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문박물관 ‘황제 관람’ 논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1.06 12:47:53
  • 호수 1252호
  • 댓글 0개

누군 보여주고 누군 가로막고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가족들과의 추억을 쌓기 위해 박물관 관람 도중에 제지당했다면 기분이 어떨까. 서울의 한 박물관 직원이 일반 관람객을 통제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관람객은 특혜 관람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돈의문박물관 마을은 서울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끌고 있다. 돈의문박물관 마을은 조선시대 한옥과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 근대 건물 총 30여개 동을 리모델링해 도시재생 방식으로 조성한 역사 문화마을이다.

일반인 통제

전시관 중 한 공간인 시민갤러리는 시민수집가들이 오랜 기간 모아온 소장품 중 삐삐, 핸드폰 및 부속품, 모형 핸드폰을 엄선해 선보이는 기획전이다. 한국서 판매됐던 핸드폰을 한 공간서 만날 수 있는 장소다. 하지만 이곳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일요시사>는 최근 지난달 22일 박물관 내에 위치한 시민갤러리서 일반 관람객들이 관람 도중 제지를 당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당시 시민갤러리를 관람했던 A씨는 “시민갤러리는 2개소가 있어 출입문이 따로 배치됐다. 통유리로 돼있기 때문에 한쪽에선 다른 쪽이 보이는 공간이다. 일반 관람객들이 다른 쪽으로 이동하려고 하니 박물관을 안내하는 직원이 관람을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성 직원이 일반 관람객 한 팀을 들여보냈다. 옆에 있던 여성 직원이 남성 직원에게 무슨 말을 하자 남성 직원은 입장시켰던 관람객에게 양해를 구하고 관람을 제지했다”며 ”직원들은 중년 부부가 사진촬영을 이유로 제지했다. 중년 부부가 어떤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보아 하니 박물관과 이해관계가 있거나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다음날 A씨는 해당 서울시 종로구에 민원을 넣었지만 서울시 문화본부 문화정책과로 이첩됐다.

해당 민원에 대해 서울시 문화본부 문화정책과는 “시민갤러리 안내 직원의 적절치 못한 대처로 불편을 겪게 해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시민갤러리 해당 근무 직원에게 확인한 결과 12월22일 오후 1시경 개인(중년 부부)의 유튜브 게시용 영상촬영 요청이 있어 약 20∼30분간 촬영을 진행한 사실이 있다”며 “초상권 침해 등 일반 관람객의 불편을 야기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안내 직원의 자체 판단으로 공간을 통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돈의문박물관 마을은 모든 시민에게 개방된 공공시설로 관람을 원하는 시민이든, 촬영을 원하는 시민이든, 누구든 접근 가능한 공간으로 운영돼야 하나, 직원의 미숙한 대응으로 공간 이용에 불편을 겪으신 점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해당 직원에 대해 주의 조치했으며, 향후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직원 교육을 할 예정이니 이점 널리 이해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모든 시민에 개방…누구는 접근 가능
촬영 이유로 구경 못하게 관람객 막아

답변에 만족하지 못한 A씨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중년 부부는 유튜브 촬영장비도 없었고, 일반 스마트폰으로만 촬영했다”며 “이렇게 불공평한 사회의 한 모습이 당시 박물관에 있던 아이들에게 적나라히 목격됐다는 게 너무나 속상했다”고 토로했다.

박물관 측은 “시민갤러리 공간은 매년 시민수집가를 모집해 그분들의 소장품을 전시해준다. 저희가 핸드폰을 전시할 수 있도록 도와준 한 시민수집가 부부가 있다. 해당 부부와 그들 지인인 유튜버와 같이 와서 30분 정도 촬영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갤러리에는 시민수집가의 사진을 걸어 프롤로그처럼 해놓는다. 수집한 기간이나 이유에 관해 설명을 해놓는데 당시 근무하던 직원이 시민수집가의 얼굴을 알아보고 자체적으로 판단해 일반 관람객들을 통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돈의문박물관

또 “보통 연락이나 공문 또는 대행사를 통해 촬영을 원한다고 신청서를 제출하지만, 개인 촬영이다 보니 절차적인 부분서 판단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물관 관계자는 “당시 현장에 있던 직원 말에 의하면 전시대 위에 삼각대를 활용해 인터뷰 촬영이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시민들이 보기에는 촬영을 하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단 말도 전해 들었다”며 “현재 박물관은 촬영 허가를 받고 있다. 촬영허가서 준수 서약을 통해 관람객의 통행을 막지 않는 선에서 촬영을 허락해준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우리에게 보고되지도 않은 내용이었다. 안내 직원도 자체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당 직원은 시민수집가의 영향력 때문에 제지한 게 아닌 안내 직원의 말에 따라 유튜브 촬영이 허가된 줄 알고 착각한 것”이라며 “시민수집가 부부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것을 떠나, 누구건 공간을 막았던 게 문제다. 시민수집가 부부나 유튜버가 공간을 통제해달라고 부탁을 한 것이 아니라 해당 직원이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통제를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혜?

