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서 내놓은 ‘애경 3남’ 채승석 논란

“정신 언제 차릴래?” 파도 파도 끝이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가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채 전 대표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로 한성주 전 아나운서와의 결혼과 이혼으로 대중들에게 익숙한 인물이다. 이번 마약투약 논란으로 인해 채 전 대표와 관련된 논란들이 재조명되는 모양새다.
 

▲ ▲ 애경 본사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가 의료 외 목적으로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프로포폴은 수면마취제의 일종으로 마약류로 분리된다. 채 전 대표는 1994년 애경산업에 입사한 뒤 계열사 애드벤처 월드와이드AE와 애경개발 전무 등을 거쳐 2005년 애경개발 대표이사로 부임했었다. 미스코리아 출신 전 SBS 아나운서 한성주씨의 전 남편이다.

‘우유주사’
자진 퇴사

지난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채 전 대표의 프로포폴 투약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재벌 2세들에게 프로포폴을 투약한다는 혐의가 제기된 서울 청담동의 한 성형외과를 수사하던 중 채 대표의 덜미를 잡았다. 

검찰은 채 전 대표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사법처리할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 전 대표는 수사가 진행된 직후 사의를 표명했으며 지난달 말 인사 시즌에 맞춰 모든 직책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애경그룹은 채 대표가 스스로 대표이사 직책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으며 현재 사표가 수리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애경과 애경 오너들은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엄격한 윤리 기준이 있으며, 대주주의 경우에도 예외란 없다”며 “실수를 인정함과 함께 즉각 채 대표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채 전 대표가 맡은 사업이 한 해 동안 성공적 경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이런 일이 생겨 돼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채 전 대표의 마약 투여 사건이 논란이 되자 채 전 대표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지난 2015년 채 전 대표의 ‘돈세탁’ 의혹이 제기됐다. 자신의 현금을 운전기사 A씨의 통장 계좌에 입금했다가 자신의 통장으로 이체시켜 사용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

‘우유주사’ 투약 혐의…대표 직책 사퇴
돈 세탁과 땅 투기…지난 논란 수면 위로

또 제3자를 통해 운전기사 통장 계좌로 입금된 돈을 현금으로 인출해 채 전 대표에게 전달했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입출금된 금액은 A씨가 운전기사로 근무했던 6년여간 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이한 점은 500만원 이하의 돈만 채 전 대표로 이체됐고, 500만원 이상의 돈은 제3자가 운전기사 A씨의 통장으로 입금, 이를 현금화한 뒤 채 전 대표에게 전달됐다는 점이다. 이 같은 돈은 채 전 대표가 돈이 필요한 경우에 바로바로 진행됐고, 그 주기도 들쑥날쑥했다는 게 운전기사 A씨의 주장이다.

이처럼 금액의 차이를 두고 이체와 현금화한 점에 대해 은행권은 ‘의심거래’로 지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2000만원 이상의 현금이 입금될 경우 은행은 고액현금 거래로 인식해 FIU(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하게 되고, 소액이라도 제3자를 통한 거래가 반복될 경우 ‘범죄 수익 은닉 의심거래’로 지목, 금융권의 관리대상이 될 수 있다.


당시 운전기사 A씨에 따르면 채 전 대표는 실제로 지난 2008년 의심거래 의혹이 제기돼 S지청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충격적인 폭로의 전말은 ‘채 전 대표가 A씨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돈 세탁?
기사 폭로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채 전 대표와의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다. 채 전 대표 친구의 소개로 인맥이 형성된 것. 이 과정서 A씨가 채 전 대표의 사생활을 정리해 준 점이 채 전 대표에게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전 대표와의 인연을 맺을 후 갑작스레 채 전 대표의 운전기사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A씨가 이를 맡게 됐다. 특히 A씨는 채 전 대표의 사적인 영역까지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에 따르면 채 전 대표는 A씨에게 이것저것 제안을 하며 자신의 옆에 남아있기를 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급여 책정 부분에 대한 상의는 없었고, 제안한 사안에 대해서는 지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결국 학비 등을 대기 힘들 정도로 생활이 힘들어져 가정의 불화가 발생해 결국 이혼까지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가 퇴사하는 과정서 ‘퇴직 위로금을 수령하고 애경개발에 추가적인 금전적인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이며, 재직 시 알게 된 모든 사항을 제3자에게 제공하지 않을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 채승석 애경 전 대표

이에 대해 당시 애경 측은 “오너의 개인적인 부분”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법무법인 김앤장서 이와 관련된 사안을 담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보다 전인 2014년에는 채 전 대표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애경그룹은 2013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에 위치한 온천리조트 ‘테르메덴’을 인수했다. 애경개발은 사실상 이 리조트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었다. 

땅 투기?
의심 정황

이후 테르메덴은 서림리조트서 AK레저로 사명을 바꾸고 몸집 부풀리기에 나섰다. 2013년 중순 1차 증설을 위한 개발 계획을 이천시로부터 승인받았다. 리조트 주변 부지도 추가로 매입했다. 

AK레저는 2014년 9월12일 이천시 모가면 신갈리 일대 1만5300㎡(4600평)의 논(전)과 밭(답), 임야 등을 40억원에 매입했다. 매각을 위해 신탁회사에 맡겨뒀던 20만㎡(6만500평)의 임야도 귀속시켰다. 


문제는 채 전 대표가 리조트 주변의 농지를 대거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채 전 대표는 2014년 9월12일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일대 농지 8377㎡(2534평)를 10억원에 매입했다. AK레저가 리조트 주변 부지를 집중적으로 매입한 시기와 정확히 일치했다.

테르메덴 리조트가 채 전 대표의 땅과 수백 m가량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알박기’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부동산 개발업자들은 “리조트가 추가로 개발되면 주변에 위치한 채 대표의 땅값도 자연스럽게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당시 재계의 한 관계자는 “AK레저의 주주는 애경개발(69.1%)과 (주)서림(30.9%)이다. 애경개발이 서림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애경개발의 100% 자회사나 마찬가지”라며 “오너 일가가 사전에 조율하지 않았다면 채 대표가 주변 농지를 매입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성주와의 인연 재조명
회사 “관련 없다” 일축

애경그룹 측은 “내부적으로 합의한 사항이며, 투기를 위해 농지를 매입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리조트를 인수하고 추가로 개발하는 과정서 자금이 많이 소요됐다”며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법인과 채승석 대표가 나눠서 부지를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점은 또 있었다. 등기부등본상 채 전 대표가 매입한 부지의 지목은 모두 논으로 표시돼있었던 것이다. 예외적으로 위탁 영농을 허락하고 있지만 현행 농지법은 원칙적으로 농민만 농경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논과 밭을 소유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농지를 매입하는 사람은 우선 농업 경영 계획서를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읍·면장은 농사를 지을 여건이 되는지를 확인한 후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급하게 된다. 이 증명서를 등기소에 제출해야 소유권 이전이 가능하다.

주소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인 채 대표가 어떻게 해서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받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됐다. 당시 애경 측은 “오너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알 수 없다. 투기 목적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회사도 외면
내놓은 자식?

과거 한성주 전 아나운서와의 결혼도 재조명되고 있다. 부산 출신인 한 전 아나운서는 1994년 미스코리아에 출전해 ‘진’으로 당선된 이후 1996년 SBS 공채 아나운서로 6기로 데뷔했다. 두 사람은 1999년 결혼식을 올렸으나 10개월 만에 이혼을 선언했다. 두 사람의 이혼 이유는 사생활이라는 이유로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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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