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식’ 전략공천 추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1.13 10:32:18
  • 호수 12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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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는 큰물서…화약고에 불붙나?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전략공천에 대해 입을 열었다. 민주당의 21대 총선 승리를 이끌 ‘키맨’들의 데뷔를 예고한 것. <일요시사>는 전략공천 예상지는 물론이고 해당 지역구에 나올 키맨들의 경쟁력을 진단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서 전략공천은 승리를 위한 ‘열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 정당의 유력 당선 후보와 대결을 할 후보를 결정하는 공천이다. 통상 다른 지역구의 유력 정치인 내지는 새롭게 영입한 유력인사로 결정된다. 이 때문에 대다수가 인지도와 능력 면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문희상 국회의장,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박주민 의원 등을 전략공천했다.

카드 놓고
지도부 고심

‘선거는 바람’이라는 말이 있다. 전략공천은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카드다. 지역에 연고가 없거나 기존 출마자를 배제하는 등 민주적이지 않다는 비판이 나옴에도 전략공천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는 전략공천을 준비하고 발표하는 데 신중을 기한다. 최대 효과를 노리기 위함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 역시 ‘전략공천’에 신중을 기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국회서 열린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제1차 회의’에 참석해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그동안 역대 선거를 보면 전략공천을 정략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는 이번에 당 대표를 맡으면서 전략(공천) 지구를 최소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당규에 보면 20%까지(전략공천을) 할 수 있다고 나온다. 20%면 거의 50석 가까이가 되는데, 그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두 가지 전략공천의 조건을 언급했다. ▲패배가 확실시 되는 지역 ▲좋은 대안이 그것이다. 이 대표는 두 조건이 모두 충족됐을 때만 전략공천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될 때, 전략(공천) 지구로 선정해서 총선을 치르려고 하는 것이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18일 전략공천관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위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출신의 도종환 의원이 맡았다. 민주당 당헌 제89조 6항은 ‘당 대표는 전체 선거구의 20% 범위 내에서 선거 전략상 특별히 고려가 필요한 선거구를 선정해 최고위원회의 의결과 당무위원회의 인준으로 추천을 확정할 수 있다’고 정한다. 전략공천에 당 대표의 의중이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또 민주당 당규 제13조 2항은 ▲공직자 평가 및 검증 결과 공천배제 대상자가 포함된 선거구 ▲분구가 확정된 선거구 중 지역위원장이 공석인 선거구 ▲분석 결과 후보자의 본선 경쟁력이 현저히 낮은 선거구 ▲절대 우세지역임에도 직전 선거서 패배한 지역 등이 전략공천 대상 지역으로 규정한다.

이 대표는 서울의 종로와 광진을을 전략공천 지구로 선정했다. 각각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와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지역구다.

‘선거는 바람’ 필승카드 보니…
21대 ‘키맨’ 대거 데뷔 예고

불출마를 선언한 장관 4명의 지역구도 전략공천 지구로 분류된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역시 기자회견에는 불참했지만, 이들과 함께 불출마 대열에 합류했다. 이로써 서울 용산과 구로을, 경기 고양병과 고양정 등 4곳이 무주공산이다.

이들 지역은 민주당 입장서 하나의 지역구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정치 1번지인 종로 ▲추 장관이 20년간 지켜온 광진을 ▲진 장관의 입당으로 겨우 차지한 용산 ▲박 장관이 18대 때부터 지켜온 구로을 ▲인구 100만명의 수도권 요충지인 일산벨트(고양시 갑·을·병·정) 등 어느 곳 하나 중요치 않은 지역이 없다. 


전략공천이 필요할 만큼, 이들 지역에 출마가 예상되는 야당 후보들의 중량감이 무겁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종로를 제외한 수도권 험지 출마가 예상된다. 용산, 구로을 등이 거론된다. 
 

▲ (사진 왼쪽부터)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유은혜(사회부총리 겸 교육부)·김현미(국토부)장관

비록 한국당 지도부가 당 사무처에 종로를 제외하고 황 대표가 출마할 수 있는 수도권 험지 후보군을 찾아봐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종로 출마 역시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광진을에는 대선주자급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일찌감치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 1월 광진을 당협위원장으로 선임된 이후 가두 당원 모집과 지역행사 참석 등에 전투적으로 나섰다. 가시적인 성과도 내고 있다. 광진을 지역의 한국당 책임당원 수는 오 전 시장의 선임 이후 꾸준히 늘어 현재 전국 당협 중 높은 순위를 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양병·정에는 다수의 후보들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들 전략공천 지구에 누가 나서게 될지 하마평이 무성하다. 종로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그는 최근 복수의 인터뷰를 통해 “당이 요구하면 뭐든지 하겠다”고 밝히며 종로 출마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대표 역시 종로를 전략공천 지구로 지목했다.

당 대표 의중
어디로 향해?

총선 때마다 ‘정치 1번지’ 종로는 가장 주목받는 지역 중 하나다. 거물급 인사들의 격전지이자 승부처가 바로 종로기 때문이다. 역대 주인들의 면면만 봐도 화려하다. 윤보선 전 대통령(제4대), 노무현 전 대통령(제16대), 이명박 전 대통령(제17대) 등 3명의 역대 대통령들을 배출한 곳이다.

이 총리가 만약 종로서 승리한다면, 단숨에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거물로 성장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 측 진영서 몇 안 되는 호남 대선주자라는 프리미엄이 겹쳐져 ‘포스트 DJ(김대중)’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가 전략공천 지구로 지목한 광진을서 민주당은 최근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서 초빙교수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김 전 부총리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가보지 않은 길을 즐거운 마음으로 걸어 보려 한다”며 출마를 암시했다. 지난 2018년 12월 부총리직을 내려놓은 김 전 부총리는 민주당으로부터 꾸준히 ‘러브콜’을 받아왔다. 

