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논란의 ‘지상파 시상식’ 후일담

방송사만 배불리는 겉치레 ‘꼭 필요한가’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호불호가 강한 예능인 김구라가 그야말로 ‘자고 나니’ 스타가 됐다. 지난 2019년 12월28일 진행된 <2019 SBS 연예대상>서 던진 발언 덕분이다. ‘콘텐츠도 없이 한두 시간 때우기나 하는 시상식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는 그의 소신 발언은 방송사 시상식의 폐부를 찔렀다. 연말 진행되는 지상파 방송사 시상식은 매년 비슷한 사람들만 등장해 식상해졌을 뿐 아니라 콘텐츠 역시 과거를 답습하면서 발전이 없다는 평가만 나온다. 또 방송사 가요제는 매년 커다란 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불편함을 야기한다. 김구라가 제기한 ‘시상식 통폐합’이 뜨거운 지지를 받는 이유다. <일요시사>는 감동도 기쁨도 부족해 요식행위에 가까운 방송사 시상식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 방송인 김구라

<2019 SBS 연예대상>서 김구라가 쏘아 올린 ‘시상식 통폐합’ 발언이 지지를 받고 있다. 장수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돌려막기 식의 수상을 이어가고 있는 점과 함께 구색 맞추기에 급급한 대상 후보, 특별한 연구 없이 예능인들의 개인기에 의존해 시간을 때우는 심심한 콘텐츠 등이 지겨워졌다는 평가다. 

대중의 속마음을 알아챈 듯 김구라는 <2019 SBS 연예대상>서 가감 없이 강력한 발언을 꺼냈다.

대상 후보에게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인터뷰서 김구라는 “제가 대상 후보가 된 것 자체가 제가 납득이 안 되는데 시청자들이 납득이 될까 걱정이다. 이젠 연예대상도 물갈이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일침을 날렸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KBS도 연예대상 시청률이 안 나왔는데, 그 배경을 보면 5년, 10년 된 국민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돌려막기‘ 식으로 상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상파 3사 본부장들이 만나 통합을 결정해야 한다. 광고 때문에 이러는 것 알지만 이제 이러면 안 된다. 이제 바뀔 때가 됐다. 많은 시청자들이 오랜만에 김구라가 옳은 소리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겨운 나눠주기

김구라의 예측대로 약 4분여의 인터뷰가 끝나자 대중은 환호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김구라의 솔직한 의견에 ‘사이다 발언’이라며 그를 지지했다. 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시청자들도 이 발언에는 크게 동의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현상은 지상파 3사의 시상식이 재미나 감동, 신선함 등 좋은 콘텐츠의 덕목을 모두 놓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과거 TV의 영향력이 강력했던 시절에는 방송사 시상식이 큰 의미를 지녔지만, 케이블과 종편채널, 유튜브, 1인 크리에이티브 방송 등 미디어가 다각화되면서 지상파 방송사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위상은 낮아져가고, 콘텐츠 질적인 면에서도 변화 없이 일관된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 ‘연예대상’의 경우 유재석, 강호동, 김구라, 이영자, 전현무, 신동엽 등 최소 10년 이상, 20년이 넘도록 활약한 스타들만 계속 나오고 있다.

장수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과 함께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지 못하는 예능계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올해 그나마 대상 후보로 새롭게 박나래와 백종원이 떠올랐다. 그러나 두 사람 역시 수 년째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수 없이 얼굴을 비춰온 스타다. 아울러 그 안에서 진행되는 인터뷰나 각종 퍼포먼스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본 것을 또 보는 기분마저 안겨준다.

