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독일 유학 후 ‘유턴’한 안철수

7번 철수했다 8번 돌아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돌아왔다. 서울시장 선거서 낙선한 후 독일로 떠난 지 1년여 만이다. 안 전 의원이 정계에 입문한 지 벌써 8. 그 사이 수차례에 걸쳐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한 그를 보는 주위의 시선은 각양각색이다. 총선을 3개월여 남기고 정치권으로 돌아온 안 전 의원의 발자취를 <일요시사>가 조명했다.
 

▲ 최근 정계복귀를 선언한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의원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꿔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드리겠다.” 지난 2일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정계 복귀를 선언했다. 20186·13 서울시장 선거서 낙선한 뒤 같은 해 9월 독일로 떠났던 그가 13개월 만에 다시 정치권으로 돌아왔다.

SNS 글로
복귀 알려

안 전 의원은 “국민들께서 과분한 사랑과 큰 기대를 보내주셨지만 제 부족함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그러나 정치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봉사라는 제 초심은 변치 않았음을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 정치는 8년 전 저를 불러주셨던 때보다 더 악화되고 있다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 우리의 미래 세대들은 계속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장차 어떻게 될지 암담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우리 국민께서 저를 정치의 길로 불러주시고 이끌어 주셨다면, 이제는 제가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며 “외로운 길일지라도 저를 불러주셨던 국민의 마음을 소중히 되새기면서 가야할 길을 가겠다”고 덧붙였다.


안 전 의원은 그동안 정치적 기로서 “책임진다”는 의미로 정계를 떠났다가 돌아오길 반복했다. 2011년 처음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부터 20201월에 이르기까지 안 전 의원이 특정 순간 뒤로 물러서는 모습은 7차례에 걸쳐 포착됐다. 그의 정치 스타일을 두고 철수 정치라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20118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진행했다. 오 전 시장은 주민투표를 사흘 앞두고 개표 가능 투표율이 달성되지 않거나 개표한 후 찬성률이 낮아 패할 경우 사퇴하겠다고 선언했고, 투표는 투표율 미달로 무산됐다.

오 전 시장의 사퇴로 20119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결정됐다.

당시 안 전 의원의 서울시장 선거 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몇몇 언론사를 통해 실시된 여론조사서 안 전 의원의 지지율은 50%를 상회했다. 하지만 그는 96일 서울시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 만나 대화를 나눴고, 당일 그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총선 3개월 앞두고 정치권으로
‘안풍’ 파급력 주시 중인 정계

안 전 의원과 박 시장의 조건 없는 단일화는 기존 정치권에 지쳐있던 대중들에게 적잖은 충격을 던졌다. 안 전 의원의 인기가 높아지기 시작했고 2012년 대통령 선거 출마 요구가 빗발쳤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안 전 의원은 2012919대통령 후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새누리당 후보로 박근혜 전 대통령, 민주통합당 후보로 문재인 대통령, 안 전 의원이 무소속 후보로 나선 18대 대선의 화두는 문 대통령과 안 전 의원의 단일화였다. 두 후보는 단일화 방식을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끝내 결렬됐다. 안 전 의원은 1123일 대통령 후보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두 번째 철수’였.


당시 안 전 의원은 저는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기로 결심했다이제 문 후보님과 저, 두 사람 중 누군가는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는 얼마 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다. 이제 야권의 대통령 후보는 문재인 후보라고 말했다.
 

▲ 대선 출마 선언하는 안철수 전 의원

18대 대선 당일 안 전 의원은 투표를 마친 후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다. 안 전 의원의 정치 1년차 행보는 대중은 물론 정치권에도 상당한 충격을 안겼다. 몇몇 언론에선 18대 대선서 과반 득표로 첫 여성 대통령타이틀을 따낸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안 전 의원을 2012올해의 인물로 꼽기도 했다.

