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대표 앞에 놓인 세 가지 암초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1.06 10:37:09
  • 호수 12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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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에 돛 다나 했더니…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신년을 맞아 각 정당들은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이해찬 대표는 신년인사회서 이를 강조했다. 총선 승리를 토대로 재집권에 성공하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그러나 이 대표 앞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있다. <일요시사>가 다각도로 이를 살펴봤다.
 

▲ 21대 총선을 앞둔 상황서 최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앞엔 세 가지 암초가 놓여있다.

희망가가 울려 퍼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 신년인사회를 열고 총선 승리를 약속했다. 4·15총선이 나라의 명운을 가르는 매우 중요한 선거라는 점을 강조한 이 대표는 문재인정부의 성공과 나아가 2년 후 열릴 대선 때 재집권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지지율은
높은데…

민주당의 최근 분위기는 희망가를 부를 만하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문정부의 숙원사업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화답하듯,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대한상공회의소서 열린 정부 신년합동인사회서 권력기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공수처법의 통과로 본 궤도에 오른 검찰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공수처법 등으로 여야가 국회서 극한 대립을 보였음에도, 민주당과 문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흔들리지 않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의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3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5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9.0%로 나타났다. 비록 전주 대비 0.7%포인트 하락한 수치지만, 50%대에 가까운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상승했다. 동 조사서 민주당은 41.9%를 기록, 전주 대비 0.5%포인트 올랐다. 2주째 상승세다. 비록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이 전주 대비 1.5%포인트 오른 32.9%를 기록하며 두 정당 간 격차가 좁혀졌지만, 민주당이 1위 자리를 위협받을 만큼의 상승세는 아니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선거법 통과…결국 부메랑으로?
금태섭-유승민 닮은 균열 예고?

그렇다고 방심하기에는 이르다. 총선 승리까지 가는 길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 위험요소로 부딪힐 경우 자칫 좌초될 수도 있다. 민주당의 선장인 이 대표 입장에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첫 번째 암초는 ‘비례정당’이다. 앞서 한국당을 제외한 4+1(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은 공조를 통해 선거법을 통과시켰다. 주요 골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정당 득표율이 높지만, 지역구 당선자가 적은 정당에 유리한 선거제다.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 왼쪽부터)더불어민주당 인재영입으로 발탁된 최혜영 교수, 원종건씨, 김병주 전 육군 대장

그런데 이들 정당뿐 아니라 한국당도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은 4·15총선에 쓸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의 이름을 ‘비례자유한국당’으로 결정했다. 한국당은 지역구 국회의원 배출에 총력을 기울이는 반면, 비례자유한국당은 정당에 대한 득표에 올인, 최대한 많은 의석을 확보한 뒤 총선이 끝난 후 합당해 민주당에 대항하겠다는 전략이다.

한 한국당 보좌진은 선거법이 통과된 후 <일요시사>와 만나 “한국당서 비례대표 전용 정당(비례자유한국당)을 만들면 된다”며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일부 사람들은 비례대표 전용 정당이 한국당을 배신할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한국당의 당헌·당규만 조금 바꾸면 그것도 문제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선거법 통과
자충수 되나

정치권 일각에선 거대 양당(민주당·한국당)이 비례대표 전용 정당을 만들면 유권자들로부터 꼼수를 쓴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 그러나 한국당의 상황은 민주당과 차이가 있다. 한국당이 끝까지 선거법 통과를 반대해서다. 지난 12월 국회 앞에서 한국당 지지자들은 선거법 통과를 반대하며, 당에 힘을 실어줬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최근 기자단 오찬서 “꼼수에는 묘수밖에 답이 없다”며 “비례정당을 이야기한 것은 표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꼼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민주당은 적극적으로 선거법을 통과시켰다. ‘청년민주당’ 등 비례대표 전용 정당을 만든다면, 자칫 꼼수를 쓰기 위해 선거법을 통과시켰다는 오명을 쓸 수 있다.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 함께 공조한 군소정당들의 반발도 감수해야 한다. 

