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독일 유학 후 ‘유턴’한 안철수

7번 철수했다 8번 돌아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돌아왔다. 서울시장 선거서 낙선한 후 독일로 떠난 지 1년여 만이다. 안 전 의원이 정계에 입문한 지 벌써 8. 그 사이 수차례에 걸쳐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한 그를 보는 주위의 시선은 각양각색이다. 총선을 3개월여 남기고 정치권으로 돌아온 안 전 의원의 발자취를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 최근 정계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꿔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드리겠다.” 지난 2일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20186·13 서울시장 선거서 낙선한 뒤 같은 해 9월 독일로 떠났던 그가 13개월 만에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왔다.

SNS 글로
복귀 알려

안 전 의원은 “국민들께서 과분한 사랑과 큰 기대를 보내주셨지만 제 부족함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러나 정치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봉사라는 제 초심은 변치 않았음을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정치는 8년 전 저를 불러주셨던 때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 우리의 미래 세대들은 계속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장차 어떻게 될지 암담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우리 국민께서 저를 정치의 길로 불러주시고 이끌어 주셨다면, 이제는 제가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며 “외로운 길일지라도 저를 불러주셨던 국민의 마음을 소중히 되새기면서 가야할 길을 가겠다”고 덧붙였다.


안 전 의원은 그동안 정치적 기로서 “책임진다”는 의미로 정계를 떠났다가 돌아오길 반복했다. 2011년 처음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20201월에 이르기까지 안 전 의원이 특정 순간 뒤로 물러서는 모습은 7차례에 걸쳐 포착됐다. 그의 정치 스타일을 두고 철수 정치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20118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진행했다. 오 전 시장은 주민투표를 사흘 앞두고 개표 가능 투표율이 달성되지 않거나 개표한 후 찬성률이 낮아 패할 경우 사퇴하겠다고 선언했고, 투표는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오 전 시장의 사퇴로 2011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결정됐다.

당시 안 전 의원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몇몇 언론사를 통해 실시된 여론조사서 안 전 의원의 지지율은 50%를 상회했다. 하지만 그는 96일 서울시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 만나 대화를 나눴고, 당일 그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총선 3개월 앞두고 정치권으로
‘안풍’ 파급력 주시 중인 정계

안 전 의원과 박 시장의 조건 없는 단일화는 기존 정치권에 지쳐있던 대중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던졌다. 안 전 의원의 인기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2012년 대통령 선거 출마 요구가 빗발쳤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안 전 의원은 2012919대통령 후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새누리당 후보로 박근혜 전 대통령, 민주통합당 후보로 문재인 대통령, 안 전 의원이 무소속 후보로 나선 18대 대선의 화두는 문 대통령과 안 전 의원의 단일화였다. 두 후보는 단일화 방식을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결렬됐다. 안 전 의원은 1123일 대통령 후보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두 번째 철수’였.


당시 안 전 의원은 저는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기로 결심했다이제 문 후보님과 저, 두 사람 중 누군가는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는 얼마 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다. 이제 야권의 대통령 후보는 문재인 후보라고 말했다.
 

▲ 대선 출마 선언하는 안철수 전 의원

18대 대선 당일 안 전 의원은 투표를 마친 후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다. 안 전 의원의 정치 1년차 행보는 대중은 물론 정치권에도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몇몇 언론에선 18대 대선서 과반 득표로 첫 여성 대통령타이틀을 따낸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안 전 의원을 2012올해의 인물로 꼽기도 했다.

안 전 의원은 2013311일 귀국과 동시에 4월 서울 노원구 병 재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 등을 상대로 60% 넘게 득표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여론조사에서는 안 전 의원과 허 후보가 접전 양상을 벌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안 전 의원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후 안 전 의원은 신당 창당을 본격화했다. 20131128일 신당 창당 준비기구 새정치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정계 입문 때부터 안 전 의원이 줄곧 외쳐왔던 새정치를 전면에 내세운 것. 이때부터 안 전 의원은 창당과 합당 등을 반복하며 양당 구도인 한국 정치권서 3지대를 찾기 위한 실험을 거듭하게 된다.

대선 출마로
정계 입문

안 전 의원은 새정치추진위원회 첫 회의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침이 없고 국민 이익을 가장 우선하는 합리적 개혁주의를 지향해야 한다며 신당의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이후 20142월 국민공모를 거쳐 새정치연합으로 당명을 확정하고 안 전 의원이 중앙운영위원장으로 추대됐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안 전 의원은 당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신당 통합 추진을 선언했다. 6·4 지방선거서 기초자치단체 무공천을 고리로 제3지대에 신당을 창당한다는 내용이다. 당명은 새정치연합과 민주를 합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확정됐다. 김 대표와 안 전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안 전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2014730일 치러진 재보궐선거서 ‘411’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직후다. 특히 텃밭인 광주·전남서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 당선되면서 지도부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졌다. 결국 안 전 의원은 재보궐선거 다음날인 731일 전격 사퇴했다.

안 전 의원 등 지도부 사퇴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체제로 전환됐다. 안 전 의원은 반문(반 문재인) 진영서 개혁을 외치며 지도부와 대립했다. 안 전 의원은 혁신 전당대회를 요구하며 문재인 당시 당 대표를 압박했고, 문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201512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기에 이른다.

