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제약 오너 일가 ‘수상한 도매회사’ 정체

발만 담그려다 몸까지 담글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경동제약은 여러 의약품 도매업체와 거래를 하고 있다. 해당 회사들은 경동제약과 직접적인 지분 관계는 없다. 눈길이 가는 건 업체의 구성원들. 도매회사 임원들은 오너 일가 친인척이면서 동시에 경동제약의 주주다.
 

경동제약은 지난 1976년 설립된 중견 코스닥 제약사다. 가수 아이유가 광고모델인 진통제 ‘그날엔’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회사는 매년 성장세를 기록, 1700억원대 매출에 등극했다.

1700억
중견제약

경동제약은 2세 경영 시대를 열었다. 창업주 류덕희 회장 슬하에는 1남 3녀가 있다. 류 회장은 지난해 9월 회사 주식 190만주를 막내아들 류기성 부회장에게 물려줬다.

류 회장 지분은 기존 10.1%서 2.95%로 감소했으며 류 부회장은 6.78%서 13.94%로 증가했다. 최근 류 회장 지분은 3.04%로 소폭 상승했다. 이 외 특별한 변화는 없다(지난 3일 기준).

오너 일가 상당수는 경동제약 주주다. 이들과 회장 부자의 지분은 모두 44.06%다. 특수관계자로 분류되는 친인척들은 현재 ‘의약품 도매업체’를 운영 중이다.

이들은 경동제약과 거래 관계를 맺었다. 이 중 몇몇은 ‘도도매(도매업체 간 거래)’를 행하기도 한다. 세부적으로 ▲제이씨헬스케어 ▲대일양행 ▲케이에스팜 ▲알피에이치코리아 ▲케이디파마 등이다.

‘제이씨헬스케어’는 지난 2005년 설립됐다. 주요 사업은 의약품 도매업이다. 이 외에도 부동산 임대업을 영위한다. 애초 회사명은 ‘제이씨팜’이었다. 사명은 지난 2016년 제이씨헬스케어로 교체됐다.

회사는 정상욱·정은균 공동대표 체제다. 정상욱 대표는 류 회장의 매제다. 정 대표는 경동제약 지분 1.35%를 보유하고 있다. 동시에 경동제약 감사다.

회장 일가 의약품 도매업체 운영
모두 경동제약 주주 밀접한 관계

제이씨헬스케어 최대주주는 정원희씨(44.9%)다. 그는 류 회장의 조카다. 정씨의 경동제약 지분은 0.02%다. 류 회장의 동생 류영희씨는 이곳의 주주이면서 경동제약 지분 0.30%를 소유 중이다.

종합해보면 제이씨헬스케어 대표는 경동제약의 임원이고, 제이씨헬스케어 주주는 경동제약의 주주인 셈이다.

제이씨헬스케어는 경동제약의 ‘기타 특수관계자’로 분류된다. 계열사가 아니다. 두 회사는 거래를 지속했다. 경동제약은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제이씨헬스케어로부터 24억원, 28억원, 22억원 등의 매출을 올렸다.
 

경동제약 전체 매출서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은 미약한데 지난 2018년 별도 기준 4.06%(71억원/1750억원)에 불과하다.

경동제약이 특수관계자로부터 벌어들인 전체 매출액서 제이씨헬스케어가 차지하는 영역은 2016년 58.28%(24억원/42억원), 2017년 44.52%(28억원/64억원), 2018년 30.93%(22억원/71억원) 등이다.

경동제약은 최근까지 제이씨헬스케어와 손을 잡았다. 경동제약의 지난해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제이씨헬스케어서 1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회장 회사
인척 회사

‘대일양행’은 지난 1991년 설립된 의약품 도매업체다. 류기만·류찬희 대표이사가 회사를 경영한다. 류기만 대표는 류 회장의 조카다. 동시에 경동제약 지분 0.18%가 있다. 류찬희 대표는 류 회장의 동생이다. 그는 대일양행의 최대주주이면서 경동제약 지분 4.01%를 보유 중이다.

대일양행 등기이사인 류기정씨도 류 회장의 조카다. 류씨에게는 0.17%의 경동제약 지분이 있다.

경동제약과 대일양행의 거래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016∼2018년 경동제약은 대일양행에 5억원, 8억원, 9억원어치의 의약품을 팔았다. 앞서 언급된 제이씨헬스케어와 비슷한 맥락이다.

경동제약 전체 특수관계자 매출서 대일양행의 규모는 크지 않다. 같은 기간 12.74%(5억원/42억원), 13.13%(8억원/64억원), 13.15%(9억원/71억원) 등이다.

경동제약은 올해 3분기에도 대일양행과 거래를 놓지 않았다. 당시 대일양행서 비롯된 매출은 5억원이었다.

