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 접은 한상률 국세청장

교도소 담장 위에 선 염라대왕 ‘바람 불면 안쪽으로 뚝’

정부 중추기관인 국세청이 ‘청탁과 비리’라는 광풍에 의해 뿌리째 뽑힐 지경에 이르렀다. 뇌물수수혐의로 이주성 전 국세청장과 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구속된 데 이어 한상률 현 국세청장까지 3대 청장이 잇따라 뇌물과 관련해 구설수에 오른 탓이다. 이로써 국세청 상층부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직원들의 사기 또한 말이 아니다. 일손을 잠시 멈추고 향후 추이를 지켜보자는 직원들도 눈에 띌 정도다. 이런 가운데 이번 인사로비 의혹을 제기한 장본인이 다름 아닌 전임 청장이었던 전 전 청장의 부인이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세청에 한바탕 광풍이 몰아쳤다. 현직 국세청장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청장으로 재직하던 전군표 전 청장이 인사청탁 명목으로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현금 7000만원과 미화 1만 달러를 받은 혐의를 받고 검찰에 구속 수감됐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국세청에 대한 국민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국민들은 국세청을 청탁과 비리가 만연한 집단으로 치부하며 외면했다.

한상률 현 국세청장은 이런 어려운 시기에 국세청의 수장이 됐다. 당시 국세청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한 국세청장은 전 전 청장이 구속된 지 이틀 뒤인 2007년 1월8일 국세청 회의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으로 국세청에 많은 신뢰를 보내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드려 정말 죄송하다.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깊이 반성한다”며 국세행정을 믿어 준 국민과 열심히 일해 준 직원들에게 세 번이나 머리를 조아렸다.
이와 함께 국가 재정을 조달하는 국가 중추기관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해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환골탈태(換骨奪胎)의 각오로 국궁진력(鞠躬盡力)하자”고 강조했다. 국궁진력은 중국 청나라 황제 강희제의 좌우명으로 ‘섬기는 마음으로 몸을 낮춰 온 힘을 다한다’는 뜻이다.
한 청장은 이후 국세청을 향한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의식하며 2008년 한 해를 국세청 신뢰도 제고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다. 이 결과 한국생산성본부와 한국갤럽 등이 지난 8일 발표한 ‘2008년 국세행정 종합신뢰도’ 조사에서 2007년(62.5점)에 비해 9.3점이 오른 71.8점을 받는 성과를 얻었다.
지난해 11월 한 청장은 한 차례 난관에 봉착했다. 추락된 국민신뢰 회복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련을 맞이한 것이다. 이주성 전 청장이 프라임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청탁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된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이 전 청장 사건의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비리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국세청의 위상은 모래 위에 지은 성처럼 위태롭기만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한 청장을 비호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한 청장의 잘못이 아니라 전임 청장들의 태도가 잘못이라는 것이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특히 과거와의 단절을 명확히 하는 분위기가 확산돼 역대 국세청장이 불명예스러운 일을 겪었지만 현재의 국세청과는 다르다는 것을 강조하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국세청 내부에서 일었던 과거와의 단절의 분위기도 현재는 한풀 꺾인 상태다. 전 전 국세청장의 부인 이미정 씨가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 청장인 당시 한상률 차장으로부터 ‘대가성 그림’을 전달받았다고 밝힌 것이다.

이주성·전군표 이어 현 청장까지 검찰행 위기
그림선물 의혹에 골프청탁 의혹까지 첩첩산중
전군표 부인   vs 한상률 청장 “나는 그런 그림 본 적도 없다”