지난해 말 사면을 받은 이 전 도지사는 “험지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최근 민주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이 전 도지사의 경우 강원 태백·횡성·영월·평창·정선, 강릉, 춘천 등에 대한 출마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

민주당은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총선 경쟁력을 살펴보고 있다. 그 중 한 지역이 바로 서울 동작을이다. 동작을은 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가 재선에 성공한 지역이다. 나 전 원내대표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 정치인인 만큼 민주당에선 그에 맞는 인물로 고 대변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고 대변인의 경쟁력을 확인하기 위해 경기 고양에 대한 여론조사도 진행했다. 또 ‘보수 텃밭’인 경기도 의정부, 서울 서초서도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 대변인에 대한 여론을 다각도로 살펴보기 위함으로 읽힌다. 

고 대변인은 문재인정부의 첫 여성 대변인이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그는 지난 19대 대선서 문재인 대통령의 영입으로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당선된 후에는 청와대에 입성해 2년 동안 선임행정관급 부대변인을 역임했다.

여걸 대결
성사되나

당초 자신에 대한 출마설에 선을 그었던 고 대변인은 최근 자신에 대한 출마설에 “때가 되면 말씀드릴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며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 

민주당이 고 대변인과 함께 경쟁력을 살펴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이다. 민주당은 고 대변인과 함께 경기 고양에 김 의장을 넣고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삼남인 김 의장은 지난해 10월16일 21대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 대변인, 김 의장과 함께 MBC 아나운서 출신인 한준호 전 청와대 행정관도 경기 고양 여론조사에 포함됐다.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뜨고 있는 전략공천 카드다. 민주당은 인천 연수을서 그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4선 중진인 송 의원의 지역구는 인천 계양을이다. 그는 인천 계양구가 분구되기 전인 지난 16대부터 17·18·20대까지 이 지역 총선서 승리했다.

인천 연수을의 현역은 한국당 민경욱 의원이다. 그는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소속으로 지난 20대 총선 때 이 지역에 입성했다. 이전에는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이곳에서 4선을 하는 등 민주당 입장서 ‘험지’로 꼽힌다. 
 

▲ 김홍걸

송 의원에 대한 여론조사가 실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지역 총선 분위기가 불붙었다. 현역인 민 의원과 연수을 출마를 선언한 정의당 이정미 의원의 신경전이다. 민 의원은 송 의원의 소식이 전해진 직후 자신의 SNS에 “4선쯤이 와서 붙어야 좀 재미가 있다”며 “너무 싱거운 싸움이 될 뻔 했는데 연수을 선거구도가 흥미롭게 변하고 있다”고 이 의원을 저격했다. 

이 의원도 신경전서 물러서지 않았다. 지난 8일 자신의 SNS를 통해 그는 “초선인 사람이 4선 운운하며 마치 자기가 4선급쯤 된다고 우기는 것”이라며 “초조한 사람의 허장성세”라고 맞받아쳤다.

나경원 VS 고민정 성사?
이낙연 ‘종로’ 가능성↑

정치권은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전략공천 가능성 역시 열어두고 있는 상태다. 앞서 강 장관은 ‘총선 차출설’을 꾸준히 받아왔다. 지난해 중순부터 서울 동작을 또는 서초갑 출마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민주당은 강 의원을 서울 동작을과 송파갑 여론조사 후보군으로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전략공천 가능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역도 있다. 바로 박영선 장관이 불출마를 선언한 서울 구로을이다. 이 지역은 박 장관의 입각 후 꾸준히 거물급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거론돼왔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이 구로을에 출마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정가는 뜨거워졌다. 윤 전 실장은 ‘문재인의 남자’라 불릴 만큼 이번 정부 실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하는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히며, 주중 현안점검회의 뒤 소수 참모만 참석하는 ‘티타임’에도 참석해왔다. 문 대통령이 의원이었던 지난 19대 국회 때는 보좌관으로 활동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이유다.

윤 전 실장은 최근 청와대를 떠났다. 그는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청와대를 떠나며’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사실상의 출마 선언이었다. 윤 전 실장은 구로을 현역인 박 장관 의원실에서 일하는 보좌진을 넘겨받았다고 한다.

영입인재를 전략공천할 가능성도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주인공은 민주당이 ‘인재영입 4호’로 발표한 소병철 순천대 석좌교수다. 당은 최근 광주 동남을과 북구갑서 소 교수를 포함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 교수는 광주제일고를 졸업하는 등 광주와 인연이 깊다.
 

▲ 한준호

소 교수가 검찰 개혁의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은 광주 출마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을 맡아 ‘법무부 변화전략계획’을 수립하는 등 법무 검찰개혁에 대한 청사진을 수립한 바 있다. 

광주는 타 도시에 비해 검찰 개혁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은 지역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더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27일 조사하고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전라 지역 38.2%가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 미흡’을 국정과 사회 전반서 가장 부족한 점으로 꼽았다. 이는 전 지역서 가장 높은 비율이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BH 출신
무혈입성?

민주당 전략공천의 그림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경선 등 상향식으로 후보자를 정하는 대신 전략공천을 한다면 당내 불만이 분출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선 청와대 출신들의 전략공천 가능성에 민감한 반응이다. 전현직 청와대 출신 인사 중 70여명이 이번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당내 비판을 의식한 듯 당 지도부는 청와대 출신 인사를 전략공천하지 않는 안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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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