20162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지 51일 만에 안 전 의원은 신당인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국민의당은 창당 두 달 만에 치른 20대 총선서 지역구 25, 비례대표 13명 등 38석을 얻으며 일약 원내3당으로 뛰어올랐다. 당초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녹색돌풍을 일으켰다는 평이 나왔다.

그러나 안철수 체제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총선 2개월 만에 선거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현재 바른미래당)4·13 총선 당시 선거공보물 제작업체들로부터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고 일감을 맡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의원은 4·13 총선서 선거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을 맡았다.

안 전 의원은 천정배 공동대표와 함께 사퇴의 변을 통해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래, 매번 책임져야 할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온 것도 그 때문이라며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독일로 떠났다가 귀국해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녹색 돌풍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장미 대선이 확정된 후로 안 전 의원은 20174월 의원직을 사퇴하고 두 번째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당 후보로 완주한 안 전 의원은 21.4%의 득표율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24.0%)에 이어 3위로 낙선했다. 2011년 처음 정치권에 등장했을 때의 파괴력과 신선함이 많이 희석되면서 나온 결과였다.

대선 패배 이후 안 전 의원은 당 대표에 도전, 다시 전면에 나섰다. 2017년 하반기 들어서는 바른정당과의 합당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 과정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통해 중도보수적인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친안철수계와 호남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고수하려는 반안철수계 간의 갈등이 심화됐다.

통합찬성파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절차에 돌입했고 통합반대파는 집단 탈당 후 신당을 창당했다. 이어 20182월 바른미래당이 공식 창당됐다.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과 집단 탈당파가 만든 민주평화당으로 쪼개진 것이다. 안 전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6·13 총선을 치렀다.
 

바른미래당은 6·13 지방선거서 전멸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안 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서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에 이어 3위로 낙선했는데 19대 대선 당시 서울서 득표한 22.7%에도 미치지 못하는 19.5%를 얻었다. 잇단 선거서 낙선한 안 전 의원은 같은해 7월 정치 일선서 물러나 성찰과 배움의 시간을 갖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안 전 의원은 기자회견서 “59개월간 정치하면서 다당제 시대도 겪고 개혁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왔지만 미흡한 점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세계 곳곳의 현장서 경험하고 깨달음을 얻겠다. 그 끝이 어떤 것인지 저도 잘 알 수 없지만 세계 각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변화하는지, 우리가 앞으로 나갈 옳은 방향은 무엇인지 숙고하겠다고 덧붙였다.


20189월 독일로 떠난 안 전 의원은 13개월 만에 다시 정치권으로 복귀했다. 정치권은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안 전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재창당 자유한국당과 통합 신당 창당 등의 시나리오들이 쏟아지고 있다.

중요한 순간마다 멈칫
신선함·새정치 희석

대안신당(가칭) 박지원 의원은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 선언과 관련해 이분의 기회 포착 능력은 최고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안 전 의원이 그래도 4차 산업, 21세기형 젊은 지도자인 것만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싶어 진보세력으로 위장취업했다가 실패하니까 다시 돌아갔다고 언급했다.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은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에 “귀국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 위원장은 “안 대표와 어떤 협력관계를 가져갈지는 안 대표가 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후에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귀국 의지 정도를 표명한 상태기에 구체적인 그런 것(관계 언급)은 어려울 듯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정권의 심판이라는 대의에는 (안 전 의원도) 공감할 거라고 보기에 충분히 연대와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며 안 전 대표가 선명야당의 깃발을 들고 문정부를 심판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거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에 대해 비판 뉘앙스의 글을 남겼다. 그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가 성공할 수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정 전 의원은 단언컨대 안철수는 성공하기 힘들다. 성공했으면 벌써 했다‘‘우물쭈물하다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말처럼 여러 번의 기회를 날렸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참신한 안철수의 이미지는 없고 아집과 독선, 이기주의 그리고 애매한 정체성의 실체를 드러내는 고집불통의 안철수만 남았다탈당과 신당 창당, 결별을 반복하며 정치적 자산을 소진시켰다. 대선 때 문모닝을 외치며 그를 도왔던 박지원마저 그에게서 멀어졌다고 설명했다.

왕년의 제3지대 국민의당 같은 정당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람도 없고 시간도 없다. 주목받는 총선 타이밍에 들어오긴 하는데 총선 끝나면 다시 외국에 나가지 않을까 예측해본다정치를 바꾸기 전에 안철수를 바꿔라! 자신부터 바꾸지 않으면 정치를 바꿀 수 없고 안철수의 미래도 없다. 한국 정치서 이제 안철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철수-복귀
이번에는?

한편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 선언으로 안철수 테마주가 요동을 쳤다. 안랩은 지난 2일 전 거래일 대비 23.66% 오른 8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안랩은 안 전 의원이 최대주주인 통합보안 업체다. 같은날 수정진동자 및 응용제품 제조판매업체 써니전자도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써니전자는 안철수 연구소 기획이사로 재직했던 송태종씨가 과거 대표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관련주로 분류됐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중서 멀어진 안철수? '비호감도 70% 육박'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지난달 10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치 지도자에 대한 호감여부를 조사한 결과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비호감도 69%1위를 기록했다. 호감도는 17%로 나타났다.

이낙연 총리 등 7명 조사

한국갤럽은 지난달 3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5% 이상 차지한 7명을 대상으로 호감도 조사를 진행했다. 이낙연 총리, 정의당 심상정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안 전 의원 등 7명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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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