안 전 의원은 2013311일 귀국과 동시에 4월 서울 노원구 병 재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 등을 상대로 60% 넘게 득표해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여론조사에서는 안 전 의원과 허 후보가 접전 양상을 벌였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안 전 의원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후 안 전 의원은 신당 창당을 본격화했다. 20131128일 신당 창당 준비기구 새정치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정계 입문 때부터 안 전 의원이 줄곧 외쳐왔던 새정치를 전면에 내세운 것. 이때부터 안 전 의원은 창당과 합당 등을 반복하며 양당 구도인 한국 정치권서 3지대를 찾기 위한 실험을 거듭하게 된다.

대선 출마로
정계 입문

안 전 의원은 새정치추진위원회 첫 회의서 어느 한 쪽에 치우침이 없고 국민 이익을 가장 우선하는 합리적 개혁주의를 지향해야 한다며 신당의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이후 20142월 국민공모를 거쳐 새정치연합으로 당명을 확정하고 안 전 의원이 중앙운영위원장으로 추대됐다.

하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안 전 의원은 당시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신당 통합 추진을 선언했다. 6·4 지방선거서 기초자치단체 무공천을 고리로 제3지대에 신당을 창당한다는 내용이다. 당명은 새정치연합과 민주를 합한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확정됐다. 김 대표와 안 전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로 선출됐다.

안 전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2014730일 치러진 재보궐선거서 ‘411’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직후다. 특히 텃밭인 광주·전남서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 당선되면서 지도부에 대한 비판 수위가 높아졌다. 결국 안 전 의원은 재보궐선거 다음날인 731일 전격 사퇴했다.

안 전 의원 등 지도부 사퇴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체제로 전환됐다. 안 전 의원은 반문(반 문재인) 진영서 개혁을 외치며 지도부와 대립했다. 안 전 의원은 혁신 전당대회를 요구하며 문재인 당시 당 대표를 압박했고, 문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201512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기에 이른다.

20162월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지 51일 만에 안 전 의원은 신당인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국민의당은 창당 두 달 만에 치른 20대 총선서 지역구 25, 비례대표 13명 등 38석을 얻으며 일약 원내3당으로 뛰어올랐다. 당초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녹색돌풍을 일으켰다는 평이 나왔다.

그러나 안철수 체제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총선 2개월 만에 선거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현재 바른미래당)4·13 총선 당시 선거공보물 제작업체들로부터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고 일감을 맡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 의원은 4·13 총선서 선거대책위원회 홍보위원장을 맡았다.

안 전 의원은 천정배 공동대표와 함께 사퇴의 변을 통해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제가 정치를 시작한 이래, 매번 책임져야 할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온 것도 그 때문이라며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독일로 떠났다가 귀국해 대권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녹색 돌풍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장미 대선이 확정된 후로 안 전 의원은 20174월 의원직을 사퇴하고 두 번째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국민의당 후보로 완주한 안 전 의원은 21.4%의 득표율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24.0%)에 이어 3위로 낙선했다. 2011년 처음 정치권에 등장했을 때의 파괴력과 신선함이 많이 희석되면서 나온 결과였다.

대선 패배 이후 안 전 의원은 당 대표에 도전, 다시 전면에 나섰다. 2017년 하반기 들어서는 바른정당과의 합당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이 과정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통해 중도보수적인 정체성을 강화하려는 친안철수계와 호남의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서 정체성을 고수하려는 반안철수계 간의 갈등이 심화됐다.

통합찬성파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절차에 돌입했고 통합반대파는 집단 탈당 후 신당을 창당했다. 이어 20182월 바른미래당이 공식 창당됐다. 국민의당이 바른미래당과 집단 탈당파가 만든 민주평화당으로 쪼개진 것이다. 안 전 의원은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6·13 총선을 치렀다.
 

