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윤석열 검찰총장 흔들 공수처 작전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20.01.06 10:27:05
  • 호수 12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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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 영감님…뒷방 늙은이 신세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윤석열 검찰총장이 궁지에 몰렸다. 검찰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법안이 통과되면서 ‘무소불위 권력’의 근원이었던 기소 독점권이 깨졌다. 이외에도 검찰은 수십 가지 난제에 직면했다. 
 

지난달 30일 공수처 설치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올해 7월께 출범할 전망이다. 공수처법은 정부로 이송돼 약 20여일의 준비 기한을 거쳐 공포되고, 6개월이 경과된 시점부터 시행된다.

개혁 첫 발 
힘 빠진 검

공수처는 대통령,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대법원장·대법관·판사, 검찰총장·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등 고위공직자 본인 또는 가족의 범죄혐의 수사를 맡는다. 직무유기·직권남용·피의사실공표·공무상비밀누설·알선수재 등의 혐의도 수사 대상이다. 

기소권도 일부 갖는다. 검사와 판사, 경무관 이상 경찰관이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직접 기소할 수 있다. 검찰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독점적으로 갖고 있던 기소권을 공수처와 일부 나눠 갖게 됐다. 형사소송법 246조는 ‘공소는 검사가 제기하여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비대한 권한을 갖고 정치권력의 이해 또는 기득권 유지를 위해 이를 남용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검찰 견제를 위해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같은 검찰권 남용의 하나로 기소 독점주의도 꼽혀왔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이 같은 검찰 권한이 분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감시 기능이 강화되고, 그간 검찰 내부 비위 발생 시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것도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


검찰은 공수처 통과 직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최근 수정안에 포함된 범죄 인지 시 공수처에 즉시 통보토록 한 조항이 “독소조항”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이 수사 착수를 통보할 이유가 없고, 자칫 뭉개기 부실수사나 사건 암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판·검사 경무관 이상 고위직 특수수사 임무
기소독점 65년 만에 깨져…부패수사도 넘어가 

또 윤석열 검찰총장은 신년사를 통해 공수처 설치법 관련 메시지를 담았다. 윤 총장은 지난달 31일 “검찰총장으로 저는, 헌법정신과 국민의 뜻에 따라 (검찰 가족)여러분의 정당한 소신을 끝까지 지켜드리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 총장은 신년 다짐회에 앞서 이날 배포한 신년사를 통해 “형사사법 관련 법률의 제·개정으로 앞으로 형사 절차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공수처뿐만 아니라 검경수사권 조정까지 앞두고 있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의 핵심은 경찰의 1차 수사 재량권을 대폭 늘리고,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등 권한은 줄여 검찰과 경찰을 수직적 관계서 상호협력 관계로 설정하는 것이다.
 

▲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공동취재단

개정안은 우선 경찰이 모든 사건에 대해 1차적 수사권과 종결권을 가지도록 했다.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의 범위는 ▲부패 범죄, 경제 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 범죄, 방위사업 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 ▲경찰공무원이 범한 범죄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와 관련해 인지한 각 해당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로 제한된다.

용두사미 
조국 수사

개정안은 경찰의 권한을 키우는 대신 보완책으로 검찰의 경찰 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 방안을 담았다. 검찰은 기소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 수사 요구권, 법령 위반이나 인권침해 등 경찰이 수사권을 남용했을 때 사건 송치 및 시정조치, 징계 요구권 등의 통제 장치를 갖는다.


경찰은 검사의 보완 수사 요구가 있는 경우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이행하고, 결과를 검사에 통보하도록 했다. 경찰이 수사 결과 ‘혐의없음’ 결론을 내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기로 결정하더라도 결정 이유가 담긴 서면과 관계 서류·증거물을 지체 없이 검사에게 송부하고, 검찰은 서류 등을 90일 이내에 반환하도록 했다.

또 불송치 결정 이유를 서면으로 고소인 등에게 통지하도록 했고, 고소인 등이 이의를 신청하면 곧바로 검사에 사건을 송치하도록 했다. 검사는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할 때는 그 이유를 문서에 명시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고, 경찰은 사건을 재수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헌법에 규정된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유지하되, 고등검찰청에 외부인사들로 구성된 영장심의위원회를 둬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 경찰이 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경찰 수사 당시의 피의자 신문조서보다 증거 능력을 높게 인정받았던 검사 작성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을 제한하는 방안도 담겼다. 개정안은 검찰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라도 재판단계서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앞두고…