유튜버에 대해 묻자 관계자는 “유튜브 채널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유튜버가 누구인지 모를 뿐더러 알려줘야 할 의무도 없다. 시민갤러리는 일반 관람객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개인 유튜버가 촬영해도 무방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돈의문박물관 시민갤러리와 관련해 유튜브 영상을 검색한 결과 시민수집가 부부에 대한 인터뷰 영상이 업로드된 것을 확인하지 못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돈의문박물관은?

돈의문박물관은 기존 건물을 보수하는 서울형 도시 재생방식을 선택해 마을 전체가 박물관으로 새단장했다. 돈의문 지역의 역사와 재생을 소개하는 돈의문 전시관, 전통문화체험이 가능한 한옥시설, 6080세대의 추억이 살아있는 아날로그 감성 공간 등 100년의 시간이 중첩된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마을로 재탄생했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박물관 마을, 다양한 예술과 문화 체험이 가능한 재미있는 마을, 도심 속 골목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설명을 해주고, 사진으로 즐거운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마을 전시 중 하나였던 시민갤러리에서는 지난달 31일까지 ‘어서와~이런 통신기기는 처음이지?’라는 테마로 전시가 진행한 바 있다.

시민갤러리의 시민수집가로 선정된 K씨가 소지한 핸드폰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보여주며 시민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다음달 29일까지는 겨울방학 가족체험 특별프로그램 ‘우리마을, 역사랑 놀자∼!’를 진행한다.