바른미래당은 6·13 지방선거서 전멸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안 전 의원은 서울시장 선거서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에 이어 3위로 낙선했는데 19대 대선 당시 서울서 득표한 22.7%에도 미치지 못하는 19.5%를 얻었다. 잇단 선거서 낙선한 안 전 의원은 같은해 7월 정치 일선서 물러나 성찰과 배움의 시간을 갖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안 전 의원은 기자회견서 “59개월간 정치하면서 다당제 시대도 겪고 개혁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왔지만 미흡한 점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세계 곳곳의 현장서 경험하고 깨달음을 얻겠다. 그 끝이 어떤 것인지 저도 잘 알 수 없지만 세계 각국은 어떻게 대응하고 변화하는지, 우리가 앞으로 나갈 옳은 방향은 무엇인지 숙고하겠다고 덧붙였다.


20189월 독일로 떠난 안 전 의원은 13개월 만에 다시 정치권으로 복귀했다. 정치권은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안 전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를 두고 갑론을박이 나온다. 바른미래당 재창당 자유한국당과 통합 신당 창당 등의 시나리오들이 쏟아지고 있다.

중요한 순간마다 멈칫
신선함·새정치 희석

대안신당(가칭) 박지원 의원은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 선언과 관련해 이분의 기회 포착 능력은 최고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안 전 의원이 그래도 4차 산업, 21세기형 젊은 지도자인 것만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싶어 진보세력으로 위장취업했다가 실패하니까 다시 돌아갔다고 언급했다.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은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에 “귀국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하 위원장은 “안 대표와 어떤 협력관계를 가져갈지는 안 대표가 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후에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귀국 의지 정도를 표명한 상태기에 구체적인 그런 것(관계 언급)은 어려울 듯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문재인정권의 심판이라는 대의에는 (안 전 의원도) 공감할 거라고 보기에 충분히 연대와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며 안 전 대표가 선명야당의 깃발을 들고 문정부를 심판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거라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은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에 대해 비판 뉘앙스의 글을 남겼다. 그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가 성공할 수 없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정 전 의원은 단언컨대 안철수는 성공하기 힘들다. 성공했으면 벌써 했다‘‘우물쭈물하다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말처럼 여러 번의 기회를 날렸다고 글을 시작했다.

이어 참신한 안철수의 이미지는 없고 아집과 독선, 이기주의 그리고 애매한 정체성의 실체를 드러내는 고집불통의 안철수만 남았다탈당과 신당 창당, 결별을 반복하며 정치적 자산을 소진시켰다. 대선 때 문모닝을 외치며 그를 도왔던 박지원마저 그에게서 멀어졌다고 설명했다.

왕년의 제3지대 국민의당 같은 정당을 만들어야 하는데 사람도 없고 시간도 없다. 주목받는 총선 타이밍에 들어오긴 하는데 총선 끝나면 다시 외국에 나가지 않을까 예측해본다정치를 바꾸기 전에 안철수를 바꿔라! 자신부터 바꾸지 않으면 정치를 바꿀 수 없고 안철수의 미래도 없다. 한국 정치서 이제 안철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철수-복귀
이번에는?

한편 안 전 의원의 정계복귀 선언으로 안철수 테마주가 요동을 쳤다. 안랩은 지난 2일 전 거래일 대비 23.66% 오른 8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안랩은 안 전 의원이 최대주주인 통합보안 업체다. 같은날 수정진동자 및 응용제품 제조판매업체 써니전자도 상한가로 장을 마감했다. 써니전자는 안철수 연구소 기획이사로 재직했던 송태종씨가 과거 대표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관련주로 분류됐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중서 멀어진 안철수? '비호감도 70% 육박'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지난달 10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차기 정치 지도자에 대한 호감여부를 조사한 결과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비호감도 69%1위를 기록했다. 호감도는 17%로 나타났다.

이낙연 총리 등 7명 조사

한국갤럽은 지난달 3일부터 사흘간 실시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5% 이상 차지한 7명을 대상으로 호감도 조사를 진행했다. 이낙연 총리, 정의당 심상정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안 전 의원 등 7명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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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