올해 역시 김구라의 강력한 발언이 없었다면, SBS와 MBC의 연예대상 역시 무관심 속에서 끝났을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 레드벨벳 웬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결방하고 방영한 <2019 SBS 연예대상> 1부는 <스토브리그>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2019 SBS 연예대상>이 방영되고 있는 도중에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엔 ‘쓸데없는 시상식’ ‘<스토브리그>나 방영하지’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시청률 추이를 살펴보면 <KBS 연예대상>(12월21일 방송)은 1부 7.6(닐슨코리아 수도권 가구 기준)%, 2부 7.7%, <SBS 연예대상>(28일 방송)은 1부 8.5%, 2부 13.1%, <MBC 연예대상>(29일 방송)은 1부 11%, 2부 15.1%를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구라의 시상식을 비판하는 소신 발언이 있었던 이후부터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시상식을 향한 비판은 연예대상만이 아니다. 가수들이 무대를 꾸미는 ‘가요축제’나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연기대상’도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김구라 발언 ‘시청자 대공감’
여전한 관행 ‘시상식 고질병’

늘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가요축제는 이번에도 연이은 사고로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레드벨벳의 웬디는 <2019 SBS 가요대전>서 리허설 도중 큰 부상을 입었다. 제대로 세팅되지 않은 리프트 장치 위에 올랐다가 낙상하는 사고로 인해 얼굴 부위 부상 및 오른쪽 골반과 손목 골절을 당했다. 관리 측면서 부실했음에도 불구하고 SBS는 소위 ‘유체이탈 화법’에 가까운 사과문을 내 더욱 논란을 키웠다.

<2019 KBS 가요대축제>에선 최고참급 아이돌인 에이핑크를 급작스럽게 종료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에이핑크 무대가 끝나기도 전에 카메라가 전환됐고, 에이핑크는 강제로 무대를 마쳐야 했다. KBS 측은 이 사고로 인해 사과문을 냈지만, 뿔난 팬들의 마음을 진정시키지는 못했다.

<2019 MBC 가요대제전>에서는 이원생중계 도중 음향 실수를 저질렀다. ‘시간이 필요해’와 ‘누나’를 준비한 김재환이 무대에 올랐을 때 시간이 필요해가 먼저 나왔어야 하는 상황에 누나의 음원이 먼저 흘러나온 것. 김재환은 당황하다가 노래에 맞춰 무대를 꾸몄다. 김재환의 순발력이 아니었다면 더 큰 사고로 번질 수 있었다. 

<연기대상>은 일명 ‘나눠주기’를 연발하면서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비록 2019년에는 3사 모두 단독 대상을 수여했지만, 자잘한 상을 수없이 만들어 지루함을 느끼게 했다. 2019년 성적이 가장 초라했던 <MBC 연기대상>서 대상을 수상한 김동욱은 대상 수상자임에도 ‘빈집털이’라는 불명예가 따라붙었다. 시청률을 10% 넘긴 작품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 KBS 연기대상을 수상했던 배우 공효진 ⓒKBS

김동욱이 출연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비교적 호평을 받긴 했으나 최고시청률이 8.7%에 그쳤다. 인기를 끈 작품이 전무한 터라 시상식 자체가 초상집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SBS 연기대상>은 큰 인기를 끈 <열혈사제> 김남길의 대상이 수긍이 가는 대목이긴 하나, 연기력 논란이 초반부터 들끓었던 <배가본드>의 수지와 이승기에게 최우수상을 수여한 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실력과 무관하게 유명세를 인식한 수여가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 무려 20%가 넘는 드라마가 4편이나 됐던 <KBS 연기대상>은 공효진의 대상 단독수상이 감동적이었다는 평가가 있으나, 대상을 제외한 부문서 공동수상이 남발됐고, 신드롬을 일으킨 <닥터 프리즈너>의 남궁민과 <세상에서 가장 예쁜 내 딸>서 엄청난 연기력을 펼친 김해숙이 무관에 그쳤다는 점은 공감을 얻지 못했다. 

방송국서 연말 진행하는 축제인 시상식은 매년 진행될 때마다 입길에 오르고 있다. ‘통폐합’이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변화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광고료 등 경제적 이익과 함께 종편채널과 CJ 계열의 채널까지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 중계 여부 등 다양한 부분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또 터진 안전사고

케이블 채널의 한 CP는 “매년 시상식 때마다 논란이 생기고 있다. 대중의 니즈가 있어서 통폐합된 시상식이 나올 수 있기는 하나,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가지 면에서 기준점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 같다. 누가 나서서 이 복잡한 실타래를 봉합할 수 있을지 딱히 적임자가 보이지 않는다. 객관성을 유지하려면 외부기관이 주관해야 하는데, 방송사 입장서 그런 시상식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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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