이번 겨울방학 특별프로그램은 돈의문박물관마을 내 전시관들을 둘러보며 옛날과 오늘날의 생활모습을 체험하고, 골목길에서는 참가한 친구들과 골목놀이 진행하는 등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활동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구>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산으로 가는 속사정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산으로 가는 속사정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이 제기된 지 2년이 지났다. 대통령실과 검찰이 어떻게 개입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유통·공급책들의 진술도 뒤집혔다. 백해룡 경정이 제기한 의혹이 과도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건에 연루된 세관 직원들도 수년간 겪은 억울함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는 분위기다. “거짓말할 사람은 아닌데….” <일요시사>와 만난 한 경찰의 말이다. 그는 2년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이던 백해룡 경정과 마약 사건을 수사했다. 필로폰 74kg이라는 역대급 성과를 내 기뻐하던 수사팀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실제 누가 외압을 행사했고 개입했는지 의구심을 가지는 경찰도 많았으나 이제는 아니다. 과도한 의혹? 백 경정은 지금까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이 벌어진 원인으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과 검찰을 지목했다. 직접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과 통화했던 녹취를 언급하면서 검찰이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백 경정 수사팀에 지휘권이 없는 인사들이 수차례 연락을 취한 점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비교해보면 ‘압력을 넣었다’는 맥락은 일치하지만 누가 압력을 행사했고 어떻게 대통령실과의 접촉 등이 이뤄졌는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용산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백 경정 팀의 수사에 허점이 있던 걸까? 백 경정이 지휘한 영등포서 마약수사팀이 말레이시아 조직의 마약 유통 과정을 들여다봤던 건 2년 전이다. 당시 수사팀은 “세관의 협조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믿을 수 없었다. 당시 수사팀에 합류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허위 진술이 아니냐고 의견을 개진한 사람도 있었으나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었고, 진술한 당사자가 허위로 진술할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조직원을 데리고 진술 검증을 위해 직접 공항을 찾아가 현장 조사에 나섰다. 조직원들은 공항에서 자신들이 들어온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고 지원해준 세관 직원들의 얼굴까지 기억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 총책이 미리 준비해둔 옷을 입게 한 뒤 사진을 찍으며 “한국에 있는 보스에게 보내면 사진이 세관에 전달돼 세관 직원들이 옷을 보고 너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한국 세관 직원 2명의 사진을 위챗 채팅방에 올렸다. 조직원들은 총책의 말을 믿고 온몸에 마약을 감은 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향했다. 출국 심사는 순조로웠다. 아무런 제지 없이 2023년 1월27일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직원들은 공항에서 세관 직원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이들의 안내를 받아 입국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이들이 탄 대한항공 항공편은 ‘일제 검역’ 대상으로 지정돼있었다. 반드시 검역구역을 통과해야 했는데 세관 측의 도움으로 검역을 거치지 않고 세관 구역으로 빠져나오는 게 가능했다. 영등포서 마약수사팀 의견 통일 안 돼 운반책들 “세관 도움 없었다” 주장 번복 조직원들과 현장 조사까지 마친 수사팀은 세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관세청은 반대했다. 마약 조직의 허위 진술이라고 판단한 관세청은 영등포서의 브리핑에서 세관이 언급되는 걸 막으려 했던 건 사실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공항에서 말레이시아 유통책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고 이들을 인솔한 혐의를 받는 세관 직원의 경우 입국 당일 연차를 사용 중이었다. 관세청은 그의 GPS와 사진 기록 등을 토대로 실제 다른 지역에 있었음을 객관적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조직원들과 세관 직원들의 금전거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남부지검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대가를 주고받았다는 구체적 진술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수사팀은 “마약 유통책들은 하부 조직원들에 불과해 조직 총책과 세관 직원들 사이 대가 관계를 구체적으로 진술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수사팀은 다른 가족 명의로 돈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계좌를 폭넓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봤다. 백 경정은 과거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수사팀이 압수한 마약 총량은 74kg이다. 시가로 2000억원이 넘고 필로폰 단일 적발 압수량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며 “서울경찰청 차원에서 ‘세관’이 언급되면 안 된다거나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백 경정은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었던 조병노 경무관과 통화하기도 했다. 조 경무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창구로 의심받는 해병대 단톡방 멤버를 통해 인사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언급한 인물이기도 했다. 백 경정은 당시 전화 통화에서 “저도 수사만 하는 사람인데 뭘 알겠나? 수사만 하는 것인데 일하다가 (숨이) 턱턱 막히고 그런다”며 “들리는 얘기들이 ‘대통령실에서 알게 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제가 심적 부담을 얼마나 느끼겠느냐”라고 말하자, 조 경무관은 “대통령실에서 또 연락이 왔나요?”라고 되물었다. 뒤집힌 분위기 백 경정은 같은 달 김찬수 전 영등포경찰서장이 전화를 걸어와 “이 사건 용산에서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서장은 이후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영전하게 된다. 이 같은 여러 압박을 받은 백 경정은 결국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보도자료를 수정했다고 토로했다. 마약 수사는 주로 마약 유통·전달책의 첩보로 시작된다. 사정기관에 첩보를 제공하는 이들을 ‘야당’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형량 거래인 ‘플리바게닝’을 통해 허위 사실을 진술할 때가 있다. 베테랑 수사관들도 이들의 주장을 검증하다가 헛수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마약 수사에서 가장 어려운 게 물적 증거가 부족할 때다. 