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논란의 ‘지상파 시상식’ 후일담

방송사만 배불리는 겉치레 ‘꼭 필요한가’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호불호가 강한 예능인 김구라가 그야말로 ‘자고 나니’ 스타가 됐다. 지난 2019년 12월28일 진행된 <2019 SBS 연예대상>서 던진 발언 덕분이다. ‘콘텐츠도 없이 한두 시간 때우기나 하는 시상식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는 그의 소신 발언은 방송사 시상식의 폐부를 찔렀다. 연말 진행되는 지상파 방송사 시상식은 매년 비슷한 사람들만 등장해 식상해졌을 뿐 아니라 콘텐츠 역시 과거를 답습하면서 발전이 없다는 평가만 나온다. 또 방송사 가요제는 매년 커다란 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불편함을 야기한다. 김구라가 제기한 ‘시상식 통폐합’이 뜨거운 지지를 받는 이유다. <일요시사>는 감동도 기쁨도 부족해 요식행위에 가까운 방송사 시상식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 방송인 김구라

<2019 SBS 연예대상>서 김구라가 쏘아 올린 ‘시상식 통폐합’ 발언이 지지를 받고 있다. 장수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돌려막기 식의 수상을 이어가고 있는 점과 함께 구색 맞추기에 급급한 대상 후보, 특별한 연구 없이 예능인들의 개인기에 의존해 시간을 때우는 심심한 콘텐츠 등이 지겨워졌다는 평가다. 

대중의 속마음을 알아챈 듯 김구라는 <2019 SBS 연예대상>서 가감 없이 강력한 발언을 꺼냈다.

대상 후보에게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인터뷰서 김구라는 “제가 대상 후보가 된 것 자체가 제가 납득이 안 되는데 시청자들이 납득이 될까 걱정이다. 이젠 연예대상도 물갈이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일침을 날렸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KBS도 연예대상 시청률이 안 나왔는데, 그 배경을 보면 5년, 10년 된 국민 프로그램이 많다 보니 ’돌려막기‘ 식으로 상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며 “지상파 3사 본부장들이 만나 통합을 결정해야 한다. 광고 때문에 이러는 것 알지만 이제 이러면 안 된다. 이제 바뀔 때가 됐다. 많은 시청자들이 오랜만에 김구라가 옳은 소리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겨운 나눠주기


김구라의 예측대로 약 4분여의 인터뷰가 끝나자 대중은 환호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김구라의 솔직한 의견에 ‘사이다 발언’이라며 그를 지지했다. 그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시청자들도 이 발언에는 크게 동의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현상은 지상파 3사의 시상식이 재미나 감동, 신선함 등 좋은 콘텐츠의 덕목을 모두 놓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과거 TV의 영향력이 강력했던 시절에는 방송사 시상식이 큰 의미를 지녔지만, 케이블과 종편채널, 유튜브, 1인 크리에이티브 방송 등 미디어가 다각화되면서 지상파 방송사의 영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위상은 낮아져가고, 콘텐츠 질적인 면에서도 변화 없이 일관된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 ‘연예대상’의 경우 유재석, 강호동, 김구라, 이영자, 전현무, 신동엽 등 최소 10년 이상, 20년이 넘도록 활약한 스타들만 계속 나오고 있다.

장수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것과 함께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지 못하는 예능계의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올해 그나마 대상 후보로 새롭게 박나래와 백종원이 떠올랐다. 그러나 두 사람 역시 수 년째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수 없이 얼굴을 비춰온 스타다. 아울러 그 안에서 진행되는 인터뷰나 각종 퍼포먼스는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본 것을 또 보는 기분마저 안겨준다.

올해 역시 김구라의 강력한 발언이 없었다면, SBS와 MBC의 연예대상 역시 무관심 속에서 끝났을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 
 

▲ 레드벨벳 웬디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를 결방하고 방영한 <2019 SBS 연예대상> 1부는 <스토브리그> 팬들의 야유를 받았다. <2019 SBS 연예대상>이 방영되고 있는 도중에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엔 ‘쓸데없는 시상식’ ‘<스토브리그>나 방영하지’ 등의 댓글이 쏟아졌다.  

