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등치는’ 홍보관 천태만상
‘노인 등치는’ 홍보관 천태만상
  • 구동환 기자
  • 승인 2020.01.13 12:16
  • 호수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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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장판 하나에 100만원?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불법 홍보관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문제는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노인들을 타깃 삼아 원래 가격보다 훨씬 더 비싸게 판매한다는 점이다. 노인들의 마음을 움직여 물건을 판매하는 상술에 대해 파헤쳐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돈 벌려면 무조건 장사를 해라’라는 말이 있다. 돈을 벌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물건을 파는 행위다. 노인들에게 환심을 사 물건을 판매하는 행위는 예전부터 이어져 온 장사 수법이다.

저렴하게?

보통 장사꾼의 영업 기술을 상술이라 한다. 상술의 의미는 장사하는 재주나 꾀를 뜻하는 말로 ‘상술 좋은 장사꾼’이라 함은 장사를 잘하거나, 영업에 대해 재주가 있고 꾀가 능통한 사람을 말한다. 조선시대의 ‘거상’이 많은 밑천으로 크게 하는 장사꾼이나 그런 장수를 표현했듯, 상술이라는 말은 한동안 좋은 뜻으로 전해져 왔다.

하지만 현재의 상술은 부정적 의미로 자주 쓰인다. 소비자들이 생각했을 때 상술은 얄팍한 수로 손님을 속이는 행위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노인들을 겨냥해 지나치게 비싼 제품을 판매하는 불법 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불법 홍보관이란 사기꾼들이 사람들을 모아 놓고 상품을 터무니없이 비싸게 파는 공간을 말한다. 다른 말로 ‘체험방’ 혹은 ‘지하방’이라고도 하고, 금방 영업을 했다가 바로 철수하는 ‘떴다방’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불법 홍보관에서는 여러 가지 수법을 동원한다. 

불법 홍보관의 특징은 서울, 경기 등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마음이 허전하고 지갑이 두둑한 노인들만 노린다는 점이다. 10년 전에도 노인을 상대로 한 불법 홍보관은 존재했다. 가을 단풍놀이철을 맞아 노인을 대상으로 ‘효도 관광’ ‘홍보관 체험’ 등을 빙자해 물품을 강매하고 폭리를 일삼았다.

첫째로 미끼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다. 귤 한 박스에 1만원, 갈비 1kg에 5000원 등 저렴하게 팔아 우선 노인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홍보관 직원은 노인들에게 물품을 거래하는 게 아니라 선물을 주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호감을 산다. 

둘째는 유흥거리를 제공하는 방법이다. 외로운 노인들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흥을 돋군다. 거기다 음식까지 주면서 먹거리와 놀거리를 함께 제공하며 유흥을 선사한다. 홍보관 직원들은 재롱을 부려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며 적적한 마음을 채워준다. 유흥거리를 이런 식으로 노인들 마음이 무장해제 되게 하는 것이다. 

셋째 경쟁심 부추기기다. 물건을 산 사람과 사지 않은 사람을 비교하면서 경쟁심을 불러 일으킨다. A씨는 “노인들을 1, 2, 3반 대열로 나누는데 이럴 때 홍보관 직원이 ‘1반 어머니들이 많이 샀는데 2반 어머니들은 왜 안 사냐’ 이런 식으로 대놓고 면박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을 들은 2반 어머니들이 자식들이 준 용돈으로 물건을 사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끼상품 활용해 고가 제품 판매
가족보다 더 친해진 직원에 현혹

넷째는 경품 마케팅이다. 크고 작은 경품으로 노인들을 불러 모은다. 건강 강좌, 주방기기, 건강식품 등 다양한 경품으로 호객행위를 한다. 경품이란 소식을 듣고 노인들은 행사장에 참석하거나 다음 날에도 다시 찾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이 불법 홍보관을 찾는 것일까. 가족들로부터 소외된 중·노년 여성들이 불법 홍보관에 중독된다. 판단력이 제대로 있는 사람이라면 이 같은 불법 홍보관서 시간 낭비 및 돈 낭비를 하지 않겠지만, 노인들은 끊지 못하고 계속 찾게 된다. 보통 노인을 돌봐주는 가족이 곁에 있다면 가는 것을 말릴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독거노인들이나 소외된 노인들은 잔고가 바닥날 때까지 찾는다.

공짜 선물을 계속 받는 만큼 자신이 이득을 본 것으로 생각하고 하루라도 참석 못하면 공짜 선물을 받지 못한다고 착각하게 된다. 수십만원씩 사기당하며 구매한 물건들은 품질 좋은 상품이라고 여길 뿐만 아니라, 친가족보다 자기에게 잘해주는 홍보관 직원들을 위해 당연히 구매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수십만 원씩 주고 아이돌 굿즈를 사는 여고생들의 팬덤과 유사하다.

그래서 홍보관에 다니는 노인들의 집에는 불필요한 식료품, 생필품, 가전제품들이 상자째로 수북이 쌓여 있으며 제품에는 하나같이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 상표가 붙어있다.

B씨는 “하루는 어머니가 50만원 상당의 전기장판을 사왔다. 인터넷에 아무리 찾아봐도 전기장판 하나에 50만원이나 하는 건 없었다. 어이가 없어서 당장 환불하러 가서 피해를 막았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불법 홍보관이 열린 첫날에는 큰 금액을 부른 다음 하루씩 지날 때마다 가격을 낮추는 수법을 쓴다”고 말했다.

이어 “첫날에는 전기장판이 100만원부터 시작했다고 들었다. 경찰이랑 구청에 연락해 신고했지만, 사업자등록증이 있어 법적으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고 들었다. 더 어이가 없는 건 환불하러 갈 때, 혹은 물건을 사지 못한 어머니들이 판매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진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적 문제는?

경찰 관계자는 “수사관들이 노인에 비해 어리기 때문에 현장에 가면 모두 숨어버려 수사에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불법 떴다방 영업에 속수무책이다. 조사인력이 손에 꼽을 만큼 적은 데다 자체 수사권이 없어, 업체들을 일일이 조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눈 판 노인 반지 슬쩍∼

노인을 대상으로 “사회복지사가 상품권을 주는데 반지 끼고 있으면 상품권 안 줘요”라며 반지를 빼게 한 뒤 반지를 훔친 60대 남성이 징역형을 받았다.  

서부지법 형사3단독은 김모씨(68)에게 절도죄로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고 지난해 10월24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2월 지나가던 A(78)씨에게 접근해 “사회복지사가 상품권을 주는데 반지를 끼고 있으면 상품권을 안 줄 것 같으니 반지를 빼서 넣어두세요”라며 미리 준비한 휴지에 금반지를 넣게 한 뒤 휴지만 피해자에게 건네준 혐의를 받고 있다.

휴지에는 3돈짜리 금반지 대신 동전이 들어 있었다.

같은 수법으로 김씨는 지난해 4월과 5월에도 노인을 대상으로 각각 3·5돈짜리 금반지를 절도했다.

김씨는 80대 노인들에게 접근한 다음 “동네 어려운 노인에게 상품권을 주려고 하는데 반지를 끼고 있으면 상품권을 받을 수 없으니 반지를 빼세요” “행사장서 선물을 주는데 고가의 반지를 끼고 있으면 안 된다”고 속인 뒤 휴지를 통해 금반지를 몰래 훔쳤다. 

재판부는 “범행에 취약한 고령의 노인들을 상대로 한 범행”이라며 “피고인이 의식주를 해결할 비용이 부족해 저지른 범행이고 일부 피해자와 합의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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