한 청장의 이름과 인사청탁이라는 단어가 섞여 전임 국세청장의 부인의 입을 통해 거론되자 여론은 싸늘하게 식었다. 국세청장이 내부비리에 연루가 됐다면 국세청 내부의 뿌리 깊은 비리와 상납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쏟아지고 있다.
국세청장은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과 함께 4대 권력기관장의 한 명으로 우리나라 재정 수입의 85%에 달하는 130조여원의 국세를 징수하는 최고 수뇌부다.
이씨는 “남편이 재임 시절인 2007년 당시 한 차장 부인으로부터 시내 모처 음식점에서 2000만원~3000만원 상당의 그림을 전달받았다”며 “한 차장부부가 국세청 내 경쟁 상대였던 TK(대구·경북) 출신 K지방국세청장을 밀어내 달라며 그림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한 청장이 당시 차장 시절 전 전 청장에게 전달했다고 알려진 그림은 고 최욱경 화백의 작품인 ‘학동마을’. 이씨에 따르면 당시 한 차장 부부는 K지방청장이 공직자 신분이면서도 많은 금액을 종교재단에 기부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조사해봐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전 전 청장은 종교적 신념에 따라 많은 액수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사람을 밀어낼 수는 없다고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K지방청장은 한 청장과는 같은 행시 21기로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사임 당시 국세청 내부 통신망에 ‘억울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려 상당한 파문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한 청장은 이씨의 주장에 대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그림을 전달한 적이 없다. 완벽한 모함이다”라고 해명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전임 국세청장 부인의 입을 통해 이러한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국세청은 또 한차례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특히 한 청장의 그림 상납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가 전 전 청장의 부인이라는 점과 당시 정황이 구체적이란 점에서 이번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간에선 그동안 한 청장은 국세 행정의 투명성을 강조해 온 터라 경쟁관계에 있던 ‘다른 국세청 간부를 밀어내 달라’고 했다는 증언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맞게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또 다시 광풍을 맞은 국세청 역시 3대 청장이 잇따라 비위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청장의 인사 청탁 의혹은 그림 상납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 14일에는 권력실세들에게 골프 청탁을 했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과 친분이 있는 포항 지역 인사들과 골프를 치고 회식을 했던 것. 당시는 국세청을 비롯한 권력기관장들에 대한 인사와 개각설이 나돌던 때다. 더욱이 한 청장은 골프를 치면서 가명을 사용, 숨기고 싶은 무엇이 있었다는 짐작이 가능하다.
정치권에서는 ‘골프 회동’을 놓고 한 청장이 개각 등 공직 사회의 인적 개편을 앞두고 이 대통령의 인척인 신기옥 씨 및 이 의원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골프회동의 참석자는 자동차 부품공장을 경영하는 김모 회장, 포항상공회의소 최모 회장, 강모 의원 등이다. 김 회장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면서 영부인인 김윤옥 씨를 ‘형수님’으로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포항상공회의소 회장과 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포항의 유력 인사다. 강 의원은 자타가 인정하는 이상득 의원의 핵심 계보원이다. 사건이 연거푸 터지자 국내 주요언론들은 지난 15일 “한 청장 사의 표명”이라고 대서특필했다. 그러나 한 청장 자신은 “사의를 표명하지 않았고, 사퇴할 생각도 없다”고 맞섰다. 청와대도 “사의를 접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세를 돌릴 수는 없었다. 한 조직의 수장으로서 일말의 도의적 책임과 국정운영에 부담을 느낀 청와대가 사퇴압력을 넣었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한 청장은 결국 15일 밤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고, 청와대는 이를 수리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단 하루 만에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국세청 김경수 대변인은 “한 청장이 어젯밤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며 “한 청장의 사의 표명은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시인한다는 뜻이 아니고 도의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세정운영 정상화를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한 청장은 사임과 관련한 소회에 대해 “그동안 무거운 지게를 지고 가다가 벗어놓은 것처럼 마음이 홀가분하다”라며 “그동안 열심히 일 해왔기 때문에 청장의 사의 표명은 부끄러워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림 상납 및 골프 청탁 의혹으로 한 청장은 취임한 지 1년2개월만에 일선에서 물러나게 됐다.
여론의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청와대는 결국 한 청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곧바로 후임 인선에 나섰다. 후임자로는 허병익 국세청 차장과 이현동 서울지방국세청장, 허용석 관세청장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외부인사로는 조용근 한국세무사회 회장,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김호업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상률 국세청장은 누구?
국세행정 종합신뢰도 상승에 기여했지만…

참여정부에 이어 이명박 정부에서도 국세청 수장으로 유임된 한상률 국세청장은 1953년생 충남 태안 출신으로 태안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행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국세청 국제조사담당관, 중부청 조사2국장, 서울청 조사4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국세청장, 국세청 차장 등 조직내 핵심보직을 두루 거쳤다.
국세청 소득세과장 재임 때인 지난 99년 세정개혁기획단 총괄팀장을 맡아 국세행정 혁신을 주도했으며, 본청 조사국장 재직당시에도 부동산 투기와 론스타 등 6개 외국계펀드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2006년 4월 서울국세청장에 발탁된 뒤에는 직원들과의 그룹미팅을 통해 기존 업무를 과감히 없애는 ‘일버리기 운동’을 도입, 세무서 업무량을 획기적으로 축소하는 등 업무효율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어 7월말에 국세청 차장으로 임명되면서 전반적인 국세행정 업무를 총괄해왔다.
특히 지난해 11월 사상 초유의 현직 청장 구속으로 충격을 받은 국세청 조직을 빠른 시일 내에 안정시킬 적임자로 낙점돼 국세청장에 올랐다.
한 청장은 취임 이후 국세청 조직의 신뢰회복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으며, 이 결과 ‘2008년 국세행정 종합신뢰도’를 전년대비 9.3%P 올리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빠른 시일내 조직 안정시킬 적임자로 낙점
노무현 정부 이어 이명박 정부서 전격 유임

국내·외 세무조사 업무에 능통하며, 기획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 청장은 신중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으로, 탁월한 위기대처 능력과 강한 업무추진력이 장점이다. 탁구와 골프 등 운동 실력도 수준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인 김신구(55) 씨와의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비리에 연루된 역대 국세청장들
국세청은 비리의 온상?
역대 청장 15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불명예 퇴진

국세청은 지난 1966년 이낙선 초대청장을 시작으로 1988년 7대 서영택 청장이 내부 조직 출신으로 문민청장 시대를 연 뒤 한상률 현 17대 청장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동안 절반 이상이 비리 등에 연루되거나 조직 내부 문제 등으로 사법처리 혹은 불명예 퇴진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전임 국세청장이었던 전군표 청장은 2006년 7월 국세청장에 내정된 뒤 자신의 집에서 정상곤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으로부터 인사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는 등 6차례에 걸쳐 현금 7000만원과 미화 1만 달러를 받은 혐의로 2007년 11월 구속 기소돼 상고심에서 징역 3년6월에 추징금 7947만3000원의 형이 확정됐다.
전군표 전 청장의 전임인 이주성 전 청장은 프라임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청탁 금품수수 혐의로 2008년 11월 구속됐다.
2003년에는 손영래 전 청장이 썬앤문 감세 청탁 사건과 관련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됐고 1998년엔 임채주 전 청장이 국가공무원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세풍사건)로 구속됐다.
문민청장 시절 이전 5대 안무혁 청장과 6대 성용욱 청장 등 군 출신 청장들 역시 선거자금 모금 혐의로 법정에 섰다. 12대 안정남 청장도 건설교통부 장관에 임명된 후 부동산 투기와 증여세 포탈혐의로 물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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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