눈길이 가는 건 대일양행의 매출처다. 대일양행의 일부 수익은 ‘케이에스팜’이라는 회사서 발생한다. 케이에스팜의 대표이사는 대일양행의 등기이사 류기정씨다. 또 류기만 대일양행 대표는 이곳의 등기이사로 재직 중이다. 동일한 임원진들이 두 회사에 포진해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류덕희 회장

케이에스팜은 의약품 도매업체다. 이들은 도도매 방식으로도 연결돼있다. 대일양행은 지난 2016∼2018년 케이에스팜으로부터 18억원, 14억원, 22억원의 의약품을 사들였다. 다시 대일양행은 동기간 케이에스팜에 78억원, 99억원, 104억원가량의 의약품을 판매했다.

꼬인 지분
얽힌 매출

대일양행은 케이에스팜으로부터 임대료 수익도 받았다. 같은 기간 4020만원이었다. 두 회사의 주소는 동일한데 결국 케이에스팜이 대일양행 사무실을 빌려 쓰는 셈이다.

실제로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케이에스팜 본사 건물 소유자는 대일양행(2분의1)과 류찬희 대일양행 대표 부부(각각 4분의1)다.

대일양행과 케이에스팜의 홈페이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두 회사의 홈페이지 메인화면은 로고와 주소, 전화번호 등을 제외하고 동일하다. 홈페이지만 놓고 봤을 때 같은 회사로 착각할 공산이 충분하다.

‘알피에이치코리아’는 지난 1996년 시작한 회사다. 의약품 등을 판매한다. 이전 사명은 ‘케이디코머스’로 지난해까지 사용했다.

알피에이치코리아 대표이사는 류 회장의 장녀 류기연씨다. 차녀 류연경씨는 등기이사다. 사실상 류 회장 자녀 회사로 볼 수 있다. 이들은 각각 경동제약 지분 2.38%, 2.07%를 나란히 갖고 있다.

알피에이치코리아는 제이씨헬스케어, 대일양행과 달리 경동제약서 매출을 냈다. 지난 2016∼2018년 알피에이치코리아는 경동제약으로부터 3년간 판관비(판매비 및 관리비) 명목으로 1억5400만원을 받았다.

올해 3분기에는 변화가 있었다. 경동제약이 알피에이치코리아서 25억원의 매출을 올린 점이다.

꾸준히 특수관계자 거래 관계 
지배구조 개선 목소리 나오기도

‘케이디파마’는 지난 2013년 설립된 경동제약 계열사다. 경동제약은 케이디파마 지분 53.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경동제약 2세 류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케이디파마는 의약품을 판매, 수출하거나 이를 대행하는 업을 수행한다. 회사 사무소는 경동제약 본사 주소와 같다.

회사는 매년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난 2016년 매출액은 0원이었지만 지난 2017년과 2018년 21억, 38억원으로 급증했다. 당기순이익도 147만원, 455만원서 1억6000만원으로 수직상승했다.
 

▲ ▲

경동제약은 케이디파마 실적 규모에 비해 해당 법인으로부터 상당한 수입을 챙겼다. 동기간 경동제약이 케이디파마로부터 거둬들인 매출은 0원서 19억원, 35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올해 3분기에는 10억원이 발생했다.

기업지배구조 컨설팅업체 ‘네비스탁’은 지난 2014년 해당 업체들을 언급한 바 있다. 네비스탁은 ‘경동제약 정기주주총회 의안분석 보고서’에서 “경동제약은 지분관계가 없는 특수관계 법인들과 밀접한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며 제이씨헬스케어, 대일양행, 알피에이치코리아 등을 언급했다.

네비스탁은 “경동제약 최대주주(당시 류 회장)와 관계가 있는 법인”이라며 이곳 대표들과 류 회장과의 친인척 관계를 설명했다.

지난날 지적
현재진행형

이어 “경동제약의 자원과 이익이 올바르게 분배되기 위해서 이사회 의사결정의 중립성은 더욱 중요해진다”며 “사외이사와 감사 등 이사회를 견제하고,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밝혔다. <일요시사>는 경동제약 측에 ‘경동제약과 해당 의약품 도매업체들의 거래 관계’에 대해 문의했지만 “내용을 확인한 뒤 연락주겠다”는 관계자의 답을 끝으로 아무런 회신도 받지 못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부왕’ 류덕희 회장

류 회장은 독실한 가톨릭 신자다. 그는 한국 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류 회장은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에 10년째 기부를 했다. 바보의 나눔은 고 김수환 추기경 선종 후 1년 뒤 설립된 곳이다.

류 회장은 가톨릭평화방송·평화신문과의 인터뷰서 “남을 위한 나눔이 나에게 활력을 주고, 새로운 에너지를 발산하게 해주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라며 “하느님이 ‘오래 살아서 좋은 일을 하라고 나를 쓰시려고 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갖는다”고 말했다.

류 회장은 이 같은 마음가짐을 할머니에게서 배웠다고 전했다. 그는 “할머니께서 ‘너는 절대로 그러지 말아라. 요새는 다 평등하다. 옛날처럼 양반, 상놈 그런 게 없다’고 하셨기 때문에 나누는 것을 알았다”며 “남한테 배려를 하니까 오히려 배려와 존경을 더 받는 것 같다”고 전했다.

류 회장은 기부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기부자가 잘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관리해야 한다며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한 조언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지금까지 가톨릭교회 기관과 사회복지시설, 대학교 등에 수백억 원을 기부했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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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