조국 수사는 용두사미가 됐다.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지난해 8월27일 대대적 압수수색과 함께 수사에 착수한 지 126일 만이다. 조 전 장관과 일가의 비리 혐의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검찰이 그동안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동생 및 5촌 조카를 구속하는 데 성공했으나 사건의 몸통이라던 조 전 장관에 대해서는 신병 확보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언론 보도를 보면 조국은 중죄인이었고 대통령의 인사권을 흔든 수사였지만 결과는 너무 옹색하다”며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흠집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청와대 인사들과 함께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구속영장이 법원서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패스트트랙 국회 충돌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으로부터 큰 비난에 직면했다. 서울남부지검은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등 75명의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 감금, 의안 및 법안접수 방해, 정치개혁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 회의 방해 등 고발 사건을 수사한 결과 황 대표, 나경원 의원 등 의원 14명, 보좌진 2명을 지난 2일 불구속 기소했다.

무리한 먼지털이 스톱?
검찰총장 책임론 부상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 등 11명에 대해선 약식명령 청구를, 나머지 48명에 대해선 기소유예 처분했다.

국회 의안과와 회의실서 공동폭행한 혐의 등으로 고발된 민주당 의원 58명 가운데 이종걸·박범계·표창원·김병욱 의원 등 의원 4명과 보좌진·당직자 4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박주민 의원 등 2명은 약식명령을 받았다. 검찰은 나머지 의원 31명, 보좌진·당직자 9명 등 40명에 대해선 기소유예를, 권미혁·김해영·박완주 등 의원 6명과 당직자 2명에 대해선 혐의없음 처분했다.


이 같은 처분에 대해 민주당은 “여야 균형을 위한 기계적 기소”라며 유감을 표했으며 한국당은 “여당무죄 야당유죄”라고 반발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정치적으로 매우 편파적 판단을 한 검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야당에는 철퇴를, 여당에는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국민의 눈이 정녕 두렵지 않은가”라고 논평했다.

검찰의 연이은 난기류로 윤 총장의 사퇴설도 제기된다. 매번 검경 수사권 조정서 검찰의 힘을 빼는 제도가 마련될 때마다 역대 검찰총장들은 이에 반발해 자진사퇴를 선택하곤 했다.

패트 수사로
정치권 압박?

