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 접은 한상률 국세청장

교도소 담장 위에 선 염라대왕 ‘바람 불면 안쪽으로 뚝’

정부 중추기관인 국세청이 ‘청탁과 비리’라는 광풍에 의해 뿌리째 뽑힐 지경에 이르렀다. 뇌물수수혐의로 이주성 전 국세청장과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구속된 데 이어 한상률 현 국세청장까지 3대 청장이 잇따라 뇌물과 관련해 구설수에 오른 탓이다. 이로써 국세청 상층부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직원들의 사기 또한 말이 아니다. 일손을 잠시 멈추고 향후 추이를 지켜보자는 직원들도 눈에 띌 정도다. 이런 가운데 이번 인사로비 의혹을 제기한 장본인이 다름 아닌 전임 청장이었던 전 전 청장의 부인이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세청에 한바탕 광풍이 몰아쳤다. 현직 국세청장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청장으로 재직하던 전군표 전 청장이 인사청탁 명목으로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현금 7000만원과 미화 1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검찰에 구속 수감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국세청에 대한 국민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국민들은 국세청을 청탁과 비리가 만연한 집단으로 치부하며 외면했다.

한상률 현 국세청장은 이런 어려운 시기에 국세청의 수장이 됐다. 당시 국세청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한 국세청장은 전 전 청장이 구속된 지 이틀 뒤인 2007년 1월8일 국세청 회의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으로 국세청에 많은 신뢰를 보내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정말 죄송하다.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깊이 반성한다”며 국세행정을 믿어 준 국민과 열심히 일해 준 직원들에게 세 번이나 머리를 조아렸다.
이와 함께 국가 재정을 조달하는 국가 중추기관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각오로 국궁진력(鞠躬盡力)하자”고 강조했다. 국궁진력은 중국 청나라 황제 강희제의 좌우명으로 ‘섬기는 마음으로 몸을 낮춰 온 힘을 다한다’는 뜻이다.
한 청장은 이후 국세청을 향한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하며 2008년 한 해를 국세청 신뢰도 제고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 이 결과 한국생산성본부와 한국갤럽 등이 지난 8일 발표한 ‘2008년 국세행정 종합신뢰도’ 조사에서 2007년(62.5점)에 비해 9.3점이 오른 71.8점을 받는 성과를 얻었다.
지난해 11월 한 청장은 한 차례 난관에 봉착했다. 추락된 국민신뢰 회복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련을 맞이한 것이다. 이주성 전 청장이 프라임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청탁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전 청장 사건의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비리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국세청의 위상은 모래 위에 지은 성처럼 위태롭기만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한 청장을 비호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한 청장의 잘못이 아니라 전임 청장들의 태도가 잘못이라는 것이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특히 과거와의 단절을 명확히 하는 분위기가 확산돼 역대 국세청장이 불명예스러운 일을 겪었지만 현재의 국세청과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국세청 내부에서 일었던 과거와의 단절의 분위기도 현재는 한풀 꺾인 상태다. 전 전 국세청장의 부인 이미정 씨가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 청장인 당시 한상률 차장으로부터 ‘대가성 그림’을 전달받았다고 밝힌 것이다.

이주성·전군표 이어 현 청장까지 검찰행 위기
그림선물 의혹에 골프청탁 의혹까지 첩첩산중
전군표 부인   vs 한상률 청장 “나는 그런 그림 본 적도 없다”

