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전부다
콘텐츠가 전부다
  • 문화부
  • 승인 2020.01.13 09:47
  • 호수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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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가영, 조형석, 김정현 / 미래의창 / 1만6000원

플랫폼의 시대가 왔다고 말하던 것이 바로 엊그제였다. 플랫폼만 있으면, 플랫폼에 사람들만 모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깨닫고 있다. 그 플랫폼에 콘텐츠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거대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올리기 위해서는 비싼 돈을 내고, 경쟁을 하고, 길게 줄을 서야만 했다. 하지만 이제 콘텐츠를 구하기 위해 플랫폼들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심지어 직접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온 게 ‘오리지널’이다. 나만의 콘텐츠가 없으면, 플랫폼은 무용지물인 시대다. 
오늘의 넷플릭스를 만든 것은 〈하우스 오브 카드〉였고 유튜브가 명실공히 글로벌 미디어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유튜브 최초 1억뷰 콘텐츠로 기록된 싸이의 ‘강남 스타일’, 그리고 전 세계 수억 명이 동시에 시청한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 같은 몇몇 흥행 콘텐츠 덕분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콘텐츠는 누구에 의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과거 방송국과 신문사 같은 레거시 미디어가 거액의 자본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자기들의 채널을 통해 일방적으로 제공하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 이제 누구나 자기만의 방송국을 가지고 누구나 자기만의 언론을 소유할 수 있게 됐다. 
요즘 사람들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고품격 다큐보다 ‘우리 같이 준비해요(Get ready with me)’라면서 자신의 일상을 올리는 평범한 여대생의 브이로그에 더 빠져든다. 우리나라 국민이 시사 뉴스를 보기 위해 TV를 시청하는 시간은 37분으로 조사됐.반면 유튜브 시청 시간은 거기에 딱 1분 못 미치는 36분으로 나타났다. 조만간 이 수치는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시사 유튜브 채널들은 점점 그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이 검색에서 구글을 추월한 것도 사용자들의 창의적인 해시태그가 차곡차곡 쌓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람들은 한국에 들어온 블루보틀이 궁금하면 이제 유튜브나 구글, 네이버가 아니라 인스타그램을 검색한다. 블루보틀 관련한 수많은 해시태그 가운데 내가 가장 궁금한 것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나의 일상을 남들과 공유하거나 자랑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진과 짧은 글을 올리는 공간인 인스타그램이 이제 검색과 커머스 기능까지 겸비한 자타공인 생활 포털로 자리잡고 있다. 
이 모든 것이 10억이 넘는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시시콜콜한 콘텐츠에 기반하고 있으니 콘텐츠와 플랫폼의 기막힌 선순환 구조가 아닐 수 없다. 
콘텐츠를 만들고, 콘텐츠를 제공하고, 콘텐츠를 즐기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 모든 행위가 어느 일방이 아닌 인터랙션으로 일어나고 있다.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으며 누구나 슈퍼리치가 될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일개 개인과 거대 자본의 빅딜이 가능한 시대다. 콘텐츠가 먼저인지 플랫폼이 먼저인지 따지는 것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처럼 무의미하다. 군집의 힘이 더 센지, 한 방의 힘이 더 센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의 콘텐츠가 플랫폼을 뒤흔드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콘텐츠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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