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 접은 한상률 국세청장

교도소 담장 위에 선 염라대왕 ‘바람 불면 안쪽으로 뚝’

정부 중추기관인 국세청이 ‘청탁과 비리’라는 광풍에 의해 뿌리째 뽑힐 지경에 이르렀다. 뇌물수수혐의로 이주성 전 국세청장과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구속된 데 이어 한상률 현 국세청장까지 3대 청장이 잇따라 뇌물과 관련해 구설수에 오른 탓이다. 이로써 국세청 상층부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직원들의 사기 또한 말이 아니다. 일손을 잠시 멈추고 향후 추이를 지켜보자는 직원들도 눈에 띌 정도다. 이런 가운데 이번 인사로비 의혹을 제기한 장본인이 다름 아닌 전임 청장이었던 전 전 청장의 부인이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세청에 한바탕 광풍이 몰아쳤다. 현직 국세청장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청장으로 재직하던 전군표 전 청장이 인사청탁 명목으로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현금 7000만원과 미화 1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검찰에 구속 수감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국세청에 대한 국민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국민들은 국세청을 청탁과 비리가 만연한 집단으로 치부하며 외면했다.

한상률 현 국세청장은 이런 어려운 시기에 국세청의 수장이 됐다. 당시 국세청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한 국세청장은 전 전 청장이 구속된 지 이틀 뒤인 2007년 1월8일 국세청 회의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으로 국세청에 많은 신뢰를 보내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정말 죄송하다.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깊이 반성한다”며 국세행정을 믿어 준 국민과 열심히 일해 준 직원들에게 세 번이나 머리를 조아렸다.
이와 함께 국가 재정을 조달하는 국가 중추기관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각오로 국궁진력(鞠躬盡力)하자”고 강조했다. 국궁진력은 중국 청나라 황제 강희제의 좌우명으로 ‘섬기는 마음으로 몸을 낮춰 온 힘을 다한다’는 뜻이다.
한 청장은 이후 국세청을 향한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하며 2008년 한 해를 국세청 신뢰도 제고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 이 결과 한국생산성본부와 한국갤럽 등이 지난 8일 발표한 ‘2008년 국세행정 종합신뢰도’ 조사에서 2007년(62.5점)에 비해 9.3점이 오른 71.8점을 받는 성과를 얻었다.
지난해 11월 한 청장은 한 차례 난관에 봉착했다. 추락된 국민신뢰 회복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련을 맞이한 것이다. 이주성 전 청장이 프라임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청탁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전 청장 사건의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비리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국세청의 위상은 모래 위에 지은 성처럼 위태롭기만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한 청장을 비호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한 청장의 잘못이 아니라 전임 청장들의 태도가 잘못이라는 것이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특히 과거와의 단절을 명확히 하는 분위기가 확산돼 역대 국세청장이 불명예스러운 일을 겪었지만 현재의 국세청과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국세청 내부에서 일었던 과거와의 단절의 분위기도 현재는 한풀 꺾인 상태다. 전 전 국세청장의 부인 이미정 씨가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 청장인 당시 한상률 차장으로부터 ‘대가성 그림’을 전달받았다고 밝힌 것이다.

이주성·전군표 이어 현 청장까지 검찰행 위기
그림선물 의혹에 골프청탁 의혹까지 첩첩산중
전군표 부인   vs 한상률 청장 “나는 그런 그림 본 적도 없다”