지난해 문무일 전 검찰총장이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공수처 법안 지정을 비판하며, 사실상 자진사퇴했다. 2011년 김준규 전 검찰총장도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갈등과 혼란, 반발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임기 46일을 남기고 사퇴했다. 2005년 김종빈 전 검찰총장도 ‘헌정 이래 경찰의 첫 수사지휘권 발동’에 반발해 취임 6개월 만에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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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산으로 가는 속사정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산으로 가는 속사정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이 제기된 지 2년이 지났다. 대통령실과 검찰이 어떻게 개입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유통·공급책들의 진술도 뒤집혔다. 백해룡 경정이 제기한 의혹이 과도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건에 연루된 세관 직원들도 수년간 겪은 억울함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건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는 분위기다. “거짓말할 사람은 아닌데….” <일요시사>와 만난 한 경찰의 말이다. 그는 2년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이던 백해룡 경정과 마약 사건을 수사했다. 필로폰 74kg이라는 역대급 성과를 내 기뻐하던 수사팀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실제 누가 외압을 행사했고 개입했는지 의구심을 가지는 경찰도 많았으나 이제는 아니다. 과도한 의혹? 백 경정은 지금까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이 벌어진 원인으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과 검찰을 지목했다. 직접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과 통화했던 녹취를 언급하면서 검찰이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백 경정 수사팀에 지휘권이 없는 인사들이 수차례 연락을 취한 점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비교해보면 ‘압력을 넣었다’는 맥락은 일치하지만 누가 압력을 행사했고 어떻게 대통령실과의 접촉 등이 이뤄졌는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용산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백 경정 팀의 수사에 허점이 있던 걸까? 백 경정이 지휘한 영등포서 마약수사팀이 말레이시아 조직의 마약 유통 과정을 들여다봤던 건 2년 전이다. 당시 수사팀은 “세관의 협조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믿을 수 없었다. 당시 수사팀에 합류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허위 진술이 아니냐고 의견을 개진한 사람도 있었으나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었고, 진술한 당사자가 허위로 진술할 이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조직원을 데리고 진술 검증을 위해 직접 공항을 찾아가 현장 조사에 나섰다. 조직원들은 공항에서 자신들이 들어온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했고 지원해준 세관 직원들의 얼굴까지 기억했다. 이들은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 총책이 미리 준비해둔 옷을 입게 한 뒤 사진을 찍으며 “한국에 있는 보스에게 보내면 사진이 세관에 전달돼 세관 직원들이 옷을 보고 너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 한국 세관 직원 2명의 사진을 위챗 채팅방에 올렸다. 조직원들은 총책의 말을 믿고 온몸에 마약을 감은 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으로 향했다. 출국 심사는 순조로웠다. 아무런 제지 없이 2023년 1월27일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조직원들은 공항에서 세관 직원이 손을 흔들며 인사했고, 이들의 안내를 받아 입국장으로 향했다고 한다. 이들이 탄 대한항공 항공편은 ‘일제 검역’ 대상으로 지정돼있었다. 반드시 검역구역을 통과해야 했는데 세관 측의 도움으로 검역을 거치지 않고 세관 구역으로 빠져나오는 게 가능했다. 영등포서 마약수사팀 의견 통일 안 돼 운반책들 “세관 도움 없었다” 주장 번복 조직원들과 현장 조사까지 마친 수사팀은 세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지만 관세청은 반대했다. 마약 조직의 허위 진술이라고 판단한 관세청은 영등포서의 브리핑에서 세관이 언급되는 걸 막으려 했던 건 사실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공항에서 말레이시아 유통책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고 이들을 인솔한 혐의를 받는 세관 직원의 경우 입국 당일 연차를 사용 중이었다. 관세청은 그의 GPS와 사진 기록 등을 토대로 실제 다른 지역에 있었음을 객관적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수사팀은 조직원들과 세관 직원들의 금전거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남부지검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으나 “대가를 주고받았다는 구체적 진술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수사팀은 “마약 유통책들은 하부 조직원들에 불과해 조직 총책과 세관 직원들 사이 대가 관계를 구체적으로 진술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수사팀은 다른 가족 명의로 돈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계좌를 폭넓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봤다. 백 경정은 과거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수사팀이 압수한 마약 총량은 74kg이다. 시가로 2000억원이 넘고 필로폰 단일 적발 압수량으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며 “서울경찰청 차원에서 ‘세관’이 언급되면 안 된다거나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백 경정은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었던 조병노 경무관과 통화하기도 했다. 조 경무관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창구로 의심받는 해병대 단톡방 멤버를 통해 인사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언급한 인물이기도 했다. 백 경정은 당시 전화 통화에서 “저도 수사만 하는 사람인데 뭘 알겠나? 수사만 하는 것인데 일하다가 (숨이) 턱턱 막히고 그런다”며 “들리는 얘기들이 ‘대통령실에서 알게 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이런 얘기를 듣고 제가 심적 부담을 얼마나 느끼겠느냐”라고 말하자, 조 경무관은 “대통령실에서 또 연락이 왔나요?”라고 되물었다. 뒤집힌 분위기 백 경정은 같은 달 김찬수 전 영등포경찰서장이 전화를 걸어와 “이 사건 용산에서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 브리핑을 연기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서장은 이후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영전하게 된다. 이 같은 여러 압박을 받은 백 경정은 결국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보도자료를 수정했다고 토로했다. 