시청률 추이를 살펴보면 <KBS 연예대상>(12월21일 방송)은 1부 7.6(닐슨코리아 수도권 가구 기준)%, 2부 7.7%, <SBS 연예대상>(28일 방송)은 1부 8.5%, 2부 13.1%, <MBC 연예대상>(29일 방송)은 1부 11%, 2부 15.1%를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김구라의 시상식을 비판하는 소신 발언이 있었던 이후부터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시상식을 향한 비판은 연예대상만이 아니다. 가수들이 무대를 꾸미는 ‘가요축제’나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들에게 상을 수여하는 ‘연기대상’도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김구라 발언 ‘시청자 대공감’
여전한 관행 ‘시상식 고질병’

늘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가요축제는 이번에도 연이은 사고로 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레드벨벳의 웬디는 <2019 SBS 가요대전>서 리허설 도중 큰 부상을 입었다. 제대로 세팅되지 않은 리프트 장치 위에 올랐다가 낙상하는 사고로 인해 얼굴 부위 부상 및 오른쪽 골반과 손목 골절을 당했다. 관리 측면서 부실했음에도 불구하고 SBS는 소위 ‘유체이탈 화법’에 가까운 사과문을 내 더욱 논란을 키웠다.

<2019 KBS 가요대축제>에선 최고참급 아이돌인 에이핑크를 급작스럽게 종료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에이핑크 무대가 끝나기도 전에 카메라가 전환됐고, 에이핑크는 강제로 무대를 마쳐야 했다. KBS 측은 이 사고로 인해 사과문을 냈지만, 뿔난 팬들의 마음을 진정시키지는 못했다.

<2019 MBC 가요대제전>에서는 이원생중계 도중 음향 실수를 저질렀다. ‘시간이 필요해’와 ‘누나’를 준비한 김재환이 무대에 올랐을 때 시간이 필요해가 먼저 나왔어야 하는 상황에 누나의 음원이 먼저 흘러나온 것. 김재환은 당황하다가 노래에 맞춰 무대를 꾸몄다. 김재환의 순발력이 아니었다면 더 큰 사고로 번질 수 있었다. 

<연기대상>은 일명 ‘나눠주기’를 연발하면서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비록 2019년에는 3사 모두 단독 대상을 수여했지만, 자잘한 상을 수없이 만들어 지루함을 느끼게 했다. 2019년 성적이 가장 초라했던 <MBC 연기대상>서 대상을 수상한 김동욱은 대상 수상자임에도 ‘빈집털이’라는 불명예가 따라붙었다. 시청률을 10% 넘긴 작품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 KBS 연기대상을 수상했던 배우 공효진 ⓒKBS

김동욱이 출연한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은 비교적 호평을 받긴 했으나 최고시청률이 8.7%에 그쳤다. 인기를 끈 작품이 전무한 터라 시상식 자체가 초상집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SBS 연기대상>은 큰 인기를 끈 <열혈사제> 김남길의 대상이 수긍이 가는 대목이긴 하나, 연기력 논란이 초반부터 들끓었던 <배가본드>의 수지와 이승기에게 최우수상을 수여한 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실력과 무관하게 유명세를 인식한 수여가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 무려 20%가 넘는 드라마가 4편이나 됐던 <KBS 연기대상>은 공효진의 대상 단독수상이 감동적이었다는 평가가 있으나, 대상을 제외한 부문서 공동수상이 남발됐고, 신드롬을 일으킨 <닥터 프리즈너>의 남궁민과 <세상에서 가장 예쁜 내 딸>서 엄청난 연기력을 펼친 김해숙이 무관에 그쳤다는 점은 공감을 얻지 못했다. 

방송국서 연말 진행하는 축제인 시상식은 매년 진행될 때마다 입길에 오르고 있다. ‘통폐합’이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음에도, 실질적인 변화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광고료 등 경제적 이익과 함께 종편채널과 CJ 계열의 채널까지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 중계 여부 등 다양한 부분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또 터진 안전사고

케이블 채널의 한 CP는 “매년 시상식 때마다 논란이 생기고 있다. 대중의 니즈가 있어서 통폐합된 시상식이 나올 수 있기는 하나,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가지 면에서 기준점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 같다. 누가 나서서 이 복잡한 실타래를 봉합할 수 있을지 딱히 적임자가 보이지 않는다. 객관성을 유지하려면 외부기관이 주관해야 하는데, 방송사 입장서 그런 시상식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