한 청장의 이름과 인사청탁이라는 단어가 섞여 전임 국세청장의 부인의 입을 통해 거론되자 여론은 싸늘하게 식었다. 국세청장이 내부비리에 연루가 됐다면 국세청 내부의 뿌리 깊은 비리와 상납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쏟아지고 있다.
국세청장은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과 함께 4대 권력기관장의 한 명으로 우리나라 재정 수입의 85%에 달하는 130조여원의 국세를 징수하는 최고 수뇌부다.
이씨는 “남편이 재임 시절인 2007년 당시 한 차장 부인으로부터 시내 모처 음식점에서 2000만원~3000만원 상당의 그림을 전달받았다”며 “한 차장부부가 국세청 내 경쟁 상대였던 TK(대구·경북) 출신 K지방국세청장을 밀어내 달라며 그림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한 청장이 당시 차장 시절 전 전 청장에게 전달했다고 알려진 그림은 고 최욱경 화백의 작품인 ‘학동마을’. 이씨에 따르면 당시 한 차장 부부는 K지방청장이 공직자 신분이면서도 많은 금액을 종교재단에 기부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조사해봐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전 전 청장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많은 액수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사람을 밀어낼 수는 없다고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K지방청장은 한 청장과는 같은 행시 21기로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사임 당시 국세청 내부 통신망에 ‘억울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상당한 파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 청장은 이씨의 주장에 대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림을 전달한 적이 없다. 완벽한 모함이다”라고 해명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전임 국세청장 부인의 입을 통해 이러한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국세청은 또 한차례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한 청장의 그림 상납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가 전 전 청장의 부인이라는 점과 당시 정황이 구체적이란 점에서 이번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간에선 그동안 한 청장은 국세 행정의 투명성을 강조해 온 터라 경쟁관계에 있던 ‘다른 국세청 간부를 밀어내 달라’고 했다는 증언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맞게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또 다시 광풍을 맞은 국세청 역시 3대 청장이 잇따라 비위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청장의 인사 청탁 의혹은 그림 상납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 14일에는 권력실세들에게 골프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친분이 있는 포항 지역 인사들과 골프를 치고 회식을 했던 것. 당시는 국세청을 비롯한 권력기관장들에 대한 인사와 개각설이 나돌던 때다. 더욱이 한 청장은 골프를 치면서 가명을 사용, 숨기고 싶은 무엇이 있었다는 짐작이 가능하다.
정치권에서는 ‘골프 회동’을 놓고 한 청장이 개각 등 공직 사회의 인적 개편을 앞두고 이 대통령의 인척인 신기옥 씨 및 이 의원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골프회동의 참석자는 자동차 부품공장을 경영하는 김모 회장, 포항상공회의소 최모 회장, 강모 의원 등이다. 김 회장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면서 영부인인 김윤옥 씨를 ‘형수님’으로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포항상공회의소 회장과 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포항의 유력 인사다. 강 의원은 자타가 인정하는 이상득 의원의 핵심 계보원이다. 사건이 연거푸 터지자 국내 주요언론들은 지난 15일 “한 청장 사의 표명”이라고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한 청장 자신은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고, 사퇴할 생각도 없다”고 맞섰다. 청와대도 “사의를 접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세를 돌릴 수는 없었다.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일말의 도의적 책임과 국정운영에 부담을 느낀 청와대가 사퇴압력을 넣었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한 청장은 결국 15일 밤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고, 청와대는 이를 수리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단 하루 만에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국세청 김경수 대변인은 “한 청장이 어젯밤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며 “한 청장의 사의 표명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시인한다는 뜻이 아니고 도의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세정운영 정상화를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 청장은 사임과 관련한 소회에 대해 “그동안 무거운 지게를 지고 가다가 벗어놓은 것처럼 마음이 홀가분하다”라며 “그동안 열심히 일 해왔기 때문에 청장의 사의 표명은 부끄러워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림 상납 및 골프 청탁 의혹으로 한 청장은 취임한 지 1년2개월만에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여론의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청와대는 결국 한 청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곧바로 후임 인선에 나섰다. 후임자로는 허병익 국세청 차장과 이현동 서울지방국세청장, 허용석 관세청장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외부인사로는 조용근 한국세무사회 회장,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김호업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상률 국세청장은 누구?
국세행정 종합신뢰도 상승에 기여했지만…

참여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도 국세청 수장으로 유임된 한상률 국세청장은 1953년생 충남 태안 출신으로 태안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행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국세청 국제조사담당관, 중부청 조사2국장, 서울청 조사4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국세청장, 국세청 차장 등 조직내 핵심보직을 두루 거쳤다.
국세청 소득세과장 재임 때인 지난 99년 세정개혁기획단 총괄팀장을 맡아 국세행정 혁신을 주도했으며, 본청 조사국장 재직당시에도 부동산 투기와 론스타 등 6개 외국계펀드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2006년 4월 서울국세청장에 발탁된 뒤에는 직원들과의 그룹미팅을 통해 기존 업무를 과감히 없애는 ‘일버리기 운동’을 도입, 세무서 업무량을 획기적으로 축소하는 등 업무효율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7월말에 국세청 차장으로 임명되면서 전반적인 국세행정 업무를 총괄해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사상 초유의 현직 청장 구속으로 충격을 받은 국세청 조직을 빠른 시일 내에 안정시킬 적임자로 낙점돼 국세청장에 올랐다.
한 청장은 취임 이후 국세청 조직의 신뢰회복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으며, 이 결과 ‘2008년 국세행정 종합신뢰도’를 전년대비 9.3%P 올리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빠른 시일내 조직 안정시킬 적임자로 낙점
노무현 정부 이어 이명박 정부서 전격 유임

국내·외 세무조사 업무에 능통하며, 기획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 청장은 신중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으로, 탁월한 위기대처 능력과 강한 업무추진력이 장점이다. 탁구와 골프 등 운동 실력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인 김신구(55) 씨와의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비리에 연루된 역대 국세청장들
국세청은 비리의 온상?
역대 청장 15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불명예 퇴진

국세청은 지난 1966년 이낙선 초대청장을 시작으로 1988년 7대 서영택 청장이 내부 조직 출신으로 문민청장 시대를 연 뒤 한상률 현 17대 청장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동안 절반 이상이 비리 등에 연루되거나 조직 내부 문제 등으로 사법처리 혹은 불명예 퇴진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전임 국세청장이었던 전군표 청장은 2006년 7월 국세청장에 내정된 뒤 자신의 집에서 정상곤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는 등 6차례에 걸쳐 현금 7000만원과 미화 1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2007년 11월 구속 기소돼 상고심에서 징역 3년6월에 추징금 7947만3000원의 형이 확정됐다.
전군표 전 청장의 전임인 이주성 전 청장은 프라임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청탁 금품수수 혐의로 2008년 11월 구속됐다.
2003년에는 손영래 전 청장이 썬앤문 감세 청탁 사건과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됐고 1998년엔 임채주 전 청장이 국가공무원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세풍사건)로 구속됐다.
문민청장 시절 이전 5대 안무혁 청장과 6대 성용욱 청장 등 군 출신 청장들 역시 선거자금 모금 혐의로 법정에 섰다. 12대 안정남 청장도 건설교통부 장관에 임명된 후 부동산 투기와 증여세 포탈혐의로 물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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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