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건설 ‘포스트 이봉관’ 세 갈래 시나리오

한 데 모인 이 회장댁 삼공주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서희건설 후계구도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 지난달을 끝으로 이봉관 회장의 세 딸들이 모두 입사했기 때문. 후계 경쟁 가능성이 언급되는 배경이다. 반면 사측은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서희건설은 ‘1조 매출’을 자랑하는 중견 건설사다. 광고모델인 배우 한고은씨와 아파트 브랜드 스타힐스로 대중들에게 익히 알려져 있다. 서희건설은 국내 건설사 브랜드 평판 10위에 진입하는 등 실적 면에서도 상승세다.

1조 매출
중견건설

창업주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 지난 1982년 운송회사 ‘유성화물’을 설립했다. 1994년 건설업으로 업종을 변경, 서희건설을 코스닥 상장사로 키워냈다. 현재 이 회장은 25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의 수장으로 우뚝 섰다.

이 회장 슬하에는 3명의 딸이 있다. 이 중 첫째와 둘째는 일찍이 회사 경영에 뛰어들었다.

장녀는 이은희 서희건설 부사장으로 지난 2014년 ‘통합구매 담당 상무’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사장은 치밀하면서도 직원들과 시원하게 소통하는 성격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유성티엔에스 사내이사와 서유이엔씨 감사 등을 맡고 있다.


차녀는 이성희 서희건설 전무다. 이 전무는 지난 2015년 상무서 전무로 승진, 재무본부서 회사의 살림을 도맡고 있다. 이 전무는 상당히 계획적인 성격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유성티엔에스의 사내이사이기도 하다.

두 딸은 일찌감치 승계 후보로 거론됐다. 이들의 서희건설 지분은 미약하지만 그룹 지주사서 일정 지분을 쥐고 있었다.

서희건설그룹의 최상위에는 이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유성티엔에스’의 최대주주(22.57%)다. 이어 유성티엔에스는 서희건설서 가장 많은 지분(26.18%)을 갖고 있다.

장·차녀 이어 검사 출신 막내 입사
세 자매 나란히 지주사 지분 보유

다시 서희건설은 ‘한일자산관리앤투자’의 최대주주(50.41%)이고, 한일자산관리앤투자는 오너 일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유성티엔에스 지분(16.72%)을 보유하고 있다.

즉, ‘오너 일가→유성티엔에스→서희건설→한일자산관리앤투자→유성티엔에스’의 순환출자구조인 셈이다. 이하 계열사들은 각각의 회사를 중심으로 뿌리를 내렸다.

유성티엔에스 지분 현황은 이 회장(8.68%)과 이 부사장(4.35%), 이 전무(3.53%) 등이다. 눈길이 가는 건 막내딸의 입지. 이 회장의 셋째 딸은 첫째와 둘째보다 많은 6.01%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그는 이도희 전 청주지검 검사로 재직 시절 유성티엔에스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회사 경영에 일절 개입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12월 검복을 벗고 서희건설 미래전략실 수석부장으로 입사했다.
 

▲ 서희건설 서희 스타힐스 아파트

이도희 서희건설 수석부장은 사업별 투명성을 확보,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신성장 동력과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등 중차대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석부장이 입사하기 전 후계 순위는 장녀와 차녀로 좁혀졌다. 이 수석부장을 제외한 두 자매의 공동경영 가능성도 관측됐다. 이 수석부장은 지주사 지분만 취득했을 뿐, 경영권과 멀찍이 떨어져 있었던 탓이 컸다. 이미 직책을 달고 있는 언니들과 결이 달랐다. 하지만 이 부사장이 입사하면서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해석이다.

오순도순?
옥신각신?

서희건설은 그룹 핵심사다. 다만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높지 않다. 이 회장(3.94%)과 이 부사장(0.68%), 이 전무(0.58%), 이 수석부장(0.58%)의 합은 5.78%에 불과하다.

서희건설은 ▲한일자산관리앤투자(건물관리업) ▲경기라이프(시설물관리업) ▲경주환경에너지(폐기물 처리업) ▲칼라스퀘어(부동산임대 및 공급업) ▲내외경제티브이(영상, 방송통신업) 등의 종속회사를 두고 있다. 인도네시아 소재 해외 법인 한 곳도 해당 범주에 포함된다.

서희건설은 이 외에도 여러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회장 등은 유성티엔에스서 모두 22.57%의 지분을 확보했다. 유성티엔에스는 서희건설의 최대주주인 만큼 승계의 핵심 축으로 풀이된다. 유성티엔에스의 지분 확보 여부에 따라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성티엔에스는 ▲애플디아이(가공식품 도소매) ▲이엔비하우징(주택신축 판매 및 임대) ▲유성강업(철강재 도소매) ▲동화실업(항만하역) 등을 종속회사로 뒀다.

후계 구도가 거론되면서 관심은 승계 재원 여부로 향했다. 눈길이 쏠린 곳은  배당정책. 그룹 계열사 가운데 몸집이 크고, 이 회장과 세 딸의 지분이 있는 유성티엔에스와 서희건설이 꼽혔다.

후계 경쟁?
재원 마련?

하지만 두 회사의 배당 규모는 승계를 언급할 정도로 크지 않다. 승계 재원을 마련하기엔 턱없이 적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유성티엔에스의 3년간 배당은 ▲2억100만원 ▲2억9700만원 ▲3억5300만원 등에 불과했다.