민주당 입장에선 딜레마다. 앞서 한국당이 민주당 내부 자료라며 공개한 ‘비례위성정당 관련 검토 자료’를 보면, 한국당이 비례자유한국당을 창당할 시 예상되는 의석수는 135석이다. 이는 민주당의 120석 보다 많다. 즉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인해 원내 1당 지위를 한국당에게 빼앗길 수도 있다.

두 번째 암초는 ‘당의 균열’이다. 공수처 설치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민주당 소속 금태섭 의원은 해당 법안에 기권표를 던졌다. 기권·반대표를 던진 국회의원 중 유일한 여당 소속이었다. 

균열 보인
단일대오

문제는 이후에 발생했다. 민주당 당원들을 중심으로 금 의원에게 출당 등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앞서 금 의원이 공수처 설치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을 때도 당원들은 그를 비판했지만, 현재 여론은 그때보다 훨씬 부정적이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금 의원이 ‘해당 행위’를 했다고 비판하는 글이 수백 개가 올라와 있다. “한국당으로 가라” “공천을 주면 안 된다” “이념이 맞는 당으로 떠나라” “출당시켜야 한다” “제명해야 한다” 등 그 수위가 상당하다.

사태는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이 금 의원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추세다. 홍 대변인은 “(금 의원이)당론으로 결정된 사안에 기권해 유감”이라며 “당 지도부서 검토 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에 새로운보수당 하태경 창당준비위원장은 “당 지도부서 검토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았다”며 “소신 투표한 의원에게 공개적 겁박을 자행하고 있다. 이참에 당 간판도 더불어독재당으로 바꾸기 바란다”고 금 의원을 지원 사격했다.

만약 이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실제 금 의원에 대한 징계를 논의한다면 이는 당의 균열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미 유사한 선례가 있었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인재영입위원장은 과거 새누리당 시절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고 비판했다. 

‘스토리 > 스타’ 딜레마
‘20년 집권론’ 어쩌나

위태롭던 당청 관계는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폭발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라며 유 위원장을 몰아세웠다. 정치권은 박근혜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와 문재인정부의 ‘공수처 설치’가 두 정권의 핵심 공약이라는 점에서 기시감이 든다고 말한다.


세 번째 암초는 ‘스타의 부재’다. 최근 민주당은 잇따라 영입인재를 발표하고 있다. 최혜영 장애인식개선교육센터 이사장, 원종건씨, 김병주 전 육군 대장이 그들이다. 이들은 각각 돋보이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영입인재 1호인 최 이사장은 ‘여성’ ‘장애인’, 2호인 원씨는 ‘20대’ ‘인간승리’, 3호인 김 전 대장은 ‘안보 전문가’라는 상징성이다.

한 민주당 보좌진은 지난 2일 “한정된 인재풀서 완벽한 인재를 찾기란 힘들다. 결국 메시지가 중요한데, 현재 우리 당의 기조는 ‘평범하지만, 스토리가 있는 인재’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스타성 면에서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영입된 인재들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문 대통령은 당시 민주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스타성과 전문성을 가진 인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를 필두로 김병관 웹젠 의장,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 박주민 민변 사무차장, 손혜원 한국나전칠기박물관 관장 등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의 인재영입이 시작 단계임에도 20대 총선만큼의 ‘바람’을 일으키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260석 약속
절반의 성공?

이 대표는 총선 승리를 넘어 압승을 약속한 바 있다. 당 대표 경선 당시에는 ‘20년 집권론’을 펼쳤으며, 지난해 4월에는 총선서 ‘260석(지역구 240석, 비례대표 20석)’을 차지하겠다고 밝혔다. 정권재창출을 위한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과연 이 대표는 암초를 뚫고 오는 4월에 열리는 21대 총선서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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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