한 청장의 이름과 인사청탁이라는 단어가 섞여 전임 국세청장의 부인의 입을 통해 거론되자 여론은 싸늘하게 식었다. 국세청장이 내부비리에 연루가 됐다면 국세청 내부의 뿌리 깊은 비리와 상납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쏟아지고 있다.
국세청장은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과 함께 4대 권력기관장의 한 명으로 우리나라 재정 수입의 85%에 달하는 130조여원의 국세를 징수하는 최고 수뇌부다.
이씨는 “남편이 재임 시절인 2007년 당시 한 차장 부인으로부터 시내 모처 음식점에서 2000만원~3000만원 상당의 그림을 전달받았다”며 “한 차장부부가 국세청 내 경쟁 상대였던 TK(대구·경북) 출신 K지방국세청장을 밀어내 달라며 그림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한 청장이 당시 차장 시절 전 전 청장에게 전달했다고 알려진 그림은 고 최욱경 화백의 작품인 ‘학동마을’. 이씨에 따르면 당시 한 차장 부부는 K지방청장이 공직자 신분이면서도 많은 금액을 종교재단에 기부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조사해봐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전 전 청장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많은 액수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사람을 밀어낼 수는 없다고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K지방청장은 한 청장과는 같은 행시 21기로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사임 당시 국세청 내부 통신망에 ‘억울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상당한 파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 청장은 이씨의 주장에 대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림을 전달한 적이 없다. 완벽한 모함이다”라고 해명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전임 국세청장 부인의 입을 통해 이러한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국세청은 또 한차례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한 청장의 그림 상납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가 전 전 청장의 부인이라는 점과 당시 정황이 구체적이란 점에서 이번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간에선 그동안 한 청장은 국세 행정의 투명성을 강조해 온 터라 경쟁관계에 있던 ‘다른 국세청 간부를 밀어내 달라’고 했다는 증언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맞게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또 다시 광풍을 맞은 국세청 역시 3대 청장이 잇따라 비위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청장의 인사 청탁 의혹은 그림 상납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 14일에는 권력실세들에게 골프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친분이 있는 포항 지역 인사들과 골프를 치고 회식을 했던 것. 당시는 국세청을 비롯한 권력기관장들에 대한 인사와 개각설이 나돌던 때다. 더욱이 한 청장은 골프를 치면서 가명을 사용, 숨기고 싶은 무엇이 있었다는 짐작이 가능하다.
정치권에서는 ‘골프 회동’을 놓고 한 청장이 개각 등 공직 사회의 인적 개편을 앞두고 이 대통령의 인척인 신기옥 씨 및 이 의원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골프회동의 참석자는 자동차 부품공장을 경영하는 김모 회장, 포항상공회의소 최모 회장, 강모 의원 등이다. 김 회장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면서 영부인인 김윤옥 씨를 ‘형수님’으로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포항상공회의소 회장과 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포항의 유력 인사다. 강 의원은 자타가 인정하는 이상득 의원의 핵심 계보원이다. 사건이 연거푸 터지자 국내 주요언론들은 지난 15일 “한 청장 사의 표명”이라고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한 청장 자신은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고, 사퇴할 생각도 없다”고 맞섰다. 청와대도 “사의를 접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세를 돌릴 수는 없었다.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일말의 도의적 책임과 국정운영에 부담을 느낀 청와대가 사퇴압력을 넣었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한 청장은 결국 15일 밤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고, 청와대는 이를 수리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단 하루 만에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국세청 김경수 대변인은 “한 청장이 어젯밤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며 “한 청장의 사의 표명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시인한다는 뜻이 아니고 도의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세정운영 정상화를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 청장은 사임과 관련한 소회에 대해 “그동안 무거운 지게를 지고 가다가 벗어놓은 것처럼 마음이 홀가분하다”라며 “그동안 열심히 일 해왔기 때문에 청장의 사의 표명은 부끄러워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림 상납 및 골프 청탁 의혹으로 한 청장은 취임한 지 1년2개월만에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여론의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청와대는 결국 한 청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곧바로 후임 인선에 나섰다. 후임자로는 허병익 국세청 차장과 이현동 서울지방국세청장, 허용석 관세청장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외부인사로는 조용근 한국세무사회 회장,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김호업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상률 국세청장은 누구?
국세행정 종합신뢰도 상승에 기여했지만…

참여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도 국세청 수장으로 유임된 한상률 국세청장은 1953년생 충남 태안 출신으로 태안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행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국세청 국제조사담당관, 중부청 조사2국장, 서울청 조사4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국세청장, 국세청 차장 등 조직내 핵심보직을 두루 거쳤다.
국세청 소득세과장 재임 때인 지난 99년 세정개혁기획단 총괄팀장을 맡아 국세행정 혁신을 주도했으며, 본청 조사국장 재직당시에도 부동산 투기와 론스타 등 6개 외국계펀드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2006년 4월 서울국세청장에 발탁된 뒤에는 직원들과의 그룹미팅을 통해 기존 업무를 과감히 없애는 ‘일버리기 운동’을 도입, 세무서 업무량을 획기적으로 축소하는 등 업무효율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7월말에 국세청 차장으로 임명되면서 전반적인 국세행정 업무를 총괄해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사상 초유의 현직 청장 구속으로 충격을 받은 국세청 조직을 빠른 시일 내에 안정시킬 적임자로 낙점돼 국세청장에 올랐다.
한 청장은 취임 이후 국세청 조직의 신뢰회복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으며, 이 결과 ‘2008년 국세행정 종합신뢰도’를 전년대비 9.3%P 올리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빠른 시일내 조직 안정시킬 적임자로 낙점
노무현 정부 이어 이명박 정부서 전격 유임

국내·외 세무조사 업무에 능통하며, 기획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 청장은 신중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으로, 탁월한 위기대처 능력과 강한 업무추진력이 장점이다. 탁구와 골프 등 운동 실력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인 김신구(55) 씨와의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비리에 연루된 역대 국세청장들
국세청은 비리의 온상?
역대 청장 15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불명예 퇴진

국세청은 지난 1966년 이낙선 초대청장을 시작으로 1988년 7대 서영택 청장이 내부 조직 출신으로 문민청장 시대를 연 뒤 한상률 현 17대 청장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동안 절반 이상이 비리 등에 연루되거나 조직 내부 문제 등으로 사법처리 혹은 불명예 퇴진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전임 국세청장이었던 전군표 청장은 2006년 7월 국세청장에 내정된 뒤 자신의 집에서 정상곤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는 등 6차례에 걸쳐 현금 7000만원과 미화 1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2007년 11월 구속 기소돼 상고심에서 징역 3년6월에 추징금 7947만3000원의 형이 확정됐다.
전군표 전 청장의 전임인 이주성 전 청장은 프라임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청탁 금품수수 혐의로 2008년 11월 구속됐다.
2003년에는 손영래 전 청장이 썬앤문 감세 청탁 사건과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됐고 1998년엔 임채주 전 청장이 국가공무원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세풍사건)로 구속됐다.
문민청장 시절 이전 5대 안무혁 청장과 6대 성용욱 청장 등 군 출신 청장들 역시 선거자금 모금 혐의로 법정에 섰다. 12대 안정남 청장도 건설교통부 장관에 임명된 후 부동산 투기와 증여세 포탈혐의로 물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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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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