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허균, 서른셋의 반란 (22)꽃

“꽃이 꽃인 줄 이제야”

허균을 <홍길동전>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조선시대에 흔치않은 인물이었다. 기생과 어울리기도 했고, 당시 천대받던 불교를 신봉하기도 했다. 사고방식부터 행동거지까지 그의 행동은 조선의 모든 질서에 반(反)했다. 다른 사람들과 결코 같을 수 없었던 그는 기인(奇人)이었다. 소설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허균의 기인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파격적인 삶을 표현한다.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삶을 누려야 한다는 그의 의지 속에 태어나는 ‘홍길동’과 무릉도원 ‘율도국’. <허균, 서른셋의 반란>은 조선시대에 21세기의 시대상을 꿈꿨던 기인의 세상을 마음껏 느껴볼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다. 
 

“그러면 이 부안현에 숨어있는 보물이 계량이 말고 또 있다는 말인가.”

“너무 지나치십니다.”

“지나치다니.”

“하찮은 소녀를 두고…….”“허 허, 그럼 지금 계량은 나를 하찮은 놈으로 간주하는 게 아닌가.”

“무슨 말씀을!”


웃음꽃 만발

계량의 동그랗게 뜬 눈에서 마치 눈물이 흘러내릴 듯 반짝였다.

“그렇지 않고. 모름지기 유유상종이라 했거늘, 그럼 내가 하찮기 때문에 우리 계량이 하찮은 사람이 아니냐 이 말이야.”

동그랗게 뜬 눈이 다시 한쪽으로 살짝 기울면서 계량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나으리, 너무 하시옵니다.”

말을 마친 계량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지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유희경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유희경도 주위로 시선을 한번 주더니 못이기는 척하며 계량의 손에 이끌리기 시작했다.


뒤따르던 어린 계집아이가 마치 보지 못할 것을 보았다는 듯이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

“계량이 그 정도로 칭찬하는 모습을 보니 내 궁금해서 견딜 수 없군. 그런데 아무러면 우리 계량이 만큼 하려고.”

아버지뻘 되는 유희경의 웃음이 능글맞으면서도 그 얼굴에는 순진한 천연덕스러움이 배어있었다. 

“괜스레 그 모습을 보시고 저를 잊어버리시면 아니 될 일이옵니다.”

“계량을 잊어버린다고. 허 허, 이거 서화담 선생과 황진이 그리고 박연폭포의 이야기도 아니고……. 그러면 우리가 그 직소폭포에서 또 다른 서화담과 황진이가 될 수 있다 이 말인고.”

계량이 대답 대신 유희경의 소매를 잡고 있던 손을 유희경의 겨드랑이로 올려 그곳을 휘감았다. 두 몸의 한쪽이 흡사 접착제로 달라붙어있는 듯이 보였다.

“어험.”

유희경이 급작스러운 계량의 행동이 어색해서 막상 헛기침을 내뱉었지만 그것이 싫지만은 않은 듯했다.

자신의 팔에서 느껴지는 계량의 터질 듯한 가슴이 주는 신선한 자극에 오히려 은근히 팔에 힘이 들어가고 있었다.  

유희경의 고개가 계량에게 돌려졌다.

코를 계량의 머리카락에 대보았다.

코끝을 스치는 계량의 머리카락에서 묘한 향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좀 더 코를 머리카락에 밀착시켰다.

가만히 생각에 잠겨 들었다.

그 냄새의 진원이 무엇인지 반드시 알아내겠다는 심사 같아 보였다. 

비단 계량의 몸에 발라졌을 향내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향내를 뚫고서 드러나는 묘한 기운이 유희경의 오감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극하고 있었다.

“무슨 냄새가 나는지요.”


유희경이 즉답을 피하고 한 번 더 계량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파묻었다.

“글쎄 딱히 무슨 냄새라 말하기는 힘들고…….” 

계량이 몸을 더욱 밀착시켰다가는 유희경을 잡은 팔을 놓았다.

그리고는 저만치 앞서 나가더니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으로 다가갔다.

계량이 조그마한 손으로 꽃을 소중하게 감싸고 유희경이 했던 마냥 코를 그곳에 가까이 댔다가는 마치 음미하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확실하게 그 냄새를 맡겠다는 듯이 그 행위를 반복했다.

다가선 유희경이 지그시 계량의 행위, 아니 방금 전 자신의 행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나리, 이 꽃의 이름이 무엇인지 아시는지요.”

