풍경을 완성했다. 하지만 웅장한 스케일과 스펙터클을 생산하는 방식은 논쟁의 여지가 있다.
 

▲ Beau Travail 11, Oil on Canvas, 160 x 160 cm, 2019
▲ Beau Travail 11, Oil on Canvas, 160 x 160 cm, 2019

김하나의 작업은 낡은 물리적 조건들이 더욱 섬세하게 다뤄지고 형식의 한계는 흥미롭게 변주된다. 어떤 캔버스에선 아예 프레임이 없다. 캔버스는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라는 공산품의 정체성을 지운다.

자연스럽게 일어난 변형은 감춰진 캔버스의 물성을 서서히 드러낸다. 김하나는 이 흥미로운 변형의 과정을 처음부터 함께 한다. 그는 회화를 구성하는 질료들에 천착한다. 캔버스와 프레임, 안료와 기름 등의 질료를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조심히 다룬다.

한 겹을 칠한 뒤 그 위에 오일을 붓거나 검정색을 칠한 후 건조되는 과정을 관찰한다. 이 과정은 색채와 질감, 시간에 따라 매번 차이가 발생한다. 흰색 캔버스 위에 초벌을 한 뒤 사포로 갈아낸다.

물감·오일 이용한 내러티브
물리적 조건에 따라 변해

김하나는 흰색을 통해 캔버스 화면의 흰색, 흰색 물감으로 채색된 흰색, 초벌 질료의 흰색 사이의 차이를 발견한다. 이후 검정색을 칠한 뒤 헝겊으로 닦아낸다. 초벌의 상태에 따라 표면의 발색과 질감이 결정된다.

안료를 칠하고 붓질을 하고 오일을 화면 위에 부어 의도치 않은 형태를 생성시키는 일련의 과정은 예기치 않은 질감을 가진 표면성으로 환원된다. 여기에 빛의 질감과 조도, 위치에 따라 변하는 회화의 반응을 살핀다.
 

▲ Beau Travail 1, Oil on Canvas, 100 x 160 cm, 2019
▲ Beau Travail 1, Oil on Canvas, 100 x 160 cm, 2019

정현 미술평론가는 김하나는 회화를 보여주는 물리적 조건, 즉 건축적 구조, 공간의 빛과 색채 등과 같은 환경과의 관계를 미세조정한다고 보는 게 맞다김하나의 실험을 회화성의 반역이라거나 단순히 확장된 회화성이라는 의미로 고정하기보다는 관습에 의해 가려졌던 회화의 본질을 되찾는 과정이라는 열린 해석도 가능할 듯하다고 설명했다.

드러나는 물성

이어 김하나의 회화를 형식적 측면서 보면 모더니즘 미학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주변에 대해 끊임없이 반응하고, 이 과정을 회화로 번역하려는 태도는 분명히 다르다김하나의 회화를 비구상이나 추상과 같은 용어로 굳이 가둘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는 이미 오랜 회화의 관습 바깥에 서있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김하나는?]

학력

런던예술대학교 첼시 칼리지 오브 아트 앤 디자인 순수미술전공 학사 졸업(2011)

개인전

‘White, Wall, Ceiling Rose’ 공간 시은(2018)
‘Little Souvenir’
갤러리 기체(2018)
‘Glacier Landscape’
신한갤러리 광화문(2016)

수상

사루비아 전시후원 작가(2019)
송은 아트큐브 전시지원(2019)
신한 영아티스트 페스타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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