마약 수사는 주로 마약 유통·전달책의 첩보로 시작된다. 사정기관에 첩보를 제공하는 이들을 ‘야당’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형량 거래인 ‘플리바게닝’을 통해 허위 사실을 진술할 때가 있다. 베테랑 수사관들도 이들의 주장을 검증하다가 헛수고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마약 수사에서 가장 어려운 게 물적 증거가 부족할 때다. 실제 검찰이든 경찰이 국정원의 첩보 또는 야당의 정보에 의존하다가 뒤통수를 맞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 경정팀에 “세관의 협조가 있었다”고 진술했던 운반책 3명은 최근 급작스레 진술을 뒤집었다. 이들은 검경 합동수사단 조사에서 “세관 직원이 밀수를 도운 적 없다” “오래된 사건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백 경정이 주장해온 의혹의 뿌리가 흔들린 셈이다. 서울동부지검에 구성된 합동수사단도 백 경정이 제기한 의혹을 재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 경정 수사팀에 합류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마약 운반책들의 진술에 대해 조금 더 의심했어야 했다.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면서도 “그렇다고 백 경정의 판단이 100% 틀렸다고 볼 수도 없다. 수사 과정에서 수상한 부분이 많았던 건 사실 아니냐. 의혹이 말끔하게 해소됐으면 한다”고 했다. 마약 운반책들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는 인천공항본부 세관 직원은 여러 명이다. 직원 대부분은 백 경정팀 수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우리가 마약 공범? 익명을 요구한 세관 직원 A씨는 <일요시사>에 “공황장애에 걸린 직원도 있고 확실하지도 않은 운반책들의 진술에 대해 ‘사실이지 않느냐’고 따져 묻는 경찰도 있었다. 그 자체가 우리가 범죄자라고 전제한 수사”라며 “2년이 지나도 나오는 게 없지 않나. 운반책들도 진술을 뒤집었다고 하는데 이젠 진상규명이 됐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마약 운반책들은 백 경정팀 조사에서 세관 직원들이 공항 밖 택시 승강장까지 동행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그러나 진술에서 언급된 날 지목된 세관 직원들은 공항 건물 밖으로 나갔다 오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출입 기록에도 나오지 않는다. 세관 직원 안내로 바닥에 그려진 ‘그린 라인(초록색 줄)’을 따라 검사를 받지 않고 공항 밖으로 나왔다는 진술에도 의심이 필요하다. 다른 세관 직원 B씨는 “운반책들이 2023년 1월에 그린 라인을 따라서 공항 밖으로 나갔다고 하는데 그린 라인은 그해 5월에야 생겼다. 조금만 유심히 들여다보고 수사했다면 운반책들의 진술 중 거짓말이 있다는 걸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세청 측은 “마약 조직들이 운반책을 안심시키기 위해 세관 직원을 포섭해 놨다고 거짓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혀 왔다. 유엔 국제마약통제위원회(INCB)도 “부정부패에 대한 허위 증언이 마약 단속 공무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범죄 단속을 위한 노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만 수사가 진행되자 일부 세관 직원이 휴대전화를 여러 번 초기화한 이유는 오리무중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그때 수사했을 때 직원 폰을 압수해 분석했는데 초기화된 걸 확인했었고 과거 자료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해당 직원은 직접 초기화한 후 사설 포렌식 업체에 찾아가 복구가 가능한지 확인하기도 했다”며 “사생활과 관련된 영상이 있다면서 휴대전화를 초기화했다고 주장하다가 세관과 관련된 인사에 대한 의전 영상이 있다면서 말을 바꿨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세관이 마약 운반책들을 뒤에서 은밀하게 도왔다는 의구심이 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 상황에 누가 의심을 안 하겠나”고 강조했다. 세관 직원들 “2년간 범죄자 취급···억울” 휴대전화 초기화는? 수상한 점 여전히 존재 백 경정의 합수단 파견은 본래 지난 14일까지였다. 그러다 전날인 13일, 경찰청은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에 파견된 백 경정의 파견 기간을 돌연 2개월 연장했다. 내년 1월14일까지로 늘린 것이다. 앞서 동부지검은 지난 10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대검찰청에 백 경정 파견의 연장과 관련해 협의를 요청한 바 있다. 대검찰청은 동부지검의 요청을 검토한 뒤 경찰청에 연장을 요청했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을 팀장으로 한 별도의 수사팀을 구성했고 본인과 관련 없는 사건을 수사하도록 전결권을 부여했다. 그는 합수단에 합류한 지 약 한 달 만인 이날부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 사용 권한을 받아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백 경정의 바람도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수사관 4명 중 2명이 원대 복귀했고 인원은 충원되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백 경정은 “두 사람이 파견 기한 만료 전 복귀 의사를 밝혔는데, 파견 만료로 원대 복귀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백 경정에게 “개인 사정이 있어 파견을 이어가기 어렵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 경정은 “계속 수사에 차질을 겪어 왔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스무명이 넘게 나가는 상황에서 남은 3명이 수사를 이어가겠나”라며 “팀을 꾸렸으면 적어도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구성은 갖춰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어렵게 파견 인력을 확보했었다”면서 “백 경정의 충원 의사를 대검에 전달했지만 인력은 보내는 쪽인 경찰에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백 경정과 동부지검 간 갈등은 끝나지 않는 모양새다. 백 경정은 최근 14일 A4 용지 12장 분량의 자체 보도자료를 만들어 개인 명의로 배포했다. 그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 사용 권한을 받았고 파견도 2개월 연장됐다”면서 “조만간 사건번호를 생성해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주도할 수사 범위에 ▲세관 마약 연루 의혹 ▲검찰의 마약 밀수 사건 은폐 ▲대통령실과 경찰 지휘부의 수사 외압 의혹 등을 포함한다고 했다. 이 중 수사 외압 의혹은 합수단 지휘 책임이 있는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달 파견 온 백 경정에게 별도 수사팀을 내줄 당시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분야다. 공중분해 위기 지속 영등포경찰서에서 세관 연루 의혹을 캐던 백 경정이 스스로 외압 피해자라 주장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경찰 지휘부 등을 고발한 사건이라 직접 수사하면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우려가 커서다. 동부지검은 백 경정의 보도자료에 대해 “우리와 협의한 내용이 아니며 기존 수사 범위에서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상 경찰도 자신과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은 회피하도록 규정돼있다”며 “자신이 당사자인 사건은 수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