실제 검찰이든 경찰이 국정원의 첩보 또는 야당의 정보에 의존하다가 뒤통수를 맞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 경정팀에 “세관의 협조가 있었다”고 진술했던 운반책 3명은 최근 급작스레 진술을 뒤집었다. 이들은 검경 합동수사단 조사에서 “세관 직원이 밀수를 도운 적 없다” “오래된 사건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백 경정이 주장해온 의혹의 뿌리가 흔들린 셈이다. 서울동부지검에 구성된 합동수사단도 백 경정이 제기한 의혹을 재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 경정 수사팀에 합류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마약 운반책들의 진술에 대해 조금 더 의심했어야 했다.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백 경정의 판단이 100% 틀렸다고 볼 수도 없다. 수사 과정에서 수상한 부분이 많았던 건 사실 아니냐.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됐으면 한다”고 했다. 마약 운반책들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는 인천공항본부 세관 직원은 여러 명이다. 직원 대부분은 백 경정팀 수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우리가 마약 공범? 익명을 요구한 세관 직원 A씨는 <일요시사>에 “공황장애에 걸린 직원도 있고 확실하지도 않은 운반책들의 진술에 대해 ‘사실이지 않느냐’고 따져 묻는 경찰도 있었다. 그 자체가 우리가 범죄자라고 전제한 수사”라며 “2년이 지나도 나오는 게 없지 않나. 운반책들도 진술을 뒤집었다고 하는데 이젠 진상규명이 됐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마약 운반책들은 백 경정팀 조사에서 세관 직원들이 공항 밖 택시 승강장까지 동행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진술에서 언급된 날 지목된 세관 직원들은 공항 건물 밖으로 나갔다 오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출입 기록에도 나오지 않는다. 세관 직원 안내로 바닥에 그려진 ‘그린 라인(초록색 줄)’을 따라 검사를 받지 않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는 진술에도 의심이 필요하다. 다른 세관 직원 B씨는 “운반책들이 2023년 1월에 그린 라인을 따라서 공항 밖으로 나갔다고 하는데 그린 라인은 그해 5월에야 생겼다.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고 수사했다면 운반책들의 진술 중 거짓말이 있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세청 측은 “마약 조직들이 운반책을 안심시키기 위해 세관 직원을 포섭해 놨다고 거짓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혀 왔다. 유엔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도 “부정부패에 대한 허위 증언이 마약 단속 공무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범죄 단속을 위한 노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만 수사가 진행되자 일부 세관 직원이 휴대전화를 여러 번 초기화한 이유는 오리무중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그때 수사했을 때 직원 폰을 압수해 분석했는데 초기화된 걸 확인했었고 과거 자료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해당 직원은 직접 초기화한 후 사설 포렌식 업체에 찾아가 복구가 가능한지 확인하기도 했다”며 “사생활과 관련된 영상이 있다면서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고 주장하다가 세관과 관련된 인사에 대한 의전 영상이 있다면서 말을 바꿨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세관이 마약 운반책들을 뒤에서 은밀하게 도왔다는 의구심이 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 상황에 누가 의심을 안 하겠나”고 강조했다. 세관 직원들 “2년간 범죄자 취급···억울” 휴대전화 초기화는? 수상한 점 여전히 존재 백 경정의 합수단 파견은 본래 지난 14일까지였다. 그러다 전날인 13일, 경찰청은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에 파견된 백 경정의 파견 기간을 돌연 2개월 연장했다. 내년 1월14일까지로 늘린 것이다. 앞서 동부지검은 지난 10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대검찰청에 백 경정 파견의 연장과 관련해 협의를 요청한 바 있다. 대검찰청은 동부지검의 요청을 검토한 뒤 경찰청에 연장을 요청했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을 팀장으로 한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했고 본인과 관련 없는 사건을 수사하도록 전결권을 부여했다. 그는 합수단에 합류한 지 약 한 달 만인 이날부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사용 권한을 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백 경정의 바람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수사관 4명 중 2명이 원대 복귀했고 인원은 충원되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백 경정은 “두 사람이 파견 기한 만료 전 복귀 의사를 밝혔는데, 파견 만료로 원대 복귀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백 경정에게 “개인 사정이 있어 파견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경정은 “계속 수사에 차질을 겪어 왔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스무명이 넘게 나가는 상황에서 남은 3명이 수사를 이어가겠나”라며 “팀을 꾸렸으면 적어도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구성은 갖춰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어렵게 파견 인력을 확보했었다”면서 “백 경정의 충원 의사를 대검에 전달했지만 인력은 보내는 쪽인 경찰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백 경정과 동부지검 간 갈등은 끝나지 않는 모양새다. 백 경정은 최근 14일 A4 용지 12장 분량의 자체 보도자료를 만들어 개인 명의로 배포했다. 그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사용 권한을 받았고 파견도 2개월 연장됐다”면서 “조만간 사건번호를 생성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주도할 수사 범위에 ▲세관 마약 연루 의혹 ▲검찰의 마약 밀수 사건 은폐 ▲대통령실과 경찰 지휘부의 수사 외압 의혹 등을 포함한다고 했다. 이 중 수사 외압 의혹은 합수단 지휘 책임이 있는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달 파견 온 백 경정에게 별도 수사팀을 내줄 당시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분야다. 공중분해 위기 지속 영등포경찰서에서 세관 연루 의혹을 캐던 백 경정이 스스로 외압 피해자라 주장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경찰 지휘부 등을 고발한 사건이라 직접 수사하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커서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의 보도자료에 대해 “우리와 협의한 내용이 아니며 기존 수사 범위에서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상 경찰도 자신과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은 회피하도록 규정돼있다”며 “자신이 당사자인 사건은 수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