서희건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기간 서희건설은 ▲15억7000만원 ▲25억4900만원 ▲25억3600만원 등의 배당을 실시했다.

두 회사의 배당은 순이익에 비해 높은 편도 아니었다. 같은 기간 유성티엔에스의 당기순이익은 109억원서 120억으로, 서희건설은 285억원서 369억원으로 성장했다.
 

유성티엔에스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은 ▲1.83% ▲2.46% ▲2.90% 등이었다. 서희건설은 ▲5.82% ▲8.07% ▲7.18%에 머물렀다. 이 회장 등의 지분을 감안했을 때 이들에게 돌아가는 현금을 승계 자금으로 해석하기엔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시선이 가는 또 다른 영역은 오너 2세의 개인회사. 승계를 앞둔 기업들은 후계자들의 개인회사를 그룹 차원서 지원하는 경우가 있다. 때론 과도한 ‘밀어주기’로 논란이 되는 사례가 적잖다.

지난 2013년 이 부사장과 이 전무는 각각 90%, 10%의 지분을 출자, ‘애플디아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오늘날 지분 구조는 유성티엔에스(50.82%), 이 부사장(34.43%), 이 전무(14.75%) 등이다. 애플디아이는 유성티엔에스의 종속기업이다.

한 회사 모두 입성…후계 경쟁 시작?
사측 “말도 안 되는 이야기” 일축


회사의 사업 목적은 식당 및 편의점(체인점) 운영으로 애플디아이는 설립 초기부터 서희건설이 운영 중이던 안성맞춤, 함평나비, 예산휴게소 등 고속도로 휴게소를 넘겨받았다. 지난 2015년에는 독립형 편의점인 로그인(LOGIN)을 인수, 편의점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애플디아이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145억원 ▲146억원 ▲8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 중 유성티엔에스서 비롯된 내부거래는 ▲1억원 ▲1억원 ▲8900만원에 불과했다. 소위 ‘일감 몰아주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반면 서희건설서 발생된 매출은 ▲69억원 ▲68억원 ▲52억원 등이었다. 같은 기간 애플디아이 매출액의 ▲47.69% ▲46.83% ▲60.58%에 해당한다.

서희건설은 최근까지도 애플디아이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해 서희건설의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재료매입’ 명목으로 애플디아이에 5억원을 지출했다. 다만 직전년도 같은 기간에 41억원이 오간 점을 미뤄볼 때 크게 줄어든 수치다.

애플디아이 외에도 주목을 받는 회사는 ‘이엔비하우징’이다. 이엔비하우징 역시 초기에는 오너 일가 지분이 100%였다. 하지만 오너 일가의 지분은 48.98%로 낮춰졌고, 나머지 51.02%는 유성티엔에스가 소유 중이다.

이엔비하우징은 지난 2016년 서희건설로부터 1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만 2017년과 2018년의 경우, 2억원으로 수렴했다. 유성티엔에스서 비롯된 매출은 지난 3년간 없었다.

사실 무근
“전혀 아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후계 구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후계에 대해 정해진 것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회장님께서 아직 정정하시고, 실무를 맡고 있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말 그대로 (세 딸들이)각자 역할을 맡고 있을 뿐 경쟁구도는 없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뒤늦게 입사한 이 수석부장이 유성지엔에스 지분을 갖고 있는 상황에 대해선 “(지분 확보는) 이전에 이미 있었던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kjs0814@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서희건설 주가 조작 의혹 그 이후…

서희건설은 ‘문재인 대통령 테마주’로 꼽힌다. 이 회장은 문 대통령과 경희대학교 동문으로 총동문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서희건설은 지난 2018년 6월 보도자료를 통해 ‘남북 접경지역 지뢰제거 사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골자는 비무장지대(DMZ) 등에서 지뢰 제거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민간연구소와 맺었다는 것.

북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발표된 소식이었다. 서희건설은 ‘남북 경제협력주’에 이름을 올렸으며 주가는 수직상승했다.

당시 서희건설 주가는 주당 1000원 초반에 머물러 있었지만 다음날부터 2000원대 초반까지 껑충 뛰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지뢰사업 MOU가 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논란이 된 점은 주가가 널뛰기를 하는 사이 이 회장이 주식을 대거 매각했다는 것. 이 회장은 지난해 7월31일부터 8월3일까지 모두 661만6000주를 팔았다.

세부적으로 ▲7월31일 260만주 ▲8월1일 70만8000주 ▲8월2일 260만주 ▲8월3일 70만8000주 등이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주식 매각을 통해 116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거뒀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이 회장의 주식매매와 관련, 사전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안은 없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사측은) 투명하고 떳떳하다는 입장”이라며 “금감원 조사를 있는 그대로 성실하게 받았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MOU 체결 이후)주가가 오를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며 “내부적으로도(지뢰제거 사업이) 이슈가 될지 몰랐다”고 답했다.

이어 “제약회사는 신약 개발 등 관련 이슈에 따라 주가가 영향을 받지만, 서희건설의 경우 사업 청사진을 그린 MOU였을 뿐”이라며 “만일 서희건설서 수주 등 주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들이 발생했다면 납득할 수 있겠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