유희경과 계량 직소폭포서 행복한 시간
꽃 찾아든 나비처럼…사람 사이의 향기

유희경으로서는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 미소의 의미, 꽃의 이름을 알고 있지 못함의 의미를 알아챈 계량 역시 자신의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다.

“이 꽃은 바로 산국이에요. 산국.”

말을 마친 계량이 자리를 옮겨 역시 다른 꽃을 손에 감쌌다.

“이 꽃은…….”

유희경이 역시 미소만 보내고 있다.

“이 꽃은 애기똥풀이구요.”

꽃의 이름을 말하고는 계량이 다시 자리를 옮겨서 다른 꽃으로 이동했다.

흡사 나비가 꽃을 찾아 자리를 옮기듯이, 이 꽃 저 꽃으로 꽃의 이름을 물었다가는 자신이 답을 하면서 옮겨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희경에게 갑자기 묘한 생각이 찾아들었다.

그리도 많은 모든 식물들이 거의 꽃을 피우고 그 꽃들이 모두 아름답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살았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신기했다.

꽃을 만지며 자신을 바라보는 계량에게 다가섰다.

“그 꽃의 이름은 무엇인고.” 

계량이 대답하지 않고 코를 그곳에 밀착시키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마치 그 꽃 속으로 완전히 빨려들겠다는 듯이.

유희경도 가만히 계량의 옆에서 자세를 낮추었다. 자신의 얼굴을 꽃의 향기에 도취되어 있는 계량의 얼굴 가까이 가져갔다. 

계량이 맡고 있는 꽃 내음인지 계량의 내음인지 분간할 수 없는 향기가 코끝을 파고 가슴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유희경의 손이 저절로 계량의 가녀린 어깨를 감쌌다.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미동도 하지 않던 계량의 몸이 순간 유희경에게 기울었다.

그리고 서로의 얼굴과 얼굴을 마주하는가 싶더니 서로의 입을 찾아 포개고 있었다.

유희경의 다른 한손이 계량의 허리를 휘감았다.

서로에게서 풍겨 나오는 향기를 완전히 빨아들이겠다는 듯이 빠져들고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뒤에서 꼴깍하고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유희경이 계량의 허리를 휘감은 채로 몸을 일으켰다.

그 상태에서 잠시 전 행동의 긴 여운을 음미하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곁에 한 송이의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었다.

“계량이.”

“네, 나으리.”  

“내가 말이야…….”

유희경이 말을 잇지 못하자 그윽한 시선으로 유희경을 바라보던 계량이 다시 밀착해 들어왔다.

묘한 일이었다.

마치 계량의 몸에 접착제가 달라붙어 있는 듯했다.

착착 휘감겨 오는 그 몸을 느낄 때마다 묘하디 묘한 전율이 일어나고 있었다.

“말씀하시지요, 나으리.”

“내가 말이야, 꽃이 꽃인 걸 이제야 느끼고 있어.”

“네?”

“이전에는 꽃을 봐도 그저 꽃이려니 하고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 꽃이 왜 아름다운지 그리고 거의 모든 식물들이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어.”

“전에는 느끼지 못하셨나요?”

“부끄럽지만 이전에는 그럴 겨를이 없었어.”

계량이 피식하며 유희경을 잡은 손을 놓았다.

“그러면 지금의 마님은 어쩌구요.”

“글쎄, 지금 내 부인을 두고 이렇다 이야기하기는 곤란하지만 남녀 간의 사이에도 이런 냄새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야.”

“그것이 왜 그런데요.”

“그래서 계량에게 답을 구하려 하는 거 아닌가.”

떨어졌던 계량이 다시 밀착해 오자 양팔이 저절로 계량의 어깨를 휘감고 있었다.

“바로 이것인 모양이구나. 지금까지의 나를 벗어던지게 만든 원인이 바로 이 냄새 때문인 듯해.”

사랑의 실체

계량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몸을 유희경에게 기울였다.

“그렇지 바로 이것이 사랑이라는 요상한 실체야.”

계량을 두른 팔에 힘을 넣었다. 그러자 흡사 자신을 벗어나서 온 세상을 품은 듯이 포만감이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나리, 저 역시도 그렇…….”

계량이 미처 말을 맺지 못했다.

유희경이 꽃을 찾아든 나비처럼 계량의